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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세 가지

by 다스다스 2021. 1. 18.




1. 크로스... 크로스... 왜 크로스만 해대냐.



요즘 경기들 보면 이런 생각 드는 경기들이 꽤 되실 겁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볼이 띄워져서 왔다갔다한다는 특성 때문에 머리나 한 방에 꽂아야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한데 (그래서 크로스 시도가 많은 경기에서 골은 안 나면 꼭 장신 포워드 얘기가 나오죠. 개인적으로 되게 단편적인 생각이라고 봅니다.) 꼭 그런 의도로만 크로스 시도를 행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팀이든 어떤 공격 방법을 선택하든 크로스라는 공격 방법은 반드시 필요한 쪽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크로스라는 게 일반적인 팬들이 정의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거라고 보구요. 물론 팀마다 세부적인 요소는 조금씩 다르긴 하겠죠. 구성도 다르고 전술적 중심도 다르니까요. 여기선 그런 걸 얘기하려는 게 아니니 이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구요.



결국 크로스라는 공격 방식은 측면 공간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으며 중앙과 측면을 어떤 방식으로 쓰느냐와 연관이 있습니다. 예전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 크로스 시도가 지금보다 훨씬 많은 편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직접적으로 공중볼 다툼을 시도하는 경우는 되게 적었습니다. 대신 볼이 낙하가 되거나 상대가 탈취했을 경우 순간적으로 공간을 좁혀서 재탈환해오는 루즈볼 탈환이 아주 좋았죠.



이 말뜻은 뭐냐면 크로스 시도 자체를 비판하기보단 그 전후 과정 속에서 팀이 과연 발전할만한 여지가 있느냐를 보고 비판을 하는 게 맞다는 겁니다.



- 크로스를 시도하는 측면 선수가 수비수를 달고 뛰면서 크로스를 하는 것인가?
- 그렇지 않다면 그만큼 빠르게 올라가서 크로스를 할 수 있는가?
- 볼을 갖고 있지 않은 나머지 선수들은 미리 포지셔닝을 잡거나 볼의 낙하 지점을 예측할 수 있는가? (또는 전후 이뤄지는 오프 더 볼 등)



등등등... 괜히 상대적 강팀들이 경기가 안 풀릴 때 크로스나 측면 일변도의 경기를 펼치는 게 아니란 거기도 하고 상대적 약팀들이 좋은 경기를 펼치거나 이길 때 모습을 보면 역으로 이런 측면 공간을 공략해내는 방식을 아주 잘 이행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죠.




2. 나날이 발전한다.



사실 흐름상 한 발 먼저 등장한 게 풀백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면서 측면 선수를 또 다른 한 명의 센터 포워드로 변형시키는 반대발 포워드인데 (펩이 그래서 08-09 시즌 전반기 연승가도를 달리기 시작할 때 자신들은 레이카르트의 4-3-3 과는 다르며 4-4-2 변형이라고 했죠. 알베스를 극단적으로 올리면서 메시는 우측면에 가까운 중앙에 위치하고 앙리가 좌측면에서 대각선으로 움직이면서 에투와 앞선에 서는 모습. 이게 메시 부재 시 이니에스타를 중심으로 한 변형 전술이나 09-10 시즌 페드로 활용의 기반이기도 했습니다.) 그게 시발점이 되어서 수비 전술의 발달이 급속도로 이뤄졌고 현재의 측면과 하프 스페이스란 공간이 강조되는 시기까지 왔습니다. 하프 스페이스는 측면과 중앙을 어떤 식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수비수들을 바보로 만들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중요한 겁니다. 방식이 다 다르니까 팀마다 사모으는 선수들도 아주 다르죠.



어떤 팀은 윙어만 미친 듯이 사고
어떤 팀은 미드필드만 미친 듯이 사고
어떤 팀은 순간적으로 횡이나 종으로 아주 긴 동선을 뛸 수 있는 선수들만 사고 (포지션 불문)
어떤 팀은 센터백이나 풀백만 사고 등등...



크로스를 미친 듯이 날리는데 후속 동작이나 루즈볼이나 세컨볼 탈환이 없고 그냥 주구장창 그러고 있으면 감독의 문제거나 선수들의 문제인데 (아주 좋은 예 - 타타의 바르셀로나) 그렇지 않다면 계속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크로스를 날린다. ->
계속 루즈볼이나 세컨볼을 만들어낸다. ->
기회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 ->
상대가 슬슬 측면으로 수비수들을 보내기 시작하거나 수비수들 중 누군가가 스스로 움직인다. ->
중앙이나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간이 나거나 공간이 안 나도 순간적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나온다. ->
이 기회를 살려내면 골 or 아주 좋은 찬스. 아니면 운이 좋아 루즈볼이나 세컨볼이 숏카운터나 중거리, 오픈 찬스가 되서 골이 된다. ->
계속 반복...



그래서 크로스 시도가 없거나 많아도 이게 뭔가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페너트레이션이 안 되서 하나만 얻어걸려라는 식으로 하는 팀들 상대로는 아예 측면을 버려두고 더 촘촘하게 협력 수비를 하는 경우도 있죠.




3. 앞으로 나타날 위대한 재능들의 필수적인 요소 등



메시, 레반도프스키, 네이마르, 데 브라이너 등과 같은 선수들을 보면 하프 스페이스나 박스 근처 중앙 (ZONE 14 라 하는 그 곳. 이런 용어는 사실 몰라도 됩니다.) 에서 본인이 조금 더 선호하는 공격 방식은 있어도 어쨌든 거의 대부분의 방향에서 공격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향을 한 명이 이끌어낼 수 있으면 수비수들을 모으거나 퍼뜨릴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을 터치 라인으로 빼버리거나 박스에 밀어넣는 겁니다. (이것도 팀마다 전술적 중심에 따른 방식의 차이)



근데 가면 갈수록 이런 하프 스페이스나 박스 근처 중앙에서의 수비 밀도는 높아지면 높아졌지. 줄어들 일은 없기에 앞으로 나타날 재능들의 필수적인 요소는 크게 봤을 때 세 가지겠죠.



- 얼마나 양 발을 잘 쓸 수 있냐 (또는 온 몸을)
- 기본기가 탄탄해 상황을 가리지 않고 간결한 터치와 빠른 동작을 가져갈 수 있냐
- 볼을 받기 전후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본인이 가진 신체 능력의 장단을 아주 잘 살릴 수 있냐



이런 부분들도 참고해 근래의 경기들을 본다면 근래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들의 성장 방향성이나 잠재성을 예측해보는 재미도 있겠죠. 뭐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이런 요소들도 있단 뜻입니다. 팀적으로도 이런 부분들까지 감안해서 본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거구요.




바르셀로나 얘기는 다음에 몇 가지 추려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에펨코리아를 비롯한 커뮤니티 일절 안 하니까 제발 그런 거 메일로 안 물어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따로 뭐 연락하는 것도 없습니다. 메일 주소도 내렸는데 메일은 왜 오는 건지도 의문이기도 하구요.



늘 짱개 폐렴 조심하시고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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