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 전 니코 투입 이후와 똑같이 나왔음.
스페인이 좌측면에선 숫자 싸움을 걸고 우측면에선 야말의 그래비티를 최대한 이용하려 하니 그에 맞춘 대응책으로 니코를 쓰면서 중앙의 숫자를 줄이고 풀백들의 책임 범위를 줄이면서 협력 수비를 성실하게 이행하면서 역으로 양 측면을 파는 게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했던 건데 개인적으론 스칼로니가 스페인을 제대로 분석해오지 않았고 그냥 단순하게 경기를 지배하는, 볼을 소유하려 하는 축구를 이렇게 상대하면 되겠지라고 판단하고 나온 느낌이었음.
스페인은 이번 월드컵에선 상대가 완전히 버스를 세우거나 앞에다 선수를 두지 않을 때조차도 일단 뒤에다 2~4명을 남겨두고 페너트레이션을 하면서 이 뒤에 있는 선수들이 최대한 늦게 페너트레이션 과정에 참여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상대의 역습에 공간을 많이 내주기 싫어서 + 선택지를 여러 개를 주기 싫어서임.
압박도 전방부터 빡세게 들어가서 간격과 대형을 좁히면서 최대한 앞선에서 잡아먹는 게 아니라 시간을 벌면서 뒤에서 간격과 대형을 맞추는데 그걸 감안하면 측면에서 탈환한 이후 엄청 빠르게 올라오거나 엔조나 맥 알리스터를 거쳐서 패스가 빨리 나가는 게 아니면 메시한테 볼이 갈 수가 없는데 정말 이도저도 아니었음.
아니나 다를까 미드필드 숫자 자체가 줄어들면서 가뜩이나 패스 루트를 못 찾는 팀이 더 헤매면서 메시가 완전히 경기에서 지워져 버렸고. 동시에 메시의 책임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지면서 전체적으로 다 꼬였음. 메시가 가능하면 박스와 가까운 곳에서 볼을 받아야 하는데 메시가 전진을 책임져주거나 어떻게 오든 볼을 받아줘야 하니 완전히 꼬여버린 거.
롱볼을 더 적극적으로 쓰기 위함이었다면 더 달리는데 능하고 더 적극성이 높은 시메오네를 써서 양 측면을 더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면서 골키퍼나 수비수들의 선택지를 늘려주는 게 맞았는데 데 폴이 나왔던 거 보면 더 메시를 잘 알고 더 안정적인 선택지라 여긴 거 같음.





2. 스페인은 상대가 거칠게 다루는 경기에 대한 면역이 유로 때부터 어느 정도 쌓여서 현명하게 잘 풀어갔음. 유로 때도 다뤘었던 주제지만 데 라 푸엔테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던 지점도 이거였음. 경기 흐름을 읽고 선수들에게 상대가 원하는 양상으로 끌려다니지 말라 하는 거.
아르헨티나가 잉글랜드 전과 비슷하게 계속 반칙을 하면서 목, 등을 같이 치거나 갑자기 쓸데없이 몸통 박치기를 하면서 자극을 했는데 넘어가지 않고 골을 넣으려고 과감한 시도를 계속 가져가기보단 일단 볼을 소유하고 최대한 상대의 기회를 제한하자는 접근 방식 자체가 잘 먹혔음.
파비안 루이즈 역시 프랑스 전과 마찬가지로 필요하면 최후방까지 내려와 센터백들과 로드리를 보조했고.
프랑스 전 이후로 바에나를 아예 노골적으로 안으로 들어가라 지시하거나 바에나-쿠쿠렐라의 상호 작용이 아니라 파비안 루이즈까지 셋이서 작용하면서 좌측면을 활용하려 했고 올모까지 프리롤로 풀어 상대가 특정 한 명을 대놓고 노리기 어렵게 만들었음.
아르헨티나가 거칠게 경기를 풀어나갈 때가 많아도 이 정도로 노골적으로 하진 않았는데 이번 월드컵 자체가 웬만하면 카드를 꺼내지 않고 경기 흐름에 끼어들지 않으려 하니 그걸 최대한 이용하고자 했던 것 같음. 파레데스가 들어오기 전부터 보기 불편한 반칙들이 적은 편은 아니었음.
3. 하프 타임 교체였던 파레데스는 미드필드 숫자를 하나 늘리면서 메시한테 가는 패스 루트를 더 빨리 찾으면서 몬티엘이 센터백으로 기능하는 횟수를 줄이기 위함이었을텐데 잉글랜드 전부터 파레데스가 이 센터백-미드필드를 오고 가는 역할에서 얼타거나 놓치거나 실책성 플레이가 늘어나면서 사실상 무의미한 대응책이 됐음.
파레데스가 올모를 쫓아다니면서 센터백의 공간을 메워주는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고 결국엔 그냥 이도저도 아닌 눈에 보이는 애만 쫓아다니기 시작하니까 데 라 푸엔테가 후반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이전에 승부수를 던졌음.







4. 후반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이후는 아르헨티나가 로메로, 리산드로가 다 나가버린 상황이 되면서 센터백들이 튀어나가서 수비를 하는 경우의 수가 거의 없어지면서 완전히 내려앉아버렸음. 혹여나 그게 되더라도 저 둘처럼 패스 루트를 빨리 찾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냥 수비를 하는 거지. 공수를 같이 한다는 의미는 없던 거고.
이건 동시에 지역 방어와 맨투맨의 혼합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단 뜻이기도 하고. 데 라 푸엔테도 이게 느껴지자마자 바로 또 한 번 교체를 했고. 사실상 이때부터 운이 좋으면 하나 넣고 잠그는 거고 승부차기 가자 모드였다 보는데 엔조 퇴장이 컸음.
그나마 간헐적으로 이뤄지던 맨투맨이 아예 없어지면서 앞에다 패스를 못하던 페드리가 앞에다 과감하게 패스를 넣기 시작했고 센터백 하나를 더 넣기로 결정한 스칼로니의 판단도 패싱을 막으려다 뒷공간을 줄 것 같으니 아예 최후방에서 벽치기로 버텨보겠다는 거였죠.
5. 페란의 골은 시메오네가 맛탱이가 가면서 페란을 따라가지 못한 게 제일 컸음. 연장 후반 시작하자마자 우당탕탕 뛰다가 갑자기 어디가 맛탱이가 갔는지 절뚝거리기 시작했는데 그게 골까지 이어진 셈.


스칼로니의 전술전략적인 선택이 경기 초반부터 실패한 게 컸고. 메시의 책임 범위를 줄이려는 시도를 해보기도 전에 여기저기 구멍난 곳들 메우다가 교체 카드들을 다 써버렸음. 뭐 그래도 엔조가 퇴장당하지 않았다면 승부차기의 가능성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것은 의미 없는 가정. 스페인이 정규 시간에도 이길만 했고 연장에서도 자격이 있었음.
-- 링크 공유 금지. 요청 댓글 금지. 글 내용과 상관 없는 소통 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