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옛날부터 느꼈지만 진짜 반 할 느낌 강하게 나는 감독 중 한 명임. 라인업 보니 아약스로 팀명 바꿔놔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데 당연히 전력 보강의 선택이겠지만 한편으론 이미 꽤 있음에도 아약스 출신 선수들이 더 들어온 거 보면 여전히 라커룸 문화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음.
반 할은 얘기는 나눠도 항상 답은 본인에게 있다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말로는 아니라 함) 감독의 권위에 도전하고 기용 방식에 불만을 내는 선수들은 가차 없었는데 (히바우두뿐만 아니라 안데르손, 루쵸, 피찌, 스토이치코프 등등 다 그랬음) 여기도 점점 특정 나라가 많아지고 특정 출신이 많아지는 거 보면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한 수준까지 오지 않았나 싶네요.
뭐 이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맨유 팬 친구는 팬질을 그만뒀고 전 맨유를 안 쓴 지 한참 됐는데도 유입 경로에 맨유 관련 검색들이 꽤 보이기도 하고 제 글을 퍼가시는 분들도 계시길래 뭐 때문에 그럴까 궁금해서 봤음. 커뮤니티쉴드도 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뭔가 느낀 게 없던 경기라 딱히 얘기하지 않았던 건데 이 경기 보니 특징이 한 3가지 정도 보이긴 함.
1. 원투 터치 패스가 너무 많아서 통계상 점유율에서 앞서고 있어도 (경기 도중에 60몇퍼 보여줄 때도 체감이 하나도 안 됐음) 경기를 지배한다는 인상이 없음. 선수들은 전진과 속도에 초점을 맞추고 빠른 처리를 너무 하니까 그만큼 패스 미스로 되돌아와 선수들이 쓸데없이 너무 뛴다는 점.
좌우에 서는 래쉬포드와 가르나초가 공수 양면에서 시야가 너무 좁은 탓에 슈팅까지 가는 과정이 짧아야 하니 그걸 의식한 거 같기도 한데 그럼에도 너무 무리한 패스 시도와 빠른 처리가 많음. 이게 앞서 말했듯이 쓸데없이 너무 뛰게 함.
2. 지르크지도 도망 다니는 포워드거나 포워드인 척하는 미드필드 느낌인데 그러다 보니 박스 안이 텅텅 비어있어서 항상 공격 방향이 브루노나 양 측면으로 고정된다는 점.
3. 2의 연장선인데 상대가 웬만한 경우에는 브루노를 보면 된다는 걸 아니 볼의 방향을 예측하기가 너무 쉬움.
안 풀렸을 때 극단적인 전술전략 변화로 승부수를 던지는 건 네덜란드 감독들 종특이긴 한데 본인의 지시를 잘 이해하는 선수들을 원하는 것도 그렇고. (전반전 도중에 멈췄을 때도 데 리흐트 불러다가 전달하던데)
현재 선수단이 이걸 소화하기엔 안 맞는 거 같은데 안 맞으니 타협을 하는 게 아니라 역으로 과도할 정도로 빠른 플레이를 요구하고 속도를 내려는 게 문제인 것 같음. 뭐 다른 팀들하고 할 때도 이런 지는 잘 모르겠지만 리버풀이 엄청 공격적으로 나올 거라고 가정한 건가 싶을 정도로 좀 이상했음.
- 리버풀
리버풀은 아놀드, 소보슬라이 등의 위치 변화로 안으로 들어가는데 익숙한 쓰리톱의 효용성을 높이고 동시에 후방 대형을 다양하게 가져가면서 패스 루트를 잘 만들어 내는 듯함. 일단 상황 파악이 빠르고 영리한 맥 알리스터의 존재가 제일 큰 것 같은데 여긴 아예 오늘이 처음이어서 이 이상은 얘기할 게 없긴 함.
이걸 한 번 더 찍은 건 포백 대형으로 돌아갈 때 미드필드들이 이런 식으로 사선 패스를 하기 좋은 대형으로 쭈르륵 서는 게 좀 신기하긴 했네요. 약간 4-3-3 변형 느낌인데 맨유 선수들이 여기서도 패스 루트를 너무 쉽게 내주지 않았나 싶음.
클롭 시절의 과감하고 적극적인 경합은 필요할 때 아니면 시도도 안 하는 게 슬롯 지시 같은데 이게 안정감의 원인일 지도 모르겠음. 선수들이 대형을 갖추고 서로 간의 호흡을 바탕으로 한 상호 작용이 좋은 거 같다고 봤는데 뭐 60분만으로 평가하기엔 역부족이긴 함.
60분 이후로는 경기 끝났다 생각하고 틀어놓고 소리만 들으면서 딴 거 하면서 봐서 물어보셔도 대답해 드릴 게 별로 없으니 질문 안 받음. 이 두 팀을 다음에 또 할지도 전 모릅니다. 무계획 블로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