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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이니에스타는

by 다스다스 2022. 5. 31.





일반적인 미드필드들과 비교하기에는 상당히 독특한 미드필드임. 중원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하기보단 일부러 본인이 1대 다수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도 모자라서 지나칠 정도로 측면지향적인 미드필드 겸 포워드라고 볼 수 있죠. 피보테로 뛰던 어린 시절에도 레돈도의 재림이라고 불렸던 건 레돈도의 플레이 스타일과 유사한 모습들이 보였기 때문이지. 단순히 가고처럼 포지션이 똑같아서가 아니었다는 거.




레이카르트는 그런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교체로 여기저기 계속 넣으면서 딩요, 지울리가 맛탱이 가기 시작할 때부터 유독 포워드로 많이 썼던 거고. 펩이나 티토는 아예 전력 상 포워드로 봤던 적이 있을 정도로 측면지향적인 선수였습니다.




제로톱이란 게 메시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나온 것도 맞지만 펩은 천천히 썰어들어가면서 순간적으로 속도를 확 내려면 불확실한 볼 처리가 적어야 했고 이니에스타나 메시 같이 볼이 발에 자연스럽게 붙는 선수들이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전진하려면 숏패스가 많아야 한다고 가정했기에 나온 전술전략입니다. (공중에서 오는 볼을 받아서 전진하는 거랑 다음 동작을 최대한 빠르게 가져가기 위해 발로 볼을 내주는 걸 받아서 전진하는 건 엄연히 다름. 타타가 망한 이유 중 하나)




결국 그러기 위해선 지공 상황이 많아야 한단 뜻이었고 (상대의 10백은 어느 정도 의도한 면도 있다는 것) 볼 소유를 극단적으로 늘리려면 최대한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비율을 늘리면서 숏패스로 계속 굴리면서 상대의 빈 틈을 찾았어야 했다는 거죠.




로마의 제로톱은 토티가 똥처럼 줘도 다 받아줘서 가능했고 조금 더 단순하게 가능했는데 바르셀로나는 그러려고 데려온 즐라탄이 그런 유형의 선수가 아니었기에 결국 더 왼발/오른발/양 발을 구분해 메시와 이니에스타의 파괴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는 소리죠.




델 보스케가 마땅한 톱이 없어서 세스크 제로톱이란 변태 전술을 들고 온 것도 맞지만 로빙 쓰루와 숏패스에서 원 터치로 빠르게 내주는데 능한 세스크를 챠비 위에다 배치한 건 다 이런 이유에서 라는 것. 스페인은 메시가 없기에 더더욱 이런 찰나의 순간들을 잘 캐치하는 중앙의 선수가 필요했다는 결론이 날 수밖에 없었는데 세스크가 마침 바르셀로나에서 그런 역할을 요구받고 있었다는 것... 크로스나 롱볼이 필수적인 요소들이고 중요한 건 맞지만 기본적으로 온 더 볼이 좋은 선수가 볼을 잡기 전까진 최대한 안전하고 짧게 볼을 빼내와야한다는 것.




이니에스타의 가치는 여기서 빛을 발휘하는데 본인이 1대 다수를 선호하고 기술도 좁은 공간에서 볼을 발에 붙여서 움직이는 게 더 자연스러울 정도기 때문에 혼자서 한 측면을 먹어도 지장이 없기에 반대편에 많은 인원을 넣어서 수비 대형을 좌우로 끌어내는데 있어서 엄청난 효율을 낼 수 있으면서 동시에 필요에 따라 전후방에서 감독이 대형을 바꿔줄 수 있었다는 거죠.




아비달이 변형 쓰리백으로 옆으로 빠지고 (부스케츠로 인한 변형 쓰리백을 쓰기 전후에 종종 쓰던 대형이었음) 케이타가 그 공간을 메우는 식으로 운용해도 이니에스타가 있으면 지장이 없었음. 오히려 안 풀릴 땐 내려와서 잡고 올라가주곤 했죠.




루쵸가 네이마르의 영향력을 늘린 건 이런 이니에스타의 가치가 바르셀로나의 불균형을 메워줬는데 그가 서서히 내려가는 게 보였기 때문에 좌우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일련의 작업이었다는 거기도 합니다. 근데 네이마르 런하고 발베르데가 다시 도로 이니에스타-메시로 돌아가버리죠.




이니에스타가 주류에 머물던 시기에 지단하고 자꾸 비교되던 것도 이런 측면지향적인 모습이 유사했기 때문인데 지단은 이니에스타보다 훨씬 더 다재다능하고 중앙이나 박스 근처에서의 선택지가 다양했던 선수기에 늘 질문을 받을 때도 지단을 우위에 뒀던 것뿐입니다.




이니에스타는 다지선다나 슈팅 범위의 다양성이 늘 의문이어서 오히려 상대 선수들이 쟤는 저기서 못 차 하고 프리로 두다가 맞는 경우도 있었음. 08-09나 09-10, 12-13 보면 이니에스타가 중앙이나 좌측면 포워드로 나온 경기들에서 그런 장면들이 가끔 가다 나왔죠.




자주 비교되는 모드리치 같은 경우는 전 모드리치는 이니에스타처럼 측면지향적이라기보단 중앙과 측면을 골라 쓰면서 팀의 속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서 볼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돌리는데 능하다는데 있다고 봅니다. 본인이 볼을 잡고 움직일 수도 있고 반대편으로 재빨리 날려버릴 수도 있고 좌중우를 보면서 패스를 바탕으로 할 수도 있고.




예전에 모드리치 발롱도르 받을 때도 그렇고 세스크 깔 때도 그때 모드리치 왔으면 좋았을 거다 하면서 썼지만 왔으면 이니에스타나 챠비와는 다른 방면으로 팀에 기여하는 미드필드였을 거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안첼로티의 모드리치 제로톱이란 전술도 이런 모드리치의 능력들 때문에 나왔다고 생각하구요.




전 둘의 비교가 특정 부분들에서 유사점들이 보여서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긴 하지만 (아예 없다고 보진 않습니다. 분명 있긴 있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적합한 비교라고 보지 않음. 바르셀로나나 스페인이나 이니에스타에게 원한 건 일반적인 미드필드의 역할이 아니었음. 그에 반해 모드리치는 조금 더 팀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이 많았죠.




더해서 전 이니에스타의 측면 포워드화를 그 어떤 네임드들보다 원했고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지만 (네이마르 루머 초창기엔 네이마르 영입 반대하던 사람임. 물론 내외적인 이유로
..) 그것도 그의 장점들이 거기에 너무 특화되어있어서 그냥 그걸 밀고 나가는 게 맞다고 봤기 때문이지. 그가 포워드로 가면 뭐 몇 골 더 넣고 그럴 거라고 가정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전 오히려 누구보다도 이니에스타의 슈팅 스킬과 범위의 다양성의 한계를 얘기해오던 사람이었음. 그럼에도 12-13 시즌이 최악의 시즌 중 하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뻤던 건 제가 보고 싶었던 걸 잠깐이나마 볼 수 있어서였구요.




전 다른 팀에서 뛰는 선수들을 비교하는 거 자체를 너무 싫어해서 굳이 끼고 싶진 않지만 모드리치의 비교 대상이 되어야하는 선수는 이니에스타가 아니라 챠비가 맞지 않나 싶습니다. 같은 팀에서 뛴 선수들이 아닌 이상 누가 더 낫냐 아니냐 이런 거 논하는 거 자체를 너무 안 좋아해서 질문은 안 받겠습니다.




이거 쓰는 것도 악성 맨유 팬이 자기 언급한 대가로 정리해서 써달라고 해서 + 메일로 누가 하루에 한 번씩 물어봐서 두 가지가 제일 큽니다. 진짜 물어보고 싶으신 게 있으시면 그냥 댓글에 비밀글 기능을 이용해주세요. 이거 생활용 메일이긴 하지만 종종 업무용으로 받는 것들도 있는데 가끔 못 볼 때가 있어서 난감합니다. 내렸는데도 왜 이렇게 아는 분들이 많은지... 누가 돌리기라도 했나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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