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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불가능

by 다스다스 2024. 5. 25.

 

 

 

(정치인은 정치인일 뿐. 바르셀로나는 뒤로 빠져있거나 아니면 축구를 잘 아는 사람들을 여기저기 깔아둘 의장이 필요한데 과연 그런 인물이 올까. 사진에 없는 데코는 선수 시절엔 그래도 반반이었는데 단장으로선 그냥 구더기란 표현도 아까운 놈임.)







아름다운 이별이란 것은 웬만하면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편임.





선수로서는 자신이 떠나는 시즌이 운이 좋게도 팀이 업적을 이룩해야 하는 시즌이어야 하는데 그건 개인의 영역이 아니고.





감독으로선 보통의 경우는 아름답게 헤어지려면 사이클의 끝이 보이는 걸 감지하고 그전에 떠나거나 팀의 위상을 한 단계 이상은 올려놓고 떠나는 인물이 되어야 하는 거라고 봐야 할 텐데 사실 후자는 빅 클럽들에선 딱히 의미 없는 얘기니까요. 한 번 가라앉은 빅 클럽을 끌어올리는 경우야 다를 수 있겠지만요.





챠비 처음 올 때도 당장은 안 오길 바랐던 건 감독으로서 준비가 얼마나 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으니 마냥 잘할 거라는 확신이 없었음. 제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누가 봐도 그랬을 겁니다.





알 사드 경기를 뭐 50경기씩 봤어도 그것 역시 판단에는 도움이 안 됐을 거임. 걔네들 가르치는 거랑 최고 수준에서 경쟁해야 하는 선수들을 가르치는 건 엄연히 다른 영역이고 외적인 요소들도 다르니까. 유스 코치 잘한다고 퍼스트 팀 코치도 잘하는 게 아닌 것처럼.





카타르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그가 무엇을 얻었을지. 얻었다면 그것을 어디까지 응용시키면서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켰을지. 그게 나중에 바르셀로나로 온다 했을 때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선수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그가 선수로서, 제3자로서 바라보던 전술관과 이론들이 실전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먹힐지 등등... 다 미지수였음.





개인적으로도 알 사드에서 카솔라 영입한 게 뭔가 본인이 궁금해하는 어떤 영역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그런 영역) 을 파헤쳐보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바르셀로나에서 뭐 이런 거 보이지도 않았음. 따지고 보면 얻은 게 아무것도 없던 거죠.





실제로 하나하나 다 따져보면 감독으로선 잘한 것보단 못한 게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보구요. 트로피는 중요치 않음. 어차피 잘했으면 더 따라왔을 거고. 이것보다 더 못했으면 진작에 짤렸을 거고. 바르셀로나만큼 정직한 팀이 없는데 오히려 운이 좋았음 좋았지. 나쁜 건 아니었다 생각함.





본인이 사임한다 했을 때도 어설픈 감성 팔이하는 게 별로 보기 좋지 않았고. 이번 같은 경우는 현실적인 발언들이 라포르타에겐 여러 가지 의도로 다가왔으니 공존이 불가능하단 판단이 내려진 셈인데 사실 떠나는 거 자체가 아쉽거나 하진 않습니다. 방식의 문제죠. 이건 분명히 잘못됐음. 레전드냐 아니냐를 떠나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는 거죠.





레이카르트 얘기할 때 라포르타를 자꾸 로셀, 바르토메우랑 다른 사람처럼 얘기하지 말라고 그랬었는데 이건 이번 일로 다들 느끼셨을 거라고 봅니다. 원래 이런 사람임. 이 놈들은 앞에선 쿨한 척 하는 것 마저도 비슷함.





제가 떠나는 게 아쉽지 않다하는 건 여전히 챠비의 발전 속도는 바르셀로나의 위상, 대다수의 팬들이 가지고 있는 최소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 생각하기 때문. 여기서 나아진다 한들 어느 정도로 나아질 지도 미지수라고 보구요.





본인도 그걸 알고 있으니 바르셀로나와 접점이 있든 비슷한 걸 배워봤든 뭔가 적응기가 짧을 확률이 높은 선수들만 원했던 거라고 봅니다. 1 을 알려주면 최소 5 는 하는 선수들. 아니면 0.5 를 얘기해도 혼자서 그걸 5 까진 가는 선수들.





사실 바르셀로나의 모든 것을 겪어본 인물이라 그럼에도 기대한 건 있긴 하지만 챠비가 감독하는 동안 여기저기 다 찾아보고 하면서 제가 느낀 건 감독으로서 받는 부담감을 어떻게 다뤄야 할 지를 아예 모르는 게 아닌가 싶은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인터뷰 스킬만 해도 웬만하면 안 걸릴 것 같은 질문들에도 챠비는 늘 걸려서 팬들 속 뒤집어 놓는 소릴 자주 했었죠. 제3자 화법..





그래서 더더욱 본인과는 다른 관점을 가진 코치가 필요하지 않을까란 견해를 내놨던 거고. 자신을 보호해줄 인물들이 필요했던 거고. 지더라도 좀 팀의 일관성이란 게 확고하게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했던 거죠. 근데 비판 하나하나를 어떻게 이겨나가야 할지도 모르고 당장 성적은 급한데 뭘 해야 할지를 모르니 경기력은 기복의 폭이 심하고 언론들은 계속 긁으려 하는데 하나하나 다 긁히고 선수들도 같이 흔들렸던 셈이죠.





뭐 그럼에도 바르셀로나에서 몇 개월 만에 날라간 게 아니라 2 시즌 넘게 보냈으니 어딘가에서 챠비를 찾아줄 가능성은 있다 생각하는데 어딘가 가기 전에 이 하나는 꼭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몇 번을 얘기하는지 모르겠는데 이건 제발 했으면 좋겠음. 사단 해체.





어떤 식으로든 이들이 도움됐다고 느낀 적이 없어서 그냥 혼자서 여기저기 겪어보고 그 후에 사람들을 모아서 꾸리는 게 앞으로 챠비 커리어에도 더 이로울 거라고 봅니다.





펩처럼 모든 것을 주고 이 협동 조합이란 말에 가려진 썩은 정치 집단에 지쳐 떨어져 나간 것도 아니고. 루쵸처럼 감독하면서 서서히 동기 부여를 잃어버린 것도 아니니 언젠가 다시 볼 일은 있을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각자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다 자기를 잘 알던 인물들이 떠난 게 크게 다가오긴 했네요. 펩은 치키. 루쵸는 주비사레타. 챠비는 조르디 크루이프.





내부자가 아니었던 반 할은 파벌 논란에 온갖 잡음을 다 겪으며 나갔는 데도 팀이 다시 위기일 때 왔으니... 아다리가 맞으면 다시 볼 일이 있을 수도 있겠죠. 다음에 만날 땐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감독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고. 그게 아니라면 잘 쉬고 되돌아볼 건 돌아보고 어디서든 더 나은 감독이 됐으면 좋겠네요.





전해질 일도 없는데 너무 이성적으로, 비판적으로 얘기한 것 같지만 그렇다고 또 감성적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챠비는 기대치를 채운 적이 없었으니.





이전에 사임할 때도 글쓰면서 얘기했던 거 같은데 가족들이 스트레스가 엄청 심하다고 하던데 이참에 바르셀로나가 아닌 다른 곳에서 휴식을 취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의 건강 신경 쓸 상황은 아니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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