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Writing

El príncipe

다스다스 2026. 7. 23. 18:43

 
 

(레돈도의 상징적인 경기 중 하나로 유명한 99-00 챔스 8강 2차전)

 
 
 
 
 
며칠 전부터 블로그 유입 경로나 검색어들을 볼 때 레돈도가 종종 보이던데 전 레돈도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독특하고 희귀한 미드필드로서 높은 가치가 있던 선수라 보지만 사실 일반적인 평가에서 높게 평가를 받을만한 미드필드는 아니에요.





자주 언급되지 않는 것도 단순히 아르헨티나 국대에서의 커리어가 끊긴 선수라거나 테네리페-마드리드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적어서라기보단 당시 주류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는 스타일을 가진 선수여서가 제일 큽니다.
 
 
 
 
 
애초에 레돈도가 7~80년대의 활약하던 선수도 아니고 찾아보려면 그래도 꽤 표본이 있는 (물론 테네리페 경기들은 별로 없지만) 80년대 후반부터 담금질을 당하고 90년대에 전성기를 꽤 길게 보낸 선수고 챔스 우승 주역을 두 번이나 한 선수인데 별로 얘기가 없는 건 못한 선수여서가 아니라 당시 선호도와는 거리가 먼 선수였던 거죠.





아무래도 당시는 고정 관념이 심하던 시대였으니까요. 심지어 레돈도는 성격도 곤조 있는 꼴통이었거든요.
 
 
 
 
 
일단 당시 시대상에 걸맞는 앞뒤를 보조해주는 안정적인 피보테가 아니었구요. 지금은 독일식 번호 분류를 많이들 사용하시지만 당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식 번호 분류를 많이들 쓰던 시대라 피보테는 4번이었는데 당시 정석처럼 정해져 있던 1 피보테, 4번의 역할을 하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 위치에서 뛰는 선수이자 그 위치에서 해야 하는 역할들을 해낼 수는 있으면서 뭔가 특이한 걸 가진 선수였고 체력적인 우월함과 기술적 우위를 잘 활용하는 선수였죠.
 
 
 
 
 
더블 피보테를 자주 쓰던 마드리드에서도 패스를 뻥뻥 뿌리는 피보테가 아니라 자신의 수비적인 부담을 다른 피보테에게 덜고 넓은 범위를 돌아다니는 선수였고. 중앙지향적이어야 하는 피보테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측면지향적인 선수였습니다.
 
 
 
 
 
이니에스타가 레돈도의 재림이란 평가를 들은 것도 볼을 내보내는 방식을 다양하게 가져가면서 (패스 루트의 다변화로) 경기를 풀어가는 피보테라기보단 본인이 움직이면서 상대 선수들을 자신에게 끌어들이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피보테에 가까웠던 거고.





결정적으로 경기가 안 풀릴 때, 어떻게 풀어가야할지 방향성이 안 보일 때, 좁은 공간이나 갇힌 공간에서 힘을 써야할 때 본인이 자처해서 해결책을 찾는 유형의 선수였던 게 제일 컸죠.
 
 
 
 
 
이게 레돈도의 하이라이트나 레돈도의 상징적인 경기들이 죄다 앞선이나 측면에서 활약한 경기들인 이유입니다. 안 풀리거나 동료들에게 공간이 안 난다 싶으면 갑자기 좌우 측면으로 가서 2~3명이 자신을 따라다니게 만들면서 공간을 냈거든요. 일반적인 피보테는 그런 플레이를 안 하던 시대였는데 레돈도는 그걸 본인이 알아서 판단해서 해야하면 했죠.
 
 
 
 
 
개태클에 잘 넘어지지도 않고 키도 크고 버티는 힘도 쎄서 웬만한 덩치가 밀어도 안 넘어질 정도로 밸런스도 매우 좋았고 가능하면 주발인 왼발을 쓰려 해서 짝발러 이미지가 있지만 양 발 드리블도 할 줄 알고 오른발도 써야하면 썼거든요. 볼을 발에 붙이고 떼는 것도 부드러운 선수였음.





그리고 다른 것보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선수들에 대한 사이즈를 빨리 내서 스피드로 제낄 수 있을 것 같으면 갑자기 뻥차기도 하고. 레돈도가 느린 선수는 아니었지만 또 그렇게 스피드가 장기라 할만큼 빠른 선수는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매번 답글을 달아드릴 때마다 지금 시대로 오면 더 인기가 많았을 선수고. 더 윗선에서 시험을 받았을 선수고.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선수라고 말씀드렸던 거죠.





비엘사도 하도 쓰라 그래서 써보려 하다가 결국 쓰지 않은 이유도 자신이 생각하는 피보테와는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선수여서였음. 어려울 때 더 빛이 나는 선수였다는 게 지금은 고평가의 요소에 가깝기도 하구요. 사실 인성이 좋은 선수는 아니어서 반대로 또 욕 엄청 먹었을 수도 있을 것 같음.
 
 
 
 
 
많은 분들이 모르는 일화 중 하나인데 밀란 랩을 만들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레돈도기도 함.





밀란 랩 완성 이후 의료진들의 증언으론 2000년도 영입 당시 기록했던 레돈도의 의료 데이터들을 입력했을 땐 부상 위험이 매우 높은 선수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레돈도의 마지막 불꽃은 99-00 이 아니었나 싶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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