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바르셀로나 이야기

by 다스다스 2024. 2. 16.

 
 
 
요즘 가끔 드는 생각은 마드리드와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게 이 시기랑 좀 비슷함. 00년대 초반. 단순히 성적만 얘기하는 게 아니니까 뭐 그 부분은 오해 안 하셨음 하구요.




당시 바르셀로나는 마요르카와 베티스에서 커리어를 보낸 이후 더 높은 단계로 가지 않고 그냥 꼬맹이들을 가르치던 세라 페레르란 감독을 반 할의 후임으로 내세웠다가 입지가 탄탄한 선수 (히바우두의 중앙화) 의 요구 사항까지 다 들어주는 호구 짓을 한 덕에 팀이 그대로 고꾸라지는 일을 겪죠.




그것도 모자라서 이 시즌을 비롯 3년 동안 대부분의 영입 경쟁에서 마드리드를 포함한 나머지 팀들에게 밀리면서 입지가 줄어들기 시작했죠. 피구만 뺏긴 게 아니라 당시 일어나던 대형 이적들에서 바르셀로나는 명함도 못 내밀고 다른 팀들한테 다 밀렸음.




그나마 건진 게 오베르마스뿐인데 얜 보기 좋게 1년 깔짝 밥값 하나 마나 근처에서 놀다가 보다 보면 없어져 있는 그런 선수가 돼버림.
 
 

(명과 암을 다 보여주는 두 인물. 바르셀로나의 90년대 후반과 00년대 초반은 따지고 보면 이 두 명이 가장 중요했다.)

 
 
가스파르트가 무리하게 유망주들을 남미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쓸어온 것도 결국 그들보다 더 좋은 선수들은 당시 바르셀로나 행을 기피했다는 게 꽤 컸음.




바르셀로나는 분명히 돈을 많이 쓰고 있었고 선수들 연봉 주는 것도 지금처럼 잡음이 나오던 시기가 아님에도 막상 영입들이 그런 식으로 이뤄진 건 이런 이유 때문.




바르셀로나의 오렌지들은 타이틀을 많이 따지도 못했고 챔스 우승도 없는 인물들이 대부분임에도 그들이 대부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건 이 힘든 시기에 바르셀로나가 최고야 (클루이베르트는 떠나고 나서도 이러고 다님) 라고 외치면서 대부분 팀을 떠날 때도 팀을 배려하고. 누군가는 팀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욕이란 욕은 다 먹어가며 남아있었기 때문.




데 용에게 그들이 보이는 건 과연 사이클이 얻어걸려서 생긴 우연일까. 모든 오렌지들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연일까.
 
 
 
 
루쵸가 카탈란도 아니고 오히려 히혼 출신에 마드리드에서 5년을 뛰다 온 선수임에도 그만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선수 시절엔 이후 욕도 서슴지 않던 에투보다 더한 안티 마드리디스타였고 (루쵸는 에투처럼 증오심과 날것의 언변이 합쳐진 선수는 아니었음)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것과 자신을 배신자라 하면서 욕하는 관중들밖에 없는 베르나베우에서 바르셀로나 선수로서 뛰는 걸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선수여서였고.
 
 
 
 
당시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와 비교했을 때는 물론. 어떤 팀들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택지였음. 이름값 있고 스타들이 많은 팀이었지만 그건 반대로 우승과 그만큼 가까웠단 소리였고 실제로 03-04 후반기에 꼬라박기 전까지 마드리드는 성적으로 증명했으니까요. 그렇다면 왜 바르셀로나를 기피했을까.
 
 
 
 
바르셀로나는 크루이프란 감독을 거친 이후 완전하게 모든 카테고리에서 이질적인 면모를 갖춘 팀이었음. 이후 반 할을 거치면서 더더욱 훈련 방식이 극단적으로 바뀌어 있던 팀.




단순히 볼과 사람의 관점에만 맞춘 게 아니라 선수들의 기술 향상도 반복적이고 강압적인 당시의 분위기와 다르게 이해에 초점을 맞춘 방식이었습니다. 내외적인 변수 대응을 바라보는 관점도 당시 대다수의 클럽들과 많이 다른 클럽이었구요.
 
 

 
게다가 당시 시대 흐름은 모든 훈련에 볼이 껴있는 게 아니었고 체력 훈련의 개념도 지금처럼 볼과 연계하고 필드와 연계하는 방식이 드물었던 시대였죠. 바르셀로나는 그때도 모든 것에 볼이 껴있었고 훈련 강도도 기술적으로 높았지. 체력적, 신체적인 강도가 높은 훈련은 없었다고 알려져 있음.




가끔씩 퍼지던 스카우팅 리포트들이 있었는데 그때 바르셀로나의 스카우터들이 중점적으로 보던 것도 신체를 바탕으로 기술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활용하냐가 제일 컸음. 그래서 반 할이 신체적으론 이미 완성되어 있고 기술적으로도 연계가 잘 되어서 나머지 향상시키면 되는 오렌지들을 선호했죠. 자기나 다른 네덜란드 감독들이 다 가르쳐놨고. 남은 건 경험뿐이니까.
 
 
 
 
기술적인 부분보다 그냥 몸 자체를 어떻게 쓰냐를 더 많이 보던 시대 흐름과도 바르셀로나는 분명히 다른 노선을 타는 팀이었죠.




그나마 쁘띠 정도가 당시 트렌드에 맞는 영입이었다고 보는데 쁘띠는 바르셀로나 적응을 못한 게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외적인 요인들이 합쳐져서 못한 케이스.




반 할 마지막 시즌에 네덜란드-스페인-나머지 파벌 논란이 엄청 시끄러웠는데 그게 반 할 나가고도 그대로 있었다는 걸 까버린 인물이 바로 얘.




결국 바르셀로나는 파벌 논란을 2차례 맞으며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죠. 쁘띠도 오자마자 어느 파벌에도 적응을 못하고 그걸 까버려서 내외적으로 찍혀서 바르셀로나에서 1시즌만 뛰고 떠나버림. 떠나고 나서도 10년도 넘게 자신의 커리어는 이 1년으로 인해 망했다며 바르셀로나를 간 것을 후회하고 이들을 저주하고 싫어했음.
 
 
 

그러다 보니 크루이프 이후 팀에 들어왔다 나가는 선수들 중 망하는 대표적인 루트가 이런 이질적인 훈련 방식에 적응을 못해 떠나고 (또는 적응할 즈음 막상 필드에선 증명을 못해 떠나고) 다시 당시 유행하던 방식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난이도를 견디지 못하고 리듬이 무너지고 부상이 잦아지면서 망하는 게 대부분이었음.




클루이베르트도 바르셀로나 나가자마자 본인의 게으름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몸이 망가졌고. 이전으로 가도 코드로, 피찌부터 해서 팀을 떠났던 수많은 선수들이 이렇게 망하고 자신의 이름값 대비 처참한 말년을 보냈죠. 유망주들도 망하면 대부분 이 루트였음.





현재의 바르셀로나는 신기하게도 이때처럼 몇몇 선수들이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켜주고 또 이때보단 운이 좋아서 또 다른 몇몇 선수들이 팀 내 핵심이나 스쿼드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그럼에도 외부에서 조언자들이나 에이전트들이 덥석 바르셀로나 행을 추진하지 않는 건 단순히 바르셀로나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본인 선수의 커리어가 상대적으로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임.




트레이닝론이 많이 정형화됐지만 바르셀로나는 여전히 다른 팀들과는 이질적인 면모들을 분명히 많이 갖추고 있고 그게 선수들에게도 잘 드러나기 때문. 여전히 바르셀로나는 볼이 어떻게 굴러가는 지를 모르면 성공을 못함.




이건 선수 구성이 극단적으로 바뀌거나 전술적 중심이 신체 능력에 많이 의존하는 선수거나 아니면 감독이 바르셀로나의 관념을 일정 수준 이상 포기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거임.




챠비가 올 때부터 바르셀로나와 비슷한 환경이나 펩을 비롯한 펩 따라쟁이들의 영향력을 받고 배운 선수들을 선호한 것도 본인이 그걸 가르칠 시간도 없고 그런 코칭스태프들은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봅니다.




저 바탕이 깔린 선수들 중에서도 완성된 선수들이나 베테랑 선수들을 강하게 원했던 것도 현재 성장하고 있는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올바른 방향으로 크려면 외부에서 확실하고 검증된 선수가 와서 전력 유지와 상승이 꾸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걸 어필했을 거라고 보구요.




무엇보다 레반도프스키가 유일하게 안정적인 선택지를 걷어차고 바르셀로나 도전을 외친 전술적 중심이 되어줄 선수였으니 챠비 입장에선 외부 영입이 더더욱 확실한 선수들로 이뤄져야 잘할 수 있다는 걸 여러 방면으로 표현했겠죠.




이건 그가 감독직을 잘하냐 못하냐를 떠나 선수 시절에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고 봅니다.




데코가 유망주들을 찾는 건 과거의 실패를 그대로 따라하는 느낌이 들어서 싫긴 하지만 제한적인 상황에서 최고의 선수들은 바르셀로나로 오지 않는다를 보여주는 것도 맞겠죠.




어쩔 수 없는 거임. 애매한 선수들 살 바엔 유망주를 사는 게 또 맞으니까. 바르셀로나 위상이 그때하고 비교도 안 되니 이건 더더욱 타당한 선택으로 비칠 수도 있겠죠.




근데 전 여기서 그가 단장으로서 바르셀로나 관념 안에서 팀을 바라본다는 인상은 한 번도 받지 못했음. 아마 챠비와 부딪힌 부분도 챠비는 바르셀로나 관념 말고는 모르는 사람이고 데코는 사실 따지고 보면 정반대의 사람이니 부딪혔던 적도 있을 거라 생각하구요.




공격적인 방향성의 감독이 와야 한다는 큰 틀에서 당연한 얘기겠지만 바르셀로나의 성공은 그것보다 더 상위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래서 늘 감독이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 거고. 전 그러기 위해선 챠비보다 데코가 먼저 나가야 한다고 봤던 거뿐.




챠비는 분명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팀의 현실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건 데코보다 몇 배는 낫다 생각함. 챠비가 돌팔이면 데코는 그냥 안아키 같달까.




음바페가 마드리드 행을 확정 짓는다면 아마 바르셀로나 현지 팬들의 반응이 어떤 식으로든 지금보다 더 뚜렷하게 나타날 거라 생각하는데 그래서 데 용 갖고 더 흔드는 것도 있겠죠. 팀을 어떤 식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변화를 주려면 돈이 되는 선수를 내보내는 게 우선일 테니.




바르셀로나는 늘 그래왔음. 하다 하다 돈이 없어서 마시아 꼬맹이들도 갖다 팔아서 멘디에타 임대료 구하고 리켈메 이적료 분할로 내던 팀인데요. 아르테타가 바르셀로나와 연이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이 돈장난에 놀아난 꼬맹이 중 한 명이어서임.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기한 사람  (36) 2024.02.19
만체스터 시리 6  (30) 2024.02.18
빠리 쌩제르망 4  (31) 2024.02.15
너무  (16) 2024.02.15
명의의 처방전  (10) 2024.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