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경기 얘기는 아니고

by 다스다스 2024. 4. 21.






늘 해오던 얘기의 연장선이겠지만 바르셀로나는 유스 시스템을 지금처럼 이어나가려면 선수를 바라보고 유형을 분류하는 방식은 점점 더 이질적으로 가는 게 정답에 제일 가까울 거라고 생각하는 편임. 그래야 꼬맹이들을 데려올 땐 더 앞서갈 수 있을 거고 이적 시장에서도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 거라 봅니다.





특히 박스에 다 들어가서 막아내고 특정 선수들이나 지점을 파는 게 이제 상대적 약팀들 대다수가 행하는 대응책으로 자리 잡은 이상 완성형에 가까워지고 이론적으로 이것이다에 어느 정도 근접하려면 더더욱 선수 보는 눈은 까다로워져야 정상임.





챠비는 그것을 몸으로 겪었으니 어느 정도 비슷한 개념 (트레이닝론, 접근 방식 등등 모든 것들) 을 겪어본 선수들을 극단적으로 선호해 왔다 생각함. 여러 차례 밝혀왔던 제 생각 중 하나.





예전에 마거탄이란 비판을 했을 때도 딱히 그것에 동참하지 않았던 건 아스필리쿠에타의 실력 때문이 아니라 챠비의 고집이 적어도 그 부분에 한해선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느껴서였죠. 예전부터 아약스 출신이라고 해서 다 바르셀로나 적응이 빨랐던 건 아니니까. 몸으로 때우던 선수들이나 실패한 선수들도 있었음. 마즈라위가 뮌헨에서 지금보다 2-3배 더 잘하고 있어도 이건 비판할만한 부분이 아님.





결국 발을 잘 쓴다. 기술이 좋다. 볼을 잘 다룬다. 등은 그냥 단편적인 거고 중요한 건 어느 위치에 서야 하고 얼마나 빠른 판단력을 바탕으로 삼아서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느냐임. 이런 것들이 기본기의 일환.





세르지 같은 이제 구더기란 표현도 아까운 선수가 그래도 아직도 감독의 선택을 종종 받는 것도 자리를 안 가리고 본능적인 원투를 움직이면서 실행에 옮기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이지. 그는 애초부터 기술적으로 완성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버퍼링이 매우 심하고 제약이 많았던 열린 공간 활용이 최대치였던 선수.





미드필드의 한 자리를 먹을 거라 기대받던 선수가 포리바렌테로 성공해 결국 이도저도 아닌 선수로 커리어 끝자락을 향해가는 게 한편으론 어떻게든 살아남았다는 측면에선 대단하다고 볼 수 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그 애매함이 딱 이 정도의 선수로 그치는 근본적인 이유였다고 말해도 무방함. 바르셀로나여서 살아남은 거지. 다른 팀이었음 진작에 중하위권 가서 놀았을 거임.





아라우호가 참사의 원인이자 모든 것으로 지목받지만 그전부터 그를 지적해 오던 건 바르셀로나의 방향성과는 맞지 않는 선수라는 제 확신을 지워낼 만한 선수란 느낌이 든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음.





이건 단순히 기술적으로 떨어지고 발을 못 쓰고 동작이 간결하지 못하다에 그치는 문제가 아님. 팀이 장점 살리기에 몰두하는 게 아니라 단점 가리기에 몰두하는 상황이 후방의 한 명의 선수로 인해 생기는 게 과연 타협할만한 부분인가를 아라우호가 반대 급부로 보여준 적이 있냐는 거.





바르셀로나가 스피드 있고 신체적으로 강인한 수비수를 원해왔던 건 그게 뒷공간을 커버하는 하나의 수단이자 무기가 되기 때문이 아님. 그것을 영리하게 써서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다라는 이론적인 접근을 완성시켜 주는 또 다른 접근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감독들이 있었기 때문.





데코가 챠비와 정반대의 눈을 가지고 있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건 현 선수단 구성에 일부를 더한다고 팀이 몰라보게 달라질 가능성보단 이도저도 아닌 팀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거. 전 이게 정말 크다 생각함. 딩요처럼 신체적으로 타고나고 다양성, 의외성 등을 더해줄 전술적 중심을 구할 수 있냐부터가 이뤄지는 게 데코의 방향성의 핵심.





그런 선수가 현 시점에 있지도 않고 있다한들 다른 팀들이 바르셀로나로 가게 냅둘까. 그럴 일은 절대 없으니 데코를 짤라버리는 게 바르셀로나의 미래를 위해서 더 낫다고 확신하는 거. 멘데스한테 휘둘리는 건 둘째임.





3골 먹히면 4골 넣으면 된다가 장난스러운 말 같지만 바르셀로나가 궁극적으로 가져야 하는 관점은 이것에 기반함. 실점을 두려워하는 것보단 상대의 대응 방식을 고정시켜 우리의 공격 방향성을 확고히 하고 장점을 살리는 것. 그러려면 단점 가리기를 강제하는 선수들은 자연스레 스쿼드에서 점점 줄어들거나 쓰임새가 변하는 게 맞는 거임.





펩이 볼 소유를 바탕으로 때론 수비적이고 필드 전체를 쓰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가져온 건 앞선의 선수들과 잘 어우러져 나온 결과물이지. 어떤 선수들을 써도 그게 가능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안다면 바르셀로나의 현재는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고 느껴짐. 확고하게 본인들의 길을 가냐. 아니면 노선을 트냐.





아라우호를 괘씸함으로 파는 게 아니라 내적인 관점에서 그의 단점들을 가려주는 게 더 이상 팀이 올라갈 천장이 없고 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면 전 그게 아쉬워 할 이유가 없는 판단이 될 거라고 봅니다.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정  (19) 2024.04.12
그릴리쉬  (19) 2024.03.19
생존 신고  (20) 2024.03.19
루쵸 만나기 싫은데  (43) 2024.03.15
오랜만에 맡아보는 공기  (37) 202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