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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감독 챠비에 대한 단상

by 다스다스 2024. 11. 1.







0. 며칠 전에 텐 하흐 짤린 걸 악성 맨유 팬 친구로부터 들었는데 (이미 아모림으로 정해진 것 같은데 정말 다행임) 챠비에 관한 질문들을 받기도 했고 언론들 통해서도 짤막하게 기사들을 봤던 터라 정리 겸 써봄.





이건 한번쯤 감독 챠비를 조금이라도 더 자세하게 다루고 싶기도 했고 겸사겸사 남겨두는 거지. 다른 이유는 없으니 억측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고 다른 리뷰들은 할 생각 없음. 관련 질문들도 X. 당분간은 정말 어떠한 주제도 다루고 싶지 않음. 퍼가지도 마세요. 일부분 떼가지도 마시구요.





근래 이야기들 역시 댓글로도 하지 않을 생각임.





1. 챠비의 축구 이론은 펩 쪽에 가까운 건 맞음. 그의 이론이 필드 위에서 가장 잘 드러난 건 재밌게도 중도 부임 시즌과 4 미드필드 전술전략이 잘 돌아간 시즌 중반 1-2 개월.





필드 위에서 패스 루트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패스가 여러 차례 돌다가 한 방에 큰 패스나 치명적인 패스가 들어가거나 창의적인 선수들의 양 방향 패싱, 원투 터치 등을 살리는 게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





페란 토레스를 겨울에 무리해서 데려왔던 것도 당시 바르셀로나에는 없는 양 발을 쓰고 방향을 덜 가리고 마무리에만 집중했을 때 효율이 나올 선수라 본 게 제일 컸을 거라는 게 합리적인 추측.





근데 마무리를 못하니 선수가 서서히 망가져 갔고... 레반도프스키도 좌우 포워드들의 능력이 떨어져도 그들을 살려주고 여차하면 구더기들을 데리고도 경기력의 기복을 줄여줄 수 있단 게 제일 컸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세밀한 조정과 선수들의 오프 더 볼 극대화를 통한 기계적인 움직임보단 철저하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의 자율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다 보니 그 선수들이 체력적, 전술적 한계를 맞이하니 읽히고 무너졌다는 점.





동시에 이런 과정들 속에서 나머지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이해시키고 가르치기보단 알아서 낄끼빠빠하게 만들어 버리니 바르셀로나의 관념을 비슷하게라도 겪어보지 않은 선수들은 싹 다 적응에 실패했다. 챠비는 초창기부터 이런 스탠스가 강했는데 점점 더 강해졌고.





이게 의미하는 건 챠비는 외부 선수들의 적응을 돕지 못했고 선수들에게 세밀하게 가르치고 이해시키는 건 빅 클럽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2. 중도 부임 시즌 전술전략을 개인적으로 아수라라고 표현했었는데 부스케츠, 페드리, 데 용이 각각 다른 이유들로 한계가 오기 시작하면 안 먹힐 거라 했고 그 시기는 3-4월 즈음이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대로 맞아떨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시즌이 마무리되고 다수의 영입들과 맞이한 첫 풀 타임 시즌은 미리 선수들을 올려두고 부스케츠가 3대4 구도나 2대4 구도에서 유도해서 제끼고 앞선까지 짧게 전달해줘야 하는데 개막전부터 이게 막히니 롱패스, 크로스로 건너뛰다가 조별 예선에서 무너졌다. 결국 부스케츠가 이제 완전히 망가져 가니 페드리한테도 더 높은 수준, 더 잦은 빈도 수로 유도를 요구했다.





이건 다수의 영입들과 별개로 부스케츠가 신체적인 하락세가 가속화되니 챠비의 플랜이 포워드 영입과 별개로 무너졌었다는 증거다. 그래서 부스케츠와 페드리, 데 용, 가비 등이 서로 아니면 그 이상으로 포워드들과 상호 작용하면서 받쳐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려오고 도와주는 움직임이 필요해지니 레반도프스키를 메시처럼 써버린 것.





레반도프스키의 메시화 이전 잠깐 빛났던 4 미드필드 전술전략 역시 부스케츠의 신체적인 하락세의 가속화를 어떻게든 막아보기 위함과 가비의 성장세가 미드필드스러운 면모보단 포워드스러운 면모가 더 큰 게 컸다.





3. 결국 영입 의도들은 그대로 맞아떨어진 게 없고 부스케츠도 모자라 제일 중요한 전술적 중심까지 맛탱이가 가버렸고 데 용, 페드리의 성장 방향성은 꼬여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필요한 유형은 눈에 확 들어왔다. 그러니 첫 풀 타임 시즌 데 용이 나가면 베르나르도 실바가 와야 한다 할 때보다 더더욱 몰빵을 외친 것.





구역을 더 잘게 나누고 오프 더 볼은 최대한 앞에서 한다고 가정하고 특정 선수의 자율에 맡기려면 필드 전역을 돌아다니며 유도를 해주고 패스 루트를 찾아주고 선수들이 덜 돌아다니게 해 줄 선수가 필요했다.





4. 결국 안 오니 절충안으로 선수들을 더 뛰게 했는데 피지컬 트레이너 (이반 토레스) 의 무능력이 전 시즌 대비 훨씬 더 심하게 드러났다. 첫 풀 타임 시즌은 전체적인 주기, 리듬의 문제가 제일 컸다면 (아직도 운이 없어서 조별 예선 떨어진 거라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잘못된 것. 순전히 챠비와 그의 코칭스태프들의 실책) 마지막 시즌은 단기적인 문제까지 연이어지면서 더 처참했던 것.





5. 사단 문제는 크게 나눠봤을 때 3가지. 경험 부족과 동일한 성향 그리고 지나치게 긍정적인 판단력.





현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게 똑같고 실전적인 경험이 너무 떨어지고 챠비의 선수 시절 경험이 사단의 알파이자 오메가니 챠비가 말려버리면 어떤 경우에도 수습이 안 된다.





결국 모든 영역에서 챠비의 판단이 들어가니 코칭스태프들이 개인적인 판단을 하든 챠비와 반대되는 관점으로 변화를 주든 등의 모습들이 2년 반 동안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2년 반동안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비판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보단 리가의 하락세를 아예 염두에 두지 않고 선수들의 기량을 오판하는 실책을 자주 범했다. 이게 챠비가 유럽 대항전과 리가를 어느 순간부터 별개의 영역으로 구분해 기용 방식, 전술전략들을 다르게 가져간 근본적인 원인이라 본다.





사단 인물들 중 특히 피지컬 트레이너인 이반 토레스는 필히 바꿔야 할 터. 챠비의 2년 반 동안 프루나를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건 그의 근육계 관련 누적 데이터는 30년 가까이 된 보기 드문 스포츠계 의사기 때문. 오베르마스 때부터 관련해서 프로그램도 따로 개발하던 사람. 플릭으로 바뀌니 어디가 문젠지 바로 드러났다.





챠비는 그의 인물들을 보호했지만 사실 1, 2부의 코칭스태프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해봤을 때 챠비 사단은 최하위 그룹이다.





6. 챠비 개인의 문제를 연장선으로 가져가보면 모든 전술전략의 기초는 속도에 맞춰져 있고 나름 잘 짜온다는 평을 일시적으로 받던 맞춤 전술전략들도 뚜껑을 까보면 다 병적인 속도 집착에 있다. 발의 방향에 맞춘 알론소나 알바, 가비 기용, 크리스텐센 피보테 기용을 통한 낚시질 등등 다 큰 맥락에선 똑같다.





결국 어느 클럽이든 챠비를 감독으로 선임한다면 코칭스태프에 챠비와는 아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인물과 최신 트렌드에 익숙한 시선을 가진 분석가나 경험이 많은 인물들이 필요하다. 그래야 45분 쓰고 사이즈 다 나왔는데도 혹시?? 하면서 요령을 안 피울 거고 조금 더 자신의 생각이 넓어질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





더해서 챠비는 완전 헛다리 짚은 세티엔과는 조금 결이 다르긴 하다. 그냥 현재의 트렌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고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이해를 시킨다는 게 세티엔처럼 떨어져서 비슷해 보이는 거뿐.





현재 트렌드는 측면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았어도 속도를 빨리 내야 한다는 건 상황에 따라 다르다. 사실 배움이 느리다는 것도 끝까지 답을 여기서 찾으려 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7. 마지막으로 양쪽에게 다행이라 생각할 정도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행이 루머로 그쳤지만 챠비의 최대 약점은 바르셀로나밖에 안 겪어본 본인의 경험이 감독으로서 장점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단점으로 나타나 선수 시절 성격을 완전히 잃어버린 데 있다.





단호하지 못하고 쫄보 기질이 강해졌고 확신이 없으니 감독으로서 과감하게 판단해야 할 때도 오히려 베테랑들의 기지에 의존하는 모습이 많았다. 여기에 멘탈까지 너무 약해 기자들이 조금만 건드려도 말실수를 너무 많이 했다. 카탈루냐 언론들이 아무리 역대급 벌레들이 다 모여있다지만 다른 언론들도 요즘은 어그로가 80% 이상이다.





국대 감독으로 루머가 났을 때 오히려 진짜 개망한다고 얘기했던 것도 전혀 다른 환경을 겪어본 선수들을 제대로 가르친 전적이 없고 알 사드에서도 병적으로 속도에 집착하는 모습밖에 못 봤기에 챠비의 트레이닝론이 그렇게 이득일 거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





바르셀로나에서 실패한 감독들은 크게 2가지의 부류로 나뉘는데 외부 인사로 들어와 입지가 좁아 항상 외적인 요소들과 성적 부담 등에 시달려 이를 극복하지 못한 부류 (세라 페레르, 타타, 발베르데, 세티엔 등) 와 그들의 관념을 잘 아는 것과 별개로 그것을 스쿼드에 명확하게 심지 못한 부류 (반 할 2기, 말년 레이카르트, 티토, 쿠만, 챠비 등) 다.





챠비의 다음 행선지가 어디일지 모르겠지만 코치나 배움이 아닌 감독으로서의 도전을 다시 한번 더 해볼 생각이라면 그는 더더욱 배움의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미 자신에게 많이 맞춰준 적밖에 없는 감독직 경험들과 바르셀로나밖에 모르니 다른 클럽에서의 환경 등에서 절충안을 찾지 못한다면 어쩌면 바르셀로나에서 실패한 후 커리어가 완전 꼬여버린 인물들의 길을 따라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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