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불치병 6

by 다스다스 2024. 2. 12.

 

챠비가 성장을 매우 더디게 하는 문제점 중 하나가 상대의 전력이 약하면 약할수록 얕보는 거임.




저번 시즌부터 이 문제는 계속 동일하게 보이고 있는데 공격적인 방향성의 팀들이 틀을 갖췄을 때 상대를 신경 쓰지 않고 장점 살리기에 몰두해야 한다고 하는 건 상대가 보통 이 과정 속에서 어떤 디테일 하나를 노려서 공략하려고 들기 때문에 그것을 상쇄할만한 장점 살리기를 하면 당할 일이 없기 때문.




챠비의 바르셀로나는 기계적이다. 라는 게 아예 존재하지 않음. 대부분의 과정은 선수들의 재능, 자유에 맡겨져 있고 후방에서 전방까지 가는 과정이 어떤 하나의 틀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큰 그림으로만 짜여 있죠.




굳이 세세하게 따지자면 결국 틀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거임. 하프 라인을 넘어가는 방식이 결국 개개인의 능력에 달린 문제가 되어버리니까요.




플레이 메이킹을 시작할 때도 귄도간, 페드리, 데 용 등이 방향을 확실히 정해주지 않거나 쿤데처럼 적극적으로 보조해주러 올라오는 선수들이 없으면 포워드들한테 볼이 가는 것도 극복해야 할 문제가 될 정도임.




결국 누구누구가 없으면 기복의 폭이 상대적으로 더 심하고 문제가 심화되곤 하죠. 이건 선수빨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감독이 필드를 바라보고 접근하고 구분하고 대응하는 등과 같은 방식의 문제임.




같은 선수들로도 하프 라인을 어떻게 넘어갈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더 깊게 이뤄지고 선수들을 이해시킬 수 있다면 이것보다 더 잘할 거라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홈 경기만 되면, 상대적 약팀만 만나면 포커스가 어떻게 전개를 해야 할지 그리고 상대의 수비 벽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만 생각하고 있으니까 상대가 그 예상외의 대응책들을 들고 오면 손도 못 쓰고 당하는 겁니다.




챠비가 저번 시즌부터 행하고 있는 이 접근 방식은 팀이 어느 정도 완성됐을 때. 그리고 상대의 대응책이 어느 정도 고정됐을 때. 의미가 있는 거지. 지금처럼 가변성이 떨어지고 특히 안 풀릴 때 야말 쪽으로만 볼이 가는 팀의 좌우 불균형을 생각해 보면 챠비는 이 부분에서 계속 같은 실수를 하고 있는 거임.


(바르셀로나는 하프 라인을 넘어갈 때 중앙을 거의 쓰지 않는 팀임. 일단 간격 유지를 거의 하지 않고 미드필드들이 알아서 메우는 쪽에 가깝고 속도를 매우 중요시 하기에 이 바르셀로나의 1원칙을 아는 팀들은 일단 측면 제어부터 시작함. 왼발 잡이인 이니고가 왼쪽에서 볼을 잡고 있으니 중앙의 선수가 왼쪽을 가리키죠.)

 
 

(바르셀로나가 왼쪽으로 갈 거라면 선택지는 칸셀로나 페드리니 칸셀로한테 볼이 가자마자 바로 붙어버림)

 
 

(이제 오른쪽으로 볼이 도니 오른쪽을 가리키면서 선수들이 야말에게 빠르게 패스가 들어가지 못하게 쿤데의 공간을 좁히러 가고 있음)

 
 

(쿠바르시가 읽고 쿤데가 아니라 슈테겐한테 줘버림. 이제 좌우가 읽힌 바르셀로나는 보통 여기서 데 용한테 이것을 메우게 하는데 그라나다 선수들 역시 이 순서를 다 간파하고 있음)

 
 

(바로 따라붙고 중앙을 좁혀버리니 결국 볼은 다시 뒤로 옴. 크리스텐센이 여기서 사실상 아무런 쓸모가 없음. 움직이면서 볼을 받는 것도 아니고 자리를 재빠르게 빨리 잡고 볼을 빨리 빼내는 것도 아니니까. 로메우보다 실책을 덜한다 그거 뿐임.)

 
 

(결국 쿠바르시가 갇힐 것 같으니 뻥 차버림. 페냐-아라우호를 잡아먹던 방식과 유사한데 이게 슈테겐-쿠바르시한테도 나타났음. 과연 누구 문제일까.)

 
 

(다른 장면을 봐도 바르셀로나의 1원칙은 측면 공간을 찾으면서 가능하다면 우측면의 야말한테 볼이 빨리 가게 만드는 거임)

 
 

(필요하면 레반도프스키까지 좌우에 끼면서 어떻게든 수비수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좁은 공간에서 밀도 높은 수비가 이뤄지는 걸 방지하려 하지만 이제 상대 팀들이 2년째 겪다보니 익숙해졌다는 게 문제)

 
 

(이렇게 상대가 측면에서 재빠르게 대응하면 줄 곳이 없어짐)

 
 

(볼이 다시 뒤로 돌면서 왼쪽으로 갈 것 같으니 프리맨에 가까운 상황에 놓여져 있는 페드리 쪽에 한 명이 붙을 준비를 하고 있음)

 
 

(페드리한테 붙으면서 3명이 측면 공간에서 3대2 구도를 만들어 가둬버림. 이니고도 크리스텐센과 마찬가지로 움직이면서 패스를 하지도 않고 할 줄도 모르니 사실상 없는 선수나 마찬가지)

 
 

(다시 뒤로 돌았음)

 
 

(크리스텐센 피보테의 단점 중 하나가 여기서 나옴. 연쇄적으로 상호 작용이 일어나 위치 변화가 일어나면 그 상황에서 자기 자리를 빨리 인지를 못하고 이렇게 포지셔닝이 붕 떠버림)

 
 

(결국 페드리가 먼저 상황을 읽고 일시적으로 이 자리를 메워버림)

 
 

(중앙 전개의 의도를 가져도 바르셀로나는 양 방향 패싱을 행하는 두 명만 잡으면 끝임. 수비수들 중 가변성 있는 자원은 쿤데 한 명이니 위치 변화도 없고 귄도간과 페드리만 잡으면 그냥 끝. 하프 라인 아래에서 롱패스는 갈겨봤자 야말한테 2~4명을 제끼라는 소리기에 시도하지 않는 게 맞으니 여기서 또 막히는 거임)

 
 

(바르셀로나가 느리다는 건 선수들이 느린 것보다 이렇게 볼이 도는 속도가 느린 거임. 여기서 막혀서 측면 공간을 못 찾으면 패스 속도가 전혀 붙지 않으니 패스 워크라는 게 없음. 귄도간이 어떻게든 돌려서 달라 해봤자 그렇게 되지가 않음)

 
 

(또 비슷한 장면)

 



게다가 이 문제는 팀의 템포 문제도 가속화 시키고 상대가 여기서 바르셀로나를 죽이는 아주 효과적인 대응책을 들고 오고 있음.




바르셀로나는 1대0이 되든 2대0 되든 볼을 길게 소유하거나 볼을 갖고 움직이는 온 더 볼을 행할 때도 볼을 오래 갖고 있는 선수가 없음.




야말은 가끔씩 드리블 과정이 긴 거지. 본인이 볼 소유를 오래, 계속 가져가기보단 최대한 상황을 읽고 다양한 선택지를 가져가고 활용하려는 드리블러에 가깝고 페드리는 지금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플레이를 간결하고 빠르고 작게 가져가고 있죠.




그러다 보니 바르셀로나는 스코어 차이가 얼마 나지 않고 상대의 대응책이 먹혀들면 조급해지는 거임. 여기서 상대는 일부러 거칠게 들어옵니다.




볼과 아무 상관 없는 지점에서도 괜히 선수들이 몸을 툭툭치고 시비를 걸고 경합 자체도 이미 볼은 떠나갔는 데도 일부러 더 타이트하게 붙어서 경기 양상을 거칠게 만드는 거임. 이건 오늘 그라나다만 그러는 게 아니라 리가 하위권 팀들이 다 이러죠. 심판 성향까지 관대해지면 현 바르셀로나는 이거에 아예 힘을 못 써버림.




이게 나쁜 걸까요? 아뇨. 제가 상대 팀 감독이어도 이렇게 지시할 겁니다. 이러면 알아서 자기들이 꼬여서 조급해져서 실수하니까요. 오늘 경기는 그냥 대놓고 시비 거는 게 이 장면부터 해서 눈에 보였죠.

 

(저 동그라미 친 선수가 갑자기 데 용 쪽으로 옵니다. 스로인 대응을 하러 오는 건데 여기서 의도가 명백하게 보입니다.)

 
 

(갑자기 그냥 툭툭 치면서 말을 걸죠.)

 
 

(데 용한테 주든 안 주든 일단 무조건 타이트하게 붙어서 귀찮게 합니다. 주심이 아무 소리도 안 하죠.)

 
 

(결국 데 용이 계속 과할 정도로 들러붙어서 치니까 열받아서 되받아치죠.)

 
 

(이러자 바로 데 용이 자기한테 파울한 거 아니냐며 주심을 보죠. 아직도 스로인도 못 던졌습니다.)

 
 

(경기 진행 중에 주심이 둘한테 뭐라 얘기합니다.)

 
 

(데 용한테 저러기 전에도 계속 이렇게 깐족거리다가 여기서 주심 바로 앞에서 거칠게 들어가는 게 잡혀서 카드 먹죠.)

 


실점 장면들도 이런 조급함이 가속화 되니까 선수들이 일단 막아야 하고 볼이 위험 지점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에만 포커스를 맞추니까 선수들을 다 놓쳐 버립니다.

 

(바르셀로나의 조급함은 실점 장면들에서 더 극대화 됩니다. 여기서도 주고 들어가는데 아무도 신경 안 쓰다 당하고)

 
 

(여기서도 측면 전개를 허용하면 하프 라인 전후 지점이 뻥 뚫리니 그건 내주면 안 된다는 판단이 들어가서 압박을 하는데 또 간헐적 압박이 이뤄지죠.)

 
 

(어떻게든 볼이 굴러가는 것부터 막아야 하니 볼을 가진 선수한테만 대응을 하지. 그 다음이 없습니다.)

 
 

(계속 그대로 다 내주죠.)

 
 

(이제 이때부터 바르셀로나는 더 급해지기 시작하는 거죠. 선수들이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챠비가 선수들에게 주문을 이상하게 하고, 이해를 안 시키니까 수비가 이렇게 이뤄지는 겁니다.)

 
 
 

몇몇 선수들 얘기만 하고 마무리하면




레반도프스키는 신체적 하락이 온 게 맞는 듯. 히트 포인트가 어긋나다가 어느 순간 다시 잘 맞길래 그냥 일시적인가 보다 했는데 다시 또 그러는 것도 모자라서 이젠 몸의 반응이 조금씩 느려지는 게 눈에 너무 보이는데요. (원투 터치로 할만한 것도 안 돼서 자꾸 터치가 길어지는 와중에 발은 느리게 나가니 볼을 잃음)




90분 소화가 버거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체력적인 한계가 뚜렷하게 온 것 같고 몸의 리듬도 이전하고는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란 예상이 꽤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뭐 사실 올 때부터 2년 정도만 생각하고 있긴 했는데 저번 시즌에 챠비가 말도 안 되는 전술적 요구를 했을 때부터 감안했어야 하는 문제긴 했습니다.




솔직히 레반도프스키는 챠비가 95% 이상 하락세를 이끈 거나 다름 없음. 반등해도 그건 챠비를 벗어난 일시적 해방 정도일 듯. 지금 축구가 주는 체력 소모, 피로 등이 과한 건 맞지만 벗어난다고 한 시즌 정도 더 걱정 없이 버텨줄 거란 기대를 하긴 좀 무리가 있음.




야말은 계속 선발로 쓸 게 아니면 쓰지 말라고 했던 걸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보고. 경기를 뛸 때마다 계속 향상되고 있는 건 사실 골을 넣고 드리블을 잘 치고 이런 것보다 상대 선수의 이동 방향을 예측하고 그것을 재빠르게 대처하고 이용하는 부분이라고 보는 게 맞겠죠. 킥이 부각되는 것도 이게 제일 크다 생각하구요.




주변 동료들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면 사실 더 성장세를 크게 치고 나가기 좋은 환경일 거라고 보는데 아마 그래서 챠비도 페란을 써버릇하고 호키를 교체로 쓰고 그러는 거긴 한데 역부족인 건 사실이고.




안 풀릴 때마다 오른쪽으로 볼이 다 쏠리거나 어떻게든 오른쪽으로 볼을 집어넣으려는 의도가 눈에 띄는데 이건 확실히 보기 좋지 않음. 이기든 지든 상관 없이 의존증이 높은 현상을 감독이 장려하고 지시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오늘 이겼어도 하피냐 투입 후 보인 모습은 비판받아야 마땅한 전술적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크리스텐센은 기용 의도가 제대로 이뤄진 장면보다 뭐하는지 모르겠는 장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니 명백한 전술적 실책임. 애초에 센터백 뛸 때도 움직이면서 뛰는 선수가 아니라 자리를 잡고 대응하는 선수인데 데 용 짝으로 둬놓고 페드리까지 이어서 상호 작용은 상호 작용대로 시키고 오른쪽 패싱까지 맡겨버리는 건 너무 과도한 임무.




못했고 쓸모없었지만 선수의 문제보단 감독의 접근 방식의 문제를 우선시 두는 게 맞을 듯함. 교체 카드가 없어서 바로 못 뺀 거 같은데 페르민하고 결국 바꿀 거였음 빨리 바꾸는 게 맞았음. 물론 페르민도 딱히 모르겠지만 그래도.




쿠바르시도 오늘은 역할 자체가 과했음. 공중볼 경합은 사이즈의 문제가 당연히 없을 순 없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나 예측의 영역도 들어가는데 이런 건 경험이 쌓여야 함. 불확실한 볼에 대응하고 박스에서 수비하는 건 오로지 사이즈를 바탕으로 한 문제는 아님.




게다가 수비수 본연의 면모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제 몫을 하는 현 바르셀로나의 수비 구조상 적절한 위치에 볼을 내보내는 것도 중앙에 서서 좌우를 다 맡기고 수비까지 잘하라는 건 10대 소년에겐 과한 역할임. 됐으면 챠비가 오늘 경기가 아니라 진작에 그렇게 썼음.




결국 후반전에 어느 정도 우려를 하고 데 용을 좌측 센터백으로 일시적으로 기능하게 만들어 이니고와 쿠바르시의 부담을 덜어주려 했는데 막상 수비할 땐 데 용이나 다른 선수들이 늘 주변에 있을 수 없고. 무엇보다 상대가 박스로 어떻게든 집어넣을 땐 센터백들이 해줘야 하는 게 훨씬 큰 건 맞으니까요.




결국 실점을 한 것도 맞지만 딱히 문제 삼을 필요 없다 생각함. 이니고도 마찬가지임.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무  (16) 2024.02.15
명의의 처방전  (10) 2024.02.14
만체스터 시리 5  (14) 2024.02.11
찍먹  (33) 2024.02.11
숏숏  (12) 202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