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선수 펩은

by 다스다스 2025. 12. 20.




(좋은 선수들이 많았음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정점을 찍지 못했던 반 할 1기 시절)






감독 펩과 다르게 반대로 고평가를 많이 받고 있는 쪽에 가까움. 아마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거라 생각하구요.





감독은 아직도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뜯어보면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고 있다 보지만 선수로선 위상이 생각 이상으로 너무 높게 형성되어 있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오래된 역사와 다르게 다년간의 성공을 별로 한 적이 없고 유러피언 컵도 없던 클럽이 대대적인 리빌딩을 거치면서 사키의 밀란 이후로 드디어 트렌드를 주도하고 유러피언 컵도 들어보고 헤게모니를 잡았는데 거기서 후방 자원들 중 비중이 높았던 선수 중 하나였던 게 컸음.





둘째로 지금처럼 신체적인 약점들이나 기술적인 약점들을 노골적으로 노린 경합을 자주 시도하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펩의 약점들이 공략당하는 경기는 그렇게 높은 빈도 수로 나오지 않았음. 반대로 그렇게 공략이 당하는 순간 당시 바르셀로나는 늘 대량 실점을 깔고 갔음.





셋째로 챠비 등장 이전까지 펩이 부재하면 아모르나 에우제비오 (B팀 말아먹은 그 구더기), 쿠만, 코쿠 등을 돌려쓰거나 장기간 부상으로 이탈할 땐 이런 돌려막기가 스쿼드에 부정적으로 퍼지면서 마치 펩 부재가 시즌을 좌지우지하는 느낌을 주는 시즌이 적지 않았던 게 컸음.





물론 그 부재가 크긴 했으나 과연 그 정도였냐는 늘 치열한 의견 대립이 존재했었다는 사실...





넷째로 크루이프가 바르셀로나의 감독으로 오면서 심었던 토탈 풋볼 이론을 제일 처음 겪은 세대고. 스페인식 4번, 바르셀로나식 4번 (요즘 자주 쓰는 독일식 6번이 유행하기 전 많이 쓰던 분류) 의 모범적인 플레이의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꼬맹이들의 우상이 되면서 미화가 많이 됐음.





근래 푸츠나 카사도를 비롯해 바르셀로나에서 담금질을 당한 미드들의 피하고 볼을 받고 찬다. 의 정석이 사실 펩이었음. 펩은 본인 약점들을 매우 잘 아는 선수였기에. 그래서 감독이 돼서도 위치를 잘 잡아야 한다. 를 많이 강조하는 거임. 본인이 그렇게 뛰어서 우위를 자주 가져간 선수였으니.





마시아에서 이런 선수들이 계속 나오는 것도 신체적으로 불안정하고 약한 선수들에게 저렇게 뛰는 법을 가르치니 그런 거고.





크루이프가 많이 강조한 영역이기도 해서 그 부분을 칭찬하려다 보니 이상하게 그런 인터뷰들이 나중엔 고평가의 요소로 자리 잡기도 했고. (드사이 까던 것도 일본으로 번역된 게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엄청 자극적으로 번역된 케이스. 물론 크루이프가 늘 오만했던 것도 사실이고)





다섯째로 건강하지 못한 선수였는데 이상하게 슈퍼 스타들 오는 시즌과 팀이 잘 나가는 시즌은 상대적으로 건강하거나 풀 시즌을 소화하곤 했음.





유러피언 컵을 들었던 91-92 시즌
크루이프 드림팀이 제일 잘 나갔던 93-94 시즌
호돈과 피구로 먹고살던 96-97 시즌
반 할 1기가 가장 잘 돌아갔던 98-99 시즌





이 때는 펩이 부재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시즌을 잘 소화해 냈음.





감독으로 워낙 잘 나간 기간이 길고 선수로서는 더 교과서에 가까운 챠비가 바로 다음 세대에 등장하고 이후 이니에스타, 세스크, 부스케츠 등이 나오면서 펩을 조명하는 사람들이나 영상들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사실 동시대 라이벌들이었던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도 펩이 막 무조건 우위라고 둘만한 선수가 오히려 적은 편임.





눈에 띄는 점은 왼발을 잘 안 쓰는 선수였는데 그래서 오른발을 쓰기 위한 작업들을 잘 이행해 내던 선수였음. (이건 챠비랑 비슷함. 챠비가 몇 수 위지만..) 동작으로 속인다던지. 왼발 쓸 거처럼 하면서 오른발로 빠르게 처리한다던지. 고개나 몸의 방향, 각도 등을 다른 방향으로 잡아놓고 미리 봐둔 반대 방향으로 확 돌린다던지.





양 방향 패싱이 가능하고 킥이 좋아서 패스 레인지를 잘 안 가리는 걸 본인이 잘 활용했던 선수였죠. 그리고 로빙 쓰루나 종패스의 귀신이어서 호마리우나 호돈, 클루이베르트 있을 땐 이게 늘 무기였음. 저거 의식하다가 갑자기 아래로 쭉 깔아주는 패스에 당하던 팀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하프 라인 아래에서 볼이 핵심적으로 나가던 팀이라 이미지와 다르게 롱볼이 적지 않았는데 이게 펩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했죠.





펩이 바르셀로나에서 넣은 골이 10골인가 11골로 알고 있는데 그중 대다수가 중장거리 프리킥일 정도로 킥력은 좋았음.





이런 본인의 경험들 덕에 클루이베르트와 즐라탄을 감독 초기에 이상적인 중앙 포워드로 본 거였죠. 어떻게 패스가 오든 온몸을 써서 받아낸다는 게 상대 선수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잘 알았으니까. 크루이프가 많이 가르치던 거기도 하고.





약점들은 펩이 선수 시절에도 자주 밝혔던 거처럼 신체적으로 강하지 못해 사이즈로 누르거나 자리를 잡지 못해 경합으로 극복해야 할 때 힘으로 상대가 안 되는 선수들을 만나면 속수무책이었음. 완전 꼬맹이가 아니었음에도 호리호리하고 밸런스가 좋은 선수는 아니었거든요. 부스케츠랑 좀 유사한 면이 있음.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부스케츠가 훨씬 더 좋은 선수였다 보는데 반대로 부스케츠보단 패스나 킥에선 훨씬 우위에 있었고. 그래서 알론소가 펩과 많이 비교를 당하기도 했었구요. 세스크도 로빙 쓰루의 천재였는데 펩과 많이 닮은 부분 중 하나였죠. 세스크의 우상 중 하나기도 했고. 세스크 4번의 이유 중 하나가 펩임.





드림팀을 보면 펩이 아니라 쿠만이나 호마리우가 눈에 들어올 거고
호돈 때를 보면 호돈만 눈에 들어올 거고
반 할 때를 보면 클루이베르트, 피구랑 루쵸, 코쿠가 눈에 들어올 거고.





나중에 알 거 좀 알고 봐야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는 그런 선수였음.





세리에를 택한 이유도 본인의 약점들을 잘 아는 선수가 가파르게 하락세를 타면서 남은 게 패스밖에 없으니 다른 환경을 겪어보고 싶은 게 매우 컸고. 원하는 팀들이 적은 편이 아니었지만 (EPL, 세리에에서 접근이 많았음) 오히려 펩은 떠나기 전후로도 시대적 흐름은 본인 같은 선수를 별로 원하지 않는다 밝혔었죠.





한편으론 선수 시절의 경험들을 잘 살리면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감독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측면에선 뭐 얘기하거나 평가할 게 더 많을 수도 있다 생각하구요.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쵸는  (8) 2025.12.21
이런 댓글은  (7) 2025.12.21
이니에스타도 얘기하자면  (2) 2025.12.20
선수 챠비의 진가를  (5) 2025.12.19
얘는 왜 검색하는 거??  (5) 2025.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