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두 팀 다 사전 배경도 별로 없고 특히 레버쿠젠은 아예 처음 보는 거임. 그래서 처음 보는 선수들도 많고 그리말도처럼 몇 년 만에 보는 선수도 있고. 그냥 올 시즌 분데스리가 경기 중 제일 재밌는 경기가 될 것 같다길래 본 거뿐이고 자세하게 쓰기엔 아예 처음 보는 거라 간단한 감상평 정도가 될 듯함. 말 그대로 찍먹임.
- 바이에른 뮌헨
쓰리백이 세 명의 센터백을 둬서 좌우를 지원하고 안정적인 전진을 도모하고 패스 루트의 다변화를 추구하는 전술전략이라는 건 사실 고정관념에 가깝고 어떻게 쓰냐의 문제라고 보는데요.
오늘 투헬이 보여준 쓰리백은 사실상 예전에 공격에 미친 감독들이 자주 쓰던 쓰리백에 가까운 센터백들을 플레이 메이킹의 시발점으로 쓰는 공격적인 쓰리백에 가까웠다고 보구요.
좌우에 서는 센터백들이 하프 라인을 넘어가는 핵심이 되고 (가능하면 우파메카노) 중앙에 서는 센터백은 일시적으로 윙포워드가 되는 선수들을 지원해 주는 형태의 대각선 패스나 롱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갔죠.
이 3명이 이런 역할을 가져가면서 맨 윗선의 쓰리톱에겐 잦은 위치 변화를 요구했다는 건데 미드필드 2명, 좌우에 서는 풀백들이 가변성을 갖고 빨리빨리 움직여서 이 6명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보는 게 옳겠죠.
개인적으로 보면서 든 생각은 옛날 투헬의 실책을 보는 느낌이었음. 마치 솔샤르 맨유한테 지던 파리 시절 투헬 느낌이랄까.
본인이 저지르고 있는 전술전략적 실책이 어디서 오는지를 아예 모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일단 무지막지한 가변성을 필드 전체에서 요구하기 때문에 상대의 수준 여부와 상관 없이 난이도 자체가 너무 높고 복잡함.
사실 공격적인 쓰리백은 그거 자체로 난이도가 높은데 여기서 가변성이 더해지면 선수들이 필드 위에서 해야 하는 역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더 힘들 수밖에 없음. 그로 인해 김민재나 우파메카노 같이 넓은 범위 커버에 지장이 없고 그것을 이행하는 선수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위치 변화에 따라 역할은 물론 커버 범위도 제각각이 되어버렸죠.
선수들이 중간중간 집중력을 잃는 모습이나 위치가 겹쳐 보이거나 지나칠 정도로 잦은 위치 변화를 가져가는 게 투헬이 선수들에게 너무 무리한 주문을 한 증거였다고 생각하구요. 파리 때 이러다가 맨유한테 당한 이후로 이런 짓은 그만둔 줄 알았는데 뮌헨에서 다시 예전의 실책을 하는 이유가 뭔가 궁금하긴 하네요.
- 레버쿠젠
일단 여기는 모두가 부품처럼 뛰고 동료들을 위해 뛰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루즈볼이나 세컨볼에 대한 적극성은 물론 모든 면에서 선수들의 마인드가 잘 갖춰져 있다는 건 이 한 경기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카가 최대한 왼쪽을 보기 편한 포지셔닝을 하면서 비르츠 그리고 순간적으로 또 한 명의 미드필드가 되어 기능하는 그리말도를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느낌이었는데 오늘만 그런 건지 평소에도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개개인이 필요시에 이행하는 맨투맨 과정에서 자기 마크맨을 놓치지 않으면서 볼을 계속 보고 있다가 볼이 굴러가는 방향에 맞춰서 대형을 과감하게 바꿔버린다는 건데 이거에 뮌헨이 아무것도 못했음.
선수들 체력 훈련을 어떻게 하나 궁금할 정도인데 이 경기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경기에서 이게 성실하고 제대로 잘 굴러가고 있는 거라면 마드리드나 뮌헨, 리버풀 기술진들이 알론소 얘기를 하는 게 그럴만하다 싶기도 하네요.
비르츠는 발의 방향을 가리지 않으니 대부분의 각도에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확실히 눈에 들어오고 본인이 볼을 소유해야 할 때는 상대와의 경합을 꺼리지 않으면서 플레이를 끝내지 않고 그렇지 않을 때는 최대한 원투 터치 안에 볼을 내주는 것 역시 눈에 띄었는데 뭐 한 경기고 다음에 또 볼지 안 볼지는 모르니 제 코멘트에 의의를 두실 필요는 없어 보임.
그리말도는 사실상 미드필드처럼 쓰던데 반대로 풀백으로선 최종 수비 과정이나 협력 수비 외에는 거의 모습을 안 보이는 거 보면 알론소가 그리말도의 기술적 장점들만 잘 뽑아서 쓰고 있는 것 같음. 다른 팀들에게 인기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요. 그럴 거면 사실 더 경합에 능하고 다양성 있는 미드필드를 보강하는 게 맞았겠죠.
제일 재밌는 경기가 될 것 같다해서 본 건데 레버쿠젠이 그냥 가지고 논 경기라 봐도 무방해서 아쉽긴 했음. 추아메니 센터백이나 볼 걸이란 생각이 들긴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