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찍먹

by 다스다스 2024. 2. 11.

 
 
일단 두 팀 다 사전 배경도 별로 없고 특히 레버쿠젠은 아예 처음 보는 거임. 그래서 처음 보는 선수들도 많고 그리말도처럼 몇 년 만에 보는 선수도 있고. 그냥 올 시즌 분데스리가 경기 중 제일 재밌는 경기가 될 것 같다길래 본 거뿐이고 자세하게 쓰기엔 아예 처음 보는 거라 간단한 감상평 정도가 될 듯함. 말 그대로 찍먹임.
 
 
 

 
- 바이에른 뮌헨
 
 
 

쓰리백이 세 명의 센터백을 둬서 좌우를 지원하고 안정적인 전진을 도모하고 패스 루트의 다변화를 추구하는 전술전략이라는 건 사실 고정관념에 가깝고 어떻게 쓰냐의 문제라고 보는데요.
 
 
 
 
오늘 투헬이 보여준 쓰리백은 사실상 예전에 공격에 미친 감독들이 자주 쓰던 쓰리백에 가까운 센터백들을 플레이 메이킹의 시발점으로 쓰는 공격적인 쓰리백에 가까웠다고 보구요.




좌우에 서는 센터백들이 하프 라인을 넘어가는 핵심이 되고 (가능하면 우파메카노) 중앙에 서는 센터백은 일시적으로 윙포워드가 되는 선수들을 지원해 주는 형태의 대각선 패스나 롱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갔죠.
 
 

 
이 3명이 이런 역할을 가져가면서 맨 윗선의 쓰리톱에겐 잦은 위치 변화를 요구했다는 건데 미드필드 2명, 좌우에 서는 풀백들이 가변성을 갖고 빨리빨리 움직여서 이 6명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보는 게 옳겠죠.
 
 

(미드필드 두 명은 최대한 다이어 주변에서 미스를 최소화하게끔 보조 해주면서 김민재-우파메카노는 최대한 터치 라인으로 빠져 하프 라인을 넘어가는데 기여하면서 넓은 범위를 커버하고 보이와 마즈라위는 일시적인 윙포워드 겸 포워드들의 위치 변화를 인지해 상호 작용을 이행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볼 수 있겠죠.)

 
 

(김민재가 빈 공간을 보고 달라 합니다. 보통 사네 위주로 돌리고 레버쿠젠도 그리말도 쪽이 거의 주된 공격 루트인 거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레버쿠젠이 뮌헨의 우측을 의식을 많이 했죠. 뮌헨도 웬만하면 우파메카노 위주로 돌린 것도 그래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구요.)

 
 

(여기서도 우파메카노가 아직 빠지지 못하니까 손짓을 하죠. 그러고 완전히 빠지면서 고레츠카가 패스를 넣어줍니다.)

 
 

(계속 사네 위치를 의식하고 좌우로 이렇게 전개를 하려고 하니까 레버쿠젠이 웬만하면 의도를 다 읽고 쉽게 대응했음)

 
 

(여기서도 우파메카노가 상대적으로 더 터치 라인으로 빠져있고 사네가 또 오른쪽 부근에 있으니까 레버쿠젠 수비 대형 자체가 살짝 한쪽으로 쏠려있죠. 이럴 때마다 김민재가 최대한 빨리 간격을 메워주면서 전개를 도왔는데 여의치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보면서 든 생각은 옛날 투헬의 실책을 보는 느낌이었음. 마치 솔샤르 맨유한테 지던 파리 시절 투헬 느낌이랄까.




본인이 저지르고 있는 전술전략적 실책이 어디서 오는지를 아예 모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일단 무지막지한 가변성을 필드 전체에서 요구하기 때문에 상대의 수준 여부와 상관 없이 난이도 자체가 너무 높고 복잡함.




사실 공격적인 쓰리백은 그거 자체로 난이도가 높은데 여기서 가변성이 더해지면 선수들이 필드 위에서 해야 하는 역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더 힘들 수밖에 없음. 그로 인해 김민재나 우파메카노 같이 넓은 범위 커버에 지장이 없고 그것을 이행하는 선수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위치 변화에 따라 역할은 물론 커버 범위도 제각각이 되어버렸죠.
 
 
 
 
선수들이 중간중간 집중력을 잃는 모습이나 위치가 겹쳐 보이거나 지나칠 정도로 잦은 위치 변화를 가져가는 게 투헬이 선수들에게 너무 무리한 주문을 한 증거였다고 생각하구요. 파리 때 이러다가 맨유한테 당한 이후로 이런 짓은 그만둔 줄 알았는데 뮌헨에서 다시 예전의 실책을 하는 이유가 뭔가 궁금하긴 하네요.
 
 
 
 
 
- 레버쿠젠
 
 
 

일단 여기는 모두가 부품처럼 뛰고 동료들을 위해 뛰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루즈볼이나 세컨볼에 대한 적극성은 물론 모든 면에서 선수들의 마인드가 잘 갖춰져 있다는 건 이 한 경기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카가 최대한 왼쪽을 보기 편한 포지셔닝을 하면서 비르츠 그리고 순간적으로 또 한 명의 미드필드가 되어 기능하는 그리말도를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느낌이었는데 오늘만 그런 건지 평소에도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개개인이 필요시에 이행하는 맨투맨 과정에서 자기 마크맨을 놓치지 않으면서 볼을 계속 보고 있다가 볼이 굴러가는 방향에 맞춰서 대형을 과감하게 바꿔버린다는 건데 이거에 뮌헨이 아무것도 못했음.




선수들 체력 훈련을 어떻게 하나 궁금할 정도인데 이 경기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경기에서 이게 성실하고 제대로 잘 굴러가고 있는 거라면 마드리드나 뮌헨, 리버풀 기술진들이 알론소 얘기를 하는 게 그럴만하다 싶기도 하네요.
 
 

(일시적으로 지역 방어와 맨투맨의 혼합이 일어날 때 서로 자기 마크맨을 가리키면서 위치를 벗어납니다.)

 
 

(그러고 포백으로 최후방 대형은 바뀌면서 측면 공간에서 우위를 점하고 뮌헨의 패스 루트를 차단해버리죠.)

 
 

(여의치 않아 볼을 횡으로 돌려버리니 레버쿠젠 선수들 전원이 볼을 보고 움직이다가 왼쪽으로 갈 것 같으니 이번엔 탑소바가 살짝 튀어나와서 무시알라한테 맨투맨으로 붙으면서 일시적으로 5백 대형을 벗어나죠.)

 
 

(그대로 볼이 좌측으로 넘어가지 않고 멈춰버리니 다시 5백 대형을 만들고 완전한 지역 방어 형태로 돌아가죠.)

 
 

(이건 그리말도 골 장면 이전 장면인데 이전부터 계속 레버쿠젠 선수들의 루즈볼, 세컨볼 싸움에서의 적극성이 너무 눈에 들어왔는데 기어이 여기서 일이 터졌죠.)

 
 

(그리말도한테 볼이 가자마자 속도 조절을 하면서 올라오던 인카피에가 갑자기 전속력으로 측면 공간을 파줍니다. 그리말도에게 선택지를 주면서 마즈라위를 끌어내려는 거죠.)

 
 

(그리말도는 여기서 텔라가 프리맨으로 있는 거까지 파악하죠.)

 
 

(주고 바로 공간을 파면서 달라고 하는데 파블로비치는 길목을 막아야 한다 하고 김민재는 바로 붙으라고 얘기하면서 그대로 내주죠. 사실 여기서 경기 자체는 끝났다고 봅니다. 전반전에도 엄청 아슬아슬 했으니까요.)

 
 
비르츠는 발의 방향을 가리지 않으니 대부분의 각도에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확실히 눈에 들어오고 본인이 볼을 소유해야 할 때는 상대와의 경합을 꺼리지 않으면서 플레이를 끝내지 않고 그렇지 않을 때는 최대한 원투 터치 안에 볼을 내주는 것 역시 눈에 띄었는데 뭐 한 경기고 다음에 또 볼지 안 볼지는 모르니 제 코멘트에 의의를 두실 필요는 없어 보임.
 
 
 
 
그리말도는 사실상 미드필드처럼 쓰던데 반대로 풀백으로선 최종 수비 과정이나 협력 수비 외에는 거의 모습을 안 보이는 거 보면 알론소가 그리말도의 기술적 장점들만 잘 뽑아서 쓰고 있는 것 같음. 다른 팀들에게 인기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요. 그럴 거면 사실 더 경합에 능하고 다양성 있는 미드필드를 보강하는 게 맞았겠죠.





제일 재밌는 경기가 될 것 같다해서 본 건데 레버쿠젠이 그냥 가지고 논 경기라 봐도 무방해서 아쉽긴 했음. 추아메니 센터백이나 볼 걸이란 생각이 들긴 했네요.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치병 6  (36) 2024.02.12
만체스터 시리 5  (14) 2024.02.11
숏숏  (12) 2024.02.11
잡담일 수도 아닐 수도  (39) 2024.02.07
만체스터 시리 4  (23) 2024.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