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생활을 시작한 바르셀로나 B팀 때부터 본인도 자주 밝혀왔고 행동으로도 자주 보여줬던 거처럼 반 할의 감독 철학의 영향을 많이 받은 편임.
선수로서 마드리드에서 5년이나 뛰다 넘어온 선수임에도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바르셀로나 팬들이 받아들이고 사랑을 준 선수지만 그렇다고 또 완전한 바르셀로나의 사람으론 보지 않음. 본인도 그 부분에서 서운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보구요.
근래 챠비 저격했던 다큐멘터리나 인터뷰나 트레블 직후 있었던 의장 선거가 자신의 거취의 불확실함을 확장시켰던 거처럼.
사실 크루이프와도 B팀 감독 할 때 빼면 접점도 없는 선수기도 하구요. 감독 크루이프 밑에서 뛴 적도 없고.
루쵸가 겪은 감독 중 가장 바르셀로나스럽다 느낄만한 감독도 반 할이었음. 그러니 루쵸를 크루이피스타라고 하는 카탈루냐 언론들도 없죠. 엮지도 않고.
그다음이라고 해봤자 렉사흐나 레이카르트? 아니면 오히려 마드리드 시절 발다노를 꼽아야 할 정도. 렉사흐는 한참 쉬다가 가스파르트가 매달려서 어쩔 수 없이 한 거였으니 당연히 2순위나 3순위일 수밖에 없는 거고.
오래된 바르셀로나 팬들은 대부분 반 할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2기 때 망쳐놓고 도망가서 그런 게 제일 크겠다만...
사실상 90년대 초반 드림팀 이후 가장 안정적인 전력과 필살기로 온 감독이 기대치를 못 채우기도 했고. 허구헌날 싸우기만 해서 피곤한 사람이기도 했고. 남겨놓고 간 것들 (꼬맹이들, 소수의 더치맨들) 다 감안해 놓고 봐도 사실 필살기로서 두 번의 기회에서 그가 증명한 건 무엇이냐 따지면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
반 할도 아약스 출신이고 바르셀로나와 거의 동일한 철학과 방식, 관념 등을 추구하지만 그걸 필드 위에서 구현해 내는 방식은 항상 공격적이고 더 공격적이고 가장 이상에 가까워져야 한다보단 때론 실리적이고 어떨 때는 과감하고 (과감할 땐 정도를 모를 정도로 과감할 때가 있음) 그런 쪽에 가까운 감독.
그래서 맨유 가선 욕을 많이 먹었죠. 펩이 09-10 때 하던 거나 델 보스케가 하던 점유율 기반 실리 축구를 많이 하려 했으니까.
제가 왜 반 할에 가까워지는 거 같단 우려를 했냐면 선수들하고 선을 너무 그어놓고 본인의 방식에 맞추려 하는 게 반 할이 유독 심했음.
펩은 따라올 생각이 없거나 안 맞는다 싶음 배제를 했지만 반 할은 그런 선수들을 어떻게든 누르려 했거든요.
실제로 반 할 1기 마지막 시즌 파벌 논란의 핵심은 말 잘 듣는 애들은 아무리 못해도 계속 나오는데 (더치맨들) 자신과 부딪힌 애들 (루쵸, 히바우두, 프레드릭 데후, 안데르손 등등) 은 아예 플랜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1달을 못 나오고 때로는 벤치로 가고 하다 하다 관중석도 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니 차별하는 게 아니냔 얘기가 있었던 거죠.
사실 로마에서도 너무 딱딱하고 안 되는 선수들 억지로 끌고 가기보단 토티 가지고 선발 제외하면서 선수들 경각심 주고 그러던 것도 반 할이 히바우두 가지고 하던 거랑 유사한 모습이지만 아주 약간의 차이가 있는 과감함이었거든요.
근데 이번 시즌은 본인의 안일함을 질책하기보단 선수들과 알게 모르게 부딪히는 빈도 수가 늘어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반 할과 차이점을 못 느낄 정도로 비슷하게 다가왔던 게 컸음. 여전히 이건 위험 수위에 걸쳐 있다고 보구요.
팀이 잘 나가고 있을 때 한두 명이 그러면 걔네가 문제지만 팀이 삐그덕거리고 있을 때 선수들이랑 부딪히면 감독도 자기 문제점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긴 하거든요. 그래서 우려할만한 부분이라 봤던 거고 여전히 위험하다 얘기하는 거.
내적으로 루쵸의 축구는 계속해서 말씀드리지만 온 더 볼이 좋은 포워드가 없을 때 매우 답답할 수밖에 없음.
루쵸는 점유율을 활용하는 방식이 더 공격적이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일관성과 체력 리듬 유지에 맞추는 감독이기도 하구요.
경기를 지배했다. = 공격적이다. 로 귀결되는 편이라 이 부분은 반 할의 영향을 받은 게 맞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똑같음. 반 할도 점유율 높으면 우리가 경기 지배했고 공격적이라 했죠. 뻥글 언론들이랑 맨유 팬들이 이 말을 아예 이해를 못 했었음. 지금도 종종 팬들이 루쵸의 인터뷰를 이해를 못 하는 것도 비슷하다 봅니다.
저번 시즌보다 훨씬 더 자주 맞이하는 저 답답한 흐름을 뚫어주는 방법 자체가 저런 포워드의 존재나 전술적 변형으로 흐름을 바꾸는 건데 현 파리는 이 부분에서 답이 정해져 있다는 게 문제겠죠.
겨울에 흐비챠 영입에 나선 이유도 현 포워드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으니 루쵸 의사가 강하게 들어갔다 보는 게 맞겠죠. 사실 뎀벨레 중심으론 답이 안 나오는 걸 겪어봐야 안다는 것도 웃김. 전 이 부분에선 도저히 이해와 쉴드가 나오지 않음.
유독 뎀벨레랑 부딪혔던 것도 스쿼드 내에서 비중이 매우 높은 선수인데 반대로 가장 일관성이 떨어지니 그런 거고.
이강인이 전술적 변형 카드로서 중용되는 것도 위치 변화에 따른 기복이 덜하고 일관성이 유지되니 그런 거구요. 현재 이강인의 입지는 바르셀로나 때 라파 알칸타라처럼 마스터 키 같은 개념임. 그러니 당연히 선발과 교체를 오고 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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