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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사람들이

by 다스다스 2025. 4. 19.






많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감독이 선수 구성상 효율성과 안정성을 얼마나 중요시하냐임. 꼭 전술전략이란 것이 복잡하고 기계적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구요. 이거 되도 않는 분석질 하는 사람들이 만든 고정관념임.





이번 시즌 컨텐츠를 무수히 쏟아낼 때 마드리드 얘기를 자주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안첼로티를 선호하지도 않고 높게 보는 편도 아니지만 현 마드리드 구성상 그가 심플하고 자유로우면서 기계적이지 않은 축구를 구사하는 부분에 대해선 일정 부분 이해가 가능한 영역에 있다 생각함.





기계적인 축구의 기본 전제는 대부분의 경우 딸리는 것들이나 상대적으로 스쿼드 구성상 부족한 부분들을 그만큼 더 뛰면서 체력으로 메우겠다는 거임.





만약에 그렇지 않은 스쿼드라면 통상적으로 효율성을 추구하겠죠. 안첼로티는 여기에 본인 성향인 안정성이 과도하게 들어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아예 선택지에 없는 감독임. 때론 필요할 수도 있는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은 더더욱 고려하지 않음.





그래서 늘 그의 축구에선 희생당하는 선수들이 있음. 한 발 더 뛰거나 동선이 괴랄하거나 상대적으로 더 보조적인 면에 치우쳐서 뛴다거나 등등..





대부분의 감독들과 다르게 안첼로티가 요구하는 보조의 깊이와 난이도는 차원이 다름. 그러니 기용 방식도 경직되는 거임. 그 몇 명이 아니면 할 수 없으니까. 로테이션 자원을 찾는 행위 자체가 의미가 없고 낭비니까 하지 않는 거임.





그리고 이게 마드리드 팬분들 대다수가 안첼로티는 디테일이 없고 방관자에 가깝다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겠죠.





일부분 동의는 하나 현 스쿼드를 가지고 기계적인 부분들을 강화한다고 팀이 엄청나게 강해지고 달라지냐는 미지의 영역임. 게다가 변수 차단이 더 안 된다는 가정이 들어가면 팀은 더 심한 수준으로 망가지겠죠. 이미 이번 시즌 시티가 그걸 일정 부분 보여주고 있음.





물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나 한쪽에 과하게 치우쳐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거임. 일단 마드리드는 3일 간격의 경기가 매우 많은 팀들 중 하나고 감독이 무언가를 가르치고 이해시킬 시간이 현저하게 부족한 팀 중 하나니까.





그리고 일단 여기까지 꼬인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마드리드의 축구는 벤제마와 모드리치가 전술적 중심이자 볼 흐름의 원천으로 자리 잡은 이후 측면을 쓰는 방식이 메시가 있던 바르셀로나와 매우 유사하게 자리 잡혔음.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의 성장세도 이 바탕 속에서 이뤄진 셈이구요.





차이점이라면 바르셀로나는 메시가 가능하면 중앙 (또는 살짝 걸친 우중앙이나 우측면 하프 스페이스) 에서 최대한 볼을 소유하면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거였다면 마드리드는 벤제마와 모드리치가 안 풀리는 곳이나 보통 볼이 많이 굴러가는 곳으로 가서 어려운 볼을 받아주거나 아니면 본인이 직접 그 흐름 속으로 들어가 풀어주는 형태가 많았죠.





왜 벤제마가 나가고 나서 상대 팀들이 간헐적으로 쓰는 게 아닌 아예 대놓고 특히 비니시우스를 엔드 라인으로 몰아가는 협력 수비를 했냐에 대한 얘기를 하는 해설자들을 본 적이 없는데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슈팅 타이밍을 아예 못 잡고) 중앙을 못 쓰게 해서 (동료들도 못 쓰게 해서) 대부분의 공격을 단발성으로 그치게 하려고 하는 거임.





이러면 크로스를 갈기거나 무리하게 뚫으려 하거나 하면서 마드리드가 측면을 통해 중앙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공격이 측면에서 측면으로 이어지면서 흐름이 뚝뚝 끊기니까. 실제로 비니시우스가 엔드 라인으로 몰리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죠.





바깥을 파면서 끌어내는 거나 루즈볼 싸움을 유도하는 것도 의미가 없음. 벨링엄, 발베르데 아니면 아무도 안 들어가는데... 그래서 오른쪽 바깥을 파주는 게 중요하다 시즌 초반부터 강조한 거임. 일단 횡으로 벽치는 걸 조금이라도 덜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게다가 여기서 멘탈까지 건들면 비니시우스는 스스로 말리기까지 함.





벤제마가 이 부분들에서 매우 탁월했음. 본인이 움직이면서 동료들의 횡단을 가능하게 해 주고 경로를 열어주니 벤제마가 혹여나 스탯을 쌓지 못해도 주변 선수들의 경기력이 올라오고 볼 소유가 되면서 경기 흐름이 자연스레 마드리드 쪽으로 넘어오던 거죠. 노련미가 더해지니 스탯도 따라오기 시작한 거임.





모드리치는 본인이 움직이면서 패스 앤 무브로 순간적으로 상대 선수들이 어디로 몰리고 어디가 열리는 지를 잘 봤는데 이제 아예 상대 선수들 사이로는 들어가려는 시늉도 하지 않음. 경합을 아예 안 한다는 거죠. 모드리치 오프 더 볼 보면 노장이라서 그렇다를 초월한 수준임. 왜 뛰나 싶을 정도.





사실 수비적으로 구멍이 되고 상대 선수들이 대놓고 노리는 빈도 수가 늘어나는 걸 많이 지적하고 조명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이거임. 모드리치는 더 이상 누구와도 경합이 되지 않아 동료들의 횡단을 어떤 수단으로도 도울 수 없다는 거.





이번 시즌으로 한정지어도 전반기부터 마드리드를 만나는 팀들 대부분이 들고 나오는 수비 방식은 횡으로 재빠르게 벽을 치고 일부러 엔드 라인을 열어주는 거임. 거기로 가면 포워드들 세 명이 효율이 그대로 다 죽음.





다른 팀들을 상대로도 그렇게 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방식이 다름. 그럼 비니시우스, 음바페, 호드리구는 횡단이 안 되는데 누군가가 사이사이로 들어가서 길을 안 터주니 자연스레 1 대 다수가 되는 거임.





호드리구를 시즌 도중에 칭찬한 이유도 되든 안 되든 이 셋 중 다른 플레이 방식을 제일 먼저 가져가려 하고 스스로 인지한 선수기 때문임.





결국 안첼로티가 극복하지 못한 부분은 이거라는 거죠. 아무리 안 풀려도 적은 기회 안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플레이해서 마무리가 되면 이길 수 있는데 이 '최대한 효율적' 이 아예 사라지고 순간적으로도 나오지 않으니 그동안 거슬렸던 부분들이 이젠 패배의 요인들로 자리 잡히기 시작한 거라는 거임.





토너먼트와 리가의 차이는 후아니토 정신이니 어쩌니 하면서 포장할 게 아니라 (이건 언론들이 할 일임) 어쨌든 제한 시간이 있고 승부를 내야 하는 토너먼트 특성상 상대가 체력이 상대적으로 더 가파르게 빠지기 마련인데 그때만 과감하고 그때만 중앙 공략이 이뤄져도 마드리드는 이길 수 있는 거고. 리가는 그렇지 않다는 거임. 당장 저번 시즌 챔스 결승만 해도 이렇게 이겼음.





이번 시즌은 그때가 와도 마드리드가 뭘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토너먼트도 무기력한 거뿐이죠.





이거 저거 쓰느라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1. 현 스쿼드 구성상 극단적으로 효율성을 추구하고 심플한 게 마냥 잘못됐다 보진 않음. 이번 시즌 합류한 음바페는 아예 스스로가 효율에 미쳐버린 터라 이것도 어쩔 수 없었음.





2. 굳이 제일 먼저 지적을 해야 하는 부분을 꼽으라면 무조건 이 부분을 지적해야 한다 보는데 항상 안정성을 우선순위 중 하나로 두니 몇몇 선수들이 생각 이상으로 갈려버림.





여기서 안첼로티가 절충을 아예 하지 못했다 생각함. (유일하게 절충한 게 벨링엄임. 그만큼 전반기 족저근 부상을 마드리드 내부에선 매우 심각하게 바라봤다 생각함)





3. 벨링엄을 절충해 버리니 경기력은 반대로 떨어지기 시작. 그 와중에 다른 보조자들까지 돌아가면서 다치고 이 중 카르바할은 큰 부상을 당해버림.





4. 음바페는 스탯은 나아졌을지 몰라도 경기력과 기복의 측면에선 나아진 게 없음. 전통적인 넘버 나인의 역할을 못한다 같은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라 포지셔닝 자체가 일방적인 상호 작용을 요구하는 영역에서 아직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쪽에 가까움.





스스로가 못 느끼면 앞으로 좀 심각한 문제가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느낄 정도.





5. 장기적인 관점에선 벤제마의 대안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선수들이 기대치를 못 채우거나 뛰질 못했음. 아자르도 그 일환이었다 생각함. 기본기가 매우 뛰어나고 볼 소유에 능해 주변 동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선수. 벤제마의 일부분을 그나마 채워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던 선수였달까.





측면에서 스타트를 끊어 여기저기 쑤셔주던 모드리치와 카마빙가는 각기 다른 이유들로 고장이 났음. 이걸 막아주던 건 다름 아닌 벨링엄과 발베르데.





기를 쓰고 돌아가게 만들어 주던 벨링엄은 시즌 초반 부상의 원인이 과도한 운동량에서 오는 부상인 게 명백했으니 1년 쓰고 버릴 게 아니라면 조심하는 게 당연한 거였고.





결국 하프 라인을 넘어가는 빌드업 단계가 아니라 넘어간 이후인 페너트레이션 과정에서 벨링엄이 기존보다 덜 움직이고 덜 과감해지거나 안첼로티가 의도적으로 동선을 조정해 빈도 수를 줄이니 더더욱 느린 축구가 되어버린 거고 흔히 말하는 해줘가 더더욱 심해진 거죠.





리가가 최상위 3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이런 막히는 부분들 (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티코는 또 다른 이유들이겠죠.) 에서 현실을 깨닫게 할 만한 팀이 거의 없으니까 (어쨌든 대부분의 경우 이기면 모른 척 넘어가려 하니까) 그런 거임. 해가 거듭되면 될수록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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