챠비 v 이니에스타 논쟁은 사실 양쪽 다 마음 먹고 싸운다 하면 끝도 없긴 함.
챠비 쪽은 실책하면 대부분의 경우 실점으로 이어지니 특히 굉장히 소극적이고 무책임하게 변하고 포지셔닝 자체도 눈에 띌 정도로 매우 수비적으로 변한 케이타 데리고 극강의 효율을 보여줬는데 이걸 누가 대체할 수 있는데? 를 깔고 갈 수 있고.
이니에스타 쪽은 얘만 건강하면 챔스 우승했고 메시 막히거나 없으면 수비수들 다 끌고 댕기는 건 앙리도 아니고 비야도 아니고 얘였는데? 라고 깔고 갈 수 있음.
중요한 건 챠비는 경기 중 펩의 임기응변과 관리법 외엔 아무런 관리를 못 받는 와중에 매 시즌 파트너를 가리지 않고 저걸 해냈다는 거고 (11-12 가 유일하게 좀 깔 게 있었으나 건염 여파와 복잡한 쓰리백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니까 이해 가능한 범주) 이니에스타는 08-09 결승전에 부상 달고 뛰다가 허벅지 작살난 이후론 펩이 그 어떤 선수보다도 조심스럽게 썼음.
결국 펩의 대응과 관리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기가 사라지고 누적치가 슬슬 터지기 시작하니 챠비는 급격한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티토 때 햄스트링 4연벙이 정점을 찍어버림) 이니에스타는 부상과 기복에서 더더욱 자유롭지 못했음.
챠비의 하락세를 받아들이고 다른 방법으로 대체를 하고 굳히기용으로 쓰던 루쵸도 그렇지만 겪어보기 전까진 관리라곤 쥐뿔도 모르던 발베르데가 이니에스타만큼은 참 아껴쓰려고 노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
이미 한참 전부터 몸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는 건 누구나 다 알던 사실. 이니에스타 본인도 아무리 쓰임새가 어떤 식으로 있어도 90분은 무조건 안 되니 떠나기로 한 거고.
아라고네스가 이끌던 유로 08과 펩 이전까진 서로 공존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기에 (오히려 둘이 공존이 된다는 얘기를 하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욕을 먹었음) 사실 이 시기가 더 재밌는 비교가 될 수 있는데 챠비는 이땐 더 후방에 치우친 전방위적인 보조자에 가까웠고.
이니에스타는 레돈도와 닮았단 평과 챠비 부재 때 실질적인 피보테로서 빛나던 시기의 기억 때문에 미드필드로서 많이 주목을 받았다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좌우를 가리지 않고 커버 범위가 넓다는 장점과 볼을 잡고 전진하거나 지켜내는데 능해 속도를 잘 살려주거나 속도를 잘 내는 자원이란 점에서 주목을 더 받았던 케이스.
크루이프가 이니에스타의 재능은 진짜라고 칭찬하던 것도 단순히 소유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들어오게끔 하면서 전진하면서 속도를 내는 것에 있다는 걸 더 조명한 것도 재밌는 부분이고. 반 할도 아마 이 부분들에서 눈에 띄는 자원이라 바로 올렸던 거라 보는 편임. 둘이 서로 엄청 싫어했어도 보는 눈은 거의 비슷했어서...
펩이 챠비는 본인을 은퇴시킬 선수고. 이니에스타는 챠비를 은퇴시킬 선수라 했던 것도 저 전진과 속도의 개념에서 이니에스타 같은 선수는 당시 마시아에도 없었고 피구 이후엔 퍼스트 팀에도 없었던 게 컸음. 메시가 없는 세계였다면 바르셀로나가 오로지 그의 방향성만을 고민하며 제일 아꼈을 자원은 이니에스타였을 거임.
바르셀로나 이전에는 반 할의 영향을 일부 받아 직선적인 자원을 교체로 넣어 승부를 보던 성향이 매우 강했던 레이카르트가 바르셀로나에선 측면지향적이지만 그런 스타일은 아니던 이니에스타를 여기저기 써댄 것도 비슷한 이유.
아라고네스와 펩도 결국 이니에스타의 이 독특한 능력들이 팀과 조화를 이루려면 가능하면 측면지향적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거고. 챠비와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게 필드 위에서 드러나기 시작한 것도 이게 제일 컸다 생각함.
둘의 특징 중 하나라면 실책을 잘 안 하는 것도 있지만 그것 자체를 두려워 하지 않아 평상시엔 주목이 잘 안 되던 것들이 큰 경기들에선 반대로 장점들로 잘 드러났다는 점.
근데 더 큰 경기들에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은 건 이니에스타기도 하고 이니에스타가 포워드로 뛰거나 했을 땐 워낙 다수의 수비수들과 상대하는 경우의 수가 많았고 안 풀릴 땐 메시와 같이 항상 일부러 난이도를 높여서 뛰었으니 자연스레 많이 미화됐다 생각함.
이건 잘했냐 못했냐를 논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레 이미지가 그런 쪽으로 많이 잡혔다고 하는 거임. 패스 미스 한 번 해서 그게 실책으로 이어지면 실점하던 팀에서 그 실책의 최소화를 이끌어 낸 장본인은 챠비였는데 이런 부분들은 이제 별로 기억에 안 남아있으니까.
챠비만 안 나와도 펩 바르셀로나는 경기력은 물론이고 승률이 그 정도로 좋은 편이 아니었음. 펩 시절 참사로 기억되는 경기들이 매우 적지만 그 적은 표본 안에서도 대부분은 챠비가 없었다는 사실.
레이카르트 때도 필드 위에서 그 자유분방한 선수들이 공존이 가능했던 건 챠비가 있었기 때문이고. 그래서 부재를 걱정하던 거였는데 이니에스타가 그걸 다른 방식으로 메워준 거임.
전 일관성도 매우 중요하게 보는 사람이라 아무리 이니에스타 팬이어도 언제든지 챠비가 더 팀을 지탱해주는 존재였다 보지만 이니에스타를 고를만한 이유들도 충분히 많았고 타당했다 생각함.
이 둘의 얘기를 한 김에 연장선으로 파고 들어가보면 많이들 얘기하는 쿠뎀그로 인해 시작된 바르셀로나의 하락세는 메시의 장기적인 대체자, 네이마르와 이니에스타의 대체자를 찾지 못해서 그렇다고 보는 시선들이 많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챠비를 어떤 식으로든 아니면 일부분이든 대체할 선수가 이니에스타와 부스케츠밖에 없었다는 게 제일 컸다 생각함.
이것 역시 점점 메시 의존증을 다양한 방향으로 높여나갔음.
애초에 루쵸가 세스크론 길게 갈 수 없다 결론을 내리고 들어오고 (1옵션 코케, 2옵션 라키티치 들이밀면서 팔라고 했으니) 포워드들의 효율을 극대화 시키는데 초점을 맞췄고 이니에스타의 플레이 스타일도 변화시켰지만 그건 분명히 유통 기한이 있었고 루쵸도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함.
그러니 네이마르의 전성기의 완성에 맞춰 다른 방향으로의 보강을 외쳤으나 보드진의 방향성과는 맞지 않았던 거고. 네이마르 역시 머리가 커지고 전성기가 가까워지니 본인 그릇보다도 더 욕심이 커지니 떠난 셈이고.
물론 메시를 장기적으로 대체하고 이니에스타나 네이마르를 대신할 포워드는 반드시 필요했지만 그거보다 우선은 메시가 멀쩡할 때 팀의 중심과 기복의 폭을 잡아줄 미드필드의 존재였다 생각함. 어차피 메시는 몇 년 전부터 스스로 효율적으로 뛸 줄 알았기에 더 버틸 수 있었음.
정신 나간 애들이나 메시 중심은 안 먹힌다는 소릴 하고 있던 거죠.
아르투르로 이걸 바랐다기엔 애초에 몇몇 팬들이나 이상한데 꽂혀서 기대하던 거지. 발베르데가 쓰던 것만 봐도 수석 코치인 아스피아주도 그렇고 재능이 엄청난 선수라는 평가는 없었을 거라 확신함. 발베르데가 쫄보여서 그렇지. 선수의 사이즈 자체는 당시에도 잘 냈음. 결국 바꿔치기한 게 프야니치여서 기분이 나빴을 뿐이죠. 당시에도 나가는 거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었음. 상대가 유벤투스고 프야니치인 게 너무 싫었을 뿐.
결국 뭐라도 해결해야 하니 부스케츠를 계속 쓴 셈인데 이게 이제 와서 보면 팀을 더더욱 안일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음. 부스케츠가 문제라기보다 보드진이 너무 안일했다는 뜻.
쿠티뉴가 실패에 가까워지고 뎀벨레가 우려스러우니 더더욱 포워드와 작품에 목 메는 게 딱 정치인의 행보였음. 그러니 보강이 막히기 시작할 때쯤에도 대책은 없었던 거고. 이러니 나중 가서 페드리, 데 용의 성장 방향도 이랬다 저랬다 해버렸고.
보드진은 14-15 트레블로 팀의 전력이 내려가거나 누군가가 나갈 때마다 스타 선수들로 채우면서 달리면 당시 핵심 선수들의 마지막까지 탄탄대로일 거라 판단한 셈인데 이니에스타의 이탈이 너무 빨랐고 허수아비를 2연타로 내세우면서 3년을 버리면서 돈이 작품 만들기로 거의 다 증발해 버렸음.
바르셀로나의 행보에서 가장 큰 실책을 꼽으라 하면 푸욜과 챠비를 대체하는 걸 100% 피케와 세스크라는 존재에게 기댔다는 게 컸음. 피케는 푸욜을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최소 절반 이상 채웠다 보지만 세스크는 챠비를 10% 도 대체를 못했음.
루쵸의 결단력을 칭찬했던 건 이런 흐름 속에서 유일하게 그렇게 해선 안 된다를 외쳤던 사람이기 때문.
쿠티뉴에 정신 나간 놈처럼 목멘 것도 이질적인 스타일인 이니에스타를 대체하려면 또 다른 이질적인 스타일이 필요했다는 판단이 들어갔으니 그랬다 보지만 이땐 이미 작품 만들기에 미쳐버려서 팀의 전력에 대한 객관성이란 게 보드진한텐 아예 없었음.
데 용도 제가 당시 아약스 경기를 안 본 것도 아니고 데 용이 어떻게 뛰었는지도 모르는 게 아닌데 바르셀로나에 오면 앞선에서의 가능성을 시험할 거라 확신한 건 포워드들이 죄다 실패한 시점에 메시의 현재와 남은 마지막을 달리려면 바르셀로나의 선택지는 포워드 더 사면서 이거에 목숨 거는 거밖에 없었음.
발베르데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겠죠. 팀이 읽히고 있고 이렇게 이겨봤자 비슷한 전력이나 상대적 강팀을 만나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근데 특유의 성향과 그릇의 크기가 빅 클럽에 전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던 거임.
참사들에서 리더쉽을 많이 지적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항상 얘기하지만 하나밖에 할 줄 모르는 애들이 너무 많은데 그 큰 틀을 깔아주고 핵심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보조해줄 선수들이 너무 부족했던 게 컸음.
티토-타타 이후로 메시 커리어를 제일 망쳐놓은 건 누가 뭐래도 발베르데와 세티엔 (이 쓰레기가 짧긴 해도 더 심하긴 했음) 임.
부스케츠는 자신이 왜 욕을 먹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게 이런 게 제일 컸겠죠. 자신은 챠비가 아니고 자신이 할 수 없는 것들을 하라고 얘기하고 있던 거니까. 실제로 바르셀로나는 이니에스타가 있는 동안엔 반쪽짜리 챠비들만 노렸죠.
챠비가 베르나르도 실바를 지독하게 원하던 것도 특히 안 풀릴 때 팀을 바로 잡아주고 정돈시켜주는 한 명의 존재가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 제일 컸을 거라 봅니다.
+ 예전에 떡밥 생기면 임시 저장 해두고 쓰다 말고 그러다보니 연결이 이상할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리고 이 글을 끝으로 임시 저장 해둔 떡밥들은 다 털어내서 (90일 지나서 지워진 것들은 어떻게 못함) 다시 잠정 휴업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경기 볼 일 생기면 어떤 팀이든 짤막하게라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약속은 아니구요.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