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는 처음에 얘기할 때 잔발과 짧은 보폭의 스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것을 바탕으로 본인의 플레이를 하는 선수 같다고 했었는데요.
드리블 칠 때 보면 상대가 스탠딩 수비 과정에서 발을 빨리 뻗게 만들어 빈 공간을 직선적으로 치고 나가는 걸 선호하는데 (박스 쪽으로 횡드리블을 치든, 엔드 라인으로 종드리블을 치든) 드리블 과정이 길어지면 터치의 연속에서 미스가 나는 것보다 순간적으로 스텝을 길게 밟거나 동작을 길게 가져가거나 아니면 보폭을 넓게 해서 동작을 바꾸거나 슈팅까지 제대로 가져가질 못하는 게 현재 드리블이 거의 읽힌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드리블 시에 상대를 속이는 건 또 동작이 작은 페이크는 없다 보니 오히려 동작을 크게 해 상대를 속이거나 스탠딩 수비 과정에 있는 상대 선수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죠.
이러다 보니 상대가 도쿠가 직선으로 달릴 길목을 미리 막아버리거나 아니면 달릴 거리를 짧게 줘버리면 스탠딩을 언제 들어가든 상관이 없어지는 거임.
오늘은 달릴 거리를 짧게 줘서 크로스를 빨리 올리게끔 했다면 (그래서 웬만하면 그냥 보지도 않고 갈긴 거라고 봅니다. 라인 나가는 것보다 일단 박스로 넣어 루즈볼을 만드는 게 훨씬 나으니까) 뉴캐슬 전은 한 명이 길목을 미리 막은 시점이나 뒤나 옆에서 협력 수비가 가능할 때 스탠딩을 막 들어가서 뚫은 줄 알고 도쿠가 달리고 있으면 다른 선수가 막아서 끊어냈던 거죠.
결국 스텝이 뻔하고 감속보단 가속을 살리는 드리블을 주무기로 쓰는데 이 부분이 거의 다 읽혔음. 전반기 얼마 안 되는 경기들을 보고도 조만간 읽힐 것 같다란 얘기를 했던 건 짧은 보폭에서 넓은 보폭으로 옮기는 걸 단 한 번도 못 봤기 때문. EPL 같이 상대 약점 공략에 신경을 많이 쓰는 리그를 생각해 보면 이게 약점이다라고 딱 꼽을 거라고 보기도 했구요.
결국 개선점은 드리블 과정에서 얼마나 스텝을 다양하게 밟을 수 있냐와 현재 매우 직선적인 모습을 얼마나 벗어날 수 있냐. 이 두 가지가 큰 틀에서 볼 수 있는 부분들이겠죠.
후반 교체로 오른쪽 포워드로 넣던 경기까지 생각해 보면 펩도 이미 도쿠 자체가 매우 직선적인 선수라는 건 결론을 낸 부분이라 생각하구요.
그릴리쉬는 허더스필드 전 보니까 그냥 아예 의욕도 없고 적극성 이전에 태도 문제를 지적해야 할 정도가 아닌가 싶었는데 (사실 이 경기도 그릴리쉬가 해줬어야 하는 경긴데 밥이랑 리코 위주로 돌아가길래 이해가 안 갔음) 계속 안 쓰길래 이게 맞나 보다 했는데 오늘 교체로 쓴 거 보면 또 그건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얜 눈밖에 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조금 더 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경기는 처음부터 에버튼한테 흔들리지 않고 안 풀리면 후반전 교체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으로 나온 거 같은데 중앙을 틀어막고 상대편의 왼쪽 공간을 주로 파는 에버튼을 상대로 도쿠로 오히려 상대를 박스 안으로 넣어 방어적으로 만드려는 의도와 혹시 모를 미스를 대비해 아칸지-아케로 그것을 최소화 하려는 의도는 좋았다고 보는데 마테우스 누네스를 쓴 게 실책이라고 봅니다.
전반전에 로드리가 오른쪽 관여를 거의 안 하면서 보조를 해줬는데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플레이하거나 아니면 빨리 볼을 내주면서 플레이를 해주긴 커녕 좁은 시야와 느려빠진 판단이 합쳐지면서 포든의 빠른 패스 흐름조차 한 번도 안 나오게 만들었음. 그냥 블랙홀 그 자체. 전 얘 대체 뭐하는 애인지 아직도 모르겠음.
결국 데 브라이너를 넣고 에버튼을 방어적으로 만드는 건 어떻게든 유지하게 만들고 오른쪽에서 일단 무지성으로 빠른 플레이를 이행하는 워커를 넣어 경기를 풀어나갔고 잘 먹혔다고 봅니다.
실점한 이후에는 에버튼이 라인을 유동적으로 가져가고 필요하면 인원을 더 올려버리니 베르나르도 실바를 넣고 이후에는 그릴리쉬까지 넣어서 경기 흐름을 안 넘겨줬죠.
선수들의 쓰임새는 거의 대부분이 갖춰졌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플랜 A 를 여기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냐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봅니다. 플랜 A 가 뭔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기도 하구요.
보통 1차전이나 원정 경기에 큰 의미를 안 두는 펩의 운영 방식을 생각했을 때 조금은 더 지켜봐야 하지 않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