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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불치병 7

by 다스다스 2024. 2. 22.

 



크리스텐센 피보테의 명확한 약점들은 리가 경기들에서도 충분히 보였음.




일단 현 바르셀로나가 상대를 움직이게 만들고 유도하면서 전진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빨리 측면 공간을 찾아내서 측면에서 박스 근처까지 전진하고 그다음을 찾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사실 제일 중요한 건 하프 라인을 넘어가는 과정이나 이미 넘어왔을 때 좌우를 바라보면서 들어가는 대각선 패스가 얼마나 자주, 정확하게 들어갈 수 있느냐인데 크리스텐센이 이걸 제대로 보여준 경기가 한 번도 없음.




사실 이미 불합격이라고 볼만한 요소들은 차고 넘치게 나왔다 생각함.




무엇보다 크리스텐센은 패스 앤 무브를 잘하는 편도 아니고 포지셔닝이나 오프 더 볼이 뛰어나서 움직임으로 상대를 잡아먹는 편도 아니고 그냥 본인이 늦지 않게 자리를 잡아서 안정적인 선택지를 찾는 선수임. 그래서 늘 그냥 그렇다 한 거구요.




센터백에서도 그걸 잘했던 거지. 사실 패스 루트를 기깔나게 찾고 빠르게 패스를 앞에다 넣어서 좌우 전개의 이점을 살려주는 선수는 아니었음.

 

(경기 초반엔 데 용이 아니라 크리스텐센을 아예 프리롤 풀어버렸음)

 
 

(위치도 제대로 못 잡고 상호 작용도 느린 선수니까 그냥 아싸리 프리롤로 풀어버렸죠.)

 



문제는 전반전 어느 순간부터 나폴리 선수들이 크리스텐센한테 패스가 들어갈 때를 노리고 있었음.




왜냐면 크리스텐센이 미드필드 라인에서 볼을 받을 때 습관이 있는데 일단 상대가 스탠딩으로 들어올 때 실책을 의식하는 건 깔고 가고 거리 계산이나 이동 방향을 예측을 전혀 못하니 여차하면 바로 백패스나 횡패스를 하기 좋은 자세를 취하려고 하니 시야 각이 좌우를 다 보는 건 당연히 안 되고 본인 주발 방향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니 패스를 내주는 선수를 기점으로 그 주변만 볼 수 있음.




이러니 정작 패스를 줘야 하는 방향은 등 뒤에 있는데 패스는 뒤나 옆에다 하는 거죠.




이것을 간파하고 상대가 견제를 빨리 들어오면 동작을 이어나가면서 오른쪽을 보질 못하니까 크리스텐센의 혹시 모를 실책을 동료들도 염려하게 되니 쿤데는 올라가질 못하고 (어차피 내려와야 하니까) 야말 쪽으로 볼이 가려면 좌측면을 거쳐서 횡으로 볼이 돌아서 오거나 일시적으로 프리맨이 된 귄도간이나 페드리를 찾고 거기다 빨리 넣어 거쳐가는 거 말곤 없는 거임.




야말이 오늘 아무리 얼타고 미스가 리가 경기들에 비해서 많았어도 결국 현재 바르셀로나의 핵심은 왼쪽을 어떻게 쓰냐가 아니라 오른쪽을 어떻게 쓰냐임.




왜냐면 실질적으로 측면 공간을 쓰면서 상대 수비수들을 빼내는 건 오른쪽이지. 왼쪽이 아니기 때문.




칸셀로도 왼쪽을 파면서 상대 선수들과 연속적으로 경합을 하는 게 아니라 변칙적인 타이밍에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공간을 활용하거나 마킹을 벗어나 패스나 크로스를 넣는 편이지. 공수 양면에서 원온원에 강한 선수는 아님. 수비는 오히려 매우 못하고 무책임하죠.




더해서 페드리는 최대한 경합을 피하고 있기 때문에 왼쪽으로 볼이 가서 위협적인 장면이 나와도 상대 선수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슬슬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는 소리임.




게다가 크리스텐센에게 이 연결 고리 역할을 시키면서 기존과 다르게 데 용의 움직임과 동선을 일시적으로 제한시켰죠. 데 용이 평소처럼 사방팔방 움직이면서 앞선의 선수들과의 간격을 메워주는 게 아니었음. 이걸 20분 만에 간파 당했죠.




근데 챠비가 이걸로 상대의 대응 방식을 어느 정도 고정시키려는 의도가 중간에 보였음.




아라우호가 크리스텐센한테 주는 척하면서 라인을 건너뛰어서 일시적으로 프리맨이 되어있던 귄도간이나 페드리한테 패스를 꽂아줬죠.




뽀록성이 아니라 매우 의도적인 게 그러면 상대 선수들을 볼 뒤로 최대한 빼내면서 야말한테 볼이 최대한 빠르게 갈 수가 있죠.




딱 상대가 슬슬 크리스텐센을 조지면 되겠다는 판단이 서서 그 위주로 대응할 때부터 데 용도 슬슬 본인 위치를 고정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튀어나오기 시작했죠. 특정 지점에 나폴리 선수들을 모이게 만들어 일시적으로 공간을 만들어 보겠다는 심산이었을 거라고 봅니다.




이렇게 상대 대응을 어느 정도 고정시키면서 그 시간 안에 선제골을 빨리 넣으면 생각보다 쉽게 잡을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게 챠비의 플랜이었을 거라고 보구요. 전반전에 꽤 페이스를 올려보려고 했던 것도 이 이유가 제일 컸겠죠.



 

(크리스텐센 피보테의 최대 약점은 두 가지. 상대 선수와의 간격을 계산하지 못해 들어오는 타이밍을 읽지 못하는 것과 전후좌우를 재빠르게 읽지 못해 항상 자세를 우리 골대 쪽이나 볼을 잡은 선수를 본다는 것)

 
 

(이것도 자기는 돌아서 오른쪽으로 내주려고 하고 있었는데 본인 뒤에서 다가오고 있었다는 것과 본인이 보고 있었음에도 거리를 자기 생각보다 빨리 좁혀버리니 바로 소유권을 내줘버리죠.)

 
 

(결국 여기서 전개를 쉽게 내주면 안 되니 본인이 자기 위치를 벗어나 최전방까지 가서 파울로 끊어버리죠.)

 
 

(여기서는 횡으로 상대 선수와 거리가 얼마 안 되니 전개 가능성은 없습니다. 크리스텐센한테 이때 선택지는 무조건 재빨리 돌려버리기임. 게다가 또 뒤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죠.)

 
 

(이것도 상대 선수와의 거리가 얼마 안 되니 스탠딩이 언제 들어올지 감이 안 오니까 페드리가 달라고 해도 못 주고 바로 뒤로 돌려버립니다. 페드리한테 패스가 들어갔음 눈에 보이는 패스 루트만 표시해놓은 것처럼 세 군데입니다.)

 
 

(약 20분 만에 바르셀로나가 크리스텐센으로 뭘 하려는 지를 간파하고 크리스텐센 조지기에 들어갔죠. 이렇게 뻔한 수를 쓰는 게 뭔가 이상했는데 아라우호 패스 하는 거 보니 나름의 노림수였다고 봅니다.)

 
 

(결국 상대의 수비 방식을 고정시키는 일시적인 대응책이었죠. 귄도간과 페드리를 잡으면 끝나는 바르셀로나의 패싱은 결국 얘네가 볼을 잡아야 전개가 이뤄지고 야말한테 볼이 가고 좌우를 쓴다는 소리니까요.)

 
 

(크리스텐센이 받으러 가는 척 페이크까지 주니까 나폴리 선수들이 더더욱 크리스텐센을 조지려 하죠.)

 
 

(막상 패스는 귄도간한테 넣어 야말한테 빨리 보내는 거였는데 이번에는 야말한테 못 가니까 귄도간이 재빨리 좌측으로 보내버립니다.)

 
 

(크리스텐센한테 줘봤자 저 정도 벌어진 거리도 계산을 못해 허둥지둥 하다가 백패스, 횡패스를 할 게 뻔하니 정작 오른쪽으로 정확하거나 빠른 패스는 데 용이 넣습니다.)

 
 

(크리스텐센을 잡으려고 하니 앞선의 두 명이 프리맨이 됩니다. 그리고 데 용까지 아래로 내려와 위치가 어느 정도 고정되니까 나폴리 선수들 입장에선 야말한테 가려고 쌩쑈를 하는구나란 결론밖에 안 나오는 거죠.)

 
 

(이번엔 귄도간이 아니라 페드리한테 넣고 다시 또 야말한테 빠르게 갑니다.)

 
 

(이때 챠비가 의도가 읽혔다는 걸 알았어야 했다고 봅니다. 어차피 일시적이고 얕은 수였기 때문에 몇 번 페드리, 귄도간한테 널널하게 패스가 들어가고 야말한테까지 이어지면 상대도 낚시라는 거 정도는 읽어냅니다.)

 
 

(주는 척 귄도간한테 내줬는데 이번엔 프리맨이 아니었죠. 물론 휘슬을 불어서 그대로 전반이 끝났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챠비가 바로 앞에서 봤습니다. 칼조나가 지시하지 않아도 나폴리 선수들이 본능적으로 크리스텐센이 낚시라는 걸 알았다는 거죠.)

 
 

(크리스텐센이 해야하는 건 이거밖에 없습니다. 오른쪽 패스 루트를 뚫어주고 빨리 내주는 거죠. 제대로 된 오른쪽 패스는 이거 한 번밖에 없었습니다.)

 



후반전에 나폴리는 더 이상 크리스텐센을 잡으러 가지 않으면서 데 용이 사방팔방 돌아다니기 시작하니 바르셀로나의 왼쪽이 협력 수비가 되지 않는다는 걸 간파하고 좌우 측면 활용을 전반전 대비 더 균형을 맞추려 했죠.




그리고 이렇게 바르셀로나의 왼쪽을 파면 바르셀로나의 궁극적인 의도인 야말한테 볼을 보내는 것까지 견제할 수 있는 거임.




결국 귄도간과 페드리를 앞에다 배치해 이들이 패스 루트를 설정하고 찾고 빠르게 볼을 내주는 걸 최대한 써먹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는데 솔직히 45분 만에 다 읽혔음.




결국 문제는 45분 썼어야 되는 걸 또 후반전까지 써서 상대한테 내줄 걸 다 내줬다는 거고.




교체 카드가 없었고 경기 흐름이 급속도로 넘어갈 것 같은 흐름은 아니었고 게다가 후반전에 선제골까지 나왔으니 챠비 입장에선 천천히 가져가도 되겠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겠죠.




근데 노골적으로 상대 대응이 변하면서 필드 위에 있는 한 명이 허수아비가 됐음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건 명백한 실책임.

 

(이제 나폴리 선수들이 크리스텐센을 잡아먹으러 가지 않습니다. 페드리, 귄도간, 데 용을 견제하기 시작하죠.)

 
 

(이제 크리스텐센은 오른쪽 패스 루트만 막으면서 나머지를 노리는 겁니다.)

 
 

(귄도간한테 패스가 들어가니 그냥 주저하지 않고 파울로 끊어버리죠.)

 
 

(바르셀로나는 결국 저 공간에서 여유를 안 주고 잡아먹으면 힘을 못 쓴다는 걸 아는 겁니다.)

 
 

(근데 이때 필요 이상으로 수비수들이 모여있는 걸 본 이니고가 손을 들고 소리 치면서 올라오죠.)

 
 

(중앙을 안 쓰고 오른쪽을 쓰되 그게 안 될 때만 왼쪽을 쓰는 게 바르셀로나의 기본이라는 걸 나폴리 선수들이 인지하고 있습니다.)

 
 

(귄도간 놓치지 말라고 손짓하고 있죠. 왼쪽 전개를 할 것 같다고 판단했는지 중앙을 비어두고 있다가 페드리한테 패스가 들어가고 실점하죠.)

 
 

(이제 더 이상 크리스텐센은 노리지 않습니다. 데 용이 내려가있어도 안 하죠. 어차피 거쳐갈 생각이 없는 걸 다 압니다.)

 
 

(아라우호가 이제 줄 때가 없으니 롱볼로 넘기는데 넘기는 과정에서도 귄도간이 더 이상 프리맨이 아닌 게 잡힙니다. 70분은 커녕 45분에 느낌이 쎄했는데 아직도 크리스텐센은 필드 위에 있습니다.)

 
 

(이제 나폴리 선수들이 누굴 잡아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죠. 쿤데를 사이드로 몰아내고 데 용을 잡아야 한다는 걸 제대로 알고 있죠.)

 
 

(여기서도 야말이 받으러 가는 척 페이크까지 주는데 나폴리 선수들이 이제 어느 낚시에도 안 걸립니다.)

 
 

(그대로 귄도간한테 가는 패스를 탈환하죠.)

 
 

(그리고 경기 내내 크리스텐센이 위치를 빨리 못 잡는 걸 알고 기존에 로메우를 풀어버렸던 것처럼 크리스텐센을 풀어두니 이도저도 아닌 위치에 서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필요하면 아예 그냥 버려버립니다. 잡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이때 즈음 읽힌 게 아니라 진작에 다 읽혔습니다. 그러고도 크리스텐센 빼고 넣는다는 게 로메우였죠.)

 
 
 

로메우 나오는 거 비춰주고 나선 그냥 면상도 보기 싫어서 꺼버렸는데 더 봤다고 뭐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전 선수가 있냐 없냐 이전에 로메우란 선수 자체가 바르셀로나에선 1초도 뛸 가치가 없는 선수라 보기에 그를 뛰게 하는 거 자체가 실책이라고 봅니다. 그럴 거면 차라리 크리스텐센 안 바꾸는 게 나았음.




그리고 왜 자꾸 한 경기도 아닌 45분 쓰면 읽히는 수를 들고 와서 그걸로 요령을 피우는지 모르겠는데 선수가 없다. 는 그냥 변명이고 핑계일 뿐입니다. 과감한 교체를 가져가든 빨리 쓰든 위치 변화를 주든 등등 할 거 다 했는 데도 그러면 모르겠습니다만 그것도 아니니까요.




선수들도 평상시보다 조금 더 뛴다는 느낌이었는데 그러니 6-70분 되니 발이 붙어버리던데 선수들 부상을 우려해 트레이닝 난이도를 엄청 줄여버린 게 아닌가 싶네요. 결국 최대한 라인업 변화를 덜 주면서 전력을 쏟아보겠다는 의도 같은데 페드리야 본인이 사리고 있지만 귄도간을 비롯해 몇 명은 슬슬 한계에 도달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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