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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지금은 아니야

by 다스다스 2020. 1. 11.



챠비 루머가 어제부터 여기저기 막 올라오는데 몇 개 언론 글들이나 그에 대한 반응들을 읽어보니까 현지 분위기라던가 바르셀로나가 접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팬들의 분위기가 엄청 안 좋긴 한 것 같네요. 아무래도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치는 분명히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는 수준이었을 거고 말아먹다못해 그냥 갖다버린 프리시즌을 감안하고 봤을 때 시즌 초반에 보여준 과정을 생각해보면 앞으로가 기대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가져볼만하기도 했거든요. 근데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멕이는 경기들의 연속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죠. 혹여나 진짜로 새로운 감독을 데려오는 게 아니더라도 이런 무브를 하고 있다고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너네도 뭔가를 느끼고는 있구나라고 생각할 거라고 보구요. 나름 보드진 입장에선 칼을 뽑아든 것 같달까. 메시의 시간도 얼마 안 남았지만 이들의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봐야겠죠.




근데 제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 강하게 담아보자면 챠비가 지금 시점에 오는 건 별로 내키진 않아요. 그의 능력이 지금 와봤자 안 될 거다 이런 게 아니라 정치적인 요소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갈 가능성이 너무 높아보입니다. 아마 챠비는 지금 도전한다면 이들이 펩이나 루쵸랑 어땠는 지를 감안하고 어느 정도 자신의 조건을 수용해주는 조건 (뭐 누구의 방출이라든가 영입이라든가. 외적인 요소들 중 무언가를 보장해달라거나) 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데 성공을 하면 그만큼 필살기가 먹혔고 자신들이 데려다놓은 선수들로 챠비와 함께 성공을 했으니 앞으로를 생각했을 때 이들에게 득이 될 확률이 높고 (그만큼 자신들의 작품들이 바르셀로나에 오래 머물고 혹여나 로셀파가 아닌 다른 쪽 인물이 의장으로 들어서도 못 건들 확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챠비도 사실상 자기들이 데려다 앉혀놓은 감독이니 만약에 챠비의 바르셀로나가 계속 성공한다면 이들의 성공이기도 하겠죠.) 실패를 했을 땐 이후에 바르셀로나가 이 환경 자체를 굉장히 잘 알고 있는 한 명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또 다른 인물을 찾아야한다는 거겠죠. 한 마디로 시기상 적절한 시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전 챠비가 선수 시절부터 치밀하게 감독을 준비해왔다는 느낌은 못 받아서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보는 편이거든요. 펩이나 루쵸하고 부임 배경은 끼워맞추면 비슷해보일 수 있어도 분명히 다릅니다. 




펩은 이미 자신의 커리어가 중반에 접어들 때쯤부터 감독에 도전하려는 밑밥을 무진장 깔아둔 사람이었음. 펩과 친한 인물들 (대표적으로 코쿠, 아벨라르도, 페레르, 루쵸 등등) 도 인터뷰에서 펩은 이미 선수 시절부터 감독에 대한 욕심이나 준비 그리고 실제로 때론 감독처럼 느껴질 정도였다는 얘기도 많았었구요. 루쵸도 은퇴하고 의도적으로 바르셀로나와 축구를 멀리한 게 앞으로를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얘기한 적도 있었고. 챠비도 커리어 말년의 행보를 보면 그런 의도가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이 둘처럼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 바르셀로나가 되게 정치적으로 보이는 것 중 가장 큰 게 도시에서 가지는 그 의미와 가치는 상상 이상으로 큰데 정작 어느 누구도 소유할 수 없고 그냥 사실상 임시직으로 맡고 있다가 나가는 거라고 보는데 그렇다면 그 안에 최대한 자신이 있을 때 데려온 선수들로 스쿼드를 꽉꽉 채워버려야합니다. 



라포르타가 왜 호나우딩요가 그렇게 망가져가는데도 어떻게든 살려쓸려고 별에별 짓을 다 했을까요? 

왜 즐라탄을 어떻게 해야할 지는 아예 얘기도 안 되어있는 상황에 3월에 비야한테 접근하고 시즌이 끝나자마자 비야 영입을 바로 띄워버리고 의장직을 내려놓고 나갔을까요? 

왜 로셀이 의장으로 오자마자 감독이 방출을 허락하지도 않은 치그린스키를 재정적인 이유를 삼아서 설득해서 내보냈을까요?

왜 바르토메우가 아직도 뎀벨레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을까요? 



펩의 바르셀로나의 성공을 논할 때 보통 공을 가져가는 의장도 로셀이 아니라 시작을 함께한 라포르타인 것도 이런 면에서 보면 재밌습니다. 라포르타가 공개적인 장소에 나오면 맨날 밥먹듯이 하는 얘기죠. '내가 펩을 선임했고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사이클을 만들어냈다.' 본인들이 당해봤으니 마지막 모험수도 이렇게 나오는 겁니다.




이게 왜 그러냐면 다른 클럽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그 도시에서 가지는 가치가 크기 때문에 계속 언급되기도 하고 자신의 사람들이 후에 덕을 보기도 하고. 지나간 사람들도 뭔가 한 자리씩 하거나 다른 데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거든요. 마드리드도 칼데론이 페레즈가 위기 속에 있을 땐 별에별 소리를 다 하더니 요즘은 아예 입도 뻥긋도 안 하죠? 마드리드도 바르셀로나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게 여전히 있는 팀 중 하나입니다. 유스야 어차피 누가 터뜨리든 재능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평생 갈 확률이 높은 케이스니 제외하구요. 이건 누구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그런 요소가 아님.




알 사드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 지도 모르고 그의 속마음이 어떤 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 동안 쌓아둔 것들을 통해서 추측하는 정도밖에 안 될텐데 진짜 챠비가 오겠다고 하고 다음 시즌이나 바로 감독으로 온다면 그만큼 바르셀로나의 환경에서는 본인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뜻일 수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조금 다르면서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레이카르트도 바르셀로나와 축구 내적인 면에선 상당히 비슷한 아약스만큼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렇게 가는 곳마다 다 말아먹고도 바르셀로나에선 초반엔 역시나 싶을 정도로 좀 그랬어도 결국엔 먹혔던 케이스였으니. 능력의 여부를 떠나서 이 이질적인 환경에 대한 이해도만큼은 그 동안 바르셀로나를 거쳐간 수 많은 선수들 중 으뜸일 수밖에 없는 게 누네스가 나갈 때도 있었고 가스파르트가 나갈 때도 있었고 라포르타, 로셀, 바르토메우까지 다 겪어봤고 그런 외적인 요소들에 지쳐 떨어져나가던 펩과 루쵸와도 함께 해봤던 인물이라서 기대는 해볼만하다고 봅니다. 반대로 그래서 지금 시점에 혹여나 낭비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금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기도 하구요. 이 정도로 확고한 관념을 가진 내부 인물이 흔하지는 않으니까요. 어쩌면 지금보다 더 위기의 순간이 챠비가 지금보다 더 갖춰진 시기에 찾아올 수도 있을 테고.




솔직히 그 동안의 언행을 보면 펩이나 루쵸보다 축구 내적인 면에선 선이 확실하다봐서 어떻게든 축구 내적인 면에 정치적인 걸 집어넣으려는 이번 보드진하고는 말도 안 섞을 것 같았는데 먼저 접근한 거 보면 보드진도 느끼는 게 있었겠죠. 온다면 보드진이 무엇을 양보할 지. 챠비는 어떤 조건들을 협상 불가로 내걸 지 그걸 보면 대강 그림은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메시의 마지막이 동시에 자신들의 목숨줄이라는 것도 알고 있긴 한 것 같네요.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어쩌면 이번 시즌은 보드진도 발베르데에게 꽤나 기대를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네이마르 재영입도 어쩌면 팬들보다 정말 간절하게 원했을 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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