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투맨과 지역 방어의 혼합에 초반에 말리는 듯 하다가 카르바할과 로드리의 영리한 판단으로 조금씩 깨면서 사카에 대한 협력 수비를 성실하게 이행한 게 주요했음.
그동안의 스페인과 차이점을 보이는 건 볼을 서서히 점유하면서 공간을 땅따먹기 하듯이 야금야금 먹으면서 전체 대형이 다 같이 올라가면서 상대를 뒤로 밀리게 만드는 게 아니라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박스 근처로 가서 볼을 잡은 선수에게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면서 상대를 공략하는 거기 때문에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질지언정 변수는 많아지는 건데 이 부분을 잘 써먹어서 이번 유로에선 단점들보단 장점들이 더 많이 보였던 거 같음.
게다가 측면 포워드들과 올모, 모라타가 부지런하게 협력 수비를 도와주고 긴 거리를 달리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에너지를 보여줬으니 더더욱 이런 쪽에서 선수들에게 자신 있게 하라고 주문한 것도 있었을 거라 생각하구요.
측면으로 모는 압박이나 순간적으로 2대1, 3대1 로 압박을 해 루즈볼 탈환을 하는 것도 뺏으면 일단 달리고 보니까 상대는 대형과 간격을 맞추느라 선수를 놓치거나 찬스로 이어지는 경우들도 제법 나왔죠.
잉글랜드가 이렇게 준비해온 가장 큰 이유는 페드리가 빠지면서 스페인 선수들 중 경합을 과감하게 하면서 필요하면 자신에게 2~3명이 붙어도 그걸 계속 버텨내면서 전개를 해줄 수 있는 선수가 로드리밖에 없다는 것과 그 로드리가 체력적인 문제로 유도를 하지 않고 있으니 이런 식으로 미드필드들을 묶으면 볼 소유를 어느 정도 내주더라도 위험한 찬스는 내주지 않을 거란 판단을 한 거겠죠.
근데 위험 지점들을 내주지 않고 중앙을 틀어막으면서 박스 안이나 근처에서 협력으로 막는 게 잉글랜드의 최종 수비 방식인데 그걸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들통나면서 스페인 선수들이 그래도 전반전 안에 어느 정도 답을 찾지 않았나 싶음. 특히 카르바할이랑 로드리가 너무 빨리 상대의 대응책을 읽어냈다고 생각하구요.
잉글랜드 감상평에서도 썼지만 주비멘디는 로드리보다 상호 작용이 좋지 못하고 흐름을 빨리빨리 읽어내지 못하니 잉글랜드가 맨투맨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오히려 스페인 입장에선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음.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사우스게이트의 선택이 오히려 스페인 선수들이 더 활약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고. 그게 후반전의 차이로 나타났다고 봅니다.
사실 스페인이 우승할 거란 생각은 안 하긴 했었는데 데 라 푸엔테가 연령대를 다 겪고 올라왔으니 현재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의 장단을 잘 아는 게 기조를 살짝 꺾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고.
뭐 꼬맹이들 카테고리에서 얻은 트로피들은 사실 선수들 개개인에겐 의미가 커도 감독에겐 성인 레벨과는 전혀 다른 곳이라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데 예선이나 유로 본선 치르면서 경기 중 대응이나 선수들 쓰는 거에 대해서 느낀 바가 있지 않았나 싶음. 그게 결국 우승에 일부분 기여한 셈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