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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잉글랜드 감상평

by 다스다스 2024. 6. 18.

 
 
 
 
세세하게 풀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짤막하게만 언급하고 가면 제일 큰 문제점은 세 가지로 보는 게 제일 옳지 않나 싶음.
 

 
 
 
첫 번째는 벨링엄과 포든의 공존에 관해서 사우스게이트가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아예 안 보인다는 점인데 이 둘은 당연히 장단이야 달라도 플레이 스타일은 어느 정도 비슷한 지점이 있음.





벨링엄은 종횡을 넓게 돌아다니면서 본인이 안 풀릴 때나 상황상 필요할 땐 볼의 흐름을 주도하지만 공간으로 들어갈 땐 수비수들과의 직접적인 경합을 피해서 들어가는 편이죠. 그만큼 주변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부지런하게 돌아다니기도 하구요.





그리고 필요하면 수비수들과 과감하게 붙어서 잘 조명이 안 되지만 반대로 본인의 장점들을 극대화 하려면 수비수들의 시선을 일정 시간 떼어놓는 것도 꽤 필요한 선수. 본인도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보구요.
 
 
 
 

포든도 본인이 돌아다니면서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고 들어오는 패스를 속도를 죽이지 않고 순간적으로 그것들을 빠르게 활용하고 살려서 골로 만드는 선수지만 차이점은 포든은 위험 지점에 포지셔닝을 하고 빠르게 공략하는데 초점을 맞추지. 본인이 적극적으로 볼을 받아주면서 전후좌우를 돌아다니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을 열어주진 않죠. 애초에 이런 건 잘 못하는 편임.
 
 

(신호 주고 공간 파는 벨링엄. 저런 식으로 상대 선수들과의 거리가 멀어져 있을 때. 상황 파악을 빨리 하고 주변 동료들도 잘 보면서 빈 공간을 잘 찾아 들어가죠.)

 
 

(포든도 어느 정도는 비슷함. 본인이 공간이 열려있을 때 그것을 잘 쓰는 편이니까요.)

 
 

(여기서도 벨링엄이 두 명을 끌고 다니면서 순간적으로 빈 공간을 찾아내는데 아무도 안 주죠.)

 
 

(워커랑 아놀드랑 이용할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돌려버립니다.)

 
 

(그러니 이제 아예 대놓고 달라 합니다.)

 
 

(세르비아 선수들은 바로 가둬버리죠. 이 부분에서 오른쪽 터치 라인에 빠져있는 사카 쪽으로 볼이 넘어가는 게 아니면 포든과 벨링엄의 부담을 덜어주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음)

 
 
 
 
 
개인적으로 느꼈을 때 사우스게이트가 오판한 지점이 여기가 아닌가 싶은데 벨링엄이 후방에서도 전후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포든은 상대적으로 더 위험 지점을 찾고 최대한 그 근방에서 머무는 쪽에 가까우니 이게 상호 작용이 잘 될 거라 생각한 것 같은데 오히려 이게 좌우 활용의 문제가 되고 있다고 봅니다.





이 부분을 다른 선수들로 최대한 보조해줘야 하는데 너무 엉뚱하게 접근한 게 아닌가 싶음. 둘이 같이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고 좌우에서 혼란을 주거나 썰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이도저도 아니게 되니까 벨링엄이 후반엔 더더욱 보조자로 뛰는 시간이 길었는데 느낀 게 있을 거라고 봅니다.
 
 
 
 
 
두 번째로는 트리피어임. 엔드 라인이나 터치 라인 플레이가 아예 안 되고 오른발 각도만 죽어라 보고 있으니 (벨링엄, 포든, 사카, 케인 제외 나머지도 마찬가지임) 볼은 줘봤자 백패스, 횡패스만 죽어라 하고 있죠. 블랙홀임. 블랙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수준.





그러니 상대 수비가 그쪽은 아예 수비를 하질 않으니 포든과 벨링엄이 좌측부터 우측까지 쭉 쓰는 게 아니라 애매한 좌중앙부터 우측면까지밖에 못 썼죠. 후반전에 벨링엄이 아예 좌측 터치 라인까지 쭉 빠진 거 보고 기겁을 했음.
 
 
 
 
 
그래서 이 해결책으로 아놀드를 오른쪽 미드필드로 기용해 오른쪽의 파괴력 (사카와 아놀드) 을 활용해 벨링엄과 포든의 공간을 보장해 주자는 판단을 한 거 같은데 이게 연장선으로 악수였다고 봅니다.





후방에서 상대 선수들과 과감하게 경합을 해주거나 유도를 해주거나 적극적으로 박자에 맞춰서 공간을 파주는 선수가 아예 없으니 선제골을 내준 후부터 세르비아 선수들이 재빠르게 정신을 차렸죠. 벨링엄, 포든한테 가는 패스길만 막고 거기서 파생되는 것만 잘 제어해 내면 잉글랜드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본 거죠. 실제로 그랬구요.
 
 
 
 

이게 먹히기 시작하니까 벨링엄이 빈 공간 찾아들어가는 비중은 극단적으로 줄이고 본인이 어그로를 빨아주고 사카한테까지 볼을 내보내는 최단거리만 찾기 시작하죠. 그래야 본인이 다음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으니까 그런 거임. 아놀드는 좌측면도 쓸 수 있어야 본인 장점이 발휘되는데 트리피어의 존재 자체가 왼쪽을 쓸모없게 만들어 버리니 아놀드도 할 수 있는 게 없던 거죠. 이미지로 순서대로 짚어보죠.
 
 

(아놀드 포지셔닝이 라이스와 동일 선상도 아니고 애매한 위치에 서있죠. 이래서 세르비아의 미드필드 라인 압박에 대응 자체가 안 됐음. 스톤스는 사리고 다른 선수들은 오른발 각도밖에 못 보니까 답답했죠.)

 
 

(결국 벨링엄이 더 아래로 내려와주면서 포든은 횡으로 공간을 쓰려 했는데 잘 안 됐죠.)

 
 

(그냥 오른쪽으로 돌려버리고 벨링엄도 다시 공간을 찾아 들어갑니다. 여기서 워커가 무지성으로 빠른 패스 흐름을 만드는 게 한 건 했습니다. 고장난 시계도 가끔은 맞는데 딱 시기적절 하게 맞았죠.)

 
 

(이런 식으로 두 명이 공간을 계속 찾아 들어가면서 두 명이 다 프리맨이 되거나 상대 선수들에게 혼란을 주는 그런 그림을 사우스게이트는 원했을 거라고 보는데 이런 장면이 거의 안 나왔습니다.)

 
 

(이제 세르비아 선수들이 낚이질 않습니다. 벨링엄을 따라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미드필드 라인 압박하면서 패스 길만 막으면 된다는 걸 안 거죠.)

 
 

(여기서도 벨링엄이 내려와서 풀어주는 게 아니면 어차피 죄다 횡패스, 백패스만 하니까 그냥 숏 패스 길만 철저하게 막습니다.)

 
 

(벨링엄도 달라 하고 포든도 달라 하는데 정작 여기서 수비수들을 적극적으로 떼어주거나 경합을 과감하게 들어가주는 선수는 없습니다. 줄 수 있을 리가 없죠.)

 
 

(다시 벨링엄이 여기까지 들어왔습니다.)

 
 

(아놀드는 여기서 패스 앤 무브로 뚫고 나가려는 벨링엄을 안 주고 좌측면으로 크게 돌리려 하죠. 어이 없는 패스 미스가 됐는데 이후 장면 보시면 트리피어가 한참 뒤에 올라오는 게 잡힙니다.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얘가 없었던 거죠.)

 
 

(다시 벨링엄이 볼을 잡습니다.)

 
 

(걸려 넘어지긴 했는데 그냥 어떻게든 최단 거리로 사카한테 내주는 선택지를 택합니다. 이게 본인과 포든이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갈 시간을 버는 최적의 판단이라 느낀 거죠.)

 
 

(실제로 포든이 위험 지점들로 들어가는데 상대 수비수들이 가둬버리기 좋은 대형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꽤 자유롭게 들어가죠.)

 
 

(여기서도 벨링엄은 굳이 아놀드를 거쳐가는 게 아니라 사카한테 쭉 내줍니다.)

 
 

(트리피어가 그냥 가만히 서있습니다.)

 
 

(저 돌대가리 워커보다도 상황 인지를 늦게 하고 있죠.)

 
 

(주심 길막으로 끊겼지만 좌우에서 공간을 파주는 게 아니니 한쪽 측면은 그냥 버리는 겁니다.)

 
 

(결국 좌우 활용이 하나도 안 되니 벨링엄이 자처해서 왼쪽 측면으로 빠집니다.)

 
 

(이 장면 보고 숨이 턱 막혔는데 이럴 때는 아놀드가 볼을 안 잡고 있었죠.)

 
 

(벨링엄이 왼쪽까지 빠지는 걸 보니까 이제서야 뭔가 느꼈는지 올라가고 있죠.)

 
 

(근데 어차피 쟤는 저기 가봤자 오른발 각도만 보고 백패스만 하니까 세르비아 선수들이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아놀드의 시야를 살린 플레이가 이제서야 딱 한 번 나왔습니다.)

 
 

(문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선수라는 거죠. 하루종일 백패스, 횡패스만 했습니다. 하프 라인 넘어서고나서 앞에다 패스하거나 속도를 살려주는 꼴을 본 적이 없습니다.)

 
 

(블랙홀 그 자체였던 왼쪽의 트리피어.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이런 애 데리고 잘하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님. 물론 얘도 사우스게이트의 기용 방식의 피해자겠죠.)

 
 
 
 
 
셋째는 스톤스임. 뭐 질병으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고 하긴 하는데 현재 좌우 각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후방 선수는 얘인 것 같은데 얘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후방에서 패싱을 해줄 수 있냐가 꽤 중요할 것 같네요. 이번 경기는 너무 사리는 게 눈에 보였음.
 
 
 
 
 
포든 얘기도 덧붙이면 얼마 전에도 펩 얘기하면서 잠깐 얘기했지만 전 팬들이 얘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다고 생각함.





데 브라이너 다음 타자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하는 것도 얜 본인이 공간을 이용하고 활용하는 편이지. 본인이 그걸 먼저 이끌어 주고 만들어 주면서 속도를 살려주고 동료들을 살려주고 하지 않음. 앞으로 이런 부분들에서 한계를 뚫고 나갈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계속 얘기하는 거구요. 물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주어진 것들을 이용하는 측면에서는 EPL, 챔스에서도 충분히 증명된 선수니 스탯으로선 만족스러운 선수일 수 있겠죠.






헌데 제가 그동안 봐온 시티 팬들의 기대치를 생각했을 땐 여기서 만족할 거 같지 않기도 하고 펩도 더 할 수 있을 거라 봤다고 생각하구요. 나머지들도 마찬가지겠죠. 아쉬운 건 맞다고 봅니다.
 
 

(세스크가 지적한 게 이런 부분이었던 거 같은데 포든이 여기서 볼을 소유하고 상대 선수들의 시선을 확 끌어 모아주고 동료들을 살려주면서 박스 근처까지 속도를 낼 수 있었으면 진작에 시티에서 차기 에이스 자리를 먹었음)

 
 

(못한다고 하는 게 아님. 이런 식으로 포든은 위험 지점들을 찾아 들어가는 포지셔닝은 나쁘지 않지만 그걸 이용할만한 시간과 공간, 동료들의 보조가 없을 땐 상대적으로 빛나지 않는다는 거죠.)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다른 선수들에게 시선이 쏠릴 때 포든은 빈 공간은 잘 찾아 들어가죠. 저기서 기다렸다가 패스가 제때 들어올 때 빠르게 슈팅까지 잘 가져가죠.)

 
 

(트리피어가 직선으로 공간을 파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2대1 패스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백패스, 횡패스질만 하는데 쟤를 이용할 수 없으니 측면에서 안으로 썰어 들어가는 건 꿈도 못 꾸는 게 정상임)

 
 

(결국 포든이 여기서 다 뚫어내서 강제로 공간을 열어제끼고 골까지 넣었어야 한다는 건데 그건 억지고 억까죠.)

 
 

(시즌 내내 지적한 게 이런 류임. 여기서 상대 수비 대형이 간격이 벌어져 있거나 깨져있고 최후방 라인이 한쪽 공간에 몰려있을 때 순간적으로 빠른 패스 흐름을 만들어 주면 괜찮은 장면이 나올 것 같을 때도 포든은 이런 걸 못하죠. 시티에서 이런 거 이끌어 주던 건 로드리랑 베르나르도 실바, 데 브라이너였음. 그러니 포든이 스탯을 쌓는 것과 별개로 아쉽다 한 거고 그릴리쉬도 그래서 깐 거죠.)

 
 
 
 
 
결국 종합적으로 봤을 때 제일 큰 문제는 감독이 라인업을 짜면서 고민한 흔적이 거의 안 보이고 너무 심플하게 짜고 디테일한 영역들은 최대한 벨링엄을 갈아 버리면서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으로 극복하는 걸로 메우려고 했다는 건데 교체 명단들도 보니까 과연 큰 변화를 줄 수 있을까는 좀 의문이 들긴 하더군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명단을 꾸린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유로 첫 경기 감상평은 역시 뻥글랜드가 뻥글랜드 했다 정도로 요약하는 게 맞지 않나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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