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부분들을 유심히 봐야될 거에요. 뭐 그가 꼴통이고 독단적인 감독이다 이런 것보다 축구 내적으로 선수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스쿼드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나갈 지 이런 부분들을 유심히 봐야된다고 보는데 아무래도 이런 건 반 할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방출 작업이야 바르토메우가 백프로든 몇프로든 일단 양보를 하고 데려올 가능성이 높기에 전술적 쓰임새가 떨어졌거나 떨어질 거라고 판단되는 선수들은 내보내달라고 얘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맞겠구요.
반 할이나 비엘사 같이 필드 전체를 통제하는 걸 최우선 순위로 삼는 감독들은 선수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도 그런 의도에 맞춰져있기 때문에 때로는 선수의 올바른 성장 방향과는 전혀 안 맞는 기용 방식이 이뤄질 때도 있고 뜻밖의 기용 방식으로 득을 보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물론 이건 어떤 감독도 마찬가지지만 유독 이런 성향을 가진 감독들이 심합니다. 그래서 스타 선수들과 충돌이 많거나 싫어하고 자신의 플랜에서 중요한 건 그런 선수들이 아니다라고 얘기하곤 했죠. (특히 비엘사. 자신의 말을 안 듣는 선수들을 싫어해서 뉴웰스에서 스쿼드를 뒤집어엎었을 정도.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공통 분모도 있습니다.)
반 할의 영향을 많이 받은 쿠만은 그 동안의 행보를 보면 이런 면이 많이 보였어요. 제대로 말아드신 발렌시아 같은 경우도 선수들은 아예 이해가 안 되는데 자신은 이게 맞고 이렇게 기용해야하고 선수들을 이런 식으로 이끌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 덕에 마찰도 많았구요. 뭔 아리스멘디 윙백이라던가 호아킨을 반대발 포워드로 쓴다던가 또는 순간적인 원톱 기용을 한다던가. 일반적으로 바라봤을 때 정신병자같은 기용 방식이 많았습니다. 에버튼은 많이 안 봤지만 많이 놀러가던 가디언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쿠만의 기용 방식에 관해 지적하던 에버튼 팬분들을 몇 번 보기도 했구요.
근데 그의 스승 격이라 할 수 있는 반 할도 비슷했습니다. 유명한 멘디에타 윙백 기용은 물론이고 순발력이 좋고 스피드가 좋은 선수들을 윙백으로 적극적으로 시험해본다거나 (라이지허, 젠덴 등) 발로 볼은 잘 굴리는데 특정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선수들을 계속 뛰게 하면서 개선시켜서 센터백으로 만든다던가 (데 부어가 대표격이겠죠. 뮌헨에서 바트슈투버도 있고. 비엘사 같은 경우는 하비 마르티네즈를 보시면 될 것 같구요.)
제가 쿠만이 바르셀로나에선 조금 다를 거다라고 얘기했던 게 이런 디테일한 부분들이 바르셀로나에선 어쩌면 잘 맞을 수도 있겠다란 게 커요. 실제로 네덜란드에서도 의외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부분들을 보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바르셀로나의 뿌리는 네덜란드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저번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루쵸처럼 무조건 잘할 거고 성공할 거다란 느낌은 없어요. 근데 걱정하는만큼 못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대신 이런 부분들을 감안하고 보면 이제 담금질을 시작한 어린 선수들과 적응기에 걸쳐있는 선수들이 이 과정 속에서 어떻게 변해갈 지를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겠죠.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선수가 쿠만의 눈에 들어와서 깜짝 등장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약간 현대 버전으로 살짝 타협되고 온순해진 반 할이 오는 거라고 보셔도 될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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