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와의 썰이나 다큐멘터리나 몇몇 인터뷰에서의 바르셀로나에 대한 서운함, 챠비에 대한 공격적인 언행 등등을 얘기할 때 루쵸 본인도 얘기한 부분들이 반대로 바르셀로나에선 감점 요인이 된 것도 있다 생각함.
루쵸가 여러 차례 직접 얘기한 거기도 한데 카탈루냐에서 가족을 만들었고 어렸을 때 히혼의 전설인 퀴니가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걸 보면서 자라온 아스투리아인이라 가족 (특히 루쵸의 형) 이 바르셀로나 팬이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마드리드에서 FA 로 런칠 때 바르셀로나 행을 고민하지 않은 거임.
그럼에도 그가 당시엔 바르셀로나 팬들에게 인정받는데 시간이 걸렸고. 물론 이 시간이 지난 후 디오스란 별명을 얻고 피구 런, 펩 새로운 도전 이후에는 몇 년 동안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헌신의 상징이었지만 감독이 되고 난 후 바르셀로나 팬들에게 펩과 다르게 성역으로 인정받지 못한 건 성적을 떠나서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생각함.
이것도 루쵸가 자주 얘기하는 부분 중 하나인데 카탈루냐에서, 바르셀로나 선수 시절에 가정을 꾸리고 자신의 이후 삶의 모든 것들을 만들었음에도 항상 히혼을 마음에 둔 선수이자 사람이었다는 게 이후 극성맞은 일부 또는 다수의 바르셀로나 팬들에겐 감점 요인이었을 거라 봅니다.
게다가 바르셀로나하면 크루이프 (이젠 메시도 넣어야겠지만) 인데 크루이프와 원수가 되어버린 반 할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얘기를 자주 해왔으니 반 할을 특히 안 좋아하는 올드 바르셀로나 팬들에겐 (심지어 반 할은 22 월드컵 땐 메시와도 부딪혔으니) 루쵸가 아무리 암흑기를 버텨낸 원동력 중 하나였다 하더라도 좋게 보일 여지가 없긴 했겠죠.
중간에 잠깐 언급한 메시와의 접점이 시발점인 팬들은 루쵸가 레전드로서 뭘 했는 지도 잘 모를테구요. 쿠만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니까요.
펩은 사실 주변인들이 반 할과 유사한 부분이 보인다. 그때부터 펩은 감독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얘기들을 했던 거지. 펩 본인은 반 할 언급을 한 적이 거의 없거든요. 챠비나 푸욜이나 이니에스타 등이야 당연히 본인을 믿고 써준 첫 감독이니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는 거고.
큰 틀에서 보면 크루이프나 반 할이나 축구를 바라보는 관점은 거의 비슷한데 크루이프와 접점까지 없으니 팬들 입장에선 루쵸가 크루이프의 영혼을 이어받은 감독이란 느낌이 올 수가 없던 거죠.
게다가 보이소스 노이스가 경기장에서 사라지면서 극성맞은 팬들이 경기장에 오는 일이 없어지니 당시 루쵸에 열광하던 이 팬덤 자체가 싸그리 삭제가 돼버렸음. 사실 저 보이소스 노이스란 울트라스가 바르셀로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 작지 않았거든요.
바르셀로나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할 정도로 원정 경기에도 다 따라가던 극성 팬들인데 이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던 게 루쵸나 이후 에투 같은 마드리드를 조롱하고 욕하고 그들을 자극하던 선수들이었음.
재밌는 게 보면 다 마드리드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선수들이었다는 거죠. 저도 꽤 많은 마드리드 올드 팬들을 온오프라인으로 만나봤지만 나이가 먹어 유해진 케이스들이 아니면 루쵸는 마드리드 팬들이 엄청 미워하고 저주하던 선수 중에서도 늘 5위 안에는 무조건 들어가는 선수였음.
그런 선수가 엠블럼에 키스를 하고 베르나베우만 가면 마드리드 팬들에겐 뻐큐를 날리며 세레머니도 아무렇지 않게 박아버리고 인터뷰로도 자극하고 다녔으니 90년대 감정을 이해하고 바라보면 저들에게 루쵸는 정말 신이었던 거죠.
그 팬덤이 송두리째 날라가고 (저들의 응원 방식이 옳고 그르냐를 얘기하는 건 아님. 그리고 리가는 90년대엔 리그 전체가 다 저랬음) 소시오로서 아주 제한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선으로 줄어든 게 감독 루쵸의 입지가 그렇게 탄탄하지 않았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이런 뒷배경들을 알면 트레블을 목전에 두고도 자신의 거취가 불투명했던 루쵸의 입지가 설명이 됩니다.
바르토메우가 계속 하든 라포르타가 다시 하든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루쵸가 남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보드진의 정치적인 행보에 방해가 될 수 있고 팬덤들이 생각보단 성역으로 두지 않았기에 그런 얘기들이 나왔던 거죠. 상황만 다르지. 따져보면 쿠만하고 비슷한 면들이 있는 거죠. 실제로 루쵸도 보드진과 부딪히고 동기 부여를 잃어버렸구요.
그리말도나 푸츠를 근거로 삼아 유스들을 본인 입맛에 과도하게 끼워 맞추고 본인이 선호하는 선수들만 쓴다. 라고 욕을 먹던 것도 아주 유사하죠.
루쵸가 바르셀로나에 관해서 얘기할 때마다 자기 방어적이고 서운함을 드러내는 요인들을 보면 이런 부분들을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던 팬들의 성향은 바뀌거나 없어졌고
자신은 감독으로서 딱 1년을 빼면 항상 시험받는 위치에만 있었고
뭘 해도 항상 완전한 내부자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했으니
이런 부분들이 루쵸 개인의 입장에선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겠죠.
전 여러 가지 이유들로 펩이나 루쵸가 바르셀로나엔 다시 안 올 거라 생각하지만 (펩은 이미 그럴 일은 없다 선을 그었고) 그의 능력이 재평가되고 정상화되기 시작하니 태세를 바꿔 그를 원한다 얘기하는 것도 엄청 웃긴 얘기라 생각함.
도전 정신이 강한 사람이니 스페인 대표팀 이후 EPL 행을 열망한 게 제일 컸다 보지만 스페인 언론들을 피하고 싶었던 것도 컸을 거라 생각함. 프랑스 언론들이야 스포츠에 한해선 스페인 언론들에 비하면 그냥 꼬맹이들 수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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