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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돌팔이의 처방전

by 다스다스 2024. 2. 1.

 
 

오늘 경기는 뭐 크게 짚을 것도 없이 상대가 아라우호-페냐를 너무 노골적으로 노리고 들어오니 아라우호가 최대한 측면으로 빠지는 빈도 수를 줄여버리고 차라리 무의미한 횡패스를 죽어라 하더라도 중앙에 두면서 선택지를 세 군데를 만들어서 (페드리, 쿠바르시, 쿤데) 쿤데가 변형 쓰리백의 오른쪽이 되고 미드필드들이 최후방까지 내려오는 건 반대로 좀 줄여보고자 한 것 같음.




경기 일정이 빠듯해서 데 용이 갈리는 것도 있겠지만 종으로 메우고 움직임을 너무 가져가니 체력이 감당이 안 되던 것도 챠비 입장에선 고려해야 할 부분이었을 테구요. 이건 귄도간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근데 또 이렇게 하니까 야말한테 볼이 안 가고 측면 공간을 재빠르게 캐치하지 못하고 전개를 못하니 다른 의미로 답답한 모습이 나왔던 것 같음.




게다가 이제 바르셀로나가 쿤데-야말을 쓸 때는 오른쪽 공간에서 일단 전개를 빨리 이뤄내고 공간을 찾은 다음 나머지를 쓰겠다는 의도가 강한 걸 넘어서서 전부라는 걸 아니까 반대편에 패스 타이밍과 루트가 독특한 칸셀로 활용도를 높여보고자 한 것 같은데 바르셀로나는 경기장을 넓게 쓰는 선수가 없음. 열린 공간을 보고 들어가는데 집중하는 선수들밖에 없죠.
 
 

(일단 페냐의 기가 막힌 모습부터. 얜 뭘 배우고 개선되기 이전에 몸이 굳어 있나 싶을 정도로 볼을 받기 전후의 포지셔닝과 몸의 각도 등부터 시야가 왜 짤려있나를 그대로 보여줌. 도수 치료 좀 받아야 할 듯. 그게 아니라면 지나치게 쫄아있다는 건데 바르셀로나는 그거 극복할 시간 못 줌. 로메우랑 손 잡고 나가라.)

 
 

(페드리도 오른쪽으로 주라고 손짓까지 하면서 알려주고 있고 쿤데, 귄도간, 야말까지 다 이 빈 공간을 빠르게 활용해야 한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데 얘만 모르죠.)

 
 

(결국 계속 볼을 질질 끄니까 뻥 차게 만드려고 각을 좁혀줍니다. 아니나 다를까 뻥 차버리죠.)

 
 

(그대로 소유권 넘어갑니다.)

 

페드리는 의료진의 강한 요구가 들어간 게 아닐까 싶은데. 하프 라인 위에서 웬만하면 빡세게 들어오지 않고 최대한 뒤로 빠져서 수비하거나 최후방과 미드필드 라인 사이에서 공략을 할 게 뻔하니 이번엔 반대로 뒤로 빼서 경합을 최소화 시켰죠.




혹여나 할 것 같아도 최대한 떨어져 있다가 볼이 떨어질 때 들어가거나 본인이 꼭 경합을 해야 할 때 아니면 피하라고 지시한 것 같은데 챠비나 페드리 본인이 확신이 안 드는 것도 지금 계속 보이고 있지만 의료진도 경기를 뛰면서 어느 부분들이 문제가 되는지는 파악이 필요하다고 본 게 아닐까 싶네요.




반대로 볼을 소유하고 있을 때나 공격 상황에서도 상대 선수들 사이로는 최대한 들어가지 않으면서 혹여나 상대가 스탠딩으로 들어오더라도 그걸 이용하거나 유도하기보단 패스를 최대한 좌우로 빼내면서 피하는 쪽으로 하던데 이건 그동안 뛰어오던 페드리 성향이나 스타일상 시킨 게 아니라면 이렇게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구요.




뭐 몇 경기 더 봐야 하긴 하겠지만 페드리 없으면 잡을 경기도 못 잡는다는 건 챠비가 누구보다도 잘 알 거라 생각하는데 챔스 다가오기 전에 체크할 건 다 체크해보고 있다는 느낌. 오사수나가 한 명 퇴장 당하고 어차피 뒤가 없으니 갑자기 하프 라인 윗 지점에서부터 빡세게 들어오던데 혹시 모를 변수를 감지하고 빼준 것도 좋았다 생각하구요.




들어간 게 로메우인 게 문제지만 교체 명단 생각하면 넣을 애가 없었던 것도 맞으니 뭐. 근데 뭐가 됐든 왜 꼭 몇 번을 얻어맞아봐야 이렇게 정신을 차리는지 모르겠네요.


(이것도 두 명이 협력으로 좁은 공간도 아닌 넓은 공간에서 들러붙을라 하니 사실 볼 뒤로 빼내서 전개하기엔 좋았을 텐데 여기서도 아예 무리를 안 합니다. 경합이 들어오기 전에 그냥 볼을 뒤로 돌려버리죠. 의도적으로 사리고 있음)

 
 

(계속 이렇게 들어오기 전에 주변 동료들에게 돌리거나 아니면 빨리 좌우로 빼버렸습니다. 어차피 오사수나가 전방 압박을 비롯해 최전방에서부터 빡세게 들어올 일은 없으니 챠비 입장에선 안정적인 기용을 택했다고 보구요.)

 
 

(게다가 상대가 오른쪽을 의식하니 왼쪽으로 볼이 많이 굴러갔는데 패스 루트를 잘 보는 쿠바르시와 사실상 팀의 공격 방향을 설정하고 플레이 메이킹을 하는 데 용을 활용해 칸셀로를 최대한 쓰고자 했다고 봅니다.)

 
 

(이렇게 칸셀로한테 볼이 들어가면 칸셀로는 여기서 안으로 들어오는 타이밍에서 상대 선수들과 수싸움을 해 패스 타이밍과 루트로 변칙을 주죠.)

 
 

(이건 막히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요.)

 
 

(막혀서 볼이 다시 돌아야 하는데 마침 쿤데가 올라오고 오른쪽이 열렸죠.)

 
 

(이제 상대가 다 압니다. 쿤데가 직선으로 파줘도 바르셀로나는 페란이 없으면 왼쪽에선 아무도 안 뛰는 것도 알죠. 해봤자 의미가 없는 거 챠비도 알고 쿤데도 압니다.)

 
 

(그러니 야말의 횡드리블이 먹혀야 하는데 상대도 다 알죠. 페르민은 저기 그냥 서있습니다. 상대가 신경쓸 건 횡으로 들어오는 각을 막으면서 박스에서 레반도프스키를 협력으로 대응하면서 빈 공간만 안 주면 그만입니다.)

 
 

(반대로 야말은 루즈볼을 읽어내려는 노력과 이런 적극성이 눈에 확 들어오죠. 상황이 달라도 이런 건 바로 눈에 보이고 실제로 야말이 루즈볼 먹는 빈도 수가 적지 않습니다.)

 

루즈볼 얘기하면 빠질 수가 없는 귄도간도 루즈볼을 읽어내는 감각이 뛰어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삼아서 좌우로 엄청 잘 쓰는 선수지. 안 풀릴 때 여기저기 다 끼면서 볼을 몰아 잡아줄 만한 선수는 아닙니다.




펩이 종종 피보테로 썼던 것도 어떤 식으로 볼이 움직이든 그것을 읽어내는 감각이 뛰어나서 루즈볼을 먹고 좌우로 공격을 이끄는데 장점이 있어서 썼던 거라고 생각하구요. 박스 근처에서는 어떻게든 중앙에 볼을 넣으니까 루즈볼을 잘 먹는 귄도간의 가치가 빛나기도 했구요.




실제로 전반전엔 거의 안 움직였죠. 후반전에도 페드리가 최대한 사리고 좌우로 빼내는데 집중하고 데 용이 웬만하면 왼쪽에서 공격 방향을 설정하니 챠비가 호키 넣기 전까진 아예 왼쪽으로 가서 루즈볼을 먹으라고 지시했다고 보여지구요.


(후반전 되자마자 오른쪽에서 좌우 전개에 보조를 해주는 것에서 벗어나 볼이 더 많이 굴러다니는 지점으로 옮겨갔죠. 전반전 막바지부터 조짐이 보이긴 했습니다.)

 
 

(바로 읽어내고 페르민한테 찔러주죠.)

 
 

(얘 읽혔다고 확신이 드는 게 상대가 재빠르게 각을 좁히면서 첫 터치 다음 동작을 불편하게끔 만들면 거의 수비가 먹힙니다. 굳이 이 장면만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이것도 자세가 불안정한 상태로 걷어낼 것 같으니 보면서 슬금슬금 움직이려 합니다.)

 
 

(이런 건 빨리 읽어내긴 하는데 막상 실행들이 다 좋은 찬스로 이어지진 않고 스탯으로 안 나오니 아쉽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꼬맹이들이 이런 감각적인 부분에서 힌트나 많이 얻었음 좋겠네요. 요런 데서 가비가 없다는 게 계속 걸리긴 하네요.)

 
 

(후반전에도 페냐의 기가 막힌 모습은 또 나옵니다. 그냥 전후반 한 번씩 찍은 거지. 찾으면 수두룩하게 나옵니다.)

 
 

(페드리가 붙기 전에 쿤데한테 빨리 빼버리죠. 쿤데도 페드리는 줄 걸 압니다.)

 
 
호키도 뭐 오늘은 교체로 들어갔으니 선발로 뛸 때 리가 주전으로 나오는 센터백들과 지속적인 경합을 펼쳤을 때 체력이 얼마나 버텨주고 경합 능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을 텐데 일단 오늘 뛰는 거 보니까 약간 바르셀로나 시절 산체스가 공격할 때 오프 더 볼 하는 느낌.




단순히 골을 노린다기보단 의도적으로 센터백들 시선을 자기한테 묶을라고 계속 중앙을 파던데 챠비한테 뭘 바라는지는 않고 다음 감독이 잘 담궈봤음 합니다. 표본이 너무 적어서 뭐 딱히 덧붙일 건 없음. 골도 상대 선수들 사이로 들어가는데 아예 신경을 안 쓰니 칸셀로가 간파하고 잘 올려줬죠.


(오히려 골보단 요게 눈에 들어왔는데 귄도간이랑 야말을 봤습니다.)

 
 

(귄도간이 일부러 느리게 들어가는 건데 호키도 여기서 천천히 들어가면서 귄도간이랑 페이스를 맞춰주죠.)

 
 

(그러고 루즈볼을 호키가 먹었는데 어느 쪽으로 튀든 이 루즈볼은 바르셀로나가 먹었겠죠. 이런 감각은 있는 거 같은데 뭐 교체로 들어가는 것과 선발로 뛰는 건 차이가 있기에 아직은 더 점검이 필요할 듯 합니다.)

 

 
 
이번 경기도 그냥 손 놓고 하던 데로 하면 그냥 포기할라 했는데 감성 팔이 하면서 뒤에선 고민을 하긴 했나 봄. 뭐 입만 산 놈이 안 되려면 당연히 해야 하는 거겠지만 좀 냉정하게 바라보고 판단할 시점인 건 변함 없습니다. 이제 정신 못 차리면 계속 위기임.




그리고 시즌 초에 비해서 스쿼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상대적으로 더 나아지고 냉정해진 건 맞습니다. 이건 이 경기만 봐도 꽤 느껴진다 생각하구요. 충격적으로 깨지는 게 반복되고 언론들이 대놓고 돌아서니 이제야 뒤돌아본 느낌인데 늦긴 했습니다.




과연 이 처방전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고 얼마나 먹힐지 그게 남은 시즌 관건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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