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체티노 짤리고 첼시 팬분들이 다시 와주시는 거 같은데 사실 첼시는 여러 차례 밝혔듯이 클롭 리버풀 이후로 개인적으로 찝었던 팀이었고. 아직도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은 꽤 높은 팀이라 생각합니다.
뭐 이상하게 근래 타율이 좋은 제 촉이 유일하게 바로 들어맞지 않은 팀이라 주식으로 치면 이미 대부분의 자료들이 주가가 박살 났다는 걸 보여주는데 떡상할 거란 막연한 믿음에 손절을 못 치는 그런 느낌으로 받아들이실 수도 있는데 그런 건 아니구요.
여전히 좋은 감독이 온다면 잘 될 거라고 봅니다. 1년을 안 봤어도 펠릭스 거르고 포체티노 경질한 것만 해도 충분히 보드진이 나아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데 문제는 여기도 보드진이 알게 모르게 업적을 나누고 장기적인 관점이나 방향성 등의 비중을 꽤 높게 보고 있다는 거겠죠.
아무래도 어떤 스포츠든 한 번 궤도에 올려놓으면 그것만 잘 굴려도 몇 년은 버틸 수 있으니 그 부분을 염두에 두는 거 같다고 느낍니다. 근데 축구는 챔스를 못 가거나 리그 우승 경쟁에 끼어들지 못하면 팀이 결국엔 터지니 이제 그 부분을 배제할 순 없겠죠.
그리고 포체티노를 개인적으로 반대한 이유를 자꾸 제가 그라는 사람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이란 이유로 퉁치는 경우가 있는데 축구 내적으로 그가 해오던 것들이 제 관점과는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란 배경도 있고 실패한 과정들이 타타와 유사한 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토탈 풋볼을 파헤치다보면 남미 쪽은 비엘사를 빼놓을 수가 없기에 비엘사를 비롯한 제자들의 행보는 예전부터 이쪽 주제들을 다루는 사람들에겐 꽤 재밌는 요소기도 했구요.
사실 따지고 보면 주류에서 제일 먼저 떠오른 비엘사의 제자는 포체티노고. 시메오네와 타타는 그 이후인데 이 중 시메오네 빼고는 빅 클럽으로 분류해도 충분한 클럽들에서 제대로 자리를 못 잡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이 중 포체티노를 유독 극혐하는 건 의도적인 뒤꿈치 까기, 허벅지 까기, 일부러 깊게 다리 넣기를 동반한 담그기와 카드 돌려 막기를 바탕으로 한 메시 죽이기를 00년대 중후반부-10년대 초반에 선도한 감독 중 한 명이기 때문.
무슨 소리를 해도 후안데 라모스랑 포체티노가 맞기 때문에 바르셀로나 팬이 그를 호의적으로 바라본다는 거 역시 제 기준에선 이해가 안 가는 모습이구요.
실제로 시티랑 붙을 때도 과하게 거친 플레이를 주문했고. 전 그런 대응책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런 건 전용 대응책이나 토너먼트에서 쓰는 단발성 전술전략에 가깝고 때론 유의미할 수 있겠지만 백날 해봐야 팀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무링요가 페페 기용 방식의 변화나 트리보테로 메시를 잡거나 챠비-이니에스타의 패스 흐름을 끊으려고 했던 것의 근본적인 아이디어도 다 쟤네들한테서 나온 겁니다.
일단 첼시에서 부딪힌 요소들이 무엇인가를 찾아봤는데 첫째가 트레이닝이더군요.
사실 포체티노 부임설 나올 때부터 이 부분에서는 딱히 의심을 할만한 요소는 없을 거다라고 말씀을 드리곤 했었는데 비엘사나 그 제자들의 트레이닝론 자체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기술 향상이나 더 나아가서 기본기 향상을 이끌어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미드필드나 포워드가 이들 밑에서 성장폭이 큰 경우가 많죠. 비엘사의 축구 자체가 기계적인 면모를 바탕으로 깔고 한두 명의 의존도가 큰 축구기도 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트레이닝의 기준치가 매우 높고 훈련으로 선수들을 만들어 낸다라는 고정 관념이 자리 잡히니 이 부분에서 타협이 없죠.
타타가 바르셀로나에서 실패한 이유가 여기서 안 된다는 걸 깨닫고 타협하면서 선수들이 죄다 거북이가 됐습니다. 이게 제일 컸습니다. 프리시즌부터 4-5개월을 맨투맨을 가르치더니 기존 훈련 체계로 돌아가면서 선수들이 혼란을 겪고 리듬이 꼬이면서 부상자들은 늘어나기 시작했죠.
가뜩이나 저번 시즌에 3개월 동안 (티토 이탈, 수석 코치 권한 X) 전술전략 훈련이란 걸 아예 안 한 선수단이었다는 거까지 감안하면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포체티노는 반대로 파리에선 아예 제대로 된 시도조차 못했구요. 당연히 자신이 의견을 더 강하게 낼 수 있던 첼시에선 이 부분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고 봤을 건데 변수 차단이 안 됐으니 방법이 없었을 거라고 봅니다.
이 트레이닝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가정 하에는 선수단 부상이 거의 없어야 정상이긴 합니다. 포체티노뿐만 아니라 타타, 시메오네, 비엘사 등이 다 잘 돌아갈 땐 탈이 안 났죠.
결국 포체티노가 얘기하고자 하는 건 선수들의 리듬이 경기-회복-더블 세션 (경기 텀이 길면 여기가 길어지겠죠.)-경기-회복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몸 상태가 되지 않은 것의 1차적 원인은 본인의 트레이닝론이 아니라 외부적인 요소들에 있다는 거겠죠.
리듬이 꺾이고 여파가 오는 시기야 감독마다 시즌 운용과 목표치가 다르니 차이점이 있지만 최대한 그 리듬에 맞춰서 선수단을 굴리기 때문에 이것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는 얘깁니다. 당연하게도 포체티노는 첼시 의료진과 필요하면 접촉하는 외부 의사들의 자질을 제일 우선적으로 의심했을 거라고 보구요.
트레이닝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이전에 오는 변수들을 차단하지 못해서 제대로 시행하지도 못했는데 트레이닝 탓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거겠죠. 반대로 보드진은 그렇게 보지 않았겠죠. 체력 리듬을 끌어올리기 위한 강도 높은 피지컬 트레이닝을 선수들이 버티지 못하니 어떤 대책도 안 나온다고 봤을 겁니다.
체력 훈련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얘기가 있던 것도 원래 이들의 축구 자체가 체력이 모든 것이고 1순위입니다.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애초에 성립이 안 되는 그런 거랄까. 그러니 파리에선 효율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선수들 (메시, 변해가던 네이마르, 음바페 등) 이 있으니 시도도 못한 거죠. 그리고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데 토탈 풋볼의 기초는 기술보단 체력이 우선입니다. 일단 체력이 되어야 뭐든지 된다죠.
그래서 이들의 스승인 비엘사도 자신이 지도하는 훈련 외에 추가적인 훈련을 비롯한 개인적인 트레이닝은 다 금지했습니다. 그게 본인 이론을 깨는 변수 중 하나기도 하고. 이런 것도 어떻게 보면 통제의 일부입니다.
그러니 철저하게 자신의 이론을 따라가 줄 코칭스태프들과 보드진의 전폭적인 지원을 늘 베이스로 삼았구요. 그래서 빅 클럽을 못 갔죠. 펩도 즐라탄이 백날 추가 훈련해도 (골이 안 들어가니 킥 훈련하고 혼자 남아서 추가 훈련하고 그랬는데 이미 이땐 메시 중앙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음) 본인 통제를 따르지 않으니 안 썼구요.
둘째로 이건 타타를 진짜 그대로 따라가는 거 같은데 스태프들 연줄을 너무 탑니다. 시메오네는 다른 팀 가보기 전까진 이 부분은 모르겠는데 이 둘은 이 부분에선 좀 심하죠. 학연지연혈연 등이 거의 사단의 기본 베이스입니다.
물론 이게 마냥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사실 챠비의 바르셀로나 얘기들을 할 때도 계속해서 지적해 왔던 문제지만 본인과는 다른 아이디어나 접근 방식을 가진 스태프들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거라고 봅니다. 특히 한계가 왔고 도저히 답이 안 나올 땐 어쩌면 생각 이상으로 필요하다고 보기도 하구요.
결국 팬들의 기대치를 조기에 꺾어버리고 과정상 빠르게 긍정적인 효과 (아니면 나아질 거란 막연한 기대감이라도) 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부분을 진단해 줄 또 다른 내부자가 필요했다는 건 보드진 입장에선 매우 타당한 선택이었다고 보구요.
인터 마이애미 감독하고 있는 타타도 결국 저기까지 밀려났는 데도 바르셀로나 오기 전 뉴웰스 시절 (성적을 떠나 과정상 타타 평가 최고점 시기) 이나 그 전후에 함께 일하던 애들 몇 명하고 다시 같이 일하고 있죠. 제가 첼시 보드진이면 이 지점에서 포체티노로 길게 가면 팀이 더 잘못될 가능성을 포착했을 거라고 봅니다.
그다음으로 권한인데 사실 감독으로서 최대한 내외적인 변수를 차단하려면 이 부분은 꽤 중요하긴 하겠죠. 게다가 첼시 정도의 자금력을 갖춘 팀이라면 어느 정도 보조자들을 많이 깔아 둔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는 유형의 선수들을 영입해 팀을 꾸리는 것도 당연할 거라고 생각하구요.
뭐 지나간 일이지만 전 루쵸도 첼시 행이 이뤄졌다면 보드진이 루쵸가 원하는 포워드들을 1-2명은 사줬을 거라고 보는데 감독 픽보단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수들을 사두고 팀의 방향성을 잡아줄 인물을 원했으니 틀어졌던 거라고 봐야겠죠.
개인적으로 여기 보드진이 처음에는 굉장히 미국 스포츠들의 느낌이 물씬 나는 모습 (시간에 대한 관점이 유럽과 다름) 을 보여주다가 포터 선임이 철저하게 실패했다는 걸 인정하고 나서는 좀 달라졌다고 느끼긴 하는데 이번 포체티노 경질과 후임 감독 선임은 이런 보드진의 관점들을 조금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이 아닌가 싶긴 하네요.
마지막으로 인터뷰 스킬인데 시메오네는 인터뷰 스킬이 워낙 쓰레기들이 가득한 스페인 언론들을 10년 이상 겪어와서 그런지 오히려 뛰어나면 뛰어났지. 지적할만한 인물이 아니지만 스승인 비엘사나 포체티노, 타타는 좋다고 느낀 적이 없긴 합니다.
비엘사는 자기 성질을 못 이기는 편이었는데 이게 그나마 리즈 이후로는 덜 들어온 편이었고. 예전에는 쓸데없는 얘기 하면 FM 에서나 할법한 갑자기 나가버리기도 하던 양반.
타타는 바르셀로나 때도 그랬고 그 이전에도 똑같이 자신에 대한 비난/비판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선수들이나 팀에 대한 것들에는 합리화하는 듯한 발언이 많았습니다. 내 문제가 아냐. 란 뉘앙스. 포체티노도 파리에서 그랬구요. 첼시에서도 안 봐도 그랬을 것 같은데 뭐 이건 보신 분들이 더 정확하실 듯.
뭐 주절주절 썼는데 전 주관이 강하지만 싫다고 무조건 배제하는 사람은 아님. 그런 거면 무링요를 그렇게 오래 봤을 리도 없고 발베르데 때도 욕만 했겠죠. 물론 저만큼 많이 깐 사람도 없겠지만 반대로 저만큼 왜 저러는지 설명한 사람도 없음.
궁금해서 후임 감독 리스트를 잠깐 찾아봤는데 그냥 느낌상으론 이름값이나 실적 대비 이론을 비롯한 내외적인 과정은 잘 갖춰져서 보드진과 공존이 가능한 인물을 찾는 느낌이긴 하네요. 타협에 능하지만 쫄보는 아니라 할 건 하는 인물.
근데 뭐 이런 건 막상 와봐야 알긴 함. 빅 클럽들이 주는 압박감은 배제할 수 없는 요소. 특히 첼시 같이 이제 더 이상 박으면 안 되는 팀일수록 빡셀 확률이 더 높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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