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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얘는 왜 검색하는 거??

by 다스다스 2025. 12. 18.





(만나지 않았다면 서로 더 잘 됐을 것 같기도)






요즘 이 시간대가 붕떠서 이것저것 뒤적거리는데 오랜만에 보인 이름. 리켈메. 뭐라 하려는 건 아니고 어떤 이슈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검색하나 궁금해서 제목을 저렇게 지어봤음. 어떤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니 오해는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고평가와 저평가가 동시에 자리 잡은 특이한 선수 중 하나인데 사실 리켈메의 커리어를 조진 주범으로 반 할이 100% 주목받지만 반 할의 입장에서 해석한 게 마냥 잘못된 것도 아니긴 했음.





그래서 반 할만 주구장창 비판하는 사람들은 너무 리켈메 위주로만, 선수 한 명의 입장에서만 평가한다 생각하구요.





반 할이 2기 바르셀로나는 진짜 어마어마하게 말아먹은 건 맞지만 선수 개개인에 대한 접근 방식이 아예 이해가 안 가던 감독은 아니었음. 결과적으로 성적은 박살 나고 보드진과는 부딪히고 차기 중심으로 보던 리켈메를 조져놓으니 이미지가 완전 박살난 거죠.





리켈메가 유럽 스카우터들 눈에 띈 건 2000 리베르타도레스와 레알 마드리드를 박살 낸 도요타 컵. 그중에서도 바르셀로나가 유독 눈독을 들인 건 리켈메의 특이한 플레이 스타일이 컸음.





상대방이 달려들게끔 만드는 유도를 자주 시도하고 경합을 두려워하지 않고 최대한 본인이 볼을 소유한 상황에서 경합을 많이 하며 공간을 열어주는 스타일 + 느리게 돌다 패스로 속도를 확 올리는 스타일이었기에 바르셀로나가 원하고 찾는 미드필드에 제일 가까웠음.





플레이 스타일 자체로만 놓고 보면 동료들의 공간을 잘 열어주는 쪽에 가까워 보였지만 실상은 많이 달랐는데...





이상하게 측면으로 자주 빠지고 볼 소유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동료들의 동선까지 넘나드니까 동료들이 리켈메가 움직이는 거에 맞춰서 낄끼빠빠를 안 해주면 겹치거나 쓸데없는 움직임이 굉장히 많았음.





그만큼 상대 선수들을 잘 끌어들이고 제끼긴 했지만 의외로 측면으로 빠지는 경우가 적은 게 아니었기에 반 할은 측면에다 쓴 거였죠. 출발은 여기서 하되 끌어들이고 안으로 들어가라는 지시에 가까웠던 거죠. 그게 더 효율적이니까.





결국 히바우두와 유사하게 중앙에다 쓰면 동료들의 보조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필요하게 되고 비효율적인 움직임들이 더 많이 나오니 그 비중을 줄이려면 리켈메가 측면에서 스타트를 끊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던 거임.





문제는 리켈메는 느리다는 평가와 다르게 공간과 범위를 되게 넓게 쓰는 스타일이었고 이니에스타랑은 다르게 극단적으로 좁은 공간에서 더 강한 선수라기보단 그냥 경합의 연속에서 상대 선수들 사이의 틈을 잘 보는 선수였음.





즉, 상대 선수들을 계속 끌어들이고 유도하면서 간격과 대형이 깨지는 순간이나 틈을 보고 패스를 내주거나 자기 플레이를 하는 쪽이었는데 이러려면 동료들이 리켈메한테 더 맞춰줘야 하는 거였죠.





당시 사람들이 템포의 문제를 지적하던 게 이런 거였음. 이 한 명을 위해 너무 많은 공간과 너무 많은 자유도를 줘야 하니까.





자연스레 리켈메의 볼 소유 시간이 길어지면 누군가는 뒤나 옆으로 빠지기만 하고 (자기 공간까지 갑자기 확 넘어왔고 리켈메의 패스 루트 겸 볼 소유를 유지하는 역할이 되어줘야 했으니까) 누군가는 오프 더 볼로 공간 파는 역할만 하게 됐음.





챠비도 비슷해 보이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챠비는 동료들의 공간을 침범하는 게 아니라 동료가 기다리고 있는 지점이나 공간까지 최대한 안전하고 정확하게 내보내는데 집중한다는 거임. 그러니 챠비가 볼을 잡으면 동료들은 기다리고 있거나 과감하게 공간을 파는 거죠.





내가 거기 있으면. 내가 거기로 가면 얘는 주니깐.





현대 축구의 반역자라 그러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임. 애초에 볼 소유 기반의 축구에 대한 해석이 당시 기준으론 너무 떨어져 있던 시대라 느린 템포를 구시대적 축구라 판단한 게 컸는데 점유율 축구의 기본이 볼의 속도로 속도를 조절한다는 점에서 리켈메는 그 부분에선 반대로 꽤 많이 앞서있던 선수임.





지금도 느린 축구들이 판을 치는데 이게 단순히 텐백 버스로 나온 현상이라 하는 건 억지임. 느리게 돌다 빨라지는 그것을 어떻게 해내냐가 중점인 거죠.





반대로 일방적인 상호 작용을 너무 강요하고 본인은 낄끼빠빠를 안 하면서 동료들은 모든 영역에서 낄끼빠빠를 해야 했으니 사실 점점 간격과 대형을 중요시하는 시대적 흐름상 적합한 선수는 아니었음. 이게 오히려 현대 축구와는 맞지 않았죠.





그래서 반 할과 마찬가지로 비엘사도 리켈메를 안 좋아했고 비엘사는 베론을 선호했음. 베론이 상호 작용이나 결을 살려서 원투 터치로 빠르게 가야 할 건 오히려 더 잘 살려줬으니까. 비엘사가 부상 때만 안 쓴 게 아니라 그냥 안 쓴 건 사람들이 잘 모름.





지단과도 많이 비교되곤 했는데 지단은 더 동료들을 잘 썼고 상대의 대응 방식이 변하면 그것을 캐치하는 게 귀신같았음. 경기 운영에선 훨씬 더 우위에 있던 선수.





리켈메도 나중 가서 성장한 이니에스타를 보고 여전히 배울 것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런 깨달음의 영역에 조금만 더 빨리 도달했다면 다른 선수가 됐을 수도 있겠죠. 나중 가선 본인도 조금씩 변하려고 했던 편이구요.





뚜렷한 한계가 있었지만 보는 재미는 확실했던 편임. 뭐 이게 극단적으로 평가가 갈리는 이유 중 하나겠죠. 결국 사람들은 화려함과 창의성 위주로 보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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