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챠비 첫 풀 타임 시즌 전반기에도 얘기했었던 거 같은데 같은 패턴에 계속 당하는 리가 팀들 상대로 이기는 건 솔직히 의미 부여 할만한 경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임. 리가 저평가 하는 것도 이런 팀들이 객관성을 상실하게 만들기 때문인데 사실 빈도 수가 결코 적지 않은 편이고. 초치는 거 같지만 4경기란 적은 표본은 감독 교체의 효과가 진짜냐 아니냐를 평가하기엔 너무 적음.
경기가 조기에 끝나서 다행이었고 일단 이적 시장을 너무나도 못 보냈기에 사실 스쿼드가 그렇게 변하지도 않았고.
감독 교체의 유의미함을 찾으려면 팀적인 틀을 빠르게 갖출 필요가 있는데 이게 4경기에선 공통적으로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가 전임 감독 대비 조금은 더 뚜렷하고 정해져 있다는 점 (개개인의 기량을 덜 타고 있으니) 과 선수들 개개인의 성장세, 리듬에 많이 의존해야 하는 시즌일 가능성이 높기에 초반에 까먹지 않고 있다는 점만 집중하는 게 맞겠죠.
바야돌리드가 마드리드 상대로 그래도 좀 버티다가 무너진 건 중앙을 아무도 파지 않는 상황에서 횡드리블 각을 3명이 막으면서 횡으로 줄줄이 소세지처럼 벽을 쳐서 대응을 했기 때문인데 바르셀로나는 정반대로 접근해서 부순 거임.
유독 중앙으로 패스를 과감하게 넣은 건 야말을 잡으려고 항상 2명은 바로 움직일 수 있게, 나머지 1명은 여차하면 들어올 때 대응하거나 횡드리블을 치기 좋은 지점 (박스 근처) 에서 대응하려고 항상 애매한 지점에 서있으니까 중앙으로 패스를 넣으면 순간적으로 바야돌리드 센터백들이나 최후방 바로 앞에서 수비하던 선수들이 단체로 낚여버려서 뒷공간 파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거죠.
빌바오 전에서도 본인 색깔을 강화하고자 하는 건지 아니면 상대의 방식을 분석한 건지 지켜볼 포인트 중 하나라고 했었는데 오늘 경기 보니 상대 분석은 좀 철저하게 하는 모양인 것 같고 챠비 사단하고 비교해 봤을 때도 훨씬 더 날카롭고 잘하는 느낌.
후반전에도 별로 바뀐 게 없었음. 그러니 전반전보다 더 얻어맞은 거고 쉽게 간 거죠.
쉽게 가야되는 경기를 쉽게 갔다는 당연히 칭찬할 부분이지만 이런 경기는 앞으로의 전망을 예측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기엔 역부족이란 거임. 적어도 바르셀로나가 경쟁해야 되는 팀들은 이렇게 같은 거에 여러 차례 당하고 대응책도 변하지 않고 그러지 않음. 이건 비판적이고 비관적인 게 아니라 냉정하게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씀드리는 거임.
하피냐는 옛날부터 자주 얘기해 왔던 부분인데 원투 터치 플레이의 정확도가 매우 떨어지고 왼발 잡이임에도 왼발로 첫 터치를 가져가고 투 터치도 왼발로 가져가는 게 너무 안 됐는데 이런 부분들이 향상되면서 선수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성향을 많이 벗어났음.
그리고 주변 선수들이 얼마나 있냐가 본인이 선택지를 가져가는데 영향을 많이 끼치기 때문에 사실 버려두는 것보단 최대한 사이에 끼어서 노는 게 나은데 플릭은 이 부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킥이 좋은 걸 기술적으로 뛰어나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건 순간적인 온 더 볼이 좋은 거지. 드리블의 연장선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기에 킥으로 가는 동작에서 자유롭고 (예전엔 항상 혼자 빠져있다가 볼을 받았으니) 선택지가 넓어지니 시너지가 나고 있다고 봅니다.
올모는 양 발 사용에 능하다 보니 위치를 덜 가리는 것도 있지만 동료들을 위한 포지셔닝이 몸에 베어있는 것도 있음.
항상 상대 수비수들이 거슬릴만한 위치를 찾아가려고 하다 보니까 상대 중 한 명이라도 신경쓰기 나름이고 필요할 때는 본인이 움직여서라도 가려고 하니 시선을 분산시키기도 하는 거죠.
게다가 플레이 방식이 터치의 방향으로 상대를 속이거나 상대의 이동 방향이나 움직임을 읽고 최대한 이용하는 쪽에 가까워서 팀적으로 시선을 분산시키기 좋을 때 활약상이 더 나오는 거죠.
대승이라 초치기 싫어서 별로 덧붙이고 싶은 내용은 아니었는데 카사도는 왜 챠비가 피보테로 안 썼는지 그리고 플릭도 별로 선호하지 않는지 너무 잘 보였다고 봅니다.
아무리 봐도 얘는 이렇게 뛸 거면 후방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없음. 쓸 거면 오히려 공격적으로 써야 하는데 그럴 거면 페르민이 낄 때 끼고 안 낄 때 안 끼게끔 이해시키는 게 낫죠.
프리시즌 때도 말씀드렸지만 수비를 느슨하게 하는 경기들에서 자기 공간 확보하고 제 플레이 하는 거랑 정규 시즌에서 그렇게 하는 건 난이도가 차원이 다름. 벌써 상대 팀들은 다 알고 있음. 거리만 좀 좁히면 더 빨리 처리하고 더 빨리 피하는 거.
B팀 경기를 안 보니까 챠비가 훈련은 시키는데 왜 로메우 같은 구더기를 교체로 쓸까 의문이었는데 이번 시즌 경기들 보면서 그 의문은 다 해소됐음. 적어도 얘는 현재 팀 스쿼드 환경 덕에 기회를 받고 있다고 봅니다. 솔직히 이적 시장에서 여유가 있었다면 안 잡았을 선수고 잡을 필요도 없는 선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