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종종 오해를 사는데 클롭을 좋아하는 건 맞고 한 번도 부정하려 한 적도 없는데 중요한 건 쉴드를 치려는 게 아니라는 거임. 전 원래 대부분의 축구 경기를 제 관점에서 해석하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그래서 이게 맞다 저게 맞다 이런 얘기를 20년 가까이 본 바르셀로나나 펩처럼 하려는 축구의 방향성이 토탈 풋볼 관점에 의거하지 않는 한 하지 않는 거임) 최대한 감독의 관점을 파악하고 현상을 보면서 이 선택들이 어떻게 나왔을까를 보려고 하는 편에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는 식으로 접근해서 경기를 보는 관점은 틀렸다기보단 그게 몇 번 맞을 경우 고정관념이 생기기 쉽다 생각하기 때문. 물론 감독이나 코칭스태프들이 매번 다 맞을 순 없겠지만 현장에서 내리는 판단들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어서 나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런 부분들을 짚고자 하는 게 제 목적이고 제가 생각하는 재미 중 하나임.
결국 클롭이 스쿼드를 계속 유지했다는 건 입지가 꽤 있는 선수들이 새로 들어왔을 때 라커룸이 깨질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게 제일 클 거고 (어떤 이유로든 못 나오면 공개적으로 내부 얘기를 흘리거나 재계약 협상이 길어지거나 에이전트가 약을 팔 거니까) 그게 이적 시장들로 나타난 거죠. 이건 반대로 그만큼 본인이 원하는 선수들만 사도 또는 안 사도 자신있었다는 소린데 결국 증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처참한 리그 레이스는 클롭이 당연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이제 2월 초고 워낙 변수들이 많은 시즌을 보내고 있어서 확언을 하긴 힘들지만 아스날-시티를 제외하면 (맨유도 충분히 제외해도 될 것 같음. 텐 하흐도 네덜란드에서 리그에서 확 치고 나가는 건 많이 해봤으니 장기 레이스에선 분명히 장점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혼전 양상이니까 기회가 있는 거지. 일반적인 시즌이었다면 리버풀은 이미 아웃임.
인터뷰하는 것만 봐도 그는 지금 무언가 책임을 피할만한 명분을 찾고 있는 거임. 어떻게 보면 옛날에 무링요가 자주 써먹던 어떠한 요소로 인해 우리가 지금 이런 거지. 우리 잘못이 아니야라는 화법에 어느 정도 가깝기도 하죠. (무링요가 자주 하던 거 일정 때문에 졌어. 심판 때문에 졌어. 어떠한 요소가 개입함으로 인해 우리가 애초에 불리했어. 바르셀로나 상대로는 열심히 안 하는데 우리만 만나면 애들이 미쳤나 봐. 등등)
전력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 선수들이 내가 얘한테 밀리는 걸 납득할 수 있냐 없냐를 왜 감안해야하냐고 물을 수 있는데 당연히 감안해야 하는 부분임. 이건 반대로도 마찬가지죠. 선수들의 주전 자리 요구, 더 많은 출장 기회를 원하는 뉘앙스의 인터뷰 등 이런 것들이 공개적으로 튀어나온다는 건 작은 잡음일 수 있겠지만 여러 명이나 핵심 선수들 중 누군가가 그걸 내뱉기 시작하면 잡음은 금방 커지고 언론들은 그걸 다루기 시작하겠죠. 클롭은 애초에 그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컴팩트한 스쿼드를 선호하는 거고. 그래서 제가 늘 주장하는 거임. 전술적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선수들을 내보내는 게 보강의 우선이라고. 선수들은 본인의 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상대적으로 더 받아들이기 힘드니까요. 근데 감독은 그걸 누구보다도 먼저 알 수 있는데 보통은 뛰다 보면 회복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게 실책이 되기 마련. 이번 시즌에도 어린 선수들의 기용만큼은 거리낌이 없는 건 그들의 가능성을 시험하되 유사시에 다시 후보 선수가 되더라도 그걸 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이 제일 크겠죠.
둘째는 연장선으로 현재 어느 정도 스쿼드가 윤곽이 잡혀있고 계산이 서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선수가 오는 게 아니라면 굳이 영입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겠죠. 굳이 이것저것 설명하지 않아도 경기 중에 지시를 잘 알아듣는 선수들이 다수가 있는 스쿼드니까. 근데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클롭은 이 모든 가정을 다 정상적이고 원활하게 돌아갈 경우를 가정하고 플랜을 짰다는 거임. 그렇지 않을 경우에 어린 선수들이 더 큰 부담을 가지고 뛸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고 부상이 돌아가면서 터져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죠. 리그에서 원정 연패를 박고 있는데 베스트 11 이 나와도 부담스러울 상황인데 바이세티치, 반 다이크 없는 포백 선수들, 살라를 뺀 나머지 포워드 선수들 등을 생각해 보면 이들은 평상시보다 더 긴급한 상황에서 더 강한 요구를 받고 있는 거임. 팬들 입장에선 결국 이 부분이 보강의 문제로 이어지는 거죠. 왜 이런 상황에 쟤네들이 나와야 되는 건데?
결국 클롭은 이번 시즌은 일반적인 시즌과 다르다는 걸 너무 가볍게 생각했거나 (다른 팀들도 다 똑같은 거니까) 아니면 지나치게 변수들을 가정하고 초장부터 트레이닝을 너무 빡세게 돌려서 선수들의 리듬이 애초부터 망가졌거나 아니면 유지를 오래 했으니 그만큼 누적이 심해서 선수들이 이제 이 누적치를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하락세가 왔거나 아니면 어떤 상황이든 어린 선수들이 그 정도를 책임질 수 있는 재능으로 봤거나 넷 중 하나를 그의 첫 번째 실책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음.
그럼 이제 경기를 보면 확 들어오는데 브라이튼 전은 아예 4열 배치가 깨져서 대부분의 선수들의 위치가 애초부터 미스가 나있었고 그 덕에 간격과 대형이 완전 박살이 나서 작살이 난 경기라 이 경기보다 더 심했으니 예외적으로 놓고 이번 경기를 보면 반 다이크가 없는 포백이 경기를 치를 때 그리고 패스 미스가 순간적으로 발생하거나 몰아넣기가 불가능하거나 볼을 탈환을 해내도 소유를 못했을 때 등 최종 라인과의 간격을 포기하고 여러 명이 대형을 다 깨면서 다수가 붙어서 어떻게든 볼이 앞으로 나가는 걸 막으려 한다는 거죠. 반 다이크가 없을 때 눈에 띄게 들어오는 게 쓰리톱은 물론이고 3 미드필드까지 그냥 상대 선수들 위치를 신경 쓰지 않고 볼만 보면서 한쪽 공간에 다 몰려버리는 기현상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나옵니다. 이건 예전에 반 다이크 장기 부상 당해서 시즌 터졌을 때도 언급했었던 거 같은데 결국 패배가 쌓이니깐 나타나는 거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이건 롱볼을 유도하려고 압박을 하는 게 아니라 볼이 앞으로 넘어가거나 볼을 소유한 선수가 동료들 오프 더 볼 움직임에 맞춰서 빠른 패스 타이밍을 캐치할 수 있다고 했을 때 한 방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겠죠. 리버풀은 물론이고 어떤 팀도 압박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 미드필드 전원이나 포워드 전원이 저렇게 한 쪽 측면을 보거나 몰려서 압박을 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측면으로 모는 압박과 측면에서의 압박을 선호하는 건 최소한의 인원을 투자해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고 저렇게 다수의 인원이 좁은 공간에 몰려있어서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습니다. 한두 명만 프리맨을 안 만들기 위해 대형과 간격을 깨고 나오는 거지. 저렇게 다 깨고 나오면 볼이 앞으로 넘어가면 바로 수적 우위를 내주니까 어떻게든 여기서 막는다는 거죠.
바이세티치 위치가 계속 이상한데 가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게 이래서입니다. 앞선의 선수들이 애초에 자리를 이상하게 잡으니까 갑자기 뛰어나가야 하고 길목을 막아야 하고 안 가도 되는 곳에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거죠.
그럼 1차적으로 압박이 왜 되지 않느냐. 누네즈가 안 뛰는 건가? 아닌데? 그리고 왜 패스 미스가 더 많아졌을까. 왜 미드필드들은 지들이 적당하게 포워드들과 간격을 유지하면서 사이드로 가면 되는데 피보테한테 자꾸 사이드로 가라고 하는 거냐. 볼이 빠르게 넘어가면 위험한 걸 아는데도 왜 그걸 굳이 6~8명이 다 달려들어서 막으려고 하는 거냐. 이건 체력도 따라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10분도 안 됐는데 그냥 시작부터 이러는 건 핵심 선수들이 없고 그들이 떨어졌다는 심리적인 요인 외에도 체력적으로도 울브스한테 앞서기 힘들다는 판단이 섰다고 보는 게 가장 합리적일 거라고 봅니다. EPL 은 현재 라인을 유동적으로 가져가면서 체력 싸움을 하는데 능한 팀들이 가장 많은 리그임.
결국 클롭이 현재 팬들이 만족은 커녕 뭐라도 하긴 하네라고 느끼지도 못할 만큼 전술적 변형을 못 들고 나오는 건 심리적인 요인을 깨줄만 한 선수들이 부재하거나 지나치게 하락했고 선수들의 리듬이 그만큼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옳다는 겁니다. 그가 맛탱이가 가서 그전에는 보이던 것들이 지금은 안 보일 리가 없다는 거죠.
티아고한테 그냥 다 맡겨버리는 축구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했던 것도 어린 선수들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면서 뛸 수 있고 (티아고가 어렵게 받아야 하는 볼을 상대적으로 더 받아주고 해결해줄 테니) 티아고 본인 자체가 개인 단위로 페너트레이션 과정으로 넘어가는데 원래 능한 선수였기 때문입니다. 근데 변수는 역동성이 많이 떨어졌다는 거죠. 근데 또 무작정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얘까지 누우면 필드 위에서 누구한테 여기 가라 저기 가라를 빠르고 정확하게 지시해 줄 선수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주저리주저리 썼지만 클롭은 사면초가임. 자기가 자초한 것들도 있기 때문에 결국 본인 능력으로 극복해야하는 문제겠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반 다이크가 돌아왔을 때도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면 경질도 슬슬 하나의 카드로 올라오겠죠. 이렇게 실패를 하고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도 갑자기 클롭의 감독관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