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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관계주의는 무슨

by 다스다스 2024. 2. 2.

 
 
 
갖다 붙이기가 하도 많으니 이제는 이런 것도 갖다 붙이는데 그냥 극단적인 측면 투자의 일환이고 선수들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고 이것들을 재료들로 삼아 좁은 공간 활용을 극대화해서 난전을 유도한다는 건데 너무 거창하게 표현하는 것 같네요.




용어가 많고 그런 걸로 구분이 심한 농구 같은 경우도 스트롱 사이드, 위크 사이드 구분이 접근이나 생각에 따라 다른데 이것도 그런 것과 비슷한 거라고 봅니다.
 
 
 
 
보통 측면 투자를 할 때 그것을 왜 효율적이냐고 하냐면 상대의 공격에 대응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쪽 방향 (스로인 만들면 그만이니) 을 아예 지워버릴 수 있으니 변수를 최소화 할 수 있고 인원을 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반대로 우리가 공격을 한다고 했을 때는 상대의 수비를 끌려 나오게만 만들면 뒷공간을 파기 이상적인 대형을 만들 수 있고 수비 간격을 벌려 놓을 수 있죠. 이 부분을 완전 극단적으로 활용하는 거라고 봅니다.
 
 
 
 
결국 한쪽 측면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들이 다 들어가서 여기에 압박하러 들어오는 상대편 선수들을 빠르게 볼 뒤로 빼버리거나 아예 볼을 뺏으러 발을 뻗게 만들어서 (보통은 스로인을 만들어 대형을 정상화 시킬 시간을 벌려고 하거나 숏 카운터를 노릴 테니) 제끼고 생기는 공간들을 활용하는 거라고 보는데요.
 
 
 
 
막상 뜯어보면 유도를 더 많은 인원이 더 좁은 공간에서 더 과감하게 다 같이 하는 거죠. 보통 유도는 중앙이나 최후방에서 한두 명만 움직이면서 다른 선수들의 공간을 만들어 주고 대형을 올리는데 초점을 맞추는 게 일반적이라면 이건 접근을 조금 다르게 하는 거죠.




사실상 선수들의 능력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는 축구임. 이게 진짜 흔히 말하는 선수빨 축구 그 자체 같은데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나오는 상대 팀들의 다양한 대응책에 대응하는 건 선수들이 가진 기술과 창의성, 판단력, 반응력 등등이지. 감독이 짜놓은 몇 가지의 패턴이 아니기 때문.
 
 
 
 
아무래도 측면이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현대 축구는 측면 축구다 하면서도 점점 대부분의 팀들은 효율성을 극단적으로 추구하고 두 줄 수비를 비롯해 위험 지점을 내주지 않는 수비를 많이들 하고.




정말 필요한 때를 제외하면 공수를 다 측면에서 하려고 하지 않고 일단 간격과 대형 유지, 라인의 유동 등을 먼저 하기 마련이니 순간적으로 상대를 끌려 나오게 만들고 끌려 나오지 않아도 횡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극단적으로 드러낸 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초반부터 마르셀로와 멜로를 뺀 나머지가 볼이 있는 곳 주변으로 다 들어가죠.)

 
 

(맨 앞에서 우측면 하프 스페이스나 중앙에서 기다리고 있는 애 빼면 7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펩도 아예 대놓고 워커와 베르나르도 실바를 빼고 싹 다 왼쪽에 몰아넣어 버립니다.)

 
 

(넘어와도 문제인 게 아마 평상시엔 이 정도로 극단적으로 넣지 않을 텐데 펩의 압박 방식을 의식해 더 극단적으로 나오니 반대로 뻔해졌다고 봅니다.)

 
 

(다시 볼이 뒤에 있습니다. 시티 선수들은 볼이 향하는 방향을 보면서 몰리는 쪽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죠.)

 
 

(측면으로 빠지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바로 들어가죠.)

 
 

(또 다 몰려있습니다.)

 
 

(마르셀로가 볼과 비슷한 선상에 있으니 시티 입장에선 플루미넨세가 빠르게 넘어와도 부담이 되지 않는데 한 번 횡으로 움직이면 그야말로 땡큐입니다.)

 
 

(어느새 저렇게 자리 다 잡고 간격, 대형 다 갖췄죠.)

 
 

(하프 라인을 넘어있을 때도 어떤 상황이든 상관 없이 가능하면 한 곳에 몰려서 풀어나가려 했는데 기술적으로 상대가 안 되니 점점 많은 인원이 들어가게 되죠.)

 
 

(아예 그냥 텅 비어놨습니다.)

 
 

(마르셀로가 달라 하고 있습니다.)

 
 

(키퍼가 받아서 바로 내줬는데 워커가 달려가는 와중에 나머지가 덮치려 하고 있죠.)

 
 

(결국 또 이렇게 됩니다. 여기서 빠져나와봤자 시티 박스까지 가는 동안 시티 선수들은 할 거 다 하고도 남습니다.)

 
 

(이 좁은 공간에서 6대6 구도가 나오는 건 신기하긴 합니다.)

 
 

(점유율을 보여주길래 찍어봤는데 이 경기는 플루미넨세가 지배하고 있는 게 아니라 시티가 그냥 가지고 놀고 있는 거죠. 점유는 어떻게 하냐가 중요한 거지. 퍼센테이지 많이 먹는 거 자체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걸 보여주고 있죠.)

 
 

(전반전 쿨링 브레이크 때부터 디니즈가 화를 내길래 후반전은 다를까 했는데 어차피 극단적으로 하면 더 답이 안 나오니 최후방에서부터 많은 인원이 들어가기보단 중간 지점에 인원을 두는 쪽으로 조금 완화한 느낌이었는데 안 먹혔죠.)

 
 

(이렇게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덮치면서 루즈볼을 유도하는 게 펩의 압박 방식 중 하나입니다.)

 
 

(결국 롱볼로 벗어날라 하는데 아무리 전반전보다 덜 극단적이어도 선수들이 한쪽에 쏠려있으니 시티 박스로 간다했을 때 롱볼을 갈길 곳이 뻔합니다.)

 
 

(시티 선수들은 다 알고 있죠. 누구라도 다 압니다.)

 
 
펩의 시티여서 이긴 거라고 보시는 분들이 계실 수 있는데 거의 가지고 놀듯이 손바닥 위에다 놓고 점유의 가치까지 완전히 깎아버릴 수 있었던 건 이거 살짝만 바꾸면 펩이 바르셀로나에서 하던 것과 그렇게 큰 차이가 없기 때문.




그래서 경기 초반부터 펩이 의도 자체를 완전히 간파하고 있어서 과감하게 선수들을 똑같이 한쪽 측면에 다 넣어버려서 아예 주도권을 안 내준 겁니다.
 
 
 
 
이니에스타가 오히려 혼자 버려졌을 때와 한쪽 방향이 아예 막혀있는 곳에서 볼을 잡았을 때 더 힘을 내고 기술적 우위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었고.




측면-중앙에서 흐름을 읽고 불확실하게 날아오는 볼에 대한 포지셔닝과 처리가 좋았던 아비달이 있어서 이 둘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을 다 중앙-오른쪽에다 집어넣어서 경기를 풀던 게 펩 바르셀로나.




물론 펩은 최대한 전체 대형을 올려놓기 위해 선수들에게 점유의 방법론을 매우 강조했던 편이어서 이런 무질서한 축구와는 접근 방식 자체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상대를 공략하려는 큰 의도 자체는 펩이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하구요.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어떻게 봐도 이게 뭐 엄청 거창한 대단한 거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음. 디니즈의 경기를 몇 번 더 본다고 생각이 달라질 것 같지도 않구요. 이 사람이 이끄는 브라질 경기도 잠깐 봤었는데 그때도 아무런 생각도 안 들었음.
 
 
 
 
옛날 사키와 크루이프가 감독이 되어서 더 발전된 형태의 토탈 풋볼을 들고 나오기 전까지 토탈 풋볼도 이런 무질서한 느낌이 강했는데 그럼 그것도 관계주의라 해도 무방함.




선수들을 자유롭게 냅두던 코바치의 아약스도 관계주의인가. 를 논해야 할 정도. 갖다 붙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음. 감독의 철학이란 것도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고. 허나 그것이 정말 가치가 있고 또 다른 혁명이냐 아니냐는 최상위 레벨에서 확인해봐야 맞겠죠. 이게 남미 리그에서 먹혔다면 브라질 리그는 물론 리베르타도레스, 다른 남미 리그들 수준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를 간접적으로 얘기하는 거밖에 되지 않음.
 
 
 
 
10년대 초반 이후 끝을 모르고 추락하던 플루미넨세를 우승시키고 첫 리베르타도레스를 들게 한 감독이라는 업적을 강조하면 모를까. 그거 외엔 그렇게 와닿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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