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이 너무 올라왔음. 그래서 팬들의 눈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볼 수 있죠.
예전에 98-99 시즌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에서 맨유랑 뮌헨이랑 같은 조 걸려서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결승은 맨유-뮌헨. 심지어 결승전 장소 깜노우. 셰링엄이랑 솔샤르가 2연타로 꽂은 대역전 경기 맞습니다. 이때 바르셀로나는 뮌헨한텐 홈, 원정 다 지고 맨유랑 2무함. 맨유랑 했던 2경기는 이젠 할아버지 다 되가는 아저씨들 사이에서 아직도 회자되는 명경기들. 찾아보시면 재밌게 보실 수 있으실 거에요. 나머지 한 팀은 브뢴비였는데 세 팀한테 고통 받고 4위하고 떨어짐.) 팬들의 분노가 폭발한 시즌은 이 시즌이 아니라 다음 시즌이었어요.
물론 98-99 시즌 전반기가 기복이 심했던 터라 불안하긴 했지만 후반기는 리가에서 1패인가 2패만 하면서 마드리드랑 차이를 계속 유지하고 리가를 따냈죠. 엘클도 1승 1무했는데 후반기 홈에서 했던 1승이 그냥 압도적이었음. (마드리드 같은 경우는 후반기 엘클 3대0 으로 지고 얼마 안 되서 히딩크를 경질해버림. 후임은 또 소방수로 불려온 토샥. 이 할배는 다음 시즌 전반기에 경질 당함)
거기다 이 시즌은 축구 자체를 재밌게 해서 좋게 보는 올드 팬들도 많은 편이었죠. 히바우두-클루이베르트-피구의 쓰리톱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거나 루쵸-펩-코쿠 3미드필드가 잘 돌아간 경기는 보는 맛도 진짜 좋았고 부임 시즌부터 반 할이 원하는 선수들을 기회만 보이면 데려와서 이 시즌은 전체적으로 스쿼드도 탄탄했음.
아무튼 98-99 그렇게 지나가고 99-00 은 표면적으로 5점 차이 리가 준우승으로 보였지만 개판 그 자체인 시즌이었고 온갖 잡음이 다 나오더니 결국 중간에 파벌 논란 터지고도 챔스 8강 기적의 역전승을 했는데 분위기가 다시 박살나버리죠.
결국 챔스 4강 2차전 홈 경기에서 야유를 먹고 (1차전 4대1 로 처참하게 털렸음) 펩이랑 피구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와서 인터뷰를 했었죠. 저 리가 준우승도 후반기에 깜노우에서 에투가 임대가있던 마요르카한테 한 번 맞고 (얘넨 무시할만한 팀은 아니긴 했습니다. 이 시즌 마요르카한테 더블당했던 걸로 기억함) 라요한테 추가로 얻어맞은 게 무지하게 컸음. 두 경기 다 홈에서 발목잡힌 경기들.
4강 탈락이 뭐가 문제냐 할 수도 있는데 이때 마드리드가 리가에서 5위했었는데 (우승은 데포르티보가 함) 챔스는 귀신같이 치고 올라왔었는데 마드리드랑 엘클 결승 기대감이 너무 컸죠. (마드리드는 1차전 2대0 으로 이겼으니 결승 확률이 무지 높은 상태였죠.)
참고로 마드리드는 이때 챔스 못 먹었으면 진짜 바닥 제대로 갈 뻔했음. 얘네도 파벌 터지고 감독 계속 바꾸면서 선수들은 또 막 사고 또 팔아제끼고 하면서 완전 엉망이었죠. 로렌조 산즈가 32년 만에 한풀어준 시기에 의장이어서 이상하게 미화되곤 하는데 바닥갔으면 칼데론을 초월한 존재가 됐을 거임. 라울이랑 레돈도 등이 살려준 거죠.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그 후 누네스부터 반 할까지 싹 다 날라가고 (무링요도 이때 나갑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피구까지 런했는데 반 할 후임으로 어디서 중위권 감독 데려왔다가 그냥 시즌을 통째로 말아먹습니다. 전반기부터 히바우두의 원맨쇼 그 자체였음. 결국 페레르는 막바지에 쫒겨나고 온갖 소방수들을 다 끌어다쓰면서 02-03 시즌까지 지옥 같은 시기를 보내다가 레이카르트가 감독으로 오고 호나우딩요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좋은 선수들이 오면서 반등에 성공했죠.
레이카르트가 힘겹게 팀을 궤도에 올리고 한 번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시기가 길었으면 모르겠는데 진짜 짧았음. 06-07 시즌은 안일함이 타이틀을 날려먹은 시즌이었다고 치면 (근데 다음 시즌에 또 안일하게 임함. 앙리가 오는데? 딩요, 에투, 데코 다 정신차릴 건데? 메시가 있는데? 마르케즈 짝수해라 이제 잘할 건데? 등등) 사실상 1년 망치고 펩 오고 바로 6관왕으로 반등한 거니까요. 그 이후에도 티토, 타타가 2년 말아먹고 (티토는 리가 우승은 했지만 내용은 사실 엉망이었음) 루쵸가 또 바로 반등했죠. 근데 그 이후로 보면 루쵸 3년차부터 대다수의 팬들이 이 시즌은 정말 만족스러웠다라고 느껴질만한 시즌은 없었다고 봅니다. 솔직히 저도 블로그 아니었으면 발베르데 때부터 바르셀로나 축구는 그냥 끊고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이게 시즌으로 보면 16-17 시즌부터니까 진짜 오래됐죠. 바르토메우는 여기서 팀에 이미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까 (얘네 못 보내. 대다수는 내 작품이니까) 계속 사와서 끼얹어서 이 팀을 유지하면 한 번은 더 정점을 찍을 거야란 큰 틀을 잡고 마구 지르기 시작한 거죠.
근데 이건 라포르타도 했던 실수. 앞서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06-07 말아먹고 07-08 대망의 판타스틱 4 를 만든 그때랑 똑같은데 바르토메우는 이 짓을 몇 년 더 한 거죠. 그러다 짱개 폐렴까지 직격타로 맞고 메시도 헤어질 시기가 아닌데 헤어지면서 팀이 그냥 폭삭 가라앉아버렸음.
냉정하게 보면 받아들여야 하는데 팬들은 그럴 수가 없죠. 지난 20여년 동안 봐온 바르셀로나의 모습은 이게 아니니까. 거기다 마드리드는 근 10년으로 보면 너무 잘 나가잖아요? 디 스테파노나 발다노가 자기가 사랑하는 팀 깎아내리면서 바르셀로나를 올려쳐주던 게 약 10년 전인데 지금은 바르셀로나가 경쟁자로서 구실도 못하는 수준까지 내려왔으니 받아들일래야 받아들일 수가 없죠. 현지에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현지에서 바르셀로나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많이 심각할 거라고 봅니다. 걔네한테 이건 단순한 축구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임. 클럽 그 이상이란 슬로건을 이런 쪽으로 바라보시면 됩니다. 이들에게 이 클럽이 가지는 의미. 가치. 그런 느낌?
만약에 축구라도 재밌게 했으면 우리는 팀이 어떠한 상황에 처하든 철학은 지킨다. 라고 팬들이 그 자랑스러운 관념을 보면서 버틸 수 있었겠지만 그것도 아니었으니 이 지경까지 온 거라고 봅니다.
전 여전히 메시 이후 바르셀로나를 책임져줄 수 있고 살릴 수 있는 인물은 감독이 1순위라고 봅니다. 챠비가 그 인물이 되면 바르셀로나는 빠르게 반등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팀들과의 차이는 줄어들지가 않겠죠.
다음 시즌이 챠비가 본격적으로 시험받는 시즌이 될텐데 솔직히 기대보단 걱정이 앞섭니다. 챠비에 대한 의문보단 바르셀로나의 행보 자체가 정상 궤도에 올라가려면 시간이 꽤 걸릴 수도 있다란 느낌이 들기 때문이 제일 크고. 보통 이렇게 궤도에 올라가기 전에 의장들이 늘 본인 작품에 대한 욕심을 은근슬쩍 보여왔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음. 지금 돈이 없어서 안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전 바르셀로나 축구를 팬으로서 입문한 건 03-04 시즌부터지만 (많이들 오해하시는데 축구 자체는 그 전부터 봐왔습니다. 아부지 따라서 02 월드컵 직관도 갔었음) 전 이 팀이 성적을 잘 낼 거라고 생각해서 팬을 시작한 게 아니었음. 그래서 그런지 펩 시절에도 다른 분들은 한 경기만 져도 난리였는데 전 그런 건 없었어요. 대신 펩 시절이 운영자할 때라 관리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죠. 물론 잘하면 좋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랄까요.
그래서 사실 바닥가도 다른 분들보단 타격이 적긴 한데 발베르데나 세티엔 같은 감독을 한두번 정도 더 보게 된다면 아마 축구 자체를 멀리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게 아니라면 뮌헨처럼 레전드들이 각자 배울 거 다 배우고 자리잡는 걸 바라면서 쭉 보지 않을까 싶음. 그렇게 되면 정치질은 덜하면서 진짜 긴 사이클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솔직히 여기까지 오시는 분들은 팬심으론 어디가서 안 꿀리시는 분들이실텐데 조금 느긋하게 보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한 번 드려보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뭔가 맥락없이 주절주절하게 된 것 같네요.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