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적인 내용만 조금 달라졌지. 큰 틀은 바르셀로나에서와 다르지 않음. 아무래도 본인이 강조하던 90분이란 시간 동안에서의 전체적인 유리함을 점하기 위해선 체력과 어느 정도의 불균형은 필요하다란 관점이 변하지 않은듯 합니다. 이런 거 보면 선수 시절 루쵸의 이론에 영향력을 많이 준 감독들은 반 할과 카펠로인 것 같음.
그래서 선수 선발 과정에서 바르셀로나에서 본인이 선호하던 선수들과 비교해보면 유사한 점들이 세 가지 정도가 보입니다.
1. 발을 잘 쓰냐. 양 발로 패스나 슈팅을 할 수 있냐.
2. 체력적으로 남들보다 우월해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냐. 다른 게 떨어져도 체력으로 그걸 상쇄할 수 있냐. 아니면 영리하냐.
3. 포리바렌테 성향이 있냐. 없냐. 없으면 뭐라도 갖고 있냐. 아니면 순수한 기본기가 탁월하냐.
1 을 보면 루쵸는 다른 스페인이나 팬들이 흔히 말하는 티키타카류 감독들과 비교했을 때도 병적으로 발의 방향을 고려합니다. 볼이 나가는 속도도 속도고 특정 선수들의 기술적 우위도 중요하지만 기초적으로 전체적인 대형이 올라가려면 이런 발의 방향을 통해 방향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할 터.
특히 국가대표팀 같은 경우는 단기전으로 가면 갈수록 압박이 쎄지기보단 특정 지점에서 수비 밀도를 올리는 쪽 (아니면 아싸리 실점을 안 한다 마인드로 가거나) 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기에 더더욱 이런 쪽으로 강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란 추측. 클럽은 없으면 타협해야하는데 국대는 뽑아쓸 수 있으니 더더욱 이런 면을 고려해서 후방을 꾸리려고 할 것 같음.
앞쪽으로 갈수록 양 발 사용 능력을 유심히 본다는 느낌이 드는데 엔드 라인에 위치하거나 측면이나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했을 때 어느 방향으로든 뛰어들어갈 수 있는 점을 바라본 게 아닐까 싶음. 주발 의존도가 강한 선수일 경우 이런 면에서 습관이 나오기 때문에 간파당하는 순간 쓰임새가 현저하게 떨어지기 마련.
2 가 바르셀로나에서와 좀 차이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데 메시랑 네이마르, 이니에스타가 있던 바르셀로나에서처럼 온전히 측면으로 빠지면서 쓰리톱 전원이 중앙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동선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함) 양 발이나 반대발 미드필드를 쓰기보단 횡으로도 길게 커버하면서 필요하면 포워드 역할까지 겸할 수 있을 정도로 양 미드필드들에게 역할 요구를 하고 있음. 한 마디로 가루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갈아버리겠다는 거죠.
가비가 중용받고 있는 건 이런 면에서 보면 양 발을 쓰고 본인이 측면에서 움직이는 걸 선호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죠. 페드리가 루쵸 아래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보였던 부분들도 하프 스페이스와 측면을 쓰면서 시도하던 대각선 패스라는 것도 주요한 부분일테구요.
이러다보니까 지역 방어는 지역 방어인데 개개인의 커버 범위가 다르다보니까 순간적인 판단력이 딸리거나 애초에 넓게 움직이는 게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은 루쵸 아래에선 자연스레 밀릴 수밖에 없음. 로드리가 펩 아래에선 시즌 초반에 비해 월등하게 좋아졌는데 루쵸 아래에선 계속 이 모양인 건 이런 사소한 방식의 차이.
3 은 이렇게 큰 틀이 고정되어 있는데 국가대항전에선 특정 선수들에게 마구잡이로 때려박으면서 가르치거나 이해시키기엔 한계가 있으니 포리바렌테 성향이 있는 선수들을 교체로 적극 활용하면서 교체로 대형을 바꾸는 전술전략을 쓰려는 의도가 첫 번째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체적인 선발 명단을 봐도 좌우를 가리지 않거나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는 걸 클럽에서 보여준 선수들이 선호되는 현상을 볼 수 있죠. 혹여나 그런 성향이 아니라면 색깔이 확실한 선수들을 뽑는 면이 있습니다.
결국 루쵸는 포워드들이 조금 떨어지는 걸 이미 어느 정도 밑바탕으로 깔아둔 상태로 팀을 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루쵸는 부스케츠를 잡아먹으려는 팀보다는 협력 수비를 깨부술 수 있으면서 원온원에 능하거나 다수의 선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 선수가 있는 팀을 만나면 위험하지 않을까 싶음. 후반전 전술적 변형이 좋은 팀도 위험할 것 같구요.
루쵸를 여전히 대다수 분들보다 높게 보긴 하지만 경기 중 대응 능력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번외로 챠비는 이런 루쵸의 스페인을 보면서 이런 부분들을 생각한 게 아닐까요.
페드리를 보면서 좌우에서 저걸 행할 수 있다면 볼이 나가는 핵심적인 지점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가 될 테고
그렇다면 오프 더 볼이 향상되고 있는 (그렇게 믿고 싶다) 페란 토레스의 출발 지점을 조금 더 끌어올려 그의 효율성을 시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가비는 양 측면에서 움직이는 걸 선호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는데 양 발 사용이 동나이대 선수들과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본다면 본인이 뛰어오던 익숙한 반경에서 경험치를 쌓게 만들어 스스로 시야를 넓게 보는 걸 유도하면서 성장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건 어떨까란 생각을 해봄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오늘 골도 왼발로 넣었다. 챠비가 엄청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측면과 중앙에서 들어왔다 나갔다가 자연스러운 선수들을 선호하는 것과 호흡 상에서 리스크가 적을 것 같은 선수들을 선호하는 걸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음. 전 챠비가 선수 보는 눈이 그렇게 구리다고 생각하진 않음. 가능한 선에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적합한 선수들을 찾고 있다고 봅니다.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