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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비엘사는

by 다스다스 2022. 2. 27.




예전에도 말했지만 타협이란 게 없는 사람이고 이론적으로 하나의 방법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잘 안 풀리면 늘 끝이 이럴 수밖에 없습니다. 늘 그랬죠. 1대0 으로 이기는 것보다 3대2, 4대3 으로 이기는 걸 더 좋아한다고. 지더라도 전자보단 후자를 더 선수들에게 강조하던 사람.



라이트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줬던 칠레에서도 그냥 무조건 올라가라고 소리 지르던 모습이 그의 커리어 전체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음.



스쿼드 전체에 본인의 방식을 계속 때려박았기 때문에 빵꾸가 났다고 유연하게 다른 걸 하는 걸 못하는 구조기도 하고 애초에 그런 생각 자체가 없는 거죠. 원래 커리어 내내 유연함이란 게 없는 감독. 그래서 본인이 1부터 100까지 다 때려박을 수 있는 어린 선수들을 선호하는 거구요.



제자들 (대표적으로 시메오네, 포체티노, 타타) 은 이런 단점이 한 싸이클을 가정했을 때 아무리 길어봐야 2~3시즌이라는 걸 스스로들 느꼈기 때문에 비엘사한테 배운 방식들에서 조금씩 변형을 준 거죠. (가장 대표적으로 맨투맨과 지역 방어의 혼합을 통한 압박 방식, 구조 같은 것들)



이런 보강의 측면에선 빅 클럽에서만 감독직을 해야하는 감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워낙에 기계적인 방식을 선호하고 절대로 예외를 두지 않다보니 또 이런 건 빅 클럽에선 하기 힘들고. 예전에 비엘사 글쓸 때도 말씀드렸지만 퍼거슨이나 하인케스 같은 (이 중 하인케스는 좀 나중에 여우가 되긴 했지만 어쨌든) 천재적 여우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여우가 될 수 있었으면 커리어는 어마어마하게 쌓았을 거에요. 아쉬운 부분들이 참 많은 감독임. 그래서 매력적으로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아마 비엘사한테 축구를 배운 선수들은 나중에 어떤 감독을 만나도 비엘사한테 배운 만큼은 못 배우지 않을까 싶구요. 특이한 것도 특이한 거지만 영감을 심어주는 감독이라 트레이닝으론 웬만한 감독은 비교 대상도 될 수 없음. 바르셀로나가 타타 올 때도 그런 기대감이 형성된 건 비엘사의 제자라는 게 전부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아무튼 후임 감독으로 발베르데 얘기가 있던데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음. 한 번 비엘사 후유증을 겪은 팀을 정상화시킨 전적도 있고. 이런 하나의 방식에 물들어버린 팀을 타협시키는 것도 사실 어려운 일이기에 다른 감독들보다 우위에 있는 부분들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리그 우승은 당연하고 챔스 우승을 매 시즌 목표로 하는 팀들 수준에 맞는 그릇이 아니라고 보는 거지. 좋은 감독이 맞기도 하구요.



별로 챙겨보진 못했지만 맨날 끝이 이래서 아쉽습니다. 빌바오 이후로 가장 공들인 팀이었을 건데 빌바오 때랑은 다르지만 어쨌든 또 빠그러져서 정말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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