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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그래비티

by 다스다스 2023. 4. 19.






개인적으로 램파드의 접근 방식은 내놓을 수 있는 것 중에 제일 정답에 가까웠다고 생각함.




칠웰이 빠진 시점에서 더더욱 캉테-리스 제임스 위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성이었고 포워드들 누가 됐든 이들과 반대되는 위치에서 길게는 아니더라도 볼을 어느 정도 소유해내면서 동료들의 다음 플레이를 조금이라도 지원해줄 수 있는 선수 자체가 없다는 것도 고려했어야 했을 겁니다.




무엇보다 칠웰의 대체로 나온 쿠쿠렐라 윙백은 협력 수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는다는 것과 칠웰보다 직선적 기여가 딸린 건 둘째치고 사선, 중앙에서의 영향력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 그리고 찰로바도 결국 본인 자리가 익숙하지 않아서 공수 양면에서 한 방짜리 선택들을 너무 자주 했던 거 보면 이런 부분들을 사전에 의식해 갤러거의 움직임으로 미스가 많든 적든 메우려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결국 골을 넣어야 따라가고 뒤집을 수 있다는 점에서 포워드를 한 명만 쓴 구성이 아쉬울 수 있고 비판 사항이 될 수 있는데 포터가 썼던 펠릭스-스털링 2 프리롤 전술전략을 초장부터 썼다면 마드리드의 템포 조절에 그냥 녹아내렸을 거라고 봅니다. 마드리드 v 리버풀 2차전이란 표본이 있기에 공수를 다 해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결국 이게 맞았다고 보구요.




거기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서 좌측면 공격을 아예 버릴 수가 없기에 최대한 많은 인원을 넣어서 메우려고 했다는 거겠죠.




문제는 안첼로티의 대응이 램파드의 계획을 다 부숴버렸음. 노골적으로 캉테-리스 제임스로 우측면을 풀어서 공략하려는 의도를 간파하고 마드리드가 평상시 자주 하던 좌측면 몰빵이 아닌 호드리구 위주로 경기를 풀어버렸죠. 마드리드 전반전 볼이 굴러가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 오른쪽이었음.



(벤제마가 오른쪽으로 갑니다.)



(모드리치도 보고 있다가 오른쪽에 관여하죠. 평상시 마드리드가 비니시우스와 상호 작용하고 반대 측면 선수들을 활용하는 걸 정확히 반대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평상시였다면 크로스가 좌로 빠르게 돌렸겠죠. 카마빙가랑 비니시우스란 양자 선택지까지 있으니까요.)



(근데 그대로 다시 우측면으로 돌리고 벤제마, 모드리치는 여전히 거기에 있습니다.)



이게 유효한 게 뭐냐면 비니시우스를 버려둘 수가 없다는 겁니다. 리스 제임스가 계속 협력 수비의 일원이자 유사 시에 비니시우스를 원온원으로 대응해야하니 올라가있을 수가 없죠. 이러면 첼시는 원하는 데로 경기를 푸는 게 아니라 갤러거-쿠쿠렐라로 경기를 풀어야 한다는 거죠.



(볼을 탈환하고 나가려는데 리스 제임스는 사실상 동일 선상에 있으니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좌측면으로 빨리 나가야죠.)



(여기서 밀리탕의 카드를 이끌어낸 건 좋았으나 수가 읽히고 있다는 게 너무 보였습니다.)



(포파나가 시간을 버는 동안 리스 제임스가 계속 깊게 관여를 해야하죠.)



(벤제마는 평상시처럼 좌측면 사이드로 빠져서 비니시우스의 패스 루트가 되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호드리구랑 간격을 유지하죠.)



근데 문제는 마드리드가 하던 데로 해도 리스 제임스가 프리하게 뛸 수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좌측면으로 다 가서 4대3 구도를 순식간에 만들어서 풀어버렸죠.)



(오프사이드로 끝나긴 했지만 간격과 대형이 한 방에 다 무너졌습니다.)



이건 단순히 쿠쿠렐라-찰로바 쪽이 공략이 더 쉬워서라기보단 의도적으로 오른쪽에서 볼을 굴리면 공수를 다 해낼 수 있다는 게 큽니다. 이렇게 되면 첼시의 패스 루트가 제한됩니다.




쿨리발리랑 비교할 게 못 되는 미스 많은 찰로바의 롱패스, 한 단계 더 거쳐서 코바치치나 엔조를 통해 나가는 패스 아니면 갤러거나 하베르츠를 활용한 좌측면 공략인데 다 원활하게 이뤄지지가 않았죠. 거기다 1차전에서 노출한 센터백 바로 앞 공간을 메우라는 걸 코바치치와 엔조한테 강조한 거 같은데 그거 때문에 이들도 후방 관여가 많았습니다.




아마 왼쪽에서 골이 나왔다면 경기 양상은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보는데 전반전에 캉테나 쿠쿠렐라가 날려먹은 찬스들이 첼시 입장에선 엄청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구요. 안첼로티가 비니시우스의 그래비티를 활용해 리스 제임스를 잘 제어해냈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비니시우스도 수비 가담이 많았는데 그만큼 리스 제임스-캉테가 순간적으로 우측면을 풀고 행하는 사이드 공략이 약한 편은 아니었다는 거죠.



(익숙하지 않은 위치에서 왼발 각에서 왼발로 못 내보내니깐 상대의 대응에 압박을 느껴 어이없는 패스 미스를 하죠.)



실점 장면도 전 쿠쿠렐라보단 찰로바의 판단력이 엉망이었다는 걸 지적하고 싶은데요. 일단 간격과 대형이 완전히 무너져있었기에 쿠쿠렐라가 행할 수 있는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가 않았습니다.



(첼시 선수들이 다 쏠려있는 상황에서 쿠쿠렐라 한 명말고 좌측에서 대응할 선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여기서 대략적인 흐름을 읽고 예측을 했다면 좋았겠지만 그 정도로 예리한 예측과 판단을 겸비해서 수비를 했으면 쿠쿠렐라는 센터백을 뛰었겠죠.)



(여기서 슬라이딩을 넣은 거 자체가 본인이 최종 수비임을 감안하고 한 방 로또 수비를 하려했다는 안일한 판단의 증거입니다. 첼시 선수들이 들어오는 속도가 호드리구 전진 속도 자체를 못 따라오는데 저기서 저런다는 건 자살 행위죠.)



(속도 싸움에서 지더라도 이건 지연이 첫 번째 목적입니다. 다른 첼시 선수들이 박스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스탠딩으로 막았어야 하는 거죠.)



(결국 박스 안으로 쉽게 들어오는데 나머지 선수들이 빠르게 들어와서 정비할 시간을 벌어주지 못하니 벤제마 막는데만 모든 신경이 다 쏠렸죠.)



(여기서도 호드리구의 포지셔닝은 아무도 안 봅니다. 비니시우스가 슈팅할 것 같으니까 비니시우스한테 시선이 다 쏠리죠. 찰로바는 아직도 저깄습니다. 전속력으로 뛰어왔어야 맞는 겁니다.)



(다른 각도로 봐도 이건 로또 수비를 노린 최악의 판단입니다. 시간을 벌었으면 첼시 선수들이 7명이 우루루 들어올 수 있었죠. 결과론적인 얘기가 아니라 그렇게 수비했어야 합니다. 이 상황은 측면 포워드랑 원온원이 아니라 최종 수비라는 거죠.)



(당연히 온 더 볼 수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드리드 포워드들이 슈팅 스킬이 다 좋으니까요.)



개선된 것들이 보이긴 했으나 어차피 한 달 뒤면 없을 램파드 체제에서의 개선은 의미가 없어보이고 남은 경기에서 선수 개개인의 면모를 최대한 살피고 인수인계 해주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네요. 누가 오든 남을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이 꾸려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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