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그릴리쉬

by 다스다스 2024. 3. 19.



(너 못한다고. 그러니 내 말 듣고 제대로 좀 뛰어. 라고 말해주면 좋을 것 같음)



안 본 사이에 그릴리쉬 문제가 기사화 됐던데 제 개인적으로 강하게 얘 문제가 있다고 처음 지적했던 건 전반기 중반~막바지 경기들을 다시 볼 때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경기는 루턴 타운 전이었다고 봅니다.




이 경기가 전반기 경기들 중에서도 아예 그릴리쉬의 동선을 제한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프리롤로 풀어 얘가 경기를 사실상 끌어주고 풀어주는 전술적 중심의 일부로서 기능하게끔 지시한 경기였다고 보는데 골을 못 만들어내고 과정상 밥값을 못한 것은 둘째치고 다른 문제들이 심했음.




일단 적극성이 지나치게 떨어져서 본인이 원하는 그림들이 나오지 않으면 모든 플레이를 떠넘기기 식으로 무책임하게 흘려버려서 공수 영향력이 심각하게 줄어들었다는 것과 연쇄적으로 포지셔닝의 문제가 꽤 심각하게 비춰졌다는 것.




그리고 이런 소극적인 모습들과 떨어진 모든 능력들이 정점을 찍은 게 FA컵 허더스필드 전임.




이 경기 그릴리쉬 하는 게 제가 펩이었으면 전반전에 질책성으로 바로 빼버렸을 정도로 소극적이다 못해 경기에 뛸 생각이 없나 싶을 정도로 개판이었는데 펩이 반대로 말도 안 되게 오래 참았다 생각하구요.




시티 경기 보면서 따구 갈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애는 에릭 가르시아가 유일했는데 이 경기 그릴리쉬가 그걸 넘어서는 수준이었음.




이 경기 이후로 선발 제외 되다가 코펜하겐 전에 나온 건데 허더스필드 전 리뷰는 아니고 후반기 뉴캐슬 전 짚을 때 비슷한 뉘앙스로 말씀드린 적이 있을 텐데 이제 보니 펩이 의도적으로 잡음 막으려고 한 것 같긴 하네요.




물론 모든 선수들을 관리하고 다루는 펩의 입장은 원칙적일 수밖에 없고. 제3자로서 선수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입장에서도 자기 그릇을 냉정하게 못 보는 선수에게 마음이 안 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봐서 그릴리쉬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음. 그리고 전 선수 팬도 아닌 지라 못하면 그냥 못하는 거임.




전 여전히 이번 시즌이 실패하거나 아쉬운 모습들을 남긴 채로 끝난다면 1순위는 그릴리쉬 때문이라고 보구요. 누네스나 도쿠 같은 애들이 잘해주길 바란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임. 특히 누네스는 아무리 봐도 숫자 채우기 영입인데 펩도 뭐 바라지도 않을 듯.




그렇지만 반대로 그릴리쉬의 입장에서 보면 20대 중후반의 나이고. 전성기를 완성시키고 정점을 찍어야 하는데 계속 보조자로서 뛰는 게 만족스럽지 않을 수는 있다고 보긴 함. 사실 시계열이 너무 빨라져서 그렇지. 정상적인 관점에선 그릴리쉬 정도 나이대의 선수가 전성기를 보내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니 선수 입장에선 짜증날 수도 있겠죠.




재능의 크기를 오판하냐 아니냐는 이후의 문제고 중위권 에이스를 하다 왔으니 이런 위상이나 역할의 문제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임. 펩 입장에서도 이 부분을 어느 정도 고려는 한 것 같다고 보는데 뭐 본인이 못하는데 누굴 탓하겠습니까.




펩은 이미 이번 시즌 전반기는 물론이고 첫 시즌까지 두 번이나 그릴리쉬에게 데 브라이너 다음 타자로서 기능할 기회를 줬음. 그걸 증명 못한 건 본인 문제.




신체적으로 리듬이 무너진 모양새가 보이는 것도 본인 역할에 대한 불만족이 연장선일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이번 시즌 뭔가 답을 찾아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음. 펩도 그렇게 보고 있는 것 같구요. 그러니 노골적인 배제보단 납득을 시키려는 것 같은데 뭐 남은 경기들이 그걸 보여주겠죠.




베르나르도 실바나 알바레즈를 자꾸 칭찬할 수밖에 없는 게 마인드 자체가 헌신적인 것도 있고. 적극성을 갖추고 동료들을 생각하는 게 플레이에 그냥 아예 꽉 박혀있어서임.




펩이 홀란드를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것도 그가 과거 즐라탄처럼 밀도 높은 수비를 못 견뎌 망가지지 않고 시즌 내내 그것을 본인 역할이라고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욕심 가득한 플레이는 안 하기 때문이겠죠. 즐라탄은 어느 순간부터 짜증이 가득했고 욕심이 가득했음. 그게 펩한테까지 가버리니 펩은 선을 그었던 거고.




개인적으로 그릴리쉬의 재능의 크기가 크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뭐 보조자 이상의 존재로서 뛰고 싶다면 증명하거나 떠나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다 생각함.




어차피 펩 아래에서 뛰는 측면의 보조자는 리듬 한 번 깨지면 맛탱이 가는 게 보통이라 그릴리쉬가 발전을 못하면 헤어질 시간은 다가오고 있는 문제라고 보기도 하구요.




잘만 풀렸으면 몇몇 선수들의 성장세와 새로운 선수들의 영입이 시너지를 일으켜 필살 전술전략을 갖춘 재밌는 시즌이 됐을 건데 여러모로 꼬이긴 했음.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기 얘기는 아니고  (40) 2024.04.21
미정  (19) 2024.04.12
생존 신고  (20) 2024.03.19
루쵸 만나기 싫은데  (43) 2024.03.15
오랜만에 맡아보는 공기  (37) 202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