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얘기하는 데로 가고 있어서 사람들이 하나하나 다 궁금해할 것 같아서 점점 부담되긴 하는데 뭐 그렇다고 틀릴 거 겁나서 빙빙 돌려 말할 생각은 없음. 애초에 그렇게 사람들 비위 맞춰가면서 쓴 적도 없긴 하구요. 틀리면 틀리는 건데 신기하게 크게 엇나간 적이 별로 없는 거뿐임. 그리고 애초에 맞추고 자랑하려고 이렇게 내외적으로 오고 가면서 떠드는 게 아니라서 그렇게 보신다면 저도 드릴 말씀이 별로 없음.
개인적으로 이제 앞두고 있는 두 번의 홈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첫째로 이동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선수들에게 피로가 갈만한 변수들을 차단할 수 있고 경기는 3일 간격으로 있기 때문에 굳이 전술 훈련, 연습 게임 등도 하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 실전 감각 유지는 오로지 경기로만 가능한 일주일. 잔디 적응도 필요 없구요.
둘째로 바르셀로나였음 아마 호텔 합숙 시켰을 건데 맨체스터는 동네가 뭐 그 정도로 이것저것 놀 것들도 많고 유흥이 많이 발전한 동네는 아니라서 선수들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집중하지 않을까 싶고. 상대 팀들도 죄다 하위권이라 합숙을 권유한다고 긴장감이 더해지진 않을 것 같기도 하구요.
개인적으로 이번 경기 소득이나 보인 문제점은 네 가지 정도는 있지 않나 싶네요.
- 계속 얘기해 왔던 베르나르도 실바-포든 기용으로 인한 오른쪽 수비 대응책이 드디어 처음 나왔는데 15분 정도라 확언은 못하겠지만 생각보다 가능성이 보였음. 허나 저 둘을 동시에 쓰려면 귄도간이나 데 브라이너 둘 중 하나를 포기하거나 후방 라인업을 조정해야 한다는 건데 과연 그 정도의 투자를 할 필요가 있을까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을 듯함.
- 아칸지 왼쪽 기용 문제점이 오늘 다 보였음. 왼발을 써야 할 각도를 너무 의식하다 보니까 종종 놓치는 낙하 지점 미스나 공중볼 감각이 더 눈에 띄게 들어온다는 거고. 오른발을 쓸 때도 거리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패스가 이상하게 길게 나가거나 정확도 문제가 드러났다는 점. 아케 올 때까지 밀고 나갈 거면 어느 정도 지시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 마찬가지로 워커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 스톤스, 로드리가 계속 유사시 센터백이 되는데 이게 워커의 위치에 따라 급격하게 변화하다 보니 중앙이 비거나 최종 라인 대형이 안 맞거나 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음. 실점 장면도 스톤스의 실책이 크나 워커가 아니라 아칸지였음 애초에 스톤스가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을 거임.
- 인터뷰에서 회복 얘기를 굳이 펩이 꺼낸 거 보면 선수들이 이제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따라와 주는 거 같은데 4강전 컨디션 좋지 않을까 싶네요. 두 경기 중 하나는 전력 투구해서 조기에 경기 끝내고 교체 카드 다 쓰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이제 경기 얘기로 들어가면 상대적 약팀들과의 경기는 양상이 다를 수밖에 없음.
홀란드를 향한 직선 패스를 상대가 지나치게 의식하고 어쩔 수 없이 처음 들어가는 패스를 막아내지 못하더라도 두 번째는 기를 쓰고 막으려고 하기 때문에 결국 이것을 극복하는 해결책은 그릴리쉬와 마레즈에게 있음. 리그나 컵 경기에서 상대적 약팀들 상대로 마레즈를 중용하는 건 결국 이러한 이유가 바탕이 되고 있다고 보구요.
이들이 알아서 공간을 강제로 열거나 1대 다수의 상황을 견뎌내면서 홀란드를 비롯해 나머지 선수들에게 순간적으로 프리맨이 될 수 있게 해 줘서 해결해 주는 거임. 물론 제일 좋은 건 이 둘 스스로가 골을 넣어서 상대가 이지선다에 걸리게 만드는 거겠죠. 둘 다 퍼스트 터치가 좋고 횡드리블을 하고 그릴리쉬는 아닌 것 같긴 하지만 마레즈는 슈팅 범위나 타이밍도 다양하고 스킬도 꽤 좋은 편이니까요.
문제는 상대적 약팀들은 뒷공간이라는 걸 최대한 안 열어주고 압박 강도도 일시적으로 높을 순 있고 특정 지점, 영역에서 빡세게 할 순 있어도 현재 시티의 주요 빌드업 방식인 유도에는 죽어도 낚이지 않으려 하고 결국엔 내려앉기 때문에 측면 포워드들이 마주하는 수비 밀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그릴리쉬가 이번 경기에서 제일 아쉬웠던 건 사선으로 들어오면서 왼발 각을 만드려던 홀란드, 오른발, 왼발을 섞어 쓰면서 오른쪽 위주로 움직이던 알바레즈, 오른쪽 터치 라인 위주로 움직인 마레즈 위주로 볼이 굴러갔고 상대가 여기에 시선이 너무 쏠려있어서 본인이 오픈인 상황이 많았다는 건데 그걸 골로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거임.
마레즈도 오늘 경기에서 잘한 건 아니지만 그릴리쉬보다는 본인이 골을 넣어서 해결해 주거나 풀어주는 경기는 상대적으로 더 많죠. 근데 이 둘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기복의 폭이 크다는 거고. 이게 상대 수준을 타기도 하는데 또 그렇지도 않을 때도 있다는 거임.
그릴리쉬가 1대2 상황이나 그 이상의 상황을 더 많이 마주하니까 잘해 보일 순 있는데 볼 소유권을 유지한다는 개념에서 무리한 판단을 최소한으로 하는 건 또 마레즈가 더 낫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이 둘이 현재의 모습 이상을 보여줄 수 없다면 측면 포워드들도 다음 시즌이나 이후에는 보강이나 더 빡센 경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리 스탯이 허상이라지만 그릴리쉬는 조금은 향상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라포르테 같이 습관이 너무 심하게 든 선수보단 그래도 본연의 역할은 해내면서 간헐적으로라도 소화가 가능한 워커를 쓰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거 같은데 (저도 그렇게 느꼈으니 워커 자리는 바뀔 수도 있다고 본 거긴 합니다만 생각 이상으로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아케-아칸지가 좌우에 없으니 누구를 막아야 하고 언제 어디서 간격과 대형을 유지하고 또 깰지 등 이런 세밀한 부분들에서 조금씩 균열이 보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