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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42

by 다스다스 2020. 1. 11.








메시가 왜 우측면 하프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움직일 때 장점이 최대로 나올 확률이 높냐면 거기서 움직이면 메시의 모든 행동들 하나하나가 아주 유의미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입니다. 패스, 드리블, 슈팅 등 뭐든지요. 알바는 메시가 여기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만 그나마 그의 가치가 나타납니다. 이것도 아주 간단한 건데 메시가 거기에 있음으로 인해서 찰나의 순간에 오른쪽에서 (또는 중앙이나 우측면 하프 스페이스에서) 왼쪽으로 볼을 내보낼 수 있으니까요. 알바는 온 더 볼 상황에서 어쩌다 한 번 얻어걸리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못해요. 심지어 동선도 아주 뻔합니다. 제가 이 선수를 싫어해서 이렇게 얘기하는 게 아니고 저평가도 아니고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시보다 이런 좌중우 분배가 좋은 선수가 있거나 좌우 측면에서 개인의 힘으로 수비수들을 끌어모으고 뭔가를 해낼 수 있는 선수들을 배치하는 게 아닌 이상 메시는 무조건 저 지점을 중심으로 뛰어야합니다. 그게 메시도 사는 길이고 바르셀로나도 사는 길이에요. 



(이번 시즌 유일하게 메시 의존증이 아닌 메시가 필드 위에 있는 걸, 메시가 저 위치에 위치했을 때의 장점을 살린 인테르와의 홈 경기 후반전 메시의 패스맵. 볼을 내보내는 지점 자체가 저기에 쏠려있다. 후반전 메시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위협적이었다는 걸 이 경기를 본 팬들은 잊을 수가 없다.)



(좌 - 이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 전반전 메시 패스맵. 우 - 후반전 메시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경기가 답답하니 메시는 터치 라인으로 빠지고 거기서 볼을 잡아서 상대 수비수들 2명은 측면을 의식하게 만들고. 상대가 노골적으로 왼쪽을 팔 게 보이니 횡으로 더 넓게 움직이고 당연히 볼을 잡는 지점 자체가 뒤로 밀려나있으니 이것저것 해야할 건 더 많아지고. 메시는 다른 선수들이 해줘야할 것까지 본인이 해야했다. 그래서 난 이겼어도 욕했을 거다.)






제가 예전에 글을 쓰면서 몇 번 말씀드렸던 적이 있는데 수비 대형은 종으로 흔드는 것보다 횡으로 흔드는 게 훨씬 유의미하고 치명적이에요. 종으로 들어가는 패스는 위협적일 수도 있는데 선수들 간의 간격이나 대형이 갑자기 확 무너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이미 간격이나 대형이 무너져있을 때 유의미하게 작용하는 편이죠. 횡으로 들어가는 패스는 상대가 뭐든지 의식하고 움직이다보면 공간이 생겨요. 그래서 크루이프는 볼이 사람보다 빠르다고 주장해왔던 거고 볼을 소유해야하며 회전시켜야한다고 했던 거죠. 근데 바르셀로나는 횡으로 돌아가는 패스가 아주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상대를 저렇게 횡으로 움직이게 해야하니까. 헌데 지난 몇 년 동안 횡으로 돌아가는 패스는 횟수는 분명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시도하는데 상대는 아예 꿈쩍도 안 하고 자기들 할 걸 오히려 더 잘합니다. 왜 그럴까요? 볼이 핵심적으로 나가는 지점은 펩 바르셀로나 시절보다 훨씬 뒤로 밀려났고 (심지어 루쵸 바르셀로나 시절보다도 더) 거기서 볼이 핵심적으로 나가면 최대한 빠르게 측면으로 길게 뻗어나가던지 종으로 길게 나가던지 해야하는데 지금의 바르셀로나는 볼이 돌아가는 지점이 한참 뒤로 밀려났는데도 거기서도 짧게 횡으로 패스를 돌리고 있습니다. 상대는 그냥 박스 근처만 최대한 틀어막고 볼을 측면으로 유도되게 만드는 겁니다. 굳이 움직일 필요도 없어요. 횡패스 하나하나가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거든요. 오히려 어디로 보낼 지 너무 뻔해서 거기서 볼을 뺏으면 역으로 측면 공간을 타고 상대는 달리는 거죠. 아니면 달려들어서 한 번만 뺏어내면 바로 찬스니까 과감하게 앞으로 나와서 압박을 하던지요. 아주 익숙하죠?



(이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의 부스케츠의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키패스 및 어시스트. 부스케츠는 왜 자꾸 올라가거나 무리를 할까? 볼이 낮은 지점에서 핵심적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위험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거다. 거기서 뺏기면 골키퍼랑 센터백들은 아무런 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수비를 해야하니까 뛰쳐나가는 거다. 피케도 아니까 가끔 가다 볼 잡으면 혼자 앞으로 드리블 치고 볼을 내보내는 거다. 팀의 틀이 갖춰졌을 때 그가 하는 걸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얘기하는 건 이래서다. 그만큼 경기를 지배하고 볼을 내보내는 지점이 고정되고 그 역할을 한두명이 자연스럽게 해낼 때 부스케츠의 역할은 줄어들고 그런 여유를 갖게 됐을 때 그가 어떻게 뛰는 지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뜻이다. 단점 메우기 놀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스케츠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털리는 게 그의 역할일 뿐.)






그래서 양 측면 풀백들은 볼을 잡으면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횡으로 다시 볼을 돌리거나 뒤로 볼을 돌려버립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바로 위기 상황을 만드니까요. 미드필드들은 저 상황을 사전에 막기 위해 횡으로 넓게 뛰거나 아예 측면으로 가있거나요. 악순환의 시작이죠. 볼은 분명히 소유하고 있는데 위협적이진 않고 이상하게 치고박고 하는 느낌을 주기 시작합니다. 꼬일 데로 꼬여버리면 볼 소유까지 그냥 내주고 시종일관 맞기만 합니다.


(좌 - 베티스 전 양 풀백 패스맵, 중 - 인테르 전 양 풀백 패스맵, 우 - 알레띠 전 양 풀백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키패스 및 어시스트. 늘 똑같다. 그렇다면 이런 보조자들을 유의미하게 쓰려면 몇 명의 선수들이 최대한 넓게 움직이면서 경기에 관여하고 이들을 활용하고 속도를 내야한다.)




그리즈만과 데 용이 바르셀로나의 장점을 살리는데 유의미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했던 게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터치를 최대한 적게 하면서 (동시에 실책도 적게 하면서) 빠르게 공격을 해나갈 줄 아는 선수들이에요. 데 용은 심지어 좌측면을 넘나들면서 뛸 수 있을 때 패스의 방향이 한 쪽에 치우쳐 있지 않습니다. 지금 바르셀로나는 볼을 아주 높은 지점에서 핵심적으로 내보낼 수 있는 미드필드도 없고 그런 틀을 만들지도 못했고 스쿼드 구성 자체가 그 쪽에 가깝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후방에서 좌우 측면으로 길게 넘어오는 볼을 받아서 오로지 개인의 힘으로 최소 70분 이상 꾸준하게 속도를 내고 돌파를 해낼 수 있는 선수도 없습니다. (메시가 하는 건 일시적인 대응책일 뿐입니다. 늘 말하지만 메시는 측면 자원이 아니에요. 경기가 안 풀리니까 스스로 거기로 가는 거지. 시즌 내내 측면 포워드로 쓰면 장담하는데 무조건 부상 당합니다. 그것도 이후 여파가 있는 부상.)




무엇보다 패스를 빠르게 처리해야할 때, 느리게 처리해야할 때를 스스로 판단하고 필드 위에서 그걸 이행할 수 있는 미드필드도 없어요. 데 용 말고 이런 가능성이 보이는 미드필드는 지금 없습니다. 제가 이미 이 글에서 예시를 들고 있는 경기들인 이번 시즌 베티스 전과 인테르와의 조별 예선 홈 경기 후반전 등을 방향 자체는 옳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래서 그런 겁니다. 어차피 템포를 자유자재로 업앤다운을 하면서 속도를 내야할 때만 딱 속도를 내고 그런 게 안 된다면 조금은 실책이 느는 걸 감수하고 (과감하게) 그에 맞는 기용 방식을 갖추고 최대한 속도를 내고 메시가 움직이는 지점을 그리즈만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이 최대한 보조하면서 메시의 장점을 살려야했어요. 그래서 시즌 초반에 결과를 떠나서 과정은 분명히 어느 정도 맞는 방향성을 바라보고 있다고 얘기해온 거고 그걸 어떻게든 살려야했습니다.



(그리즈만 베티스 전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그리즈만은 종횡을 아주 넓게 뛸 수 있고 최소 두 번의 터치 안에 속도를 죽이지 않고 볼을 내보낼 수 있는 선수다. 속도가 빨라지면 상대가 아무리 수동적이고 수비적이어도 수비 대형이 자리를 못 잡는 경우의 수는 늘어난다.)



(이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의 데 용의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데 용은 첫 시즌임에도 저 위치에서 뛸 때 답답한 경기임에도 아르투르처럼 짧은 횡패스나 메시만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본인이 측면으로 가야할 때, 중앙으로 들어와야할 때를 이해하기 시작하고 있다.)




원래 능동적으로 축구를 하는 팀하고 그에 대응해 수동적으로 축구를 하는 팀하고 맞붙었을 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능동적으로 축구를 하는 팀이 유리할 수밖에 없어요. 수동적으로 맞춰서 움직이는 게 훨씬 힘들고 볼을 움직이게 하는 팀에 대응해 사람이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아무리 체력이 괴물이어도 어느 순간 실책은 늘어나고 선수들은 지치기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시메오네는 발상의 전환으로 어차피 수동적으로 수비를 할 거라면 최대한 볼이 측면에서만 왔다갔다 하게 만들어버리고 최대한 수적 우위와 경합 능력을 살려서 우리는 다시 그 측면 공간을 공략하자란 아이디어를 냈던 거고 마드리드는 그걸 역으로 잘 공략한 거죠. 바르셀로나가 리가에서만큼은 어떻게든 무승부를 만드는 것도 결국에 한 번만 메시의 온 더 볼이 먹히면 시선이 쏠리고 공간을 내주면 메시는 골을 넣거나 어시스트를 하니까요. 




한 골, 한 골이 치명적인 토너먼트에선 약할 수밖에요. 상대는 리가에서 마주하는 팀들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더 노골적으로 바르셀로나의 약점만 공략하니까요. 그래서 발베르데는 안정적으로 단점을 메우는 선택을 하는 거고 더해서 선제골을 넣는 걸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겁니다. 잡음도 최소화할 수 있으면서 유지를 할 수 있으며 결과까지 챙길 수 있는 최선이니까요.





여전히 현대 축구는 측면과 속도의 시대입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측면은 여전히 죽어있고 여전히 거북이 팀이에요. 메시를 갈아넣어서 어떻게든 비빌 수야 있겠지만 그건 일시적인 대응책일 뿐입니다. 메시는 이제 종횡을 넓게 뛰는 경기의 수가 오히려 줄어들어야하는 선수고 전술적 중심이지만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선수입니다. 발베르데가 알고 있다고 하는 것도 어떻게든 선수들을 우겨넣었음에도 그런 방향성을 살짝이나마 보였기 때문이고. 그렇게 꾸준하게 못하는 것도 어떻게든 선수들을 우겨넣어서 단점을 메우기 때문이겠죠.



(후반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전원의 히트맵. 알레띠는 바르셀로나의 약점이 측면. 그 중에서도 좌측면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필요한 시기에 잘 활용했다.)





결국 누군가는 나가야합니다. 그게 어느 놈들인 지는 이미 수 없이 말했으니 더 말해봐야 손가락만 아프구요.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장점 (메시의 장점) 을 살리는 방법론을 필드 위에서 현실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어야겠죠. 감독이 가진 능력과 결단력뿐만 아니라 모든 게 조화를 이뤄야할 겁니다. 감독 하나만 바꾼다고 되지는 않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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