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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230

by 다스다스 2020. 11. 20.

 

 

 

- 헤타페 전부터 시작해서 바르셀로나 경기 본 게 엘 클라시코가 다인데 라인업만 봐도 경직되어있다는 느낌이 강한데 전반기에 최대한 틀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여전히 갖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죠. 부상 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 자체가 시즌 준비를 원활하게 못했다는 증거고 이건 스쿼드를 보강했어도 똑같았을 겁니다. (솔직히 어떤 감독이든 어떤 트레이너든 필연적으로 맞이했을 것 같음) 그만큼 감독 입장에서 한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조건이 좋지는 않았는데 이게 변명이 될 순 없겠죠.

 

 

 

이번 시즌은 어떤 시즌보다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고 이건 바르셀로나만 겪고 있는 현상이 아니라는 게 타 팀들 소식에도 비슷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전 여전히 쿠만이 노선 (팬들이 선호하는 축구) 을 이탈한 정도는 아니다라고 보고 싶습니다. 관건은 이런 부상으로 인한 인 앤 아웃이 반복되면서 감독이 그걸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슬슬 결과 위주의 선택으로 눈길을 돌리느냐겠죠. 조금만 더 지나면 이제 한 경기, 한 경기가 타이틀에 영향을 주는 시기에 접어드니까. 그동안 쿠만이 바닥으로 갈 때 보였던 모습들은 본인의 관념이 아집이 되었다는 건데 그런 부분을 생각해본다면 발베르데 같은 노선을 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본인이 욕심을 부렸던 감독직이 성적 여부와 관계없이 날라갈 수도 있기에 마냥 확언을 할 수는 없겠죠. 적어도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쿠만의 관념이 아집이 되어도 바르셀로나에겐 언젠가는 도움이 됐을 확률이 아주 높았다고 보구요.

 

 

 

결국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어떤 팀이든 지금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팀들은 프리시즌~시즌 초반 리듬을 잡는 과정이 지나치게 짧았고 이른 시기에 A매치 주간이 무려 두 번이나 찾아오면서 선수들의 리듬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게 제일 큽니다. 이 부분을 얼마나 빠르게 궤도에 올릴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겁니다. 궤도에 올라오면 과정이나 경기력도 다시 프리시즌~시즌 초반에 평에 근접한 모습을 보일 확률도 있겠죠. 전 지금은 한 경기, 한 경기 결과보단 나아지고 있냐를 조금 더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시기라고 봅니다. (안 좋아지고 있다면 그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겠죠. 반등의 가능성이 있는지 역시.)

 

 

 

 

- 개인적으로 지공 (단순히 느리게 공격하는 게 지공이 아님) 과 속공 (역습이란 개념도 굉장히 넓은 범위를 갖고 있습니다.) 이라는 개념으로 이분법으로 팀을 판단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국가대표팀 경기할 때 특히 그런 관점들이 많이 나타난다고 봅니다. 현대 축구로 접어들면서 가장 크게 변한 건 효율성입니다.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할 수 없었던 것들이 발상의 전환으로 많이 완성되었죠. 그만큼 이론에만 머물러있던 것들이 실전적으로 많이 발전했다고 보셔도 됩니다.

 

 

 

이제 기초적으로 깔아 둬야 하는 관점들은 이거라고 봅니다.

 

 

필드 위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면서 속도를 낼 수 있느냐 (때로는 좁게, 때로는 넓게)

전환의 과정을 얼마나 최소화시킬 수 있느냐 (공->수, 수->공)

 

 

 

이 두 가지 (물론 더 많은 기초적인 관점이 있겠지만 저 두 가지만 바탕이 되어도 웬만한 건 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를 깔고 보면 대부분의 팀들이 후방에서 전방으로 빠르게 올라가지 못할 경우에 대형을 넓게 벌려서 빌드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 걸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나타나는 대형 자체도 팀마다 다릅니다. 가진 선수들이 다르고 그 선수들의 장단이 다르기 때문. 이걸 정확하게 파악하고 지시하는 게 감독이 할 일이겠죠.) 이건 이미 상대가 자신들의 박스 근처나 하프 라인 전후 지점에서 대응하기 아주 좋은 대형을 갖췄다는 거고 어설프게 대처할 경우 역으로 당하기 좋다는 뜻이기도 하죠. 팬들이 딱 봤을 때 플레이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재능이 과거에 비해 적어 보이는 현상도 현대 축구 자체가 모든 선수들에게 포리바렌테 성향을 요구하는 쪽에 가까운 것도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한두 가지의 장점만을 가진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것도 많이들 보셨을 테구요.

 

 

 

벤투 얘기를 살짝 해볼까 하는데 전 이 감독을 아시안 컵 때도 아주 안 좋게 평가한 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팬들의 기대치에 비해 안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 아니라 과정을 봤을 때 그 돈을 주고 데려올만한 가치가 있는 감독이 아니라는 게 컸습니다.

 

 

연령 전체에 걸쳐서 한국 축구가 선수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는 감독이 알고 있는 걸까?

지금 주축이 되는 국대 선수들의 장단이 본인이 해왔던 축구에 맞는지 안 맞는 지를 냉정하게 판단한 걸까?

어떤 관점으로 선수 선발이 이뤄지는 걸까? 등등

 

 

 

의문이 되는 요소들이 정말 많았고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부분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쓴 글이 있는데 솔직히 지금 벤투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하고 그렇게 큰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기에 그 글로 나머지 생각을 대체해봅니다. (ainiesta8.tistory.com/2146 클릭하시면 됩니다.)

 

 

 

 

- 개인적으로 클롭이란 감독을 아주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것들에 있습니다. 선수들을 바라볼 때 그 어떤 감독보다도 관점 자체가 넓고 열려있어요.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선수들의 재능을 이끌어내면서 변화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는 편에 가까운 편이구요.

 

 

 

비엘사 같은 경우 빅 클럽에 본인이 가려고 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대다수의 빅 클럽들이 감독 루머에서 뒤편에 두는 건 기계적인 성향이 매우 강하다는 게 큽니다. 보드진의 성향과 안 맞는 게 첫 번째겠지만 스타 선수들과의 마찰 역시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비엘사는 90년대 초반 뉴웰스를 이끌 때도 본인과 마인드나 접근 방식이 다른 선수들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어린 선수들을 올려 쓰는데 거리낌이 없었죠. (이 당시 어린 선수들과 감독인 비엘사의 사이를 이어주던 게 축구 내외적으로 모범적인 베테랑이었던 타타 마르티노) 전 비엘사의 제자들도 이런 비엘사의 관념을 여전히 아주 조금씩은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포체티노나 시메오네 둘 모두 어떤 팀에게나 좋은 선택지가 될 거라는 관점에는 반대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타타는 이미 주류에서 벗어났으니 얘기할 필요도 없음)

 

 

 

펩이 특정 선수들과 마찰이 심했던 것도 크루이프, 사키, 비엘사, 반 할, 카펠로 등의 이런 면모들을 보고 배운 게 컸기 때문이 제일 컸을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즐라탄, 뚜레, 만주치키 등등이 있겠죠. 크루이프는 호마리우나 라우드럽이 있을 테고. 사키는 선수단이나 언론들 자체가 자신을 불신한 시기가 있었고. 반 할과 카펠로는 트러블 메이커 그 자체였음) 물론 그들과 방식은 다르긴 했지만 유사한 면들이 많았죠. 근래 가장 달라진 게 뮌헨 1년 차까지의 모습만 놓고 보면 절대 쓰지 않았을 선수들도 어떻게든 기용하려고 하는 모습들이 보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때로는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옅어 보이는 모습들이 늘어나기도 하고... 뭔가 변화의 시기에 걸쳐있다고 봅니다. 이번에 1+1 으로 계약 연장을 했던데 1년 연장에 옵션을 달아놓은 거 보면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를 했을 거라고 봅니다. 오랜만에 제가 알던 펩같은 모습이 보여서 보기 좋네요.

 

 

 

 

- 그냥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쓴 거에요. 별 뜻 없습니다. 항상 방문해주셔서 감사하고 날씨가 추워지고 있습니다. 짱개 폐렴이랑 감기 조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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