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유로 까는 게 아님.
첼시 때도 그랬지만 의외성 넘치고 많은 시도를 하는 선수라는 점에서 보조자 유형과는 거리가 먼 선수로서 바라볼 수 있다는 건 분명히 장점이지만 그거 말고 선수가 가진 것들이 딱히 팀적인 요소들에서 도움이 되질 않음.
시메오네가 수비적인 마인드를 심으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공격을 하더라도 항상 포워드들이 소유권을 잃었을 때 동시에 수비를 어떻게 하냐.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할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냐도 중요하기 때문. 수비는 수비수와 골키퍼가 최종적으로 하는 거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수비의 시발점은 포워드들이 무엇을 하냐임. 공격 따로 수비 따로가 아님. 펩도 괜히 수비 훈련을 높은 비중으로 하는 게 아니죠. 공수를 같이 해낸다는 개념을 배우는 건 매우 중요한 거임.
근데 일단 이게 안 되는 선수라는 점에서 프리롤을 주든 측면에서 사선으로 들어가는 움직임을 자주 가져가든 다른 선수들의 동선에 방해가 되고 동료들을 생각하지 않는 플레이의 경우의 수가 매우 높다는 것.
물론 이럼에도 저런 장점들을 일관성 있게 발휘하면 분명히 대단한 재능이고 매우 가치 있는 선수겠지만 상황상황마다 다른 결과물들이 도출되거나 90분을 놓고 봤을 때도 전후반. 아니면 10분 뒤, 30분 뒤 등이 차이가 있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거죠. 이건 선수 개인의 기복의 문제 이전에 플레이 스타일, 마인드의 문제라서 성장이 안 보이면 이게 한계임.
결국 가진 것들이 엄청 특출난 것도 아닌데 반대로 포워드로서 갖춰야 할 공수 밸런스는 매우 떨어진다는 점에서 그만큼의 투자 가치가 있냐를 따져봐야 하는 선수라는 거임.
전 첼시에서도 그렇고 바르셀로나에서도 얼마를 받든 상관없이 이런 선수의 쓰임새가 높아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어쩔 수 없이 데려왔든 어쨌든 못하는 건 못하는 거고 알레띠에서부터 몇 년째 빅 클럽들에서 뛰고 있는데 발전이 하나도 없는데 아쉬운 상황에 데려왔으니 그걸 감안하고 봐야 한다는 건 공감이 가질 않음. 결국 여기서 발전이 없으면 1년만 뛰고 가든 진짜 이후 영입이 되든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주는 선수가 되는 거임.
게다가 이 문제점들이 어디서 오냐도 중요한데 경합 능력이 좋지 않아 일단 상대의 첫 경합이나 강한 스탠딩 수비는 피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과 동작과 동작 사이에서 밸런스를 자주 잃어버리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는 거죠.
EPL 에서도 안 먹힌 건 이 이유가 없을 수가 없고.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 리가는 어떻게 이 문제점을 상쇄할 수 있어도 토너먼트 가면 대부분의 팀들이 노골적으로 높은 수비 밀도로 대응한다 했을 때 이런 문제점들을 가진 포워드가 주전 한 자리를 먹으면 얘기가 아예 달라집니다.
만약에 이 모든 것들이 그대로고 수비 스킬이 매우 좋거나 본인의 미스들을 그에 상응하는 적극성으로 만회할 수 있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첼시에서도 그렇고 알레띠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이런 건 상당히 떨어진다고 느끼구요. 페란 토레스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첫 시즌에 보이던 적극성과 포지셔닝, 오프 더 볼이 싹 없어져서 그런 게 제일 큼. 그냥 다른 선수 같음.
물론 본인이 공격을 할 때 어떤 장단을 갖고 있냐를 알고 있다는 건 (경합이 약하니 빨리 피하고 온 더 볼은 하되 꼭 한 번은 내주면서 쪼개서 가져가고 최대한 출발은 측면에서 하죠.)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으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상대가 높은 수비 밀도로 대응할 때 자신에게 상대 선수들을 끌어당기고 시선을 최대한 끌어주는 게 아니라 동료들이 먼저 자신에게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는 거 역시 마냥 높게 쳐주긴 힘든 문제임. 장단이 조화가 안 된달까.
예전 쿠티뉴랑 비슷한 느낌임. 쿠티뉴도 처음에 먹힐 때는 다양성 있는 선수였는데 상대 선수들이 자기가 경합 능력이 엄청 떨어진다는 걸 알기 시작한 이후부터 기존보다 더 강하게 달라붙고 콜은 안 불어주니 제 플레이가 안 나오고 멘탈리티가 무너지면서 좋은 킥력을 활용한다기보다 일단 벗어나는 1선택지로 쓰는 경우가 많았죠.
당연히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시장이었으니 최소한의 선택지에서 고른 선수 중 제일 나은 선수였다는 건 부정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지적하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몇 골을 넣든 이런 부분들에서 향상이 없다면 그렇게 높게 평가할 선수는 아니라고 봅니다. 챠비가 정말 시메오네나 포터, 램파드와 다르게 향상할 수 있어서 데려온 거일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면 그냥 숫자 채우기일 뿐임.
이 차이는 야말과도 잘 드러납니다.
이게 야말이 동나이대 포워드들과 보이는 차이점과 마시아 출신 측면 포워드들의 성장 과정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라고 보는데요.
많은 기대를 받던 데울로페우 (사실 따지고 보면 기대치는 얘가 탑이었던 거 같음), 테요, 아다마 등이 드리블이 먹히기 시작한 이후부터 측면에서 볼을 받거나 공간을 보장해 줬을 때 무지성 드리블의 비중이 엄청 높아졌었죠.
이런 건 감독의 지시라기보다 드리블을 어떻게 활용하냐를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 그냥 냅두는 건데 (스스로 이해시키는 과정. 막히면 왜 막혔지? 뭘 해야 하지? 먹히면 그다음은 뭘 해야 하지? 등등을 이끌어 내려는 거임) 야말은 퍼스트 팀에 올라와서 드리블을 계속 매크로로 치다가 막힌 이후에 플레이가 이렇게 된 게 아니라 올라오기 전부터 스스로 드리블을 쳐야 하는 판단력 자체가 동나이대 포워드들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만약에 다른 데서 뛰다가 넘어온 꼬맹이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마시아가 드리블러를 키우는 방식을 생각했을 때 이거 자체는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라고 생각하구요.
아레냐처럼 지독한 슈퍼 짝발러는 아니고 가끔씩 한 타이밍 라 크로케타를 쓰는 걸 보면 오른발을 아예 못 쓰는 게 아니라 연속적으로 동작을 이어갈 때나 오른발이 나가야 할 때 그게 바로바로 되지 않는 쪽에 가까운 것 같은데 현 시점에선 주발 의존도를 줄이는 차원에서 오른발 사용을 더 적극적으로 지시해 보는 게 제 기준에선 현 시점에서 가장 성장세를 크게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구요.
데 용이 있든 없든 어떻게든 하프 라인을 넘어가는 과정은 왼쪽이 주를 이루고 오른쪽을 박스 근처 좌우 밸런스를 맞추는데 쓰고 있다는 점에서 선발이나 교체 어느 쪽으로든 쓰임새는 있다고 봅니다.
페르민 로페즈는 그냥 딱 마시아 출신 미드필드라는 게 모든 플레이에서 느껴지네요.
투 터치 안에 플레이를 최대한 끝내려고 하는 간결함, 공간을 찾아들어가고 주변 동료들이나 뒤에 누가 있는 지를 보는 시야 확보와 판단력, 열린 공간에선 꽤 위력적인 모습. 그냥 마시아 출신 미드필드가 가지는 보조자스러운 면모들을 갖추고 있다고 느낍니다.
오늘 경기는 보다가 이 장면이 생각났는데요.
샤흐타르가 바르셀로나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오른쪽은 칸셀로나 야말이 볼을 잡을 때나 귄도간이 패싱을 하러 오는 게 아니면 크게 위협적이지 않을 거다란 판단이 강하게 들어갔고 그것을 선수들에게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생각하고 그것을 선수들이 잘 활용했다고 봅니다.
챠비도 계속 페르민을 냅두니까 귄도간하고 갑자기 자리를 바꿔버리는 지시를 하는 순간도 있었는데 그땐 귄도간은 또 많이 의식했던 거 보면 명백한 전술적 실책이라고 보구요.
오픈 게임 양상을 띠는 건 반대로 어린 선수들에게는 그만큼 공간이 열리고 상대적으로 더 자유롭고 덜 기계적인 플레이들을 주문한다는 소리기 때문에 자신감이 붙었을 때는 오히려 이게 성장에는 더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챠비가 스쿼드의 이탈을 생각하고 쓰는 것도 있겠지만 이런 부분들도 영향이 있다 생각하구요.
페르민 말고도 스피드나 민첩성이 좋은 자원이나 횡으로 길게 움직이는 게 자연스러운 미드필드가 있다면 후반 교체 카드로 담금질해보는 것도 좋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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