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으면 커뮤니티쉴드처럼 그냥 건너뛰려고 했는데 (사실 캡쳐뜨기도 귀찮았고...) 짚어볼 만한 부분들이 있어서 짚고 넘어가 보려고 합니다. 70분 이후부터는 거의 졸면서 봐서 교체 선수들은 질문 하셔도 별로 말씀드릴 게 없으니 그 부분은 감안해주시구요.
일단 맨투맨 수비에 상당히 애를 먹었음.
비엘사식 맨투맨과 유사하게 좌우를 버리거나 제일 앞선을 버리거나 아니면 한쪽 측면을 버리면서 1명의 우위를 점하면서 자기 마크맨을 빨리 찾아가니까 마드리드 선수들의 선택지가 제한적이었고 무엇보다 보통 앞선에 서는 비니시우스, 음바페, 호드리구가 볼이 어떤 식으로 오든 상관 없이 그것을 잘 받아내는 건 아니다 보니까 이 부분에서 약점을 노출 했음.
아탈란타가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하니까 마드리드 선수들이 롱볼 외에는 답을 못 찾았음.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마크맨을 찾아가는 속도가 마드리드가 볼을 굴리는 속도보다 빨랐죠. 왜냐면 밀리탕이 올라가는 동안 시간을 벌어줘야 하니까.
그래서 마드리드가 전반전 내내 다양하게 변화를 주면서 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다양하게 변화를 주면서 맨투맨 수비를 깨려 했지만 위협적인 장면 몇 번 나온 거 외엔 소득이 없었는데 중간에 한 번 나온 것처럼 이런 맨투맨 수비를 깨는 정석 중의 하나는 상대가 마크맨을 찾아가기 전에 최대한 템포를 빨리 올리고 패스를 빨리 앞으로 보내는 겁니다.
아니면 원온원을 계속 이기면서 벗겨내는 거죠. 상대가 위험 지점들에 들어오기 전까진 철저하게 맨투맨으로 대응하면서 그 후에 지역 방어와의 혼합으로 협력 수비를 하기 때문에 원온원에서 벗겨내는 것도 사실 매우 크게 작용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를 활용한 거죠.
그게 아니라면 롱볼로 일단 한 번 길게 넘어가면서 이미 마크맨을 찾아간 볼보다 뒤에 있는 선수들이 움직이게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롱볼 공략은 잘 안 먹혔죠. 뤼디거나 밀리탕이 올라가는 시간을 벌어줘야 하니 눈치채기가 너무 쉬웠습니다. 추아메니는 그 정도로 넓은 범위를 빠르게 움직일 수가 없기도 했구요.
후반전에 결국 마드리드는 상대의 체력이 어느 정도 빠졌다는 걸 눈치 채고 패스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면서 수비를 공략합니다. 이것도 몇 장의 이미지로 보겠습니다.
사실 맨투맨 수비는 선제골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중요합니다. 상대가 무리하게끔 만들기 가장 적합한 건 선제골이고 가능하면 이른 선제골이 터지면 더 좋죠.
기본적으로 90분 내내 그것을 하려면 체력적으로 매우 우월해야 하는데 아무리 괴물 체력이어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리드를 잡고 템포를 죽이는 게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많이 뛰는 게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마크맨을 재빨리 찾고 붙고 또 계속 왔다갔다 해야 하니까요. 맨투맨 수비를 거의 병적으로 쓰는 비엘사가 괜히 계속 전진하라고 지시하고 붙으라고 지시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안 하면 뻥뻥 뚫리니까 그런 거죠.
그런 점에서 마드리드 선수들이 빠른 전개에서 답을 찾은 건 꽤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상황 판단이 빠르고 가변성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서 안첼로티가 계속 뭔가 얘기하는 게 아니라 한두 번만 얘기해 줘도 선수들이 재빠르게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게 장점 중 하나인 것 같고.
개인적으론 벨링엄과 발베르데가 제일 빛난 것 같네요. 벨링엄은 저번 시즌도 그렇고 유로에서도 그렇고 계속 보면서 느끼지만 오프 더 볼을 하면서 상대 선수들을 벗겨내는 걸 너무 잘합니다. 움직이면서 그걸 하는 게 사실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라 계속 하는 게 쉽지 않은데 대단한 부분이라 생각하구요.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면 한 경기 뛰고 나면 무릎에 쌓이는 데미지가 상대적으로 엄청 클 것 같은데 그 부분에서 클럽의 의료적인 차원에서 대책이 있냐가 중요할 것 같네요.
비니시우스는 이제 협력으로 엔드 라인으로 빠지게 만드는 게 정석 대응으로 자리 잡는 느낌입니다.
한 명이 붙는데 일부러 바깥을 열어두고 횡드리블 각만 수비하면서 뒤에 서있는 선수가 엔드 라인으로 칠 때 막타 치는 건데 바르셀로나가 아라우호를 활용한 협력 수비로 득을 보고 다른 몇몇 팀들도 따라 해보니 꽤 효율이 좋아서 이제 그냥 다 스탠다드로 따라 하는 느낌.
예전엔 엔드 라인으로 빠지게만 만들면 땡큐였는데 이 부분에서 발전하고 있는 게 선수 본인에게도 마드리드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