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너 범인해라

by 다스다스 2023. 4. 17.







저번 경기 세르지의 달릴 수 있는 공간과 루트를 만들어 주는 게 세르지 미드필드 기용으론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걸 파악하고 하프 타임 교체를 하고 그 다음 경기인 이번 경기에는 풀백 기용을 한 건 피드백이 빠르게 이뤄진 거라고 볼 수 있겠죠. 전반기 라요 전 이후로 이 정도로 빠른 교정은 처음 보는데요.




헌데 현재의 문제는 그것보다 조금 더 큰 영역에서의 문제를 보이고 있다고 보구요. 해결책이 시즌 중에 사실상 세 가지밖에 없어보이는데 그게 챠비의 능력 여부와는 크게 연관성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전체적인 시즌 관리에 실패를 했다는 인상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서 보기 안 좋은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페드리가 빠지면 바르셀로나의 제일 큰 문제는 두 가지죠. 좌우 방향성을 잃어버려 패스 루트가 한쪽으로만 쏠리고 부스케츠 외에 유도를 하면서 유도 당한 상대 선수들은 볼보다 뒤쳐지게 하면서 볼은 앞으로 가면서 전체 대형도 같이 올라가는 이 일련의 하프 라인을 넘어가거나 라인과 라인 사이를 썰어들어가는 작업이 아예 안 된다는 겁니다.



(초장부터 부스케츠가 자연스레 갇혀버립니다.)



가비나 케시에나 경합은 자신 있게 하지만 그걸 바탕으로 볼을 소유하면서 상대 선수들 사이사이에서 패싱을 해내거나 안전하게 볼을 빼내지는 못하니까 현재 구성으론 센터백들과 부스케츠가 힘을 써야하는데 아라우호도 패스 미스가 생각 이상으로 많아서 마냥 또 그럴 수가 없죠. 실수 한번 크게 하면 바로 실책이니 오히려 더 안정적으로 하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롱패스로 풀어버리는 선택을 하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이제 후반기고 전반기에 주구장창 했던 거라 상대 팀들이 다 압니다.)



(결국 해결책은 갑자기 전방에서 후방으로 달려나와서 볼 소유권을 유지해내고 다시 받아낸 레반도프스키입니다.)



저 플레이가 유의미하려면 레반도프스키가 저기에 있는 걸 상대 선수들이 조급하게 여기거나 이상하게 여겨서 대형과 간격이 깨져야 합니다. 근데 이제 아무도 저걸 무섭게 생각하지 않죠. 왜냐. 어차피 다른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공간을 열어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하니까 그냥 대형과 간격을 유지하면 그만이니까요.




(패스를 이어받아 중앙에서 가비가 받죠. 별로 문제 없어보이지만 왼쪽에서 오프 더 볼을 행하는 선수는 한 명도 없습니다. 레반도프스키가 저거까지 하는 건 무리인데 말이죠.)



이렇게 간헐적인 오프 더 볼이 이뤄지는 이유는 단순히 챠비의 세밀함 부족만 있는 게 아닙니다. 선수들이 굉장히 정적이고 멈춰있다는 건 그만큼 지쳐있고 시야가 좁은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세 가지 의문점이 나타나죠.


- 크로스 전후로 전체적인 포지셔닝, 작업 등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 지나치게 쫄아있는 내외적인 원인.



- 그리고 시즌 관리를 비롯한 훈련 등.




전 아무리 봐도 이번 시즌은 관리를 철저하게 실패했다 생각하구요. 1-2월에 경기력 여부를 떠나서 선수들 대부분이 좋은 컨디션을 보이던 팀이 급속도로 주저앉아 4월이 되니 오프 더 볼 마저도 간헐적으로 이뤄진다는 건 동기 부여가 엄청나게 떨어졌다거나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거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리가 우승을 아직 달성한 게 아니니 전자를 배제하고 보면 선수들이 지쳐있다고 보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이겠죠.




늘 말씀드리지만 크로스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패스가 빠르게 돌아야 하는 필수 조건 중 하나고 여의치 않으면 더 시도를 해야하는 거기 때문에 그건 지적할 사항이 아니죠. 지적할 건 늘 왜 세컨볼, 루즈볼을 못 잡는 것이며 좋은 자리를 못 잡아서 왜 힘겨운 경기를 더 힘들게 풀어나갈까라는 거죠.




케시에도 아직도 적응을 못했다고 느끼는 게 뭐냐면 본인 역할이랑 본인 위치를 제대로 모릅니다. 뭘 해야할 지를 모르니까 어떤 때는 침투를 하고 어떤 때는 패스를 기다리고 있고 다른 선수들과 다른 면들이 있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다르더라도 어느 정도는 적응이 이뤄진 아래에서 나타나야 하는데 그게 아니란 게 아쉬운 점입니다.



(여기서도 양 발을 쓸 줄 아는 케시에라면 굳이 볼을 질질 끌 필요가 없습니다. 바로 볼이 나갈 수 있는데 기어이 볼을 질질 끌죠.)



(기어이 저기까지 상대 선수들 달고 오는데 아직도 패스를 안 하고 있습니다. 저기서 더 뚫고 들어가면 좋은 플레이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야 할 이유가 없죠.)



(결국 상대가 반칙으로 끊고 그냥 대형을 다시 잡습니다.)



(이땐 또 반대로 자기한테 패스가 올 거라 생각하고 있죠. 부스케츠가 그냥 직선으로 쭉 찔러버립니다



(이땐 또 상대 최후방 라인 사이에 들어가있어서 순간적으로 비는 공간을 써먹질 못했습니다.)



결국 페드리와 데 용이 부재하면 부스케츠 의존도가 올라간다는 소립니다. 유도를 혼자 해야하는데 이제 3대4 구도로 유도를 하면서 앞으로 볼을 내보내지도 못하고 본인이 자리를 영리하게 잡아서 대응하는 스타일인데 이 미스가 많아지는 것도 모자라 반응력이나 경합 능력이 엄청나게 떨어져서 자기도 주변 선수들도 다 부담이 되니까 과감하게 못하는 겁니다. 저번 시즌은 그냥 올라갔는데 이번 시즌은 안 그러고 있죠.




이러다 보니까 발생하는 게 후방에서 나가는 패스는 전체적으로 길어지는데 라인과 라인 사이를 건너뛰니 패스는 빨리 나가는 거 같아도 대형은 전혀 올라가질 못하니 공격은 공격대로 안 되면서 수비는 뒤로 빠지면서 해내죠. 이게 수비를 잘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공수가 다 안 되고 있는 거죠.



(부스케츠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실패. 부스케츠뿐만 아니라 아라우호, 쿤데, 에릭 등도 지속적으로 롱패스, 사선, 직선 패스 각을 보다가 안 나오면 그냥 볼을 돌리는 식으로 풀어나갔습니다.)



알바를 기용한 것도 발데는 속도를 살리거나 열린 공간을 활용하면서 엔드 라인으로 들어가서 거기서 패스를 하는 선수기 때문에 사실 과정상 도움을 주기보단 활용을 하고 이용을 하는 선수에 가깝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원 터치 패스를 잘하는 알바를 풀백으로 써서 패스 루트의 다양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게 컸다고 봅니다.



(좌 - 전반전 알바 패스맵, 우 - 후반전 알바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실패)



후반전 들어서자마자 교체 되기 전까지 더 노골적으로 하프 스페이스 부근에서 저렇게 사선 패싱을 했는데 문제는 알바가 평상시 해오던 역할이 아니니까 유의미한 장면들이 많이 나올 수가 없죠. 간헐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걸 골로 못 만들면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현재 가장 확률 높은 해결책은 세 가지라고 봅니다.


- 핵심 선수들의 복귀로 확실한 역할 구분과 동선 정리


- 더 적극적인 오프 더 볼을 더 아래 지점에서부터 지시하면서 극복 (체력 문제 때문에 못하는 걸로 보임)

- 페란, 파티, 하피냐 등이 골을 넣으면서 레반도프스키의 저런 기이한 후방 관여, 미드필드스러운 플레이를 유의미하게 만들어주기


정도겠죠. 페란과 파티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유스들 안 쓰고 얘네 쓰는 건 현실적으로 얘네가 골을 넣는 게 우선이라고 봤을 확률이 높겠죠. 얘네가 골을 넣기 시작하면 레반도프스키의 저런 플레이들도 조금 더 유의미해질 거라고 봅니다. 못 넣고 못하니까 문제죠.



(이것도 보시면 레반도프스키가 비어있는 공간을 보고 갑자기 저기로 가서 패스를 받아줍니다.)



(하피냐한테 내주면서 세르지는 달릴 공간이 생기죠. 이런 플레이 하나하나가 이뤄지면서 레반도프스키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계속 골을 넣어줘야 이게 의미가 있는 겁니다.)



진작에 리가에서 이기고 있을 때, 승점 차이를 유지하고 있을 때 플레잉 타임을 조금이라도 더 주는 교체를 하거나 교체 카드를 다 쓰거나 했어야 했는데 (로테이션의 의미가 아니라 담금질 하거나 유의미한 전술적 변형의 방법론 발굴) 초짜 티가 많이 나긴 합니다. 아무리 봐도 티토 첫 시즌이랑 유사점이 너무 많고 관리법의 아쉬움은 티토나 타타, 발베르데, 쿠만 등이 다 생각나네요.





종종 지역 언론들이 반 할의 바르셀로나를 얘기하는데 반 할은 당시 트레블 맨유와 두 번의 무승부를 만들어 내고 떨어진 거고 (두 경기 다 명경기임) 98-99 시즌 반 할의 바르셀로나는 반 할 임기 중 가장 경기력이 좋았던 시즌입니다. 전반기에 부상 선수들이 많았다는 비슷하고 반 할도 그 시즌 10-12월에 어려움을 겪지만 완성도에서 비교가 안 됩니다.




어설픈 합리화이자 헛소리에요. 오히려 초반 순항이 납득이 안 될 만큼 조별 예선에선 세브첸코나 아인트호벤한테 쩔쩔매다가 꼴찌로 떨어진 97-98 시즌이 유사하죠. 물론 이때는 코파 결승도 갔고 PK까지 가는 접전 끝에 트로피를 따내긴 했습니다.




현재 챠비는 그냥 이런저런 덧붙일 거 없이 못하고 있는 거고 다른 감독들 들이밀면서 쉴드 칠 정도로 기다려 줄 가치가 있는 모습을 못 보이고 있다고 봅니다. 이걸 칭찬하려면 레반도프스키를 비롯한 전체적인 보강이 대부분 없는 상황이었어야 합니다. 그럼 챠비를 믿고 기다렸겠죠.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 스테파노 논쟁은  (29) 2023.04.18
글쎄  (15) 2023.04.17
실책 아닌 실책  (12) 2023.04.16
새삼 느끼는 점  (28) 2023.04.14
아ㅏㅏ  (15) 2023.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