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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할 이 영감탱이 생신이라던데 종종 얘기하지만 본인 성격으로 인해 좋은 평가를 못 받고 크루이프와 척을 지고 아약스를 반으로 갈라버렸던 사람 중 한 명이라 자국에서도 무지성 찬양은 거의 없는 사람임.
뭐 90년대 아약스를 어떤 식으로든 체감한 사람이야 당연히 최고로 치겠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근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시대를 앞서간 명장 중 한 명이었던 것도 맞고 특이한 관점으로 접근하는 사람이었던 것도 맞음.
지금이야 대부분의 감독들이 피지컬 트레이너들을 감독의 이론에 맞춰서 고용해 다양한 훈련을 짜내고 다른 종목들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어오고 하지만 90년대에는 그걸 실천에 옮기는 감독들이 거의 없었고 반 할은 그중에서도 앞서나갔던 감독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음.
물론 그게 본인의 고집을 더 만든 것도 있긴 하죠. 반 할이 유망주 보는 눈이 좋다는 평가가 많던데 사실 이기기 위한 최선책은 적응기가 거의 없는 선수들이 많은 팀이어야 한다. 를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던 감독이라 그런 것도 있음.
그 적응기가 짧으려면 당연히 겪어본 선수들이 유리하니 자신과 함께 해본 선수들 중에서도 말을 잘 듣는 선수들을 어디서나 원했던 거고. 토탈 풋볼을 어떤 식으로든 겪어본 감독들이 유독 이게 심한 건 토탈 풋볼의 승리 비법 중의 하나가 몸이 체화가 된 선수를 만드는 유스 시스템에 있어서 그런 거.
그래서 아래 카테고리에서 비슷한 것들을 겪어본 꼬맹이들을 더 선호한 거죠. 항상 어느 팀을 가나 꼬맹이들을 많이 살펴보고 B팀, 21세, 뭐 그것보다 더 아래 카테고리 등등 찾아가서 보고 그랬던 게 이런 이유들 때문임.
퍼스트 팀에 올라온 꼬맹이들도 기존 선수들과는 아예 다른 방식으로 대하는 것도 반 할이 거의 최초의 감독으로 알고 있구요. 그래서 그런지 챠비도 선수 시절부터 옛날 얘기하면 반 할 시절만 얘기하곤 했죠. 꼬맹이들한테는 반대로 너무 잘해줬던 감독이라.
근데 워낙 말도 많고 소통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으나 정작 소통하는 방식을 모르고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던 사람이라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던 적도 많은 감독이기도 하구요. 사실 안 알려져서 그렇지. 무링요식 기자 회견의 원조는 이 사람임. 자기를 까는 걸 잘 못 참던 성격이었고 엄청 공격적이었고 내로남불이 기본이었던 사람.
루쵸가 밝혔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인의 방식에 선수가 수긍을 하면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거기서 문제가 되면 그 선수를 안 쓰거나 본보기로 조지곤 했음.
루쵸도 본인이 경기에서 제외된 것에서 불만을 느꼈던 적이 있는데 반 할이 이유를 설명해 주려고 오자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가 한동안 못 뛰었다고 했죠. 히바우두 중앙화도 본인 판단 하에 그게 팀에 필요한 선택이 아니면 절대 안 들어줬고 오히려 벤치 행이나 관중석 행으로 보답해 줬죠.
2기 때 돌아올 때도 히바우두 버려달라고 했던 것도 이미 머리가 너무 커졌으니 아예 없는 게 낫다고 본 게 제일 컸겠죠.
바르셀로나에선 파벌을 만들어 내기도 했고 후임 감독이었던 세라 페레르가 허수아비였기에 다음 시즌에도 그 여파가 있었지만 반 할은 나름 이걸 미리 인지하고 막으려고 노력한 인물이기도 함.
그것도 오로지 본인의 방식을 추구해서 문제가 됐던 거뿐이죠. 그냥 어디서든 누구랑이든 얘기 하려다가 본인과 안 맞는 걸 느끼면 반대로 거리를 뒀던 것 같음. 펩이랑 루쵸, 쿠만 등이 반 할에게서 이런 걸 배워갔다 생각하구요. 펩 커리어 초반은 그냥 반 할이랑 거의 유사함. 조금 더 단호하고 차가웠던 게 펩이었다 생각함.
바르셀로나에선 언론들하곤 철저한 적이었고 2기를 워낙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말아먹어서 (쿠만이 발렌시아에서 하던 걸 그대로 했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선수들 이상하게 쓰고 마음에 안 들면 안 쓰고 자기 잘못 없다 하고 그랬음) 팬들한테도 좋은 기억이 다 사라졌음.
피구를 팬들이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으니 반 할 1기는 분명히 좋은 팀이었는데도 아무도 기억을 못 하고.
그래서 그런지 본인도 아약스나 뮌헨 아니면 좋은 소릴 안 하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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