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무언가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경기는 아니라고 보는데 얘기가 많이 오고 가는 그바르디올은 물론 몇몇 선수들에 대한 얘기를 하기에는 꽤 여러 가지 장면들과 요소들이 보인 괜찮은 경기라는 생각이 들어 써봅니다.
먼저 그바르디올 풀백 기용의 핵심은 그가 공격적이냐 수비적이냐에 있는 게 아니라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후방 플레이어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고 가변성이 좋은 수비수가 되어라에 있다는 거임. 가변성이 좋다는 건 주변 동료들의 움직임을 읽고 알아서 상호 작용을 잘한다는 거겠죠.
이게 꼭 여기저기 뛰어본다고 반드시 갖춰지는 게 아님. 여기저기 뛰어봤다고 해서 동료들이 그 선수를 무조건 믿는 건 아니니깐. 그리고 제가 봤을 땐 그바르디올이 공격적인 재능이 있냐 없냐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모든 걸 다 이분법적으로 보는 건 고정관념임. 그것보다 중요한 건 올바른 위치를 잡고 경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냐죠.
게다가 칸셀로를 안 쓰기로 결정하고 노선을 바꾼 이상 펩이 여기서 노선을 또 바꾸려면 공격적으로 엄청난 풀백이나 직선적으로 모든 면에서 월등한 선수가 아닌 이상 딱히 바꿀 이유도 없음.
시티의 수비수로서 최대한 다양한 상황을 겪기 좋은 게 보통 저 위치기에 저기에 쓰는 건 이해가 가고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게 잘 보인 경기였죠. 자꾸 포커스가 수비를 가르치네. 공격을 가르치네. 이런 이분법적인 접근으로만 쏠리는데 그런 게 아님.
애초에 전 그렇게 말한 적이 없음. 시티의 수비수로서 완성되려면 박스 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과정을 최대한 많이 겪으면서 상대 공격수들을 최대한 겪어봐야 한다고 했죠. 상대 팀들이 시티 상대로 역습을 나갈 때 첫 번째 공격수는 전방이나 하프 라인 부근에서 볼을 기다리고 있는 포워드들이 아니라 그쪽 측면 풀백이나 그 부근에서 협력 수비를 하고 전환 과정을 준비하고 이끄는 미드필드들임. 얘네가 과정을 최소화하고 긴 거리를 공략하는 시발점이니까요.
얘넬 제어 못하면 일단 뒷공간 그대로 내주는 거. 그바르디올이 공격 과정에서 볼을 잡으면 만나는 애가 얘네들 아니면 아예 진 치고 수비하러 들어왔을 때는 포워드들이죠.
지연은 당연히 그 이후엔 광활한 뒷공간에서 최종 수비수로서 행해야 하는 거고 일단 첫 번째는 이거라는 거임. 공수를 여기서 어떻게 이해하고 있냐. 동료들을 얼마나 잘 보고 있냐. 그리고 그걸 플레이로서 얼마나 해내고 있냐. 등등..
펩의 축구의 기본적인 압박 방식은 선수들이 간격을 유지하면서 순간적으로 측면이나 고립될만한 위치로 몰아서 덮쳐서 뺏거나 루즈볼을 유도해 공격 방향을 고정시키는 방식.
물론 현재는 이것을 조금 벗어났지만 그럼에도 상대가 시티의 중앙을 과감하게 뚫으려는 건 완전히 열렸을 때 아니면 잘 시도하지 않음. 일단 기술적으로 상대가 안 되고 자칫 잘못했다가 거기서 내주면 그대로 당하니까. 특히 홀란드나 데 브라이너 있을 때 이러다가 직선 패스 루트 그대로 내주면 그냥 실점임.
당연히 상대가 하프 라인을 넘어가기 전에 중요한 것은 볼이 있는 곳과 경기를 풀어주고 터치를 많이 가져가는 선수들이 주로 위치하는 곳을 계속 확인하면서 선수들과의 간격 유지를 깨지 않는 게 핵심 중의 하나.
워커가 이걸 못하고 맨날 본인 플레이만 보면서 볼 달라 그러니 베르나르도 실바는 우측면에서 윙어인척 있으면서 사실상 후방 플레이어의 역할을 하고 워커의 부족한 부분들을 가려주는 것.
베르나르도 실바가 우측면에서 볼을 잡으면 볼을 질질 끄는 건 본인 플레이 성향이 그런 것도 있지만 동료들이 들어오는 시간과 자리를 잡을 시간을 벌어주는 게 제일 큽니다. 그러면 뺏겨도 본인이 압박에서 영리하게 2인분을 해낼 수 있으니 실책이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경우의 수를 최소화 시킬 수 있죠.
여기서 그바르디올이 이해해야 하는 건 다름 아닌 적극적으로 본인이 뭘 해야 하는 지를 빨리 깨달아 상대 선수들보다 더 빨리 움직여 미스를 최소화시키고 과정을 최소화 시키는 거임. 이걸 이해 못하면 펩의 수비수로서 완성이 될 수 없음.
반쪽짜리가 되든 애매한 선수가 되든 입지 자체가 언제든지 밀릴 수 있는 불안정한 선수가 되는 거. 이게 공격적이냐 수비적이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하는 건 공수를 다 이런 식으로 해내는 게 바탕이 되기 때문.
그가 혹여나 크로스를 뻥뻥 잘 갈겨서 지금 뭐 5어시, 10어시를 하고 있어도 이런 부분들에서 개선이 안 보인다면 의미는 하나도 없는 거라고 생각함. 그런 게 바로 스탯 사기꾼의 부류 중 하나임.
더해서 현재 그바르디올이 보이는 문제점들 중 이번 시즌 밀린 경기들 보면서 크게 눈에 들어오는 건 두 가지인데 본인이 늦었다 생각할 때 또는 상대의 밸런스를 무너뜨려서 아예 과정을 끊기게 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판단이 들어갈 때 슬라이딩을 너무 쓴다는 점.
어차피 뒤에 아케랑 디아스, 스톤스 등이 같이 뛸 테니 뒤의 선수들을 믿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이게 별 거 아닌 거처럼 보이지만 아주 급하거나 슬라이딩으로 완전히 최종 수비를 해낼 수 있을 때 아니면 안 쓰는 걸 습관처럼 해야 함. 신체 능력도 좋고 사이즈도 좋은데 그걸 제대로 활용을 못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건 가끔씩 뽀록 터져서 멋있기만 하지. 날먹 수비의 일환임. 무조건 고쳐야 함.
두 번째는 위의 이미지들로도 설명했지만 분데스리가에서 뛰어서 그런가. 단거리 역습에 능한 팀들이 많고 역습 패턴 자체가 빠르고 선수 개개인의 볼 소유가 많이 이뤄지기보단 간결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볼을 보면서 수비를 하다가 상대 선수들한테 공간을 그대로 내줘서 뒤따라갈 때가 있음.
제껴지는 것보다 그냥 아예 내줘서 뒤따라가거나 다른 선수들이 대응을 하게 되는 건 좋지 않다를 넘어선 문제라고 보는데 뭐 펩이 어련히 지적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포든도 저 장면 자체는 좋았지만 저 장면 빼고는 아무런 차이를 못 느끼겠고. 뭐 아직 경기들이 남아있고 계속 한 경기, 한 경기 포든을 짚어볼 생각 또한 없는데 아무래도 시티가 애지중지하는 꼬맹이라 팬들 애정이 커서 관심이 많은 거겠죠. 이해합니다. 티아고 볼 때 저도 그랬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베르나르도 실바가 그동안 본 경기들 중 제일 움직임이 죽어있던데 선수들 체력 리듬이 루턴 타운 전보다도 안 좋았다는 증거 중 하나가 아닌가 싶고. 아마 상대적으로 쉽게 갈 경기라 생각하고 우위를 점해놓고 최대한 볼 소유로 시간을 죽여보려고 했던 거 같은데 그게 안 됐고 마지막 패널티 내준 게 컸다고 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