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어쩔 수 없다 생각함

by 다스다스 2024. 7. 2.

 
 
 
 
 
흐름이 이렇게 흘러가는 건 사실 어쩔 수 없다 생각함.





축구 이론은 점점 효율성만을 찾아가고 있고 그걸 깨부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술적 우위를 아주 자연스럽게 가져갈 수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찾는 건데 문제는 이게 난이도가 점점 올라가니까 깜냥이 보이는 선수 1~2명을 제외하곤 시켜볼 엄두도 안 나니 보조자들만 나오는 거죠.





솔직히 요즘 트렌드는 영리한 애들을 찾는 쪽에 더 가깝다 생각함. 적정 수준의 기본기와 신체적인 강인함 + 영리함 등이 더해진 선수가 오래 뛸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온 더 볼을 길게 가져가는데 능하거나 드리블이 좋은 포워드가 있을 때 이제 대부분의 팀들은 한 명은 맨투맨으로 붙되 나머지가 길목을 막거나 다리를 일부러 깊게 넣어서 순간적으로 밸런스를 깨버려서 넘어지게 만드는 게 그냥 기준이 됐죠.





원래 이게 예전에는 메시 막을 때 말고는 거의 쓰지도 않던 거임. 근데 메시 외의 선수들에게 이렇게 하니까 너무 잘 먹혀서 기준이 된 거죠. 이러면서 선수들 부상 위험도가 어마어마하게 늘었음.





옛날에는 그냥 허벅지 차거나 발 까거나 안 보이게 발목 밟거나 그 정도였는데 이젠 스탠딩 수비를 하는 데도 다리 사이에 깊게 다리를 넣으니까 잘못하면 무릎이 작살나거나 데미지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 쌓이죠.
 
 
 
 
 
간결하게 하는 걸 가르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건 선수들 입장에서도, 상대적 강팀 입장에서도 당연한 거임.
 
 
 
 
 
그러면서 또 기준이 된 게 굳이 과감하게 역습을 나갈 필요가 없어졌죠. 포워드들까지 다 내려와서 수비를 하면 갑자기 간격과 대형이 무너지는 경우가 아닌 이상 상대적 강팀도 찬스를 별로 잡을 수가 없음.





순간적으로 벌어졌을 때 어제 추아메니처럼 중거리를 갈기면서 열린 공간을 매우 빠르게 써야 하는데 (아니면 미리 자리 잡고 있던 포워드들 중 누군가가 공간을 최대한 빠르게 이용하고 활용하거나) 사실 중거리라는 게 확률로 따지면 별로 강팀들이 선호하는 공격이 아님. 재수 없게 벽 맞고 루즈볼이 이상한 데로 튀어나가거나 상대한테 소유권을 내주는 행위가 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이렇게 하면 무의미한 슈팅, 점유율은 늘어나는 와중에 상대적 강팀이 이렇다 할 기회를 그렇게 많이 잡질 못하죠. 사실 깊게 파헤쳐보면 서로 나눠가지는 찬스의 숫자가 미친놈처럼 덤벼드는 것에 비해선 꽤 합리적으로 변하는 수준이니 하는 게 맞고 안 하는 게 바보가 되는 거임.
 
 
 
 
 
그러니까 클럽 흐름은 반대로 선제골을 얼마나 빨리 넣냐에 초점이 다 쏠리는 거임. 상대적 강팀은 선제골을 빨리 넣으면 게임 플랜이 자기들이 원하는 데로 넘어오니까 수월하게 경기를 굴릴 수 있고. 상대적 약팀은 상대를 더 끌어들이고 조급하게 만들 수 있죠.





34~38경기를 치르는 리그에서는 당연히 양상이 조금은 다를 수밖에 없음. 거긴 관중들이 계속 오게 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지금 유로는 반대로 가는 거뿐임.
 
 
 
 
 
상대적 강팀 입장에선 굳이 선제골을 빨리 넣을 필요는 없고 (넣으면 좋고 아님 말고) 체력적으로 떨어지는 시기에 승부를 보는 게 낫다는 거죠.





어차피 연장 가면 상대적 약팀들은 알아서 다 뻗어버림. 90분도 버거운데 120분을 동일한 리듬으로 뛰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옛날엔 10~12km 뛰면 두 개의 심장, 에너자이저 이랬는데 요즘은 다 기본임. 그것도 전속력으로 뛰거나 몸이 급격하게 반응하는 경우의 수는 훨씬 많죠. 반대로 상대적 약팀들은 한 골만 어떻게든 빨리 넣으면 엄청 유리해지니까 전후반 플랜이 다른 나라들이 있는 거죠.
 
 
 
 
 
측면 공간 활용은 결국 이런 면들에서 상대적 강팀들이 효율성을 취하기 가장 좋은 지점이 되는 거임. 최소한의 인원을 넣으면서 공격을 하면 루즈볼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반대로 대부분의 시간을 그쪽에서 볼을 굴리려 하면 전환 과정이나 수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들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요.





감독들이 전술전략이 없고 트렌드에 뒤쳐져서 무지성 측면만 외치는 게 아니라 이래야 하니까 그런 거죠. 그냥 말 그대로 실리를 찾는 거뿐임.
 
 
 
 
 
그리고 다른 것보다 선수들 체력이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가 않음.





보통 사람들은 한 시즌의 주기만 보지만 선수들의 누적치는 그렇게 딱딱 나눠지는 게 아니라서 카타르 월드컵 때문에 시즌 일정이 늘어졌던 그때부터 계산하면 일정상 여유가 하나도 없이 두 시즌을 쭉 달리고 유로나 코파까지 달리는 건데 선수들의 몸이 버티지 못하는 게 정상이라고 봅니다. 솔직히 배틀로얄처럼 하나둘 안 사라지는 게 다행일 정도.
 
 
 
 
 
뭐 이런 조심성이 경기력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 것도 있다고 보는 편이고. 유독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나라들이 쓰레기 같은 경기력들을 보이는 하나의 이유는 충분히 될 수 있다 생각하기도 하구요.





적어도 다가오는 시즌까진 빡빡한 일정의 연속일 텐데 잠재적 변수들이 결코 적은 편은 아니긴 합니다. 제가 관계자면 올해는 투어 안 하거나 해도 거기서 다 끝낼 것 같은데 뭐 돈이 걸린 문제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긴 하겠죠.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얘기 나온 김에  (27) 2024.07.05
무슨 이유로  (50) 2024.07.04
랑스 기에 기다리면서 쓰는 잡담  (14) 2024.07.02
잉글랜드 감상평 4  (26) 2024.07.01
잉글랜드 감상평 3  (19) 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