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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왜 그럴까

by 다스다스 2020. 11. 22.

 



- 지공의 문제

 

 

 

일단 지공이라는 게 무엇인가를 최대한 얘기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들을 보다 보면 해설자들이 공격이 조금만 느려지면 지공이란 얘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지공이란 건 그런 의미보다는 개개인의 능력이 우위에 있을 때 볼을 오래 쥐고 있을 시 공수를 다 해낼 수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농구로 예를 들어도 지난 2년 간의 휴스턴 같은 경우 느리게 공격하는 게 아니라 그게 쓸데없는 체력 소모를 최소화시키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공격을 할 때 24초 중 대부분의 시간을 쓰는 건 2년 전 같은 경우 폴, 하든. 저번 시즌 같은 경우는 하든이었죠. 결국 점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인 점유를 많이 (또는 오래) 이끌어낼 수 있냐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거고 쓸데없는 점유가 많은 채 느린 건 지공이 아니라 그냥 그 팀이 기량이 딸리고 느려빠진 겁니다.) 그러니까 볼을 쥐고 있는 것 자체가 공수를 다 해내고 있다는 거죠. 결국 그렇다면 바르셀로나는 모든 포지션, 유형을 가리지 않고 0순위로 필요한 건 '체력이 바탕이 되는 가운데 상대를 의식하게 만들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냐?' 입니다. 지금의 바르셀로나를 봤을 때 아무 조건 없이 이 단계를 통과할 수 있는 선수가 스쿼드 중 절반이 안 됩니다. 그래서 쿠만이 내놓은 건 메시가 있다는 가정 하에 좌측면에 모든 투자를 다 때려 박아서 좌우 밸런스가 문제가 되더라도 그 가능성을 시험해보자에 가까웠죠. 물론 지금 그걸 못하는 건 쿠티뉴와 파티도 없고 데 용과 메시가 아무리 봐도 맛탱이가 가있습니다.

 

 

 

 

- 메시

 

 

 

결국 이번 시즌에도 중요한 건 메시입니다. 쿠만은 프리시즌부터 메시가 측면 포워드로 보이게끔 기능하는 것을 철저하게 배제해왔습니다. 세티엔처럼 메시의 몸 상태를 모른 척하고 뛰게 하지도 않습니다. 메시의 플레이를 잘 보면 볼이 우리 진영으로 넘어와서 상대가 공격을 행할 때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메시가 달려들면서 볼을 뺏으려고 하는 건 없습니다. 오히려 볼이 이미 우리 진영으로 넘어와있고 우리가 대형을 갖추고 있을 경우 서있거나 걸어다니기만 합니다. 대신 나머지 선수들이 그만큼 더 많은 공간을 커버합니다. 프리시즌 때 예측했고 실제로 보였던 모습처럼 여전히 모든 선수들이 책임져야 할 범위는 넓습니다. 이런 메시를 기반으로 한 공수 전환의 틀은 사실 팬들이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하는 펩 과르디올라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메시가 하는 건 비슷해요. 개개인의 능력의 차이와 감독들이 가지고 있는 선호도나 성향, 전술적 의도에 따라서 아예 다른 축구로 보이게끔 하고 있을 뿐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메시의 주변에 있는 선수들의 효율이 메시의 반도 못 따라온다는 거고 메시 본인도 그 어느 때보다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나타나는 메시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스스로 효율적인 플레이만을 하려고 하고 (포제션 하나하나 놓고 따지고 보면 효율적인 플레이가 아닌 것도 많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거기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에 가까운 플레이가 많아진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동료에게 줘도 되는데 안 준다던가...) 컨디션이 좋을 때는 그렇게 하면서 팀적인 문제를 다 해결해줬고 일시적으로 가려줬지만 컨디션이 안 좋을 경우 (지금은 쭉 안 좋죠.) 본인은 물론이고 팀도 여기서부터 모든 게 다 꼬이기 시작합니다. 진흙탕에 가까운 경기를 할 때, 토너먼트에서 접전 상황에서 허슬 플레이가 때로는 분위기를 뒤바꿔줄 때 등등과 같은 경우에서 메시가 무기력하게 지는 경우도 이게 어느 정도 연관이 있습니다. 본인 자체가 안 좋은데 (좋을 때는 상관없습니다. 안 좋을 때를 한정지어서 얘기하는 거에요.) 플레이 자체도 지나치게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평소와 달라지니까 완전히 꼬여버리는 겁니다.

 

 

 

이제 한 번 순서대로 살펴보죠.

 

 

(메시가 뛰는 경우입니다. 볼이 상대 진영에서 돌아가고 본인이 특정 방향으로 움직였을 경우 상대의 방향을 제한해낼 수 있을 때 메시는 움직입니다. 걸어다니거나 서있는 장면이 하도 많으니까 수비를 안 한다 같은 얘기가 많은데 이게 성공할 경우 공수가 다 되는 아주 효율적이고 좋은 압박입니다. 옆에 그리즈만이 볼을 받으러 움직이는 알레띠 선수에게 붙는 것 역시 눈에 담아둘 필요가 있겠죠.)

 

 

(알바가 상대의 롱볼을 눈치채고 볼 소유권을 되찾아왔고 바르셀로나는 수비를 해냈습니다. 다시 공격은 후방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건 절반의 성공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습니다. 완벽히 성공한 경우는 메시가 저기서 볼을 탈취해내고 단거리 역습이 성공한 경우밖에 없습니다.)

 

 

(이미 상대가 롱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찰나의 삼각형이 만들어졌습니다. 메시는 볼을 소유한 상대를 보고 있음에도 굳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본인이 움직일 경우 전방에 아무도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효율성 속에서 나오는 아이러니함이 바로 이런 겁니다. 이미 상대가 스탠딩으로 들어올 경우 다른 알레띠 선수들이 본인만 쳐다보고 있음에도 드리블 돌파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다시 편집하기 귀찮아서 표시는 안 했지만 알레띠 선수들 모두가 메시만 보고 있습니다. 경기가 끝나가는 시점도 아닌 경기 초반인데도 이런 플레이가 나옵니다.)

 

 

(반대편 공간이 열려있고 상대가 자신을 보고 뭘할 지 알고 있는데도 그냥 행해버립니다. 이후 장면에서 다행히 볼 소유권을 되찾아오긴 하지만 꼬맹이도 알만한 뻔한 패턴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직 전반전 초반입니다.)

 

 

 

사실 쿠만에게 좋은 소리를 해줄 만한 시점은 아니지만 쿠만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건 메시의 동선이나 플레이만 봐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세티엔 강점기를 벗어난 이후 메시가 후방이나 측면에서 볼을 받고 전진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전술적 중심의 효율성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는 증거죠. 문제는 효율이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건데 이번 시즌 안에 이게 개선되려면 체력 리듬이 좋아지는 게 첫 번째입니다. 메시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반응이 둔해 보인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 그리즈만의 문제

 

 

 

일시적인 해결책은 지금 현시점에 얘한테 있습니다. 지금 그리즈만은 어떤 식으로 뛰고 있냐? 철저하게 메시에 맞춰서 뛰고 있습니다.

 

 

(메시가 박스에서 조금 동떨어져있는 곳에서 볼을 잡았을 때는 메시보다 앞에서 포지셔닝을 잡고 메시에 맞춰서 움직입니다. 오른쪽에 있는 선수는 뎀벨레입니다.)

 

 

(뎀벨레가 이미 중앙에서 포지셔닝을 잡고 있기 때문에 그리즈만이 메시에게 선택지를 늘려주려고 측면을 향해 움직여줍니다.)

 

 

(상대가 이미 우리 진영으로 볼을 넘기는데 성공하면 메시보다 아래로 내려가서 협력 수비에 가담합니다.)

 

 

 

뎀벨레를 오른쪽에 기용한 것도 오른쪽에서 뛸 경우 왼쪽에서보다 플레이가 간결하고 박스로 진입하는 데 있어서 버퍼링이 덜합니다. 선택지도 더 많죠. 양 발 잡이인데 전혀 그렇지 않은 플레이를 하는 신기한 선수입니다. 쿠티뉴와 파티가 있을 때는 왜 이렇게 왼쪽 위주로 공격하냐는 비판이 있었는데 오늘 경기는 절반에 가까운 포제션을 오른쪽 위주로 가져갔습니다. 어차피 메시를 제외하고 박스 근처에서 볼을 많이 잡을 선수가 없으니까 (어차피 금방 다 뺏기거나 백패스 돌릴 테니까) 그냥 최대한 메시의 효율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가득했던 겁니다.

 

 

 


- 나머지 선수들의 문제

 

 

 

전 사실 하나의 장점만을 가지고 있는 보조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알바도 대다수의 바르셀로나 팬들이 평가하는 것만큼 좋은 선수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비교 대상으로 언급되는 마르셀로나 알라바 같은 선수들과 동일 선상에 놓는 것 역시 전 가당치도 않은 얘기라고 생각하구요. 이런 한 가지의 장점만을 가진 보조자들이 많은 팀은 필연적으로 공수에서 구멍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오늘 같이 우측면 위주로 돌아갈 경우 좌측면에서 볼 자체가 많이 안 돌아가니까 알레띠 선수들이 나눠가지는 커버 범위 자체가 상당히 좁았습니다. 메시가 볼을 잡았을 경우에만 왼쪽을 살짝 의식하면 됐고 아닐 경우에는 왼쪽을 그냥 아예 버려둬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결국 쿠만이 좌측면에 전술적 투자를 초장부터 시도한 이유가 선수단 구성을 의식했다는 뜻입니다. 메시는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차원에 있는 선수라는 것 역시 쿠만이 누구보다도 인정하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죠. 알바를 제일 먼저 언급했지만 세르지나 랑글렛도 후방에서 뛰고 있으니 덜할 뿐이지. 똑같습니다. 프야니치는 조금 더 봐야 되겠지만 사실 크게 기대는 안 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조금씩 안 풀리고 답답한 양상이 계속되면서 조금 변한 게 있는데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 그리고 선수들 개개인의 간격이 상당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상대의 압박의 강도가 덜하면 덜할수록 간격은 더 벌어진다. 지금 당장 이런 라인의 유동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팀을 만나면 100% 진다.)

 

 

 

지금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는 스쿼드 내에 다른 동료들이 본인을 이용했을 때 한 가지의 장점이나 애매모호함이 빛을 발하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게 어긋났을 경우 전술적 중심에 가까운 선수들의 역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쪽에 가까운 건데 쿠만은 일단은 별 수가 없으니까 이렇게 간격이 벌어지더라도 몇몇 선수들의 역할을 늘리면서 해결하고 있는 게 현 상황입니다. 헌데 이런 상황에 피케의 이탈이 발생했고 이건 아주 치명적으로 다가올 것 같은데 쿠만은 다시 어떤 답을 내놓을지 역시 중요할 것 같습니다. 때마침 쿠티뉴가 돌아왔다는 건 불행 중 다행이겠죠.

 

 

 

 

- 경직된 기용 방식과 선수들의 폼이 하락세를 보일 때 4-2-3-1 이 주는 치명적인 단점 (크루이프가 00년대 초반부터 해당 포메이션에 관해서 비판적이었던 이유) 그리고 나머지...

 

 

 

네덜란드로 시작해 아약스, 바르셀로나로 이어지는 축구는 사실 그 무엇보다도 체력 리듬이 중요합니다. 사실 어떤 팀이나 체력이 중요하지만 이런 축구를 하는 팀들에게 있어서 체력은 모든 것의 기반입니다. 프리시즌부터 이미 몇몇 선수들은 리듬이 안 좋았고 좋았던 선수들은 일정이 빡세니까 하락세에 접어들고 두 번의 A매치 주간이 평소보다 더 치명적으로 다가와서 완전 엉망이 된 선수들이 태반입니다. 그런 와중에 쿠만의 현 플랜이 팬들에게 의구심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합니다.

 

 

 

포메이션을 논하는 걸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해를 하기에는 좋은 편이라서 언급을 하자면 그동안 루쵸나 발베르데가 고집스럽게 4-3-3 을 택하고 때로는 쓰리백 변형을 시도하면서도 이런 대형을 선택하지 않은 건 밸런스가 무너질 경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크루이프가 두 명의 피보테를 놓는 축구를 극단적으로 비판했던 것 역시 기복과 밸런스 때문이지. 단순히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드를 기용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동일하게 감독에게 지시받은 공간을 커버하지 못할 경우 이 대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두 명의 미드필드가 책임져야 할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어진다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더 공수가 분리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간격과 대형이 무너지는 경우 역시 훨씬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미 데 용이 그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파트너도 문제인데 팀도 문제니까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져버렸죠.

 

 

 

쿠만은 그럼에도 플랜 B 보다는 지금의 틀을 모든 선수들에게 적응시키고 시험하는 것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굉장히 경직되어있죠. 때로는 끼워 맞추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기도 하구요. 아무리 이런 특수한 상황이 적용된 시즌이라 하더라도 1년 주기를 고려한 트레이닝을 짜기는 했을 거고 선수들의 체력 리듬이 올라오는 시기가 오긴 올 건데 (안 올 수도 있겠죠. 그럼 진짜 망하는 거고) 그때까진 지켜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사실 제가 감독이었어도 지금 플랜 B 랍시고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임기응변으로 극복하는 선택은 안 했을 겁니다. 오히려 좋은 흐름을 탈 가능성이 향후 있다고 했을 때 독이 될 가능성이 클 거에요. 거기다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자빠지고 있다는 것 역시 조급하게 한 경기, 한 경기로 평가하기엔 특수한 상황이다라는 걸 나타내 주는 증거 중 하나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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