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이 되게 조심스러워서 기자들이 어떻게든 껀수 좀 얻으려고 하니까 반대로 좀 시원시원하게 지르는 걸 원하는 것도 있는 거 같음. 아직도 뜨문뜨문 무링요 얘기 있거나 여기서 검색하시는 분들 있는 것만 봐도 그렇고.
사실 무링요는 이제 전술전략적으로 트렌드에 뒤쳐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보고 배울 게 없는 감독이니까 얘기가 나온다면 이런 거 말곤 없을 거라 보구요.
이런 점에서 비엘사도 항상 인기가 없었던 거임. 자기 기분 나쁘면 나쁜 티 다 내고 그래도 안 들어주면 남들 다 보라고 행동이나 말로 옮기고.
감독의 권위가 흔들리는 어떤 요소라도 혹여나 그게 아주 작은 일일지라도 비엘사에겐 매우 크고 그게 다 드러나는 감독이라 빅 클럽들은 거들떠도 안 보던 거임. 보드진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라 언론, 선수들한테도 다 그랬죠.
본인도 알았을 거에요. 그러니 눈을 낮췄던 거죠. 빌바오에서도 조금만 타협했음 지금 발베르데만큼은 아니어도 그 바로 아래까진 당연하게 얘기될 감독이고 더 오래 했을 건데 호불호가 너무 갈리죠.
칠레에선 다른 팀들과 다르게 바탕을 매우 잘 깔아놨는데 또 그 성격이 도져서 성과는 다른 감독들 (삼파올리, 피찌) 이 다 가져갔고.
유럽에선 이거랑 비슷한 감독이 한 명 있었죠. 반 할이라고. 근데 이 사람은 빅 클럽들을 꽤 많이 거쳐갔는데 이유는 딱 하나임.
모든 클럽들이 노릴만한 뚜렷한 성과 (비엘사도 리베르타도레스 준우승이 있었지만 까다롭게 따진다는 얘기가 퍼진 이후론 유럽에선 인기가 없었음) 가 있었고.
비엘사처럼 팀을 싹쓸어버리고 다 뽑아 써먹고 (스타 선수들 다 내보내고 자기 기준으로 뽑은 꼬맹이들 다 개조시켜서 갈아마시고) 때로는 선수들이 습관까지 들어버리게 해 놓고 가는 게 아니라 다음 감독만 잘 뽑으면 뭔가 팀이 달라질만한 것들을 남겨놓고 가니까.
이게 뭔가 아쉬울 때나 팀을 다시 살려야 하거나 할 때만 반 할을 찾았던 이유죠. 실제로 반 할과 사이가 좋았던 선수들은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을 배웠다고 하고 그가 담금질했던 꼬맹이들은 그를 존경하죠.
사실 인성이나 사람의 됨됨이? 같은 것만 놓고 보면 반 할은 그냥 사람이 아님. 내로남불도 엄청 심하고 자기랑 적이 되면 막말도 서슴지 않고 기자들도 무시하고. 스페셜 원이라 포장하던 무링요랑 똑같죠? 그래서 무링요가 롭슨을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고 바르셀로나에 남았던 거임.
죽이 잘 맞는 사람인데 이론이나 철학도 완벽에 가깝고 가까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니까. 물론 반 할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면 짤렸겠지만 당시 반 할도 무링요를 마음에 들어 했다 하죠. 롭슨 때는 조언자 포지션으로 빠진 크루이프도 마음에 들어 했던 게 무링요였음.
90년대 중후반 바르셀로나 경기 보면서 느꼈던 특이점 중 하나가 때로는 롭슨이나 반 할보다 무링요가 더 나대는 거였음. 여담이지만 스토이치코프는 무링요를 이때부터 매우 좋아했지만 반 할은 또 엄청 싫어했죠. 마드리드 시절 무링요도 쉴드 치던 사람이 반 할 얘기만 나오면 멍청한 노인네라 욕했음.
쿠만은 바르셀로나 감독 루머 나올 때부터 얘기했지만 딱 조금 더 젊고 현대화 된 반 할이라 봅니다. 바르셀로나에서도 딱 그만큼 했음. 선수단이 더 좋았다면 조금은 더 나았을 감독. 발렌시아나 에버튼 시절도 딱 반 할이 하던 짓의 일부분. 아마 본인은 이런 평가 들으면 쓰러지거나 절 묶어두고 프리킥 갈기려고 하겠지만..
정반대의 정점을 찾아보면 옛날로 가면 코바치란 감독이 있을 테고 현재는 굳이 끼워 맞추자면 안첼로티인데 안첼로티도 이제 은퇴가 가까워진 감독이고.
껀수 안 주기로는 역대급으로 꼽혀도 무방한 발베르데도 쫄보 기질만 아니라면 웬만한 빅 클럽 보드진들은 다 좋아할 만한 성격과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라 생각하구요.
쫄보 기질에 토너먼트에서 홈 승부를 매우 선호하는 타입이다 보니 타협의 타협의 타협... 을 해버리니까 바르셀로나 찍고 나서 빅 클럽들이 임시 감독으론 몰라도 다년 계약을 줄만한 가치는 없는 감독이란 걸 안 거죠.
사실 요즘 많이들 하려고 하는 협업, 분업에 잘 맞는 감독인데도 인기가 없는 이유들이 있음. 감독들 시간 주는 팀들 중 대다수가 협업, 분업을 강조하는 것도 감독 머리가 너무 크면 다루기도 어렵고 잘했을 때 보드진의 행동이 너무 제한되는 게 문제니까 그렇겠죠.
그리고 익숙한 환경이냐 아니냐와 주어진 환경에 대한 적응이 얼마나 빠르냐도 요즘은 꽤 많이 따지는 것 같음. 한창 이론가들이나 선수 시절 경험이 별로인 감독들이 뜰 때 망한 이유들이 다 비슷하다 보니깐. 펩 따라쟁이가 요즘은 잘 안 나오는 이유기도 하죠.
플릭으로 넘어가 보면 루머 나올 때부터 뮌헨에서 싸웠던 거 자체가 누구의 잘못인지를 떠나서 좋게 보이진 않는다고 했었는데 그건 익숙한 환경에 성과까지 있는 감독이 자신의 뜻을 과도하게 보임으로서 나타난 모습이라고 볼 수 있겠죠.
바르셀로나에선 반대인 거뿐임. 성과도 없고 내부 인사도 아니고 평판도 떨어지고 있는 와중이었고. 이런 감독에게 힘을 실어줄 보드진은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어디에도 없음. 보통은 시험하려고 하죠.
전 플릭이 이런 점에서 매우 공격적인 방향성의 감독으로서 성과가 있고 바르셀로나, 스페인 등을 연구해 다시 헤게모니를 가져왔던 독일에서도 한 번 잘 먹힌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매력이 없었을 거라 생각하구요. 독일 국대는 이걸 재확인 시켜준 부분도 있었을 거라 봅니다.
특히 바르셀로나는 필살기들이 아니면 초반부터 힘 실어주거나 의견 다 들어준 감독은 찾기가 힘든 곳임. 이 중 몇몇은 보드진의 정치적인 행보에 질려 사이가 나빠지기까지 했죠.
펩은 오히려 그 성적을 내고도 계속 절충했죠. 어디서 엔리케, 케이리손 멋대로 사 오고 지르코프 사달라니까 즐라탄 딜에 막스웰 끼워오고 마스체라노도 로셀이 맘대로 사고 치그린스키도 멋대로 팔아버리고 그러니 안 쓰는 걸로 맞대응한 거임.
플릭이 정말 데 용을 보드진의 의견에 끌려다니면서 쓰고 있냐? 그건 전 전에도 얘기했었지만 여전히 모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명확한 쓰임새가 보이는 와중에 그랬다면 맞다고 하겠지만 전 플릭이 데 용 갖고 뭘 하려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음.
그리고 이 감독은 사고가 나기 전까진 자신이 틀렸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감독임. 그 사고의 기준도 너무 높고. 카사도도 아직 플릭 기준에선 대형 사고가 난 적이 없죠.
베르날한테도 나중엔 사과했다던데 이미 일이 벌어졌는데 사과하는 건 의미가 없음. 17살 선수는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1년을 감독의 부주의로 날려먹은 거임.
발베르데 이후로 이런 한도 끝도 없는 예스맨은 안 볼 줄 알았는데 보드진의 정치적인 행보가 매우 중요한 시기 (여기서 한 번만 잘 풀리면 더해먹을 수 있으니까) 다 보니 자신들의 행보에 태클 거는 감독을 선임하기가 싫었던 게 컸을 거라 봅니다.
딱 바르토메우가 발베르데 선임하던 모습과 유사함. 이적 시장 태클 X, 의장이나 단장 말에 토 달기 X, 지역 언론들한테 절대적으로 신사일 것, 잘 들으면 가끔씩 하나 해주기 등등등등등..
뭐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다른 빅 클럽들 봐도 감독의 힘이 매우 강하고 보드진이 지고 들어가는 모양새는 점점 없어지는 추세인 것 같긴 한데 이런 건 미국 스포츠들 따라가려는 느낌. 비즈니스 맨들은 다 비슷한가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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