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방문자 분들이 왜 이런지 모르겠는데 너무 많아져서 제가 댓글이 감당이 안 됩니다... 그래서 챔스 4강도 건너뛰고 ootp 하고 (벨린저랑 뷸러 애틀란타한테 뺏겨서 멘탈 터졌습니다. 이거 복수 하는 법 좀 알려주세요. 제발요...) 농구보러 도망갔는데 (포틀랜드 팬들 이야아아아!!! 보스턴 팬들 이야아아아!!!) 댓글 달아주시는 건 너무 감사한데 검색 한 번만 해보시고 그래도 없으면 질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때론 그게 더 유익한 답변이 될 수도 있어요.
1. 경기를 지거나 메시에 관해 얘기가 오고갈 때 종종 나오는 얘기가 너무 안 뛰는 게 팀에 해가 된다는 건데 그게 해가 되는 것보다 득이 되는 게 훨씬 많습니다. 어떤 선수나 장단은 있기 마련인데 메시가 가진 장점들은 바르셀로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축구에서 가장 이상에 가까워요. 이런 비슷한 포워드를 보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메시의 효율을 보장해주는 게 의미가 없다고 여겨지기 전까지 메시는 전술적 중심이 되는 게 맞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효율을 어떤 식으로 살리는 게 좋을까가 우선적인 접근이 되어야한다는 거고 이건 발베르데와 세티엔도 똑같이 접근했습니다. 방식이 달랐고 발베르데는 메시의 효율만큼은 일정 수준 이상 보장했는데 세티엔은 오히려 사지로 내몰았다고 봐야겠죠.
메시가 상대가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박스 근처 중앙이나 우측면 하프 스페이스 쪽에서 볼을 많이 잡을 수 있다고 했을 때 메시의 효율은 꽤나 높은 수준으로 나타날 거에요. 근데 시즌을 거듭하면 할수록 메시가 내려오는 빈도 수는 높아지고 발자국 자체가 종횡이 무지하게 길게 찍히거나 아래로 찍히는 경우가 많았다는 건데 이건 이 문제를 해결해주던 선수들은 나갔는데 어떤 방법으로도 그게 완전하게 해결이 안 됐다는 게 제일 큽니다. 그래서 발베르데나 세티엔이나 전환 과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템포를 늦추고 오프 더 볼을 줄이고 메시의 움직임에 초점을 다 맞춰버린 겁니다.
그 과정 속에서 발베르데는 능동과 수동을 오가고 때론 볼 소유도 포기하면서 끌어들이고, 낚고 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택한 거고 세티엔은 그냥 아예 아래에서 (또는 측면에서) 편하게 받고 하고 싶은 데로 해봐를 택한 거죠.
제가 데 용과 그리즈만의 가능성을 계속 시험해봐야한다고 했던 것도 그게 전술적 중심의 효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보강에 대한 방향성을 다양하게 가져갈 여지를 둘 수 있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선수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어울리는 역할은 분명 다를 수 있어요. 맞는 말씀입니다. 허나 메시가 있다면 그 부분은 절충해야하고 시도해야할 건 시도하는 게 맞습니다.
- 앞선에서 볼이 굴러가는 흐름을 읽고 경합 과정을 최소화하며 재빠르게 탈환해내 팀의 최전방, 최후방 라인의 후퇴를 막아줄 수 있는 포워드.
- 중앙과 측면을 오가면서 필요하다면 한두명 정도는 본연의 기술로 벗겨낼 수도 있고 본인이 볼을 내보낼 때 다양한 패스 선택지를 가져갈 수 있는 미드필드.
발베르데가 유일하게 욕심을 부린 게 이번 시즌 전반기였다고 보는데 저 둘의 존재랑 아르투르의 가능성이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클 지도 모르겠다는 두 가지 이유로 그랬을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어쨌든 뒤집어엎었고 다시 철저하게 메시의 효율을 살리는 선택을 했다가 호되게 당했고 (전반기 소시에다드 전이 기점) 각자의 방식으로 털어버리니 발베르데는 끝이 난 거고. 세티엔은 조금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발베르데가 왜 망했는 지도 나름대로 분석했구요.
- 부스케츠가 볼을 잡고 다양한 선택지를 가져갈 경우 패스 미스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전환 과정이 많아진다.
- 수아레즈는 더 이상 측면에 기여할 수 없다. 하지만 순간적인 센스는 여전하다. 그게 90분 중 한 번이라도 나타나면 그건 팀에 도움이 될 거다.
- 메시가 볼을 많이 못 잡거나 반대편에서 볼이 많이 굴러다닐 경우 바르셀로나는 절대로 이길 수가 없다.
이 세 가지를 전제로 깔고 구성을 짰죠. (짱개 폐렴으로 멈추기 전엔 수아레즈가 없었으니 두 가지만 놓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나온 게 측면의 메시를 활용하고 그걸 기반으로 부스케츠의 볼 소유 시간을 늘리고 오른쪽 선택지를 보장해주는 거였습니다.
부스케츠가 볼을 많이 잡고 메시가 우측면에서 이 볼을 받을 경우 바르셀로나는 지더라도 메시가 아무 것도 못하고 지는 경우의 수는 지우고 시작할 수 있다는 접근이었죠. 발베르데보다 더 나머지 선수들을 바보로 만들고 메시와 포워드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축구를 했다는 뜻입니다.
전 부스케츠가 패스를 정말 잘한다고 느끼는 게 다음 동작을 이어나가기 정말 좋게 줘요. 방향, 받는 선수들의 주발과 약발을 고려한 세기 등등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이건 레이카르트의 바르셀로나 이후로 보면 챠비 제외하곤 부스케츠와 비교할 선수 자체가 없다고 보구요. 근데 문제는 메시가 아래나 측면에서 받으면 상대가 대응하기 쉽다는 거고 메시가 뛰어야 할 거리가 길어지니 효율이 작살난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슬아슬한 승부가 많았죠. 메시답지 않은 모습도 세티엔 때는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그걸 수아레즈로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전 더 볼 것도 없다고 했던 것뿐입니다.
전 메시 지적을 굳이 하자면 제일 먼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이거에요. 볼을 받고나서 다음 동작까지 가져가는데 딜레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보면 왜 멈춰있지 싶은 순간들이 있죠? 판단이 느린 게 아니라 그냥 몸 자체가 반응이 느린 쪽에 가깝다고 보는데 세티엔은 그럼에도 측면의 메시를 포기를 안 했습니다.
결국 플릭이 가지고 놀아버렸고 그 꼴이 난 거고 이제 세티엔은 갔고 쿠만이 왔습니다.
그가 과거에 어떤 축구를 했고 이런 것보단 메시의 효율을 살리는 방안으로 그가 택할 방식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선수들의 쓰임새를 예측하는 재미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어차피 바르셀로나에 온 이상 어느 정도 이 관념에 맞춰서 할 거에요. 이미 발베르데, 세티엔으로 팬들이 열이 너무 받아있어서 어설프게 했다간 여론을 의식하고 이상하는 소리를 하는 폰트부터해서 염병떨 확률이 높습니다.
2. 쿠만은 들어온 모양새가 루쵸랑 비슷해서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지가 중요해보입니다. 제가 봤을 땐 리빌딩하러 왔다가 아니라 그건 깔고 성적까지 내야한다에 가깝다고 봅니다. 바르토메우가 자기들 목숨줄을 쿠만 손에 쥐어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보드진의 스탠스는 아직 조금 더 봐야겠지만 펩이나 티토 때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봐요. (감독의 입김이 세지고 보드진이나 기술진이 감독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쪽) 선수들도 이런 걸 원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쿠만이 오면 라 마시아 좋아하시는 분들은 누가 올라올 지 예측하는 재미도 있으실 겁니다. 반 할 영향 받은 감독들은 선수 보는 눈이 확실히 특이한 편이에요. 이건 확실함. 루쵸도 그랬고 펩도 살짝 그랬구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시도 자체가 없을 수도 있긴 한데 만약에 시도가 있다면 재미는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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