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이 페란 토레스의 움직임에 맞춰서 상호 작용을 하는 게 난이도가 꽤 높다 보니까 이 부분에서 초장부터 문제를 드러낸 것 같음.
계속 올라오는 타이밍을 못 잡거나 지난 경기들의 발데처럼 무리하게 한 것도 아닌데 줄 곳이 없었는데 페란 토레스가 상황 판단을 안 하고 무조건 안에 들어가 있거나 의미도 없는 공간 파기를 너무 자주 하니까 이게 꽤 크게 작용했음.
경기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페란 토레스가 계속 안으로 들어오면서 레반도프스키가 필요할 땐 왼쪽 포워드처럼 왼쪽으로 쭈욱 빠져주거나 왼쪽 하프 스페이스 쪽에 서있는 건데 다른 선수들보다 페란 토레스에게 이렇게 해서 생기는 공간을 활용하고 오프 더 볼을 이행해서 하피냐나 야말에게 선택지를 늘려주거나 아니면 페드리를 비롯한 후방 선수들을 활용해 종으로 한 번에 공략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 같음.
아무래도 복잡한 요구 사항들을 잘 소화하는 선수는 아니고 온 더 볼 상황보단 오프 더 볼 상황에서 빛나고 양 발을 쓸 수 있어서 방향을 덜 가리니까 이런 선수가 중앙에서 볼을 한 번 잡아주고 리턴을 내주거나 선수들 사이사이에서 비는 공간들을 공략하는 게 레반도프스키의 동선도 줄일 수 있고 페란도 괜찮은 쓰임새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본 것 같은데 반대로 좁은 시야와 순간적으로 좋지 않은 판단력이 문제가 되고 있는 거겠죠.
중앙에 서니까 가뜩이나 좁은 시야와 구린 판단력이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음. 그리고 중간중간에 욕심 가득한 플레이들이 눈에 띌 때가 있는데 플릭 입장에선 이게 제일 거슬리겠죠. 다른 거야 적응의 문제겠지만 이건 순전히 페란의 욕심이니.
결국 페란 토레스의 이 때론 게으르고 영리하지 못한 플레이들이 마르틴, 페드리, 베르날을 무리하게 만들었음. 빌바오 전보다 훨씬 더 양 측면의 4명 수비가 잘 안 이뤄졌고 그 덕에 페드리랑 베르날이 최후방 라인을 형성하는 선수들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따라가는데 바쁘고 신경 써야 할 게 늘어나니 라요 선수들을 너무 놓쳤죠.
여기서 드러난 문제점 중 하나는 점유율은 막상 높게 나와도 실점을 해서 만회해야겠다는 것과 주변 선수들에게 공간을 내주고 소유에 장점이 있는 선수가 드물다 보니 너무 전진에 초점을 맞춰서 정확도는 떨어지면서 엄청 뛰어다녔음.
예전부터 이렇게 양상이 꼬였을 땐 페드리가 힘을 내줘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초장부터 라요 선수들이 가리지 않고 무릎이나 다리를 슬쩍슬쩍 차버릇하니 굳이 위험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없었던 것도 있긴 했겠죠.
쿨링 브레이크 이후나 후반전에도 변한 게 없었던 거 보면 플릭도 따로 지시를 안 했던 거라고 봐서 불만은 없긴 한데 챠비가 적극적인 유도를 하면서 본인만 움직이는 선수를 원한 이유는 너무 눈에 들어오긴 합니다. 현 스쿼드에 그런 선수가 들어온다면 큰 차이로 달라질 거란 확신이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올모는 페란처럼 중앙에서 본인의 플레이들을 하려는 욕심은 없고 반대로 첫 터치로 상대 선수들을 벗겨내거나 따라오게 만들었을 때 멈춰서 방향을 바꿔버리거나 하면서 주변 동료들에게 공간을 내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 않았나 싶고.
보면 볼수록 양 발을 잘 쓰고 방향을 안 가리면서 적은 터치 수로 플레이를 마무리 짓는 편이라 쓰임새가 다양할만한 가능성은 어느 정도 보여준 것 같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본인이 관여할 영역이 아니란 생각이 들면 너무 느슨하게 뛰고 적극성이 확 떨어지던데 뭐 첫 경기이기도 하고 교체로 들어갔던 거니 앞으로 더 봐야겠죠.
더 짚고 싶은 부분들이 있긴 한데 글이 더 길어질 것도 같기도 하고 계속 다른 거 하면서 캡쳐 뜨고 수정하고 그랬더니 시간도 너무 많이 소모되긴 했습니다. 딱히 중요한 얘기들도 아니구요.
베르날은 불행한 부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예방할 수 있었다 생각하구요. 카드 받을 때도 잡아챌 상황이 아닌데 지쳐서 가뜩이나 좁은 시야가 더 좁아지니 잡아챈 거라고 보고 그 후에도 라요 선수의 패스 한 번 막아내고 힘들어서 뛰지도 못하고 허리 숙이고 헉헉 거리고 있었죠.
신체가 완성되지 않은 나이대의 선수가 3일 간격의 경기를 뛰는 건 (특히 이동이 있는 경우) 늘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되는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근래 바르셀로나 감독들은 이 부분에서 너무 무감각하고 긍정적으로만 보는 게 심한 편이라고 봅니다.
큰 부상은 대부분 그 한 가지의 장면만으로 오는 게 아니라 부상을 유발할만한 상황들이 쌓이고 쌓여서 나타나는 거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자각이 없을만한 나이대의 선수들은 항상 조심해야 함. 경기 막바지에 이런 부상이 나타났다는 게 더 이걸 보여준다고 봅니다.
물론 좋은 리듬을 유지하거나 그런 리듬을 갖출만한 여지가 보이는 선수를 계속 뛰게 하는 것도 당연히 좋은 거지만 이게 우선시 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야말이나 쿠바르시 같은 케이스들이 있고 보강도 제대로 못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높은 난이도와 감당하기 힘든 피로도, 상대적으로 더 긴장하기 쉬운 환경 등에 어린 선수들이 너무 많이 노출되고 있다고 생각함.
어린 선수들은 조각이 되어야지. 계속 그 선수들에게 게임 스테이지 깨듯이 난이도를 높여버리면 안 되는데 바르셀로나는 너무 후자로 가고 있다 생각함. 앞서 말씀드렸듯이 충분히 바꿔줄 수 있었다 생각하는데 플릭이 못 본 건지 파우 빅토르 넣을 때도 안 바꿔주더군요. 진짜 아쉬웠던 부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