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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만체스터 시리 6

by 다스다스 2024. 2. 18.

 


베르나르도 실바가 필드 위에 없으면 이번 시즌 전술적 변형의 다양성과 좌우 분배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워커가 가지는 공수에서의 단점들을 최대한 커버 쳐줄 수 있는 선수가 없음.




그나마 대신할 수 있는 선수가 포든인데 포든도 베르나르도 실바만큼 워커를 가려주진 못하죠. 그래서 알바레즈에 아칸지까지 다 갖다 쓴 거임. 당연히 워커 하나 쓰자고 이런 선택들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갈 수밖에 없는데 펩은 1경기만 생각하는 감독은 아니니까요.




경기가 너무 안 풀려서 그렇지. 이겼으면 오늘 교체 하나도 안 했거나 리코 루이스, 밥 같은 애들 출장 시간 줬을 거임.




어쨌든 3~4월 들어가기 전까지 워커가 높은 비중으로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와중에 이 선수가 가지는 약점들을 상대 팀들이 대놓고 파고들게 뻔한데 그걸 냅두는 것도 똑같이 비판의 이유가 될 수밖에 없음.




그렇다고 팀 내에서 제일 사지 멀쩡하고 건강한 선수를 안 쓰자니 그것도 아니고. 컴팩트한 스쿼드를 고집하는 건 최대한 로테이션 선수들이 버텨줄 땐 버텨주면서 중요한 시기에 플랜에 있는 모든 선수들의 경기력을 최상으로 맞추고자 함인데 그런 부분에서 워커가 잘 버텨주고 있는 건 맞음.




워커에 관해선 계속 비판적이고 앞으로도 비판적이겠지만 이건 부정할 수 없음. 결국 오늘 실점 같은 경우는 그냥 쉽게 말하면 세금 같은 거임.




저번 시즌 센터백-풀백의 개념 (스토퍼-스위퍼 같은 헛소리는 당연히 아님) 이 아니라 최후방에 서는 순간은 무조건 최종 수비수이자 센터백의 개념에 가깝다 했고 그게 필드에서도 명확하게 잘 보였다 생각하는데 그걸 한 경기도 이해를 못하고 아직도 본인이 측면으로 가서 지연을 시켜야 할지 중앙으로 재빨리 들어가야 할지를 모르는 건 단순히 멍청하다를 넘어서서 습관의 문제임.




보통 풀백으로 수비 스킬을 배우면 뒤에 누군가 있거나 측면 공간에서 수비하는 게 대부분이니. 펩도 어떻게 개조 못 시키는 거 아니까 이렇게 쓰는 거겠죠.




근데 아칸지까지 써버리니까 수비적인 불안감은 상대적으로 덜어낼 수 있어도 코바치치가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로드리의 위치가 고정되어 버려서 상대가 패스 루트를 읽고 흐름을 죽여버리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는 거겠죠. 이걸 완전히 읽혔음.




그래서 첼시의 패턴이 슬슬 뭔지 눈에 읽어가는데 워커만 이걸 못 읽고 있다가 실점을 한 거임. 종종 말씀드리지만 진심으로 워커만큼 주변 상황이나 앞선 선수들의 움직임을 안 보고 플레이 막 하는 빅 클럽 선수는 거의 없음.



 

(아칸지의 오늘 역할은 로드리와의 상호 작용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일원이라기보단 워커가 가지는 문제점들을 가리는 일부분으로서 더 많이 쓰였음)

 
 

(워커가 자주 보여주는 실책성 플레이 중 하나인데 볼만 보고 있다가 주변 상황을 아예 안 보거나 늦게 인지하는 거임. 실점 장면이 이걸 그대로 보여줌)

 
 

(아칸지가 붙고 있으니 워커가 여기서 해야할 건 스털링의 위치를 보면서 중앙에 자기가 제일 먼저 들어가는 거임. 근데 돌대가리답게 아직도 스털링이 저러고 있는 걸 모르고 있죠.)

 
 

(이게 디아스가 손짓하면서 소리치니까 그제서야 쳐다본 거임. 이미 늦었죠. 스털링하고 거리가 너무 벌어져 있는데 패스도 일부러 길게 넣어서 더 거리를 벌릴 수 있게 줬죠.)

 
 

(안 보고 있었던 거 여기서도 보입니다.)

 
 

(디아스가 소리치면서 스털링 위치 가르쳐줄 때 그때 처음 본 거임. 얼마나 돌대가린지 이 실점 장면으로 다 보였음)

 
 

(펩이 화내는 걸 방송사에서 잡아줬는데 화나는 게 정상. 주변 상황을 아예 안 보고 있다가 그냥 공짜로 골을 내줬으니 이건 실책 이전에 집중력의 문제. 옛날 펩이었음 바로 교체 했을 건데 안 한 것만 봐도 사람 참 많이 변했다 싶음)

 



패스가 좌우로 나가는 게 아니라 왼쪽으로 쏠리는 와중에 정확도가 떨어져서 계속 루즈볼 싸움이 일어나는데 첼시의 선수들이 로드리를 집중 견제하고 로드리가 있는 쪽에 최대한 모여있다가 볼을 뺏어 중앙이나 반대편으로 볼을 넣어서 공략을 하려고 했죠.




결국 오른쪽으로 볼이 굴러가질 않으니까 슬금슬금 데 브라이너도 왼쪽으로 와있었음.




도쿠가 오늘 엄청 못하긴 했는데 분석을 당하면서 드리블을 어떤 방식으로 치는지 슬슬 읽혀가고 있고 사실상 완전히 읽혔다 봐도 무방한 수준까지 왔는데 로드리, 데 브라이너가 볼을 잡으면 주심이 불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거칠게 다룬다면 어쩔 수 없이 견제를 덜 당하는 선수가 볼을 잡으면서 스타트를 끊을 수밖에 없음.




포체티노는 원래 에스파뇰 시절부터 이런 식으로 응용하면서 펩을 상대해 온 감독. 메시 돌려까기의 시초도 후안데 라모스랑 얘임.




이렇게 패스 속도가 붙지 않고 좌우 분배가 안 돼서 선수들이 한쪽 공간에 다 몰려있는 와중에 오는 적은 기회를 골로 이어가려면 선수들도 본능적으로 더 원 터치 플레이에 집중할 수밖에 없음. 날려먹었으니 문제가 되는 거지. 날려먹지 않았다면 그 찰나의 순간을 잘 쓴 게 되는 거고 그거뿐.




결국 펩이 베르나르도 실바를 넣으면서 아칸지를 아예 센터백으로 돌려버리고 로드리의 평균적인 위치를 오른쪽으로 맞추고 프리하게 움직이게 만들어서 기존보다 좌우 분배가 더 잘 되면서 첼시가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거의 2~30분 안에 2골을 넣어서 역전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선수들도 조급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이길 수 있었으니 아쉬운 거뿐이죠. 결국 현재 문제는 측면 공간을 주도하면서 쓸 선수가 데 브라이너 말고 없다는 건데 해결책을 못 찾으면 리그보단 토너먼트가 더 불안할 수밖에 없음. 리그는 아직 한참 남았음. 향방은 3-5월에 갈리지. 2월에 리그 레이스는 갈리지 않음. 이게 전반기에 일시적으로 10점차 났을 때도 아무 상관 없다고 한 이유 중 하나.

 
 

(첼시의 플랜은 아칸지, 알바레즈가 플레이 메이킹에 관여를 못하는 걸 아니 로드리를 묶고 데 브라이너, 홀란드에게 가는 직선 패스 루트를 막으면서 데 브라이너까지만 맨투맨으로 잡으면 된다였음.)

 
 

(로드리도 오른발을 쓰고 오른쪽을 써야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데 브라이너도 자신이 좌우를 다 쓰는 게 아니라 한쪽이 막히니 계속 포지셔닝이 꼬일 수밖에 없었음)

 
 

(일시적으로 첼시 선수들이 살짝 떨어져있으니 팔머와의 거리를 보는 로드리)

 
 

(돌아나와서 받아서 본인이 그냥 드리블 쳐서 최대한 박스 근처로 갈려고 하죠.)

 
 

(근데 그냥 파울로 끊어버립니다. 전후로 로드리가 볼 잡을 때마다 그냥 스탠딩이든 슬라이딩이든 무조건 발을 빨리, 깊게 넣었죠.)

 
 

(일시적이든 아니면 아예 위치를 바꾸든 아칸지가 왼쪽에 가면 첼시 선수들이 그냥 열어줬습니다. 어차피 받고나서 대응해도 충분하니까요. 아칸지는 왼쪽에선 횡패스, 백패스 머신일 뿐임)

 
 

(로드리가 볼을 잡으면 위치 상관 없이 일단 무조건 타이트하고 빨리, 깊게)

 
 

(참다참다 여기서 한 번 터지죠. 심판이 많이 관대한 편이었다고 보는데 첼시가 흐름을 잘 읽었습니다.)

 
 

(첼시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다 로드리를 놓쳤습니다. 잭슨이 가리키고 있는데 본인이 붙는 것도 아니고 아무도 안 붙고 있죠.)

 
 

(갤러거가 바로 뒤따라와서 바로 발을 넣죠. 이때 한 번 제끼는데 성공합니다. 무조건 바로 넣을 거 아니깐 로드리가 영리하게 대응한 거죠.)

 
 

(그러니까 아예 슬라이딩으로 들어가서 플레이를 끊어버리죠. 로드리랑 데 브라이너만 잡으면 패스 속도가 아예 안 붙으니 첼시 선수들이 기를 쓰고 잡으러 다닌 겁니다.)

 
 

(베르나르도 실바 투입 전까지 시티의 공격 방향 비율을 나타낸 맵입니다. 아칸지가 왼쪽이 안 되고 알바레즈가 로드리의 짝으로서 플레이 메이킹이 안 되면서 로드리의 위치가 고정되어 버리니 볼이 절반 가까이 왼쪽으로만 갔죠.)

 
 

(베르나르도 실바 투입 후 로드리를 오른쪽으로 보내고 여차하면 프리롤로 풀어버리면서 좌우 전개가 훨씬 나아졌습니다. 그래서 첼시도 찰로바를 넣어 중앙을 더 좁혀버렸죠.)

 
 

(좌 - 베르나르도 실바 투입 전 로드리 히트맵, 우 - 베르나르도 실바 투입 후 로드리 히트맵. 명확한 차이가 드러났죠.)

 
 
 

(도쿠는 스텝만 따라가면 막기 쉽죠. 매우 직선적인 드리블을 하는 선수인데 속지만 않으면 당할 수가 없음. 이제 다 까발려졌는데 과연 어떻게 발전할 지가 관건이겠죠.)

 
 
 
도쿠는 위의 그림에서도 덧붙여놨듯이 스텝이 너무 뻔해서 읽히는 게 문제인 거임. 직선적으로 드리블을 치는데 (보면 볼수록 직선적인 선수임) 스텝은 짧은 보폭으로만 밟고 페이크나 속도로만 속이려 하니 굳이 견제할 필요도 없이 길목을 막거나 원온원 과정에서도 볼이랑 도쿠의 다리만 안 놓치면 안 당하는 거죠.




수비 스킬이 좋거나 속도에서 안 지는 선수들한테는 다 역으로 당하는 게 이게 다 읽혀서 그런 거임. 그럼에도 교체를 안 한 건 다른 선수들이 들어왔음 더 고전했을 거라고 본 거겠죠. 저도 보면서 딱히 불만은 없었음.




오히려 베르나르도 실바가 벤치에 있는데 그럼 부상이 타박상 정도나 통증이 가시지 않는 정도였단 소린데 쓸 거였음 승부수를 빨리 던졌어야 하지 않나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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