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뭐 크게 짚을 것도 없이 상대가 아라우호-페냐를 너무 노골적으로 노리고 들어오니 아라우호가 최대한 측면으로 빠지는 빈도 수를 줄여버리고 차라리 무의미한 횡패스를 죽어라 하더라도 중앙에 두면서 선택지를 세 군데를 만들어서 (페드리, 쿠바르시, 쿤데) 쿤데가 변형 쓰리백의 오른쪽이 되고 미드필드들이 최후방까지 내려오는 건 반대로 좀 줄여보고자 한 것 같음.
경기 일정이 빠듯해서 데 용이 갈리는 것도 있겠지만 종으로 메우고 움직임을 너무 가져가니 체력이 감당이 안 되던 것도 챠비 입장에선 고려해야 할 부분이었을 테구요. 이건 귄도간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근데 또 이렇게 하니까 야말한테 볼이 안 가고 측면 공간을 재빠르게 캐치하지 못하고 전개를 못하니 다른 의미로 답답한 모습이 나왔던 것 같음.
게다가 이제 바르셀로나가 쿤데-야말을 쓸 때는 오른쪽 공간에서 일단 전개를 빨리 이뤄내고 공간을 찾은 다음 나머지를 쓰겠다는 의도가 강한 걸 넘어서서 전부라는 걸 아니까 반대편에 패스 타이밍과 루트가 독특한 칸셀로 활용도를 높여보고자 한 것 같은데 바르셀로나는 경기장을 넓게 쓰는 선수가 없음. 열린 공간을 보고 들어가는데 집중하는 선수들밖에 없죠.
페드리는 의료진의 강한 요구가 들어간 게 아닐까 싶은데. 하프 라인 위에서 웬만하면 빡세게 들어오지 않고 최대한 뒤로 빠져서 수비하거나 최후방과 미드필드 라인 사이에서 공략을 할 게 뻔하니 이번엔 반대로 뒤로 빼서 경합을 최소화 시켰죠.
혹여나 할 것 같아도 최대한 떨어져 있다가 볼이 떨어질 때 들어가거나 본인이 꼭 경합을 해야 할 때 아니면 피하라고 지시한 것 같은데 챠비나 페드리 본인이 확신이 안 드는 것도 지금 계속 보이고 있지만 의료진도 경기를 뛰면서 어느 부분들이 문제가 되는지는 파악이 필요하다고 본 게 아닐까 싶네요.
반대로 볼을 소유하고 있을 때나 공격 상황에서도 상대 선수들 사이로는 최대한 들어가지 않으면서 혹여나 상대가 스탠딩으로 들어오더라도 그걸 이용하거나 유도하기보단 패스를 최대한 좌우로 빼내면서 피하는 쪽으로 하던데 이건 그동안 뛰어오던 페드리 성향이나 스타일상 시킨 게 아니라면 이렇게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구요.
뭐 몇 경기 더 봐야 하긴 하겠지만 페드리 없으면 잡을 경기도 못 잡는다는 건 챠비가 누구보다도 잘 알 거라 생각하는데 챔스 다가오기 전에 체크할 건 다 체크해보고 있다는 느낌. 오사수나가 한 명 퇴장 당하고 어차피 뒤가 없으니 갑자기 하프 라인 윗 지점에서부터 빡세게 들어오던데 혹시 모를 변수를 감지하고 빼준 것도 좋았다 생각하구요.
들어간 게 로메우인 게 문제지만 교체 명단 생각하면 넣을 애가 없었던 것도 맞으니 뭐. 근데 뭐가 됐든 왜 꼭 몇 번을 얻어맞아봐야 이렇게 정신을 차리는지 모르겠네요.
루즈볼 얘기하면 빠질 수가 없는 귄도간도 루즈볼을 읽어내는 감각이 뛰어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삼아서 좌우로 엄청 잘 쓰는 선수지. 안 풀릴 때 여기저기 다 끼면서 볼을 몰아 잡아줄 만한 선수는 아닙니다.
펩이 종종 피보테로 썼던 것도 어떤 식으로 볼이 움직이든 그것을 읽어내는 감각이 뛰어나서 루즈볼을 먹고 좌우로 공격을 이끄는데 장점이 있어서 썼던 거라고 생각하구요. 박스 근처에서는 어떻게든 중앙에 볼을 넣으니까 루즈볼을 잘 먹는 귄도간의 가치가 빛나기도 했구요.
실제로 전반전엔 거의 안 움직였죠. 후반전에도 페드리가 최대한 사리고 좌우로 빼내는데 집중하고 데 용이 웬만하면 왼쪽에서 공격 방향을 설정하니 챠비가 호키 넣기 전까진 아예 왼쪽으로 가서 루즈볼을 먹으라고 지시했다고 보여지구요.
호키도 뭐 오늘은 교체로 들어갔으니 선발로 뛸 때 리가 주전으로 나오는 센터백들과 지속적인 경합을 펼쳤을 때 체력이 얼마나 버텨주고 경합 능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을 텐데 일단 오늘 뛰는 거 보니까 약간 바르셀로나 시절 산체스가 공격할 때 오프 더 볼 하는 느낌.
단순히 골을 노린다기보단 의도적으로 센터백들 시선을 자기한테 묶을라고 계속 중앙을 파던데 챠비한테 뭘 바라는지는 않고 다음 감독이 잘 담궈봤음 합니다. 표본이 너무 적어서 뭐 딱히 덧붙일 건 없음. 골도 상대 선수들 사이로 들어가는데 아예 신경을 안 쓰니 칸셀로가 간파하고 잘 올려줬죠.
이번 경기도 그냥 손 놓고 하던 데로 하면 그냥 포기할라 했는데 감성 팔이 하면서 뒤에선 고민을 하긴 했나 봄. 뭐 입만 산 놈이 안 되려면 당연히 해야 하는 거겠지만 좀 냉정하게 바라보고 판단할 시점인 건 변함 없습니다. 이제 정신 못 차리면 계속 위기임.
그리고 시즌 초에 비해서 스쿼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상대적으로 더 나아지고 냉정해진 건 맞습니다. 이건 이 경기만 봐도 꽤 느껴진다 생각하구요. 충격적으로 깨지는 게 반복되고 언론들이 대놓고 돌아서니 이제야 뒤돌아본 느낌인데 늦긴 했습니다.
과연 이 처방전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고 얼마나 먹힐지 그게 남은 시즌 관건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