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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산체스 "축구 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세차원이 됐을 것이다."

by 다스다스 2013. 9. 17.


엘 파이스와의 9월 9일자 독점 인터뷰입니다. 엘 파이스는 스페인 정론지 중에 한 곳인데, 가끔 축구 선수들이나 축구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가지곤 합니다. 이 인터뷰도 그러한 맥락으로 보시면 될 듯하고, 산체스의 어린 시절부터 이것저것 다양한 얘기가 있으니 꽤나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인터뷰 다음으로는 페드로의 인터뷰를 올릴 예정입니다. 노트북 자판이 쓰레기라 오타는 알아서 걸러보시길.



El Pais (이하 E) - 토코피야에서의 어려운 생활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이 네 성공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해?


Alexis Sánchez (이하 S) -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도 있겠지만 주어진 기회를 잘 잡아내고, 최대한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은 인생에 있어서 한 번 쯤은 행운이 찾아온다. 나는 그러한 행운이 어린 시절에 찾아왔고, 그 덕분에 축구 선수가 될 수 있었고, 지금은 유럽에 와서 세계 최고의 팀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토코피야에서의 어려운 생활이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돈이 없었고, 돈을 버는 것 또한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세차장에서 세차원으로 일을 하며 조금씩 돈을 벌었었다. 학생으로서는 절대로 좋은 학생이 아니었지. 학교를 빼먹고 그 시간에 혼자가 됐든 친구들이랑 같이 하든 축구를 했었다. 내가 축구에 흥미가 없었거나 축구 선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면 아마 지금도 여전히 세차원으로서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



E - 토코피야에서 넌 다람쥐라고 불린다던데?


S - 맞다. 어렸을 때부터 나무를 오르거나 집 지붕 위에 올라가는 짓을 자주 했었다. 높은 곳에서 돌아다니는 것도.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내게 다람쥐라는 별명을 안겨줬다. 토코피야의 다람쥐. 또한 동네 사람들은 내가 축구에 미쳐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축구만이 내 인생에서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 같았고, 가족들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한 것을 이뤄낸 지금 난 내 스스로가 매우 자랑스럽다.



E - 처음으로 네게 축구화를 준 사람은 누군가?


S - 어느 날 오후 쿠르트와 씨가 내게 축구화 하나를 선물해줬었다. 그는 당시에 토코피야의 시장이었다. 그리고 내가 뛰고 있었던 아라우코라는 팀을 굉장히 좋아하시던 분이었다. 나는 그에게 축구화를 선물 받기 전까지 축구화라는 것을 신어본 적이 없었다. 왜냐면 어머니는 그러한 것을 감당하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다 시장께서 내게 축구화를 주신다고 했고, 나는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내가 직접 찾아가서 축구화를 받아왔다. 리복 축구화였다. 나는 그것을 신고 길거리 시멘트 바닥에서 열심히 축구를 했다. 나는 그 당시 꼬리를 흔들며 좋아하는 강아지처럼 좋아죽었었다.



E - 그럼 언제부터 축구 선수가 될 거라는 것이 명확하게 보였나?


S - 사실 어렸을 때부터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 내 꿈이었다. 그러니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였을 지 몰라도 적어도 내게 있어선 언제나 명확하던 것이었다. 실제로 나는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어머니, 걱정하지마세요. 제가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되서 (이 어려운 상황을) 다 뒤집어 놓을게요. 제가 돈을 벌면 다 괜찮아질 거에요." 그리고 어머니는 날 보고 아무 말씀 없이 그저 웃으셨었었다. 친구들에게도 어머니에게 드렸던 말씀과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축구 선수가 되서 네겐 차를 한 대 사줄게. 그리고 넌 집을 사줄게" 라고 말이다. 단순히 우리 집만 생각한 게 아니라 축구 선수가 되서 토코피야에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어렵게 살던 모든 사람들을 돕는 게 나의 가장 큰 꿈이었다. 지금 내가 차를 선물해주기로 했던 친구에게 차를 선물해주지는 못했다. 그가 스스로의 힘으로 차를 샀으니까. 하지만 나는 토코피야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다 해주고 싶다. 내 스스로도 계속해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나는 토코피야에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자랐다. 거기에 살던 어른들은 내가 길거리에서 축구를 할 때 내 상대가 되어줬었다. 때로는 날 놀리기도 하고, 태클을 하기도 했지만 나는 다음 날이 되면 다시 도전했다. 내 축구는 길거리에서부터 시작한 거나 다름 없다.



E - 그 시절보다 더 많은 태클을 당하고 있다. 스페인 축구는 어떻나? 힘든가?


S - 아르헨티나에서 뛰었을 때보다 더 힘들다. 난 언제나 전방에서 뛰는 선수고, 수비수들과 경합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맨 처음에 여기에 왔을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태클들을 상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E - 네가 어린 시절이었을 때도 지금처럼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가 칠레에서 가장 인기있는 팀이었나?


S - 당연하지. 내가 어린 시절이었을 때는 바르셀로나보다는 레알 마드리드가 더 인기가 많았다. 사모라노가 마드리드에 있었고, 그로 인해 칠레 사람들 대부분은 마드리드를 응원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바르셀로나를 응원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물론 나 때문은 아니다. 바르셀로나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바르셀로나가 아름답고, 재밌는 축구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칠레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바르셀로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팀이다.



E - 바르셀로나에서 경기에 뛰는 것은 역시 힘든가?


S - 그렇다. 난 여기에 와서 축구를 다시 배우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내가 했던 것들을 여기선 할 수 없다. 수비수와 원온원을 하기 편한 위치를 잡는 것과 공간을 찾는 것이 이탈리아에서 했던 거라면, 여기서는 다르게 하고 있다. 여기서는 언제나 동료들을 바라보고, 내가 볼을 받기 편한 자세와 위치를 잡아야한다.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 명의 수비수들을 직접 제치거나 동료들을 활용해 제쳐야한다. 그리고 절대로 욕심을 부려선 안 된다. 동료가 자유로운 상태에 놓여있다면 그에게 양보를 할 줄 알아야한다. 즉, 여기서는 나 개인보다는 팀을 위해서 뛸 줄 알아야한다.



E - 비야는 바르셀로나로 이적해온 초기에 페드로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었는데 너 역시 비야와 똑같나?


S - 페드로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배움을 얻고 있다. 왜냐면 나를 제외한 모든 바르셀로나 선수들에게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니에스타를 보고 그가 어떻게 속도를 조절하는 지 배우고, 샤비를 보고 그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 배우고, 레오를 보고 그가 볼을 받기 전에 어떠한 생각을 하고, 어떻게 받는 지를 배운다. 페드로를 통해선 그가 어떻게 뛰는 지를 배운다. 이외에도 모든 바르셀로나 선수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 과르디올라가 내게 심어준 자신감 덕분에 나는 적응하는 데 한결 수월했다. 그 덕분에 바르셀로나의 플레이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E - 어째서지?


S - 그는 내가 특별한 선수로 느껴지게끔 대해줬고, 내게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그는 떄로 다른 선수들에게 "알렉시스에게 볼을 보내. 그가 앞을 보고 있든, 뒤를 보고 있든 그에게 볼을 보내라. 그는 볼을 지키는 법을 알고 있다." 라는 말을 했었다. 그러한 말들은 정말 소중한 말들이었다. 페라리가 된 기분이었다.



E - 바르셀로나에 맨 처음 왔을 때보다 지금 더 나은 선수가 됐다고 생각하나?


S - 나는 내가 바르셀로나에 잘 적응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얘기를 할 때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팀에 관해 얘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더 발전해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고 있기도 하다. 나는 바르셀로나에서는 자유롭게 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기서 뛸 수 있다는 능력과 어시스트를 할 줄도 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에서 하던 것과 그대로는 아니지만 자유로운 플레이를 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내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지.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뛰면서 이전에는 가지지 못했던 것들을 가졌다. 이전에는 원온원에서 승리를 거두면 바로 슈팅을 날렸지만, 여기서는 그러지 않는다. 높은 수비 라인을 잡고 있고, 내가 한 번 실수하면 팀은 위기에 빠진다. 나보다 더 슈팅하기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 패스를 내줄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그런 면에서 다른 팀과는 차원이 다른, 특별한 축구를 한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스타일에 일정 수준 이상 적응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E - 그럼 칠레에서는 바르셀로나와는 다르게 뛴다는 거야?


S - 당연하다. 칠레에서는 시작부터가 다르다. 칠레에서는 바르셀로나와는 다르게 좀 더 자유롭게 뛸 수 있다. 왜 그러냐면 칠레는 기본적으로 바르셀로나와는 다른 스타일을 추구한다. 칠레에서는 좀 더 많이 뛰어야한다. 실제로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뛸 때보다 칠레에서 뛸 때 조금 더 피곤함을 느낀다. 칠레에서 나는 전방의 쓰리톱을 이끌어야하는 위치에 있고, 경기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위치에서 뛰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특별하고, 독특한 팀이다. 바르셀로나처럼 플레이를 하는 팀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비슷하게 따라하는 팀 조차 없다. 앞으로도 바르셀로나처럼 수 많은 위대한 재능을 보유하고,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팀은 없을 것이다.



E - 스페인과의 경기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S - 칠레에게 있어선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에 우리가 스페인을 상대로 훌륭한 경기를 펼친다면, 많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 - 아마도 발데스를 상대하게 될텐데 발데스를 상대로 해서 골을 기록한다는 것은 네게 있어서 큰 도전 중 하나일까?


S - 우리 입장에선 망한 거나 다름 없다. 빅토르는 매우 대단한 선수다. 하지만 득점을 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가 득점을 해내지 못한다면 칠레는 경기에서 패배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스페인에는 많은 바르싸 동료들이 있다. 우리가 진다면 그들은 (농담 삼아) 날 놀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에 내가 득점을 한다면 칠레가 패배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내 자신은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E - 역시 비엘사가 네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감독이겠지?


S - 그렇다. 그는 훌륭한 감독이고,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감독이자, 더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감독이다. 그를 만나기 전에 나는 볼을 잡으면, 드리블을 치고, 골을 넣는 데에만 집중했었다. 하지만 그를 만난 이후 축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월드컵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내가 더 성장했다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E - 비엘사의 제자이기도 한 타타 마르티노는 어때? 비엘사와 비슷한 면이 있어?


S - 어느 정도는. 어떤 면에선 더 열정적이기도 하다. 한 번은 타타와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웃음이 터졌던 일이 있었는데 타타가 비엘사가 예전에 내게 해주었던 말을 그대로 해주는 게 아닌가. 그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었다. 나는 비엘사에게 배운 것들을 아직도 많이 기억하고 있다. 그는 모든 면에서 내 성장을 도운 소중한 사람이다.



E - 바르셀로나에서는 자유롭게 뛰지 못한다는 얘기를 했었던 적이 있어. 오늘도 어느 정도 비슷한 얘기를 했었고. 혹시 많은 압박감을 느끼면서 뛰고 있는 거야?


S - 전혀. 바르셀로나에서 올 때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온 것은 바르셀로나의 선수로서 뛰기 위해 온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골을 넣기만을 기다리고 골을 넣지 못하면 많은 압박을 가한다. 나는 골을 넣을 수도 있고, 패스를 할 수도 있다. 그저 내가 경기 중에 생각하기에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플레이를 할 뿐이다. 선수에게 있어서 자신감이란 것은 전부나 다름 없다. 그러한 것들에 신경쓰기보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E - 지난 시즌 티토가 뉴욕에 있었을 때, 바르셀로나 내부의 상황은 어땠어?


S - 지난 시즌 우리가 리가에서 해냈던 일은 굉장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리가에서 승점 100점을 달성하고,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훌륭한 라커룸 분위기 때문이다.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모두가 똘똘 뭉쳐있었다. 그리고 치료를 위해 팀을 잠시 떠나있었던 티토와 아비달 또한 우리를 지지해줬다. 그들은 우리에게 힘을 줬다. 그들이 그렇게 병과 싸워나가는 모습을 본다면, 스스로에게 넌 왜 저렇게 최선을 다하지 않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티토와 아비달 뿐만 아니라 병과 싸워나가는 수 많은 사람들, 손이나 발을 잃어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들 전부를 대신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여기에 있는 이유, 수 많은 관중들이 우리를 보기 위해 찾아와주는 이유. 그것이 무엇때문일까? 우리는 그들 모두를 위해 싸워야한다. 우리는 우리만을 위해 뛰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지켜보는 수 많은 사람들을 위해 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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