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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시티 얘기임

by 다스다스 2023. 2. 6.




토트넘과의 경기는 시티가 아니라 바르셀로나랑 해도 안 볼 거라 보진 않았는데 (토트넘이 싫어서가 아니라 콘테의 모든 걸 싫어하기 때문에 안 보는 겁니다. 오해 안하셨으면 좋겠음) 그냥 글이나 댓글로 여러 차례 말씀드렸던 것처럼 홀란드 온 이후로 시티 경기는 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졌던데 이참에 얘기해온 것들을 그냥 연장선으로 조금 더 얘기해볼까 하는데 전 큰 틀에서 이 중 변화가 나오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 새로운 무기를 갖추거나 (선발 라인업을 바꾸든 교체를 쓰든)

2. 측면에서 지금보다 더 빠른 공격이 가능하거나 (현재로선 포든보단 그릴리쉬가 잘해지는 게 더 중요할 듯)

3. 후방 구조가 대문자 M 처럼 또는 유사 시에 대문자 W 처럼 위치하면서 해설들이 자주 언급하는 3-2-4-1 구조 (또는 2-3-4-1 구조)를 깨버리고 양 풀백들을 직선적으로 쓰거나




크게 이 정도에서 뭔가가 이뤄지는 게 현재로선 큰 틀에서 답지들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마지막 3번은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센터백들 (아칸지는 생각 이상으로 영리함) 이 몇 년 동안 이런 변형 구조를 빠르게 익히고 구사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 게 첫째.




둘째는 리코 루이스도 직선적인 움직임이나 단순한 움직임을 주문하는 게 최소 10배는 더 나을 거로 느껴짐. 패스 루트를 찾는 판단력, 포지셔닝 등등에서 문제가 자주 보이는 게 오히려 농구로 치면 매치업 헌팅 당하기 딱 좋은 상황.




셋째는 로드리가 루쵸 밑에서 센터백으로 뛰었던 게 도움이 됐는지 종적인 움직임이나 과감한 판단력이 매우 좋아졌다는 점.




제가 시티를 상대하는 감독이면 농담이 아니라 미드필드들이나 센터백들 더 나아가서 풀백들한테까지 볼 잡기 전에 리코 루이스 위치만 찾고 파악하면 거기 보고 무조건 바로 차라할 거임. 나머지한텐 볼 소유하면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말고 센터백이나 미드필드들 찾고 앞으로 뛰라하겠죠.




그럼 포워드들이나 앞으로 뛰는 선수들한테는 그걸 보고 달려가서 헤딩을 하라고 주문하는 게 아니라 달려들어 뺏거나 협력으로 들어오는 애가 누군지를 보고 먼저 자리를 잡으라 지시하겠죠.




그리고 전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리코 루이스는 기량이나 가능성으로 쓰는 게 우선이 아니라 본인의 원칙을 벗어난 선수들을 쓸 바엔 겸손하고 스스로의 위치를 이해하는 어린 선수를 쓰는 게 더 낫다고 보는 게 더 우선이라고 봅니다. 토트넘 전을 혹여나 리코 루이스가 잘했어도 아니면 이겼어도 냉정하게 현재 이 정도의 출전 시간이 납득이 갈 정도의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함. 이걸 유망주로서 재능의 크기나 가능성으로 한정지어도 마찬가지.




칸셀로 사건이 현실화 된 지금을 생각해보면 즐라탄 쓸 바에 보얀 쓰던 거랑 그냥 똑같다고 봅니다. 보얀은 운이 좋게 활약이 따라왔던 거고 보통은 리코 루이스처럼 애매한 모습을 보이겠죠.





펩이 퍼스트 터치가 좋은 선수들이나 원터치 플레이가 능한 선수들을 측면으로 더더욱 빼놓는 것도 그들이 상대적으로 더 여유 있고 넓게 볼 수 있는 지점에서 동료 선수들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 지 그게 아니면 어디로 향할 것 같은지를 알아챌 수 있기 때문.




문제는 마레즈는 혼자 버려둬도 온 더 볼 상황을 이용할 줄 알지만 그릴리쉬는 볼을 내줘야 할 때나 본인이 언제까지 소유하고 있어야 하는 지 그 판단력이 너무 안 좋다는 거겠죠. 그리고 왼쪽에서 뛰는 오른발잡이란 느낌이 전혀 안 들던 직선적인 움직임이 이제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고 비중이 올라가면서 개선되긴 했지만 동료들과의 상호 작용은 칸셀로랑 유독 심했고 안 맞았던 거지. 여전히 좋다곤 안 봅니다.




알바레즈가 전술적 변형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봤던 것도 월드컵에서도 봤던 것처럼 알바레즈의 오프 더 볼은 단순히 공간을 찾아들어가서 골을 넣으려는 목적보단 상대의 압박을 피하면서 본인이 어디에 있어야 열린 공간에서 볼을 받을 수 있는 지를 찾는 오프 더 볼에 조금 더 가깝기 때문.





이 작은 차이가 왜 중요하냐면 볼을 가진 선수가 무엇을 하려고 할 때 그 선수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서 움직이거나 볼이랑 골대만 보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필요하면 반대 방향이든 아니면 사선이든 아니면 가능한 넓게 움직이면서 동료들의 공간을 열어주며 자신에게 상대 선수들이 딸려나오게끔 하는 오프 더 볼에 제일 가까우니까요.




홀란드의 오프 더 볼은 예전에 관찰기 쓸 때도 언급했었지만 매우 영리하고 좋은 편입니다. 그 정도로 하면서 기회를 잘 살리는 포워드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근데 주변 선수들과 상호 작용하면서 측면 선수들을 지원해준다는 개념에선 현재 매우 부족한 선수라고 봅니다.




가르치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 있는데 1년차인 선수고 시티는 그 동안 전통적으로 9번으로 분류되는 장신 포워드 선수가 없었고 기존 선수들과 다른 면들을 가진 포워드가 두 명이 들어온 상태에서 시즌을 보내고 있으니 본연의 능력을 발휘하게끔 팀을 조정하는 게 정답이라고 봤을 확률이 더 높겠죠.




그리고 그게 시티 입장에선 변화가 될 수 있으니 상대 팀들이 초반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겠죠. 지금이야 대응책이 나왔고 월드컵이 사실상 중하위권 팀들의 후반기 대응책을 더 꼼꼼할 수밖에 없게 도와줬기도 하구요.




적어도 현재만 놓고 봐도 홀란드는 득점 외에 아무 것도 기여를 못한다고 평가하기에는 그가 대략 4-8명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가장 제 활약을 펼치기 어려운 지점에서 그 정도로 넣고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되겠죠. 에투는 레이카르트 시절 저걸 못해서 퍼거슨의 맨유한테 철저하게 공략당했고 후임 감독이었던 펩이 측면으로 빼버리는 선택을 했고 메시 중앙화의 가능성을 봤지만 결국 생각을 안 바꾸고 무조건 버려달라했고 즐라탄은 발만 쓰려해서 망했고 만주키치는 쓸 생각도 안 했던 게 펩임.




거기다가 90분. 길어봐야 180분에 승부가 나는 토너먼트 형태의 경기가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요구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음. 최대한 홀란드의 장점을 살리면서 변수를 최소화한 축구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패스가 빠르다는 걸 보통 데 브라이너처럼 달리면서 날리거나 멈추자마자 바로 날리는 원터치 패싱, 크로스만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것뿐만 아니라 오프 더 볼을 행하는 선수들이 여러 방향으로 움직임을 가져가주면서 원터치 패싱을 섞어가면서 박스 근처까지 가거나 상대 박스를 공략하는 게 빠른 것도 패스가 빠른 거임.




펩 축구의 최대 장점은 이런 변속과 상대적으로 볼 소유에 능할 수밖에 없는 스쿼드를 바탕으로 한 템포 조절인데 지금은 상호 작용이 안 되는 스쿼드고 양 측면 선수들을 버려둬서 일부러 1대 다수 상황을 주는 쪽에 가깝기 때문에 그 모습이 안 나오니 데 브라이너를 측면으로 자주 빼서 쓰는 거죠.




저번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이럴 거면 하프 라인 넘어가자마자 미드필드가 사실상 네 명이 되는 구조니깐 (W로 뒤집으면 다섯 명이겠죠.) 아싸리 하이 템포로 풀어나가거나 다 때려박으면 안 되냐는 생각을 가지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보는데 그게 더 위험 요소가 되기 때문에 펩이 안 하는 거라고 봅니다.




펩이 리그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건 대부분의 경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론을 잘 짜고 해내기 때문이고 저렇게 하이 템포로 하면 데 브라이너랑 귄도간은 무조건 나와야 하고 미드필드들이 매번 2-3명을 뚫어내고 홀란드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오프 더 볼을 가져가야겠죠. 당연히 상대한테도 그만큼 기회를 더 준다는 뜻이기 때문에 토너먼트면 몰라도 리그에선 최대한 안 하려고 하는 게 당연한 거라는 겁니다.




이렇게 하다가 후반전 가서 체력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아예 리듬이 꼬여서 체력이 딸리면 리버풀처럼 그 좁은 공간에 8명이서 막다가 넘어가서 실점하는 장면이 시티에서도 나올 거라고 봅니다. 물론 팬들의 답답함은 상대적으로 더 적어질 거고 재미는 오르겠죠. 근데 지금 따라가야하는 입장이라 이것저것 시험할 입장도 아니고 8점차는 1무 2패 차이임. 지금 시점에 우승 논할만큼 큰 차이는 아니라는 거죠.




혹여나 레이스에서 알아서 자빠져서 멀어지더라도 하던 걸 어떻게 더 발전시킬 지를 고민하는 게 현재로선 더 알맞은 판단이라고 봅니다.




전 여전히 시티의 이번 시즌은 16강 2차전~8강 1, 2차전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이 시즌을 판단할 수 있는 가장 큰 경기들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 동안의 EPL 과 다른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건 펩이 자신있어하는 것 중 하나인 3-5월에 승부를 보는 관리법, 트레이닝론이 빛을 발하기 좋은 시즌이라는 거고. 먹히면 성공할 거라고 봅니다. 실패하면 지금처럼 비판을 많이 받고 스스로 책임지려고 할 수도 있겠죠.




인터뷰에서 생각 이상으로 감정적인 모습이 자주 보였던 게 아직도 조금 의아하긴 하지만 그냥 이런 것들이 펩의 원칙 중 일부라 생각하고 보시면 조금은 그의 선택들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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