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움직이니까 물을 엄청나게 뿌린 거임. 미끄럽게 만들고 안 넘어지려고 하면 오히려 볼 컨트롤하기 더 어려워지고 볼이 물을 너무 먹으니까 땅으로 굴리면 길게 갈만한 것도 속도가 서서히 죽으면서 짧게 굴러가고.
쎄게 차거나 슈팅 각 잡으려고 볼을 잡아두면 미끄러져서 히트 포인트가 잘 안 맞으니 이렇게 해놓으면 더 안 움직일 거라고 가정하고 물을 엄청 뿌린 거죠. 실제로 전반전은 평소보다 더 안 움직인 것 같구요.
결과론적인 얘기가 아니라 제가 라스 팔마스 분석관이었어도 마요르카, 바야돌리드랑 한 거 봤고 벨링엄 대체자로 나온 애들도 다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거 간파했으면 그리고 라스 팔마스 선수들이 잔디 적응을 괜찮게 할 수 있다면 워터파크 만들어 버리는 게 최선이라고 얘기했을 거임. 여차하면 0대0 으로 끝나도 그만이니까.
한창 딩요, 데코빨 심하게 타던 레이카르트 때나 측면 고장나기 전후로 메시, 챠비 의존증에 시달리던 펩 바르셀로나 상대로 엄청 자주 쓰던 잔디로 변수 만들기인데 볼을 잡은 선수들이 최대한 거리를 메워주면서 기다리는 선수들에게 패스하는 걸 너무 높은 비중으로 하면 이런 식으로 멕이는 거죠.
모드리치를 최대한 두다가 뺀 것도 결국 이런 건 경험이 많은 미드필드가 더 많이 움직이고 더 패스를 과감하게 하면서 바꿔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인데 얘가 제일 문제였음.
얼마 보지 않은 저번 시즌에도 2~30분이 최대치라고 얘기했던 거 같은데 이제 배터리 수명이 짧은 걸 우선적으로 짚을 게 아니라 본인이 움직이면서 사이사이에서 경합이 아예 안 되고 패스를 못하는 게 더 심각하고 더 우선적으로 봐야 하는 문제임. 이건 복합적인 문제니 오로지 체력적인 문제로만 퉁칠 수 없단 뜻이구요.
사실 모드리치의 장점 중 하나는 중앙과 측면을 골고루 쓰면서 팀의 속도에 관여해서 볼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돌리는 건데 지금은 본인이 체력적으로 다른 선수들 움직임을 못 따라가고 경합을 견딜 힘이 없으니까 반대로 볼을 내주고 멀리 빠져버리거나 관여를 안 하려고 하던데 이러면 모드리치를 쓸 필요가 없죠.
그리고 이게 공격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수비나 전환 과정에서도 가능하면 경합 한 번, 태클 한 번으로 메워보려고 볼만 보고 따라다니니까 간격과 대형이 다 무너져 버림.
현재 팀에서 벨링엄 빼면 본인이 사이사이에 끼면서 관여해줄 유일한 미드필드인데 이 모양이면 안 되는 거임. 이건 체력적인 문제보다 온오프 다 포함해서 경합이 아예 안 되니 소유보단 처리에 중점을 두는 게 더 큰 문제임. 실제로 교체로 들어와도 똑같죠.
저번 시즌엔 교체로 들어오면 제가 본 경기들에 한해선 장점들은 그래도 짧게라도 유지가 됐는데 이번 시즌은 시즌 초반부터 선발, 교체를 가리지 않고 아무것도 되지가 않음.
하프 타임 교체도 멘디랑 브라힘 두 명을 왼쪽에다 같이 쓸 필요가 없고 모드리치가 너무 못 움직이니까 차라리 범위를 줄여서 고정시키고 대신 왼쪽에서 직선적으로 조금 더 과감하게 움직여 줄 프란을 넣고 호드리구가 필요할 땐 오른쪽에 머물면서 모드리치가 해줘야 할 전방위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게끔 하려고 넣은 거죠.
결국 모드리치 뺀 것도 저렇게 최대한 고정시켜 놔도 본인이 과감하게 공격을 이끌지 않으니까 냅둘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 거죠.
그러니 호드리구 옮겨버리고 귈러 넣은 거임. 대신 멘디를 빼버리고 뤼디거가 공중볼이나 불확실한 볼을 왼쪽에서 대응을 할 수가 없으면 프란이 그대로 뻥뻥 뚫리니까 (구경만 하던데..) 일시적으로 센터백으로 움직이는 건 카르바할이 더 낫기도 하고 동료들 움직임 고려하는 것도 카르바할이 더 나으니 넣은 거죠. 솔직히 교체는 깔 게 없음.
굳이 까자면 귈러가 아니라 엔드릭을 일찍 넣는 게 낫지 않았을까 정도... 엔드릭 > 귈러 이런 쓰잘데기 없는 소리 하려는 게 아니라 아무리 봐도 귈러가 지금 문제점들을 조금이라도 해결해 주거나 필요한 유형인지 잘 모르겠음. 실력의 문제 이전에 팀이 필요로 하는 걸 동료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냐의 문제인데 한 장면도 못 봤음.
음바페도 리가 팀들의 횡드리블만 철저하게 막으면서 벽치는 수비에 힘을 못 쓰니까 비니시우스랑 아예 자리도 바꿔보고 파리나 프랑스에서 측면 뛸 때랑 좀 유사한 느낌으로 뛰는 것도 일시적으로 나타났는데요.
유의미한 장면이 거의 안 나올 수밖에 없는 게 이 두 팀에서 음바페 측면 기용의 핵심은 음바페가 중앙으로 들어갈 때나 슈팅 타이밍을 잡으려고 할 때 박스 안에 있는 선수가 한 명이라도 끌고 나오거나 아니면 박스 안에서 시선을 끌어모아 줘야 하는데 그럴 선수가 없음.
비니시우스가 중앙에서 가끔씩 최대한 어그로를 끌어주려고 해 줬지만 애초에 그런 선수가 아닌데 굳이 싶기도 하구요. 애초에 원래 플랜도 브라힘이 같이 어그로를 끌어주면서 음바페랑 비니시우스는 계속 자리를 바꿔보고 횡드리블에 대한 협력 수비를 어떻게든 떼어내어 볼까란 접근 방식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이렇다 할 게 없었음.
그동안 얘기해 온 것들도 딱히 크게 변하지 않았고 벨링엄이 빠지면서 공수 밸런스가 완전히 깨져버리기까지 해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긴 합니다.
교체 타이밍이나 교체하는 거나 인터뷰하는 거까지 봐도 안첼로티가 문제점들을 모른다고 생각은 안 하는데 선수들에게 더 강하게, 더 세밀하게 지시를 한다고 빠르게 해결이 될까는 저는 잘 모르겠음. 뭐 어찌 됐든 벨링엄이 부상 복귀 하기 전에 뭔가 대책이 나왔음 하긴 하네요.
티스토리가 PC, 모바일 양쪽에서 대형 업데이트들을 하면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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